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향기 Story
- 스토리
스토리
스테이크 가장 맛있게 굽는 법!…향기의 과학
<KISTI의 과학향기> 제1340호 2011년 05월 09일
2010년 말부터 발생한 구제역 파동으로 인해 육류 판매량이 급감했다. 2011년 3월말 기준으로 15만 마리, 돼지 330만 마리 이상이 살처분 후 매몰됐다. 얼핏 생각하면 육류의 수요보다 공급량이 더욱 급감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공급량보다 수요가 더 많이 줄었다.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제역에 감염된 가축은 모두 매몰처리 되기 때문에 시중에 유통되지 않는다. 게다가 구제역 바이러스는 인간에게 전파되지 않고 열에 약해 섭씨 50도(℃) 이상에서 파괴된다. 고기를 익혀 먹는다면 ‘혹시…’라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고기를 불에 익혀 먹으면 구제역 바이러스를 비롯한 다양한 바이러스를 없앨 수 있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고기를 불에 구우면 고기 특유의 향이 나며 맛이 더욱 좋아진다. 지글지글 스테이크를 굽는 장면을 떠올려보자. 노릇노릇 먹음직스럽게 익어가는 모습과 함께 따라오는 고기의 향기. 고기 특유의 향은 고기를 더욱 맛있게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 향기에는 과학이 숨어있다. 가장 적절한 육질과 향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즉 가장 맛있는 스테이크를 만들기 위해서는 과학을 알아야 한다.
‘맛을 좋게 하는데 향기가 뭐 그리 중요하냐’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향기는 맛을 느끼거나 구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 TV 프로에서 출연자들에게 눈과 코를 막고 음식을 먹게 한 후 그 음식을 맞추는 실험을 한 적이 있다. 눈과 코를 막은 한 출연자에게 양파를 먹게 하고 무슨 음식이냐고 묻자 사과라고 답했다. 이는 양파 특유의 매운 향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음식 맛을 제대로 알고 더 잘 즐기기 위해서는 후각 기관을 통한 공기의 흐름이 필수적이다.
스테이크를 불에 구우면 고기 표면에서 수분이 제거되며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이라는 화학반응이 일어난다. 이로 인해 고기의 색은 먹음직스러운 갈색으로 변하고 침샘을 자극하는 향기가 생겨난다.
고기를 씹을 때 나는 맛은 단백질의 맛이 아니다. 단백질은 인간이 맛을 느낄 수 있는 분자의 크기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백질에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나면 큰 분자들이 작고 다양한 분자로 변하면서 맛과 향이 풍부해진다.
마이야르 반응은 온도와 깊은 관련이 있다. 섭씨 130~200도(℃) 사이에서 격렬하게 반응이 일어나고 수많은 향기 물질이 만들어진다. 이 반응을 일어나게 하려면 고기를 섭씨 130~200도의 높은 온도에서 구워야 한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스테이크를 강한 불에 굽는 이유가 고기의 육즙이 흘러나오지 못하도록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정확한 이유는 마이야르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서다. 맛있는 스테이크는 마이야르 반응을 통해 표면에 향기가 나는 물질을 머금고 중심부에는 육즙이 담겨 있는 부드러운 상태여야 한다.
그렇다고 너무 높은 온도에서 스테이크를 굽는 것은 좋지 않다. 온도가 섭씨 200도 이상 올라가면 마이야르 반응에서 새로운 분자가 나타기 때문이다. 이 때 생기는 분자는 발암물질이 섞여 있고 맛 또한 좋지 않다.
마이야르 반응을 이용해 맛있는 소스를 만들기도 한다. 스테이크를 굽고 난 팬에 육수나 물, 술, 우유 등을 넣어 팬을 닦아내 이 국물로 소스를 만드는 것이다. 이 요리 기술은 ‘데글라이즈(Deglaze)’라고 불린다. 마이야르 반응을 통해 팬에 남은 향기 물질들을 모아서 사용하는 요리 기술로 유명하다.
그렇다면 향기를 발생시키는 마이야르 반응은 무엇일까. 이 반응은 1912년 프랑스 생화학자 루이 카미유 마이야르(Louis Camile Maillard)가 발견해 처음으로 보고했다. 하지만 그가 한 연구는 음식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생물 세포의 생화학 분야에 몰두한 의사로, 인체 세포 속에서 발견되는 아미노산과 당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해 연구했다. 그가 죽은 이후에야 음식에서도 아미노산과 당의 반응이 일어난다는 것이 알려져 동일한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마이야르 반응은 환원당의 카복시기(-COOH, 이온화하기 쉽고 산성을 나타내는 작용기)와 아미노산, 펩티드, 단백질 등 아미노기(-NH₂, 한 개의 질소 원자와 두 개의 수소 원자로 이루어진 작용기)를 갖는 화합물 사이에서 일어난다. 식품의 대표적인 성분 간 반응으로 식품의 가열처리, 조리 혹은 저장 중에 일어나는 갈변현상이나 향기 생성에 관여한다.
반응에 관여하는 당과 아미노산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한 가지 당과 아미노산 쌍에서 만들어지는 실제 생성물은 반응 온도나 산성도, 옆에 있는 다른 화학 물질 등에 의해 달라진다. 심지어는 운에 의해서도 좌우된다니, 똑같은 재료로 요리를 해도 온도와 환경에 따라 다른 향기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고기를 구울 때 나는 향기 외에도 빵집에서 빵을 굽는 향기, 커피 향기, 소시지를 자를 때 나는 고소한 향기 등도 모두 마이야르 반응에 의해 생긴다.
마이야르 반응이 고온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간장이나 된장을 만들 때에도 마이야르 반응은 중요한 작용을 한다. 이 경우 실온상태에서 아주 천천히 반응이 진행된다. 장맛이 오래 묵힐수록 깊어지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마이야르 반응에서 만들어지는 분자는 2011년 현재까지 1,000가지 이상 발견됐다. 그만큼 마이야르 반응은 대단히 복잡한 화학 반응이다. 당과 아미노산의 타입에 따라 수 백 가지의 서로 다른 향미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이를 이용해 인공 향미를 만들어낸다. 마이야르 반응의 정확한 메커니즘을 밝히고 더욱 다양한 향미를 만들기 위해 과학자들의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향기의 과학이 우리의 식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길 기대해본다.
글 : 유기현 과학칼럼니스트
구제역에 감염된 가축은 모두 매몰처리 되기 때문에 시중에 유통되지 않는다. 게다가 구제역 바이러스는 인간에게 전파되지 않고 열에 약해 섭씨 50도(℃) 이상에서 파괴된다. 고기를 익혀 먹는다면 ‘혹시…’라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고기를 불에 익혀 먹으면 구제역 바이러스를 비롯한 다양한 바이러스를 없앨 수 있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고기를 불에 구우면 고기 특유의 향이 나며 맛이 더욱 좋아진다. 지글지글 스테이크를 굽는 장면을 떠올려보자. 노릇노릇 먹음직스럽게 익어가는 모습과 함께 따라오는 고기의 향기. 고기 특유의 향은 고기를 더욱 맛있게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 향기에는 과학이 숨어있다. 가장 적절한 육질과 향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즉 가장 맛있는 스테이크를 만들기 위해서는 과학을 알아야 한다.
‘맛을 좋게 하는데 향기가 뭐 그리 중요하냐’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향기는 맛을 느끼거나 구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 TV 프로에서 출연자들에게 눈과 코를 막고 음식을 먹게 한 후 그 음식을 맞추는 실험을 한 적이 있다. 눈과 코를 막은 한 출연자에게 양파를 먹게 하고 무슨 음식이냐고 묻자 사과라고 답했다. 이는 양파 특유의 매운 향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음식 맛을 제대로 알고 더 잘 즐기기 위해서는 후각 기관을 통한 공기의 흐름이 필수적이다.
스테이크를 불에 구우면 고기 표면에서 수분이 제거되며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이라는 화학반응이 일어난다. 이로 인해 고기의 색은 먹음직스러운 갈색으로 변하고 침샘을 자극하는 향기가 생겨난다.
고기를 씹을 때 나는 맛은 단백질의 맛이 아니다. 단백질은 인간이 맛을 느낄 수 있는 분자의 크기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백질에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나면 큰 분자들이 작고 다양한 분자로 변하면서 맛과 향이 풍부해진다.
마이야르 반응은 온도와 깊은 관련이 있다. 섭씨 130~200도(℃) 사이에서 격렬하게 반응이 일어나고 수많은 향기 물질이 만들어진다. 이 반응을 일어나게 하려면 고기를 섭씨 130~200도의 높은 온도에서 구워야 한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스테이크를 강한 불에 굽는 이유가 고기의 육즙이 흘러나오지 못하도록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정확한 이유는 마이야르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서다. 맛있는 스테이크는 마이야르 반응을 통해 표면에 향기가 나는 물질을 머금고 중심부에는 육즙이 담겨 있는 부드러운 상태여야 한다.
그렇다고 너무 높은 온도에서 스테이크를 굽는 것은 좋지 않다. 온도가 섭씨 200도 이상 올라가면 마이야르 반응에서 새로운 분자가 나타기 때문이다. 이 때 생기는 분자는 발암물질이 섞여 있고 맛 또한 좋지 않다.
마이야르 반응을 이용해 맛있는 소스를 만들기도 한다. 스테이크를 굽고 난 팬에 육수나 물, 술, 우유 등을 넣어 팬을 닦아내 이 국물로 소스를 만드는 것이다. 이 요리 기술은 ‘데글라이즈(Deglaze)’라고 불린다. 마이야르 반응을 통해 팬에 남은 향기 물질들을 모아서 사용하는 요리 기술로 유명하다.
그렇다면 향기를 발생시키는 마이야르 반응은 무엇일까. 이 반응은 1912년 프랑스 생화학자 루이 카미유 마이야르(Louis Camile Maillard)가 발견해 처음으로 보고했다. 하지만 그가 한 연구는 음식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생물 세포의 생화학 분야에 몰두한 의사로, 인체 세포 속에서 발견되는 아미노산과 당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해 연구했다. 그가 죽은 이후에야 음식에서도 아미노산과 당의 반응이 일어난다는 것이 알려져 동일한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마이야르 반응은 환원당의 카복시기(-COOH, 이온화하기 쉽고 산성을 나타내는 작용기)와 아미노산, 펩티드, 단백질 등 아미노기(-NH₂, 한 개의 질소 원자와 두 개의 수소 원자로 이루어진 작용기)를 갖는 화합물 사이에서 일어난다. 식품의 대표적인 성분 간 반응으로 식품의 가열처리, 조리 혹은 저장 중에 일어나는 갈변현상이나 향기 생성에 관여한다.
반응에 관여하는 당과 아미노산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한 가지 당과 아미노산 쌍에서 만들어지는 실제 생성물은 반응 온도나 산성도, 옆에 있는 다른 화학 물질 등에 의해 달라진다. 심지어는 운에 의해서도 좌우된다니, 똑같은 재료로 요리를 해도 온도와 환경에 따라 다른 향기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고기를 구울 때 나는 향기 외에도 빵집에서 빵을 굽는 향기, 커피 향기, 소시지를 자를 때 나는 고소한 향기 등도 모두 마이야르 반응에 의해 생긴다.
마이야르 반응이 고온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간장이나 된장을 만들 때에도 마이야르 반응은 중요한 작용을 한다. 이 경우 실온상태에서 아주 천천히 반응이 진행된다. 장맛이 오래 묵힐수록 깊어지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마이야르 반응에서 만들어지는 분자는 2011년 현재까지 1,000가지 이상 발견됐다. 그만큼 마이야르 반응은 대단히 복잡한 화학 반응이다. 당과 아미노산의 타입에 따라 수 백 가지의 서로 다른 향미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이를 이용해 인공 향미를 만들어낸다. 마이야르 반응의 정확한 메커니즘을 밝히고 더욱 다양한 향미를 만들기 위해 과학자들의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향기의 과학이 우리의 식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길 기대해본다.
글 : 유기현 과학칼럼니스트

추천 콘텐츠
인기 스토리
-
- 저주파 자극기, 계속 써도 괜찮을까?
- 최근 목이나 어깨, 허리 등에 부착해 사용하는 저주파 자극기가 인기다. 물리치료실이 아니라 가정에서 손쉽게 쓸 수 있도록 작고 가벼울 뿐만 아니라 배터리 충전으로 반나절 넘게 작동한다. 게다가 가격도 저렴하다. SNS를 타고 효과가 좋다는 입소문을 퍼지면서 판매량도 늘고 있다. 저주파 자극기는 전기근육자극(Electrical Muscle Stimu...
-
- 블루라이트 차단 필터, 정말 효과 있을까?
- 자기 전에 스마트폰, 컴퓨터, 텔레비전, 태블릿 PC를 사용하지 말라는 것, 또 너무 오랜 시간 이런 디지털 기기를 보지 말라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됐다. 블루라이트 때문이다. 청색광이 수면을 방해하고 눈을 피로하게 하거나 안구건조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나온 것이 바로 블루라이트 차단 필터다. 요즘에는 스마트폰에 블루라이...
-
- [과학향기 Story] 우주를 102가지 색으로 그려낼 스피어엑스
- "우주는 어떤 색일까?" 이 질문은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복잡한 답을 가지고 있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검은 바탕에 반짝이는 별들만 보이지만, 실제 우주는 우리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다채로운 색으로 가득하다. 이제 그 다채로운 우주의 모습을 102가지 색으로 관찰할 수 있는 획기적인 도구가 우주로 향한다. 바로 한국 연구진이 ...
이 주제의 다른 글
- [과학향기 for Kids] “내 솜씨 어때” 125년 만에 밝혀진 소변 색의 비밀은?
- [과학향기 for Kids] 하늘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커튼 ‘오로라’
- [과학향기 Story] 원두 갈기 전, 물 “칙칙” 찐~한 커피 만드는 과학적 비법
- ‘누나’가 만들어낸 희소성 만점 핑크 다이아몬드, 비결은 초대륙 충돌
- 2022-2023, ‘양자 개념’이 노벨상 연속으로 차지했다? 양자 연구 톺아보기
- 고양이가 참치에 현혹된 이유, 유전자 때문이다?
- 일장춘몽(一場春夢)이었나? LK-99 초전도체 가능성 ‘0으로 수렴 중’
- [한여름 밤의 술] 샴페인 제대로 즐기려면? 답은 거품 속에 있다!
- [한여름 밤의 술] 시원한 여름 맥주, 과학 알면 더 맛있다!
- [과학향기 호러 특집] 우리가 귀신 보는 이유? 귀신을 ‘만들 수도’ 있다?
그래서 어떻게 굽는게 가장 맛있나요...
2011-06-08
답글 0
우리가 먹는 음식에서 먹음직스런 향이 나는것이 마이야르 반응때문이었군요. 좋은 지식 감사합니다. ^^
2011-05-24
답글 0
재미있는 생활과학 상식 감사합니다. 마이야르반응~~ 침샘을 자극하는 음식향기!...
2011-05-17
답글 0
소고기는 겉만 익힌 후 먹는다는 것이 문제죠
반 이상은 생살을 먹게됨
2011-05-12
답글 0
안녕하세요, 우선 기사에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요리용 온도계를 이용하는 경우 정확한 온도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고기에 스테인리스 포크 모양이나 젓가락 모양의 센서를 삽입해 온도를 측정하는 온도계 등이 시중에 나와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1-05-11
답글 0
결국 적당한 불에서 굽는 것이군요ㅋ
2011-05-11
답글 0
부디 일상생활 속에서도 많은 이들에게 많은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나길....
2011-05-10
답글 0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
2011-05-09
답글 0
섭씨 130~200도(℃) 는 일반적으로 어떻게 알 수 있는지 알려주세요.
2011-05-09
답글 0
감사합니다~
2011-05-09
답글 0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빵구울때만 일어 나는 줄 알았는데 상당히 다양 한 반응이군요
2011-05-09
답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