스토리

사카린, 정말 인체에 유해할까?

<KISTI의 과학향기> 제1548호   2012년 02월 20일
단맛은 우리 모두가 좋아하는 맛이다. 단맛을 내는 감미료로는 설탕, 물엿, 꿀, 과당 등이 많이 쓰인다. 그 중에서도 설탕은 거의 모든 가공식품에 사용된다. 요리할 때 첨가할 뿐만 아니라 커피를 마실 때에도 설탕을 타서 먹는다. 이렇듯 설탕으로 대부분의 단맛을 낼 수 있는데 왜 인공감미료를 개발하게 됐을까?

비만이거나 당뇨 등이 있는 사람들은 칼로리가 높은 설탕 대신 칼로리가 없으면서 단맛이 나는 물질을 선호해 왔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개발된 것이 인공감미료다. 인공감미료는 단맛을 내면서도 칼로리를 내지 않는 물질로 가격 또한 설탕의 4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열에 안정적이어서 열을 가해 만드는 음식에도 사용할 수 있어 식품가공업체에서 선호하는 물질이다. 이런 장점으로 인해 인공감미료는 개발된 이후로 꾸준히 사용돼 왔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감미료는 무엇일까? 바로 ‘사카린(saccharine)’이다. 사카린은 1879년 2월, 존스 홉킨스 대학의 화학교수인 아이라 렘슨과 그의 제자 콘스탄틴 팔베르크에 의해 우연히 발견됐다. 팔베르크는 타르에 포함된 화학물질의 산화 반응을 연구하던 중 하루는 실험 후 손을 씻지 않고 빵을 먹다가 단 맛을 느꼈다. 이 단맛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다음날 실험기구를 조사한 그는 단맛을 내는 물질이 사카린이라는 사실을 알아냈고, 렘슨과 공동논문으로 발표했다.

당도가 설탕의 300배나 되는 사카린은 칼로리를 내지 않고 우리 몸 밖으로 배출된다는 장점으로 인해 다이어트나 당뇨 식품 등에 널리 사용돼 왔다. 그러다 1977년 캐나다에서 쥐를 대상으로 한 사카린 실험 결과 방광암에 걸린 쥐가 나왔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사카린에 대한 유해성 논란은 절정에 달했고 미국 식품의약청은 즉시 사카린의 사용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미국 법에는 동물이나 인간에게 암을 유발하는 물질은 무조건 식품에 사용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미국 식품의약청은 사카린을 계속 사용해야 한다는 청원서를 10만 통, 미국의회는 100만 통이나 받았다. 당시 미국인들이 많이 먹던 다이어트식품에는 사카린이 필수 첨가물이었는데, 사카린 사용을 금지시키면 다이어트식품을 제조하는 것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었다. 미국 의회는 하는 수없이 사카린을 계속 사용하되 “이 제품의 사용은 당신의 건강에 해가 될지도 모릅니다. 이 제품은 동물실험 결과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결정된 사카린을 함유하고 있습니다.”라는 경고문을 표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사카린의 무해함을 밝히기 위해 꾸준히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의 노력으로 사카린에 대한 동물실험 조건은 지나치게 고농도로 투여한 비현실적인 조건이었으며, 사람에게는 방광암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결국 미국, 캐나다 등에서 광범위한 실험을 실시한 결과, 정상적인 사용 농도와 사용 방법으로는 인체에 무해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2000년, 미국 의회는 사카린에 대해 경고문을 부착하도록 했던 법안을 철회했으며 그 다음해인 2001년 미국 식품의약청이 사카린을 안전한 물질로 인정했다. 사카린이 안전한 물질이라고 공식적으로 인정받는데 무려 20여 년이 걸린 것이다. 2010년 12월에는 미국 환경보호청이 사카린을 ‘인간 유해 물질’의 명단에서 제외시켰다. 현재 국제암연구소(IARC), 미국 독성물질 관리 프로그램(NTP) 등에서도 사카린을 발암성 물질이 아니라고 규정짓고 있다. 현재 사카린은 미국, 일본, 유럽연합 등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우리나라 식품위생법에서는 1973년부터 식빵, 이유식, 백설탕, 포도당, 물엿, 벌꿀, 알사탕 등에 사카린의 사용을 금지하고 그 외의 식품에는 제한 없이 사용토록 허용해 왔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 국내 언론에 사카린의 유해론이 보도되기 시작하며 문제가 됐다.

여기에 소비자 단체들도 가세하며 사카린 사용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다. 결국 1990년 4월 보건사회부는 사카린의 사용을 허용된 특정식품에만 사용하도록 했으며 1992년 3월에는 사카린의 허용 식품의 범위를 대폭 축소시켰다. 아이스크림, 껌, 과자류, 간장 등 거의 모든 제품에 사카린의 사용을 금지했으며 절임식품류, 청량음료, 어육가공품 및 특수영양식품에만 사용토록 규제를 강화했다.

그 후로 사용허용범위가 조금 더 확대돼 현재는 젓갈류, 절임식품, 조림식품, 김치류, 음료류, 어육가공품, 영양소보충용 건강기능식품, 특수의료용도, 체중조절용 조제식품, 시리얼류, 뻥튀기 등에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합성감미료인 아스파탐, 아세설팜칼륨, 수크랄로스 등에는 사용제한이 거의 없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사카린의 사용규제는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우리나라의 식품의약청은 2011년 12월 20일 소스 종류, 탁주, 소주, 껌, 잼, 양조간장, 토마토케첩, 조제커피(커피믹스) 등 8개 품목에 대해 사카린을 사용할 수 있도록 ‘식품첨가물의 기준 및 규격 일부개정(안)’을 행정 예고 한 바 있다. 다만 과자, 사탕, 빙과, 빵, 아이스크림 등 어린이 기호식품은 여전히 묶어 놓았다.

사카린을 기준량 이하로 소비하면 인체에 무해하다고 발표해도 소비자단체들은 ‘그것이 곧 안전하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또한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합성첨가물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그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이렇듯 합성감미료인 사카린에 대해 무조건 거부 반응을 보이는 소비자들이 여전히 많다. 그들은 ‘사카린 첨가 식품’이라는 것을 소비자들이 알 수 있도록 표시한다 해도 판매용 용기에 담지 않거나 포장하지 않고 판매하는 김치, 반찬류나 길거리 자판기 커피, 대형 용기에 담아 유통되는 막걸리 등에는 사카린이 들어가 있는지 알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사카린의 사용범위를 확대하더라도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사카린 첨가 식품’이라는 것을 소비자들이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표시기준(명칭, 함량, 활자크기)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소비자들이 자주 먹는 식품의 경우에는 사카린 섭취량을 정기적으로 조사해 과다 섭취가 우려될 경우, 사카린 허용 품목과 기준을 조정해야 할 것이다.

글 : 이원종 강릉원주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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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정
  • 평점   별 5점

사카린을 먹으면 얼마나 먹겠어요 ㅎㅎ 옥수수 찔때나 김치 담글때 사카린 조금씩 넣는데 정말 맛있답니다. 평소에 야채랑 과일 잘 먹고 과자나 아이스크림 같은 간식 줄이면 사카린 걱정할 일이 있을까요?

2012-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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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성
  • 평점   별 5점

어릴적 무더운 여름날 우물물을 두레박으로 양은 주전자에 가득 채워 사카린 몇개넣고 저어 쉬원하고 달달한 물을 먹은 기억이 새롭습니다. 미 식약청에서 무해하다면 우리도 함량, 권장량 표시를 의무화해서 사용하면 된다고 생각 합니다. 옥수수가 주 원료로 단맛을 내는 가공식품인 설탕, 과당등이 성인병 비반 등 위해성이 더 높다고 알고 있습니다.

2012-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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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화
  • 평점   별 5점

어쨌든 중요한 것은 "절대 안전"이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Risk zero를 추구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지요. zero란 수학에만 있는 것이지 현실 세계에는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논의를 해야할 것입니다.

2012-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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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란
  • 평점   별 5점

무조건 좋지 않다고 생각했는데...그렇다고 안심하고 사용하기도 그렇네요. 주부인 저로서는 되도록이면 인공으로 만들어진 감미료나 조미료는 사용을 자제하게 되거든요. 좀 생각해봐야겠네요...재미있고 유익한 글이였습니다. 감사합니다.

2012-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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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
  • 평점   별 5점

이 세상에 완전히 안전한 식품은 없습니다.
한국이 자랑하는 김치도 마구 먹어대면 암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김치는 염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으니깐요.
얼마 전에 굶주린 북한군 병사들이 소금을 마구 먹어 사망했다는 외신 보도를 본 적이 있기도 하죠.
결국엔 그 농도가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2012-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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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배
  • 평점   별 4점

사카린이 발암을 일으키는 물질로 알려지기도 하고 인체에 무해하다고 미국 FDA에선 밝히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완전히 안전하다고 신뢰하기엔 어려움이 있는 바, 사카린 첨가시 첨가 되었음을 알려 주고 이를
사서 사용하냐는 구매자가 결정하게 함이 최선의 도리라고 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2012-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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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진
  • 평점   별 5점

많이 먹으면 암을 유발하는 물질을 식품의 원료로 쓴다는 것 자체가 기업적인 마인드인듯. 잘못된 사고방식이 만연해지고 경제성을 인권보다 앞세운다면 인류의 미래는 없습니다.

2012-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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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영우
  • 평점   별 4점

아하~ 그렇군요...참 신기하네요~! .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

2012-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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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
  • 평점   별 5점

가격이 저렴한 첨가물로서 또하나의 좋은 자원인 사카린에 대한 편견을 다시금 생각해 보게 했습니다. 여타 감미료와의 형평성이 안맞는 규제는 정비가 시급하군요. 한가지 걱정은 당시 실험 논도가 긍금하네요 얼마나 강한건지 ㄱ,랗다면 위험 수위는 어떤지에 대한 ..

2012-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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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복
  • 평점   별 5점

사카린에 국한된 이야기이지만 기왕 감미료에 대한 의견이 이슈로 등장한 이상 모든 감미료 즉 화학성 및 생식물성 그리고 벌들이 채취해 온 벌꿀등 감미료 전반에 관한 유해성 여부의 규명을 통해 감미료 섭취에 이해를 얻을 수 있다고보는데 식물성으로서 스테비아, 감초, 사탕무우, 사탕수수, 그밖에 잡성으로 채취된 벌꿀등의 감미료를 좀더 밀도있게 분석하여 권장기준치를 정하여 공개했으면 하네요....

벌꿀중에서도 가끔 이야기를 들어보면 야변에서의 농약살포에 의한 오염벌꿀이 채취되어 분석을 의뢰하고싶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일이있는데 그런 문제도 함께 분석이 이루어졌으면 하네요....

2012-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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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신남
  • 평점   별 5점

글쎄요 우리나라의 경우는 과학적 근거를 거의 대부분 선진국에 따르는 경향이 강하게 있는거 같습니다.
물론 오랜 노하우와 연구가 바탕이된 선진국과는 레벨이 다르기 때문이겠습니다만.
왠지 선진국에만 너무 의존 한다는 느낌이 늘 강하게 있는건 어쩔 수 없네요.
중요한건 나이와 성별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양등을 정확히 명시해야 할 필요가 있을것 같습니다.
무조건 받아 들이지도 무조건 배척 하지도 말아야 겠죠.
그리고 제조사 측에서도 함유량등을 명확하게 명시해야 할거 같습니다.

2012-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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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ribbon
  • 평점   별 5점

박종부님의 의견을 지지하며... 결국 사카린은 몸에 단맛에 대한 거짓말을 보내는 건데, 그게 단맛에 대처하는 내 몸의 대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건 없는지, 그에 대한 연구가 궁금합니다.

2012-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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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ing21
  • 평점   별 5점

옛날 여름날 찬물에 사카린을 타서 더위 지친 몸의 피로를 풀던 시대 있습니다. 지금60세가 넘는 분들은 대개 사카린 많이 먹었습니다. 감자 찔때도 보리 볶을 때도 사카린은 먹었드랬는데 국회에서 사카린 사건과 관련된 똥물 투척사건이후에 사카린이 이유없이 유해물질로 국민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던 기억이 있는데 정확하게 알고 넘어 갈 때라고 봅니다.

2012-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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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 평점   별 4점

정상적 섭취하에서 안전하단의미인데 모든제품에 사카린을 미량첨부해도
소비자들이 일일기준섭취량이하로 통제할수 있을지.... 비만 성인병도 통제가 쉽지않아
발생하는데 ..... 피해가 발생해도 나중에 그것이 사카린이 원인이란 걸 해명하는건
불가능 따라서 의삼스러운것은 가격문제를 떠나 차단해주는게 바람직한것으로 보입니다

2012-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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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은영
  • 평점   별 5점

국내에서 이슈가 되었으면 좋겠군요. 국내 과학자들이 다시한번 실험해봤으면 좋겠어요. 사실이라면 사카린을 멀리 할 이유가 없죠

2012-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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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욱
  • 평점   별 5점

미처 알지 못한 간과하고 있는 사실의 재발견에 감사, 여러 의견들처럼 설탕제조회사의 농간인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합성물에 대한 두려움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지나침은 모자람 보다 못한 것이겠지요! 섭취여부의 분분한 의견들과 또는 그에 따른 섭취량 등등....

2012-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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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군
  • 평점   별 5점

잘못 알려진 상식들이 환경론자들이 악용할까 또 겁나네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의 여론몰이가 판을 치니...

2012-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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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하다
  • 평점   별 5점

과학적으로 인체에 무해하다고 연구결과를 내어봐야
이미 윗글들에서 볼수 있듯이 이미 20년간 소비자들 인식속에 안좋은 화공약품으로 인식되어 버렸기 때문에
쉽사리 바뀌지는 않을것이다...

아무리 지구가 돈다고 말해봐야...
일반인들의 머리속에는 어떻게 지구가 돌수 있냐는 상식이 자리 잡혔던 과거의 그때와 같다고 볼수 있다...

2012-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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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환
  • 평점   별 5점

새로운 지식을 또 알게 되었군요...^^;
여러분들 감사합니다...!

2012-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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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부
  • 평점   별 5점

사카린의 글을 잘 읽었습니다. 인체에 무해하다는 얘기가 와닿게 잘 쓴 글로 보입니다. 그러나 인체가 단맛을 느끼게 되었을 때에 일어나는 인체의 감응반응에 대해서 연구해 보셨는지 궁금합니다. 인체가 단맛이 느껴지는 순간 부터 일어나는 인체으 변화와 이를 감지만 하고 활용하지 못해 일어나는 인체의 벼화가 결국에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어찌될지 상상이라도 했다면 단순히 그 물질로 인해 피해가 없다는 것만으로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은 대단히 비과학적인 생각으로 사료됩니다. 미국이나 선진국에서 쓰니 우리도 쓰도 된다는 착각은 비놈리적인 사고로 보이며 인체에 대해 좀더 심도있는 연구가 수반되어야만 할 것으로 판단되어집니다.

2012-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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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
  • 평점   별 5점

설탕을 생산,판매하는 대기업에 의해서 식품 당국이 끌려가는 것 같네요.. 찌질이들,,,

2012-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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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환
  • 평점   별 3점

사카린의 쓰임새에서 적절량의 사용은 많은 장점이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 단맛을 내는 당분질 들이 건강에 미치는 해로움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고 보면 칼로리가 거의 없는 사카린은 유용한 건강식 일 수 있다. 모든 음식물이나 조미료를 과다하게 섭취 하면 좋을게 없다는 당연한 이치로 보건데 사카린도 과다섭취를 하면 당연히 암을 유발하거나 또다른 부작용이 있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따라서 과량 섭취를 예방하는 적당한 조치를 취한 후에 설탕이나 단맛을 내는 소재 대용으로 적절히 사용토록 조치하는 것은 국민건강을 위해서라도 정말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2012-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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