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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투명망토 현실이 된다?
<KISTI의 과학향기> 제1202호 2010년 09월 13일
뜨거운 햇살이 수그러들고 어느덧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의 초입. 대용량 겨땀으로 인해 여름여행을 포기해야만 했던 태연이네 가족들은 가까운 산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드디어 차에 타고 출발! 오랜만의 여행으로 기분이 들뜬 아빠, 엄마와는 달리 태연은 시큰둥하다.
“여보, 태연이는 별로 신나지 않나 봐요. 어릴 땐 여행 갈 때마다 그렇게 깡충대더니, 이제 사춘기인지 뭘 해도 시큰둥하네요.”
“정말 그런가…. 예전엔 정말 귀여웠는데 말야. 토끼인형이 진짜 살아있는 줄 알고 인형 옆구리가 터졌을 때 세 시간이나 내리 울었잖아. 물론 당신이 꿰매서 살려줬지만.”
“만화랑 현실이랑 구분을 못해서, 당신이 바지 위에 팬티 입고 슈퍼맨이라고 해도 믿고, 엄마가 안드로메다에서 은하철도 999를 타고 온 외계인이라고 해도 다 믿었잖아요.”
그러나 부모님의 말에도 태연은 별 감동이 없다. 오히려 빈정댄다.
“아이고, 그러셨쎄여.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어린애 속여먹으시니까 그렇게 재밌으셨쎄여. 하지만 이제 저도 스타트렉에 나오는 ‘순간이동’이랑 해리포터의 ‘투명망토’가 불가능하다는 것쯤은 다 아는, 반항 가득한 나이가 됐다는 것도 알아두쎄여.”
“허걱! 이런~ 그럼 지금은 안 믿는다는 거야? 순간이동, 투명망토, 600만 달러의 사나이 등등은 몽땅 다 가능한 일이야!!”
“아이고, 그러셨쎄여. 근데 이젠 안 속아 넘어간다굽쇼.”
“어허, 얘가 진짜 못 믿나 보네. 자, 먼저 순간이동부터 얘기해보자. 학교에서 공부하다 말고 싹 사라져서 놀이공원에 똑 떨어질 수 있다는 바로 그 순간이동!! 방법도 아주 간단 하단다. 인체를 원자단위로 해체해서 에너지로 바꾸고, 이것을 이동시켜 다시 조립하기만 하면 돼. 물론 순간이동은 고사하고, 60㎏의 사람을 원자로 바꾸는 데만 1메가톤급 수소폭탄 1,000개에 해당하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정도의 문제점은 남아 있지.”
“뭐예요!! 어쨌든 지금은 불가능하다는 거잖아요!!”
“그런가? 하지만 가능한 것도 많아. 대표적인 것이 투명망토지. 친구 시험지 정답을 몰래 베끼거나, 스리슬쩍 떡볶이를 훔쳐 먹어도 전혀 들킬 염려가 없다는 바로 그 투명망토! 고체는 불투명한데 왜 물이나 수증기 같은 액체와 기체는 투명한 걸까? 그건 액체와 기체들은 분자들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서 빛이 그 사이를 통과할 수 있고, 고체는 원자들이 단단히 묶여 있어 빛이 통과할 수 없기 때문이야. 그러나 고체라도 특별한 경우, 즉 고온으로 가열했다가 빠르게 식히면 원자들이 떨어져서 투명해지는 경우가 있단다. 설탕가루를 녹여 만든 알사탕이 투명한 것처럼. 물론 드문 경우지만 말야.”
“헥!! 그럼 투명인간이 되려면 고열에 흐물흐물 녹아버릴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단 거예요?”
“다른 방법도 있어. 빛이나 전자파로부터 물체를 은폐시킬 수 있는 메타물질을 개발해서 빛을 다른 방향으로 굴절시키거나 완전히 흡수해 반사를 막아버리는 방법이지. 우리가 물체를 보고 인식할 수 있는 이유가 빛의 반사 때문이라는 건 너도 잘 알고 있지? 반사를 원천적으로 막아서 투명하게 만드는 기술은 최근 상당히 빠르게 개발되고 있단다.”
태연, 그제야 아빠 이야기가 솔깃해지기 시작한다.
“정말인가 보네? 정말 만화나 영화 속 이야기가 현실로 가능한 것들이 있어요?”
“물론이지! 너, 은하철도 999 좋아하지? 그 만화에 나오는, 옆으로 갸우뚱하게 기운 99.9m의 우주레일도 현실에서 재현된단다. 지지대도 없이 20도 넘게 기울어진 99.9m짜리 레일을 세우고, 210톤 무게의 기관차를 달리도록 하는 꿈같은 구조물이 일본의 한 대기업에 의해 추진되고 있어. 또 영화 ‘터미네이터’에 나온 것과 같은 ‘인공 눈’은 이미 활용 단계에 와 있단다. 사람을 인식해서 키와 몸무게 등을 분석한 다음 미리 저장돼 있던 데이터와 비교해서 그 사람의 신분을 알아낸다든가, 건물을 보면 그 안에 어떤 식당이 있고, 어떤 메뉴가 있다는 것까지 알 수 있는 첨단 눈 말이야.”
“와우! 그렇담 그 만화나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미래의 과학기술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 예상하고 있었다는 거네요?”
“그렇겠지. 텔레파시, 공간이동, 염력, 보호막 등에 관련된 이야기는 물리학 이론상으로는 얼마든지 가능하단다. 작가들은 그 이론에 상상력을 더해 예술작품을 만들고, 과학자들은 첨단 기술을 이용해 상상을 현실화시키는 거지. 어쩌면 과학의 어머니는 상상력이라고도 할 수 있을 거야.”
“대단해요. 아빠, 다시 꿈을 바꿨어요! 위대한 소설가가 되는 거죠. 버튼 하나만 누르면 손담비의 얼굴과 몸매로 싹 변신하고, 전교 1등 하는 친구의 뇌와 저의 뇌를 바꿔치기 하고, 하루 종일 게임만 해도 엄마한테 혼나지 않는 가상의 게임월드를 소설에 쓰면, 착한 과학자들이 모두 현실로 만들어 주겠죠? 아!! 너무 신난다.”
“음…. 대한민국 과학자를 대표해서 한 마디 하겠는데, 그런 상상을 현실화하느니 차라리 네 상상을 개조하는 연구를 하겠다. 요것아!”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여보, 태연이는 별로 신나지 않나 봐요. 어릴 땐 여행 갈 때마다 그렇게 깡충대더니, 이제 사춘기인지 뭘 해도 시큰둥하네요.”
“정말 그런가…. 예전엔 정말 귀여웠는데 말야. 토끼인형이 진짜 살아있는 줄 알고 인형 옆구리가 터졌을 때 세 시간이나 내리 울었잖아. 물론 당신이 꿰매서 살려줬지만.”
“만화랑 현실이랑 구분을 못해서, 당신이 바지 위에 팬티 입고 슈퍼맨이라고 해도 믿고, 엄마가 안드로메다에서 은하철도 999를 타고 온 외계인이라고 해도 다 믿었잖아요.”
그러나 부모님의 말에도 태연은 별 감동이 없다. 오히려 빈정댄다.
“아이고, 그러셨쎄여.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어린애 속여먹으시니까 그렇게 재밌으셨쎄여. 하지만 이제 저도 스타트렉에 나오는 ‘순간이동’이랑 해리포터의 ‘투명망토’가 불가능하다는 것쯤은 다 아는, 반항 가득한 나이가 됐다는 것도 알아두쎄여.”
“허걱! 이런~ 그럼 지금은 안 믿는다는 거야? 순간이동, 투명망토, 600만 달러의 사나이 등등은 몽땅 다 가능한 일이야!!”
“아이고, 그러셨쎄여. 근데 이젠 안 속아 넘어간다굽쇼.”
“어허, 얘가 진짜 못 믿나 보네. 자, 먼저 순간이동부터 얘기해보자. 학교에서 공부하다 말고 싹 사라져서 놀이공원에 똑 떨어질 수 있다는 바로 그 순간이동!! 방법도 아주 간단 하단다. 인체를 원자단위로 해체해서 에너지로 바꾸고, 이것을 이동시켜 다시 조립하기만 하면 돼. 물론 순간이동은 고사하고, 60㎏의 사람을 원자로 바꾸는 데만 1메가톤급 수소폭탄 1,000개에 해당하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정도의 문제점은 남아 있지.”
“뭐예요!! 어쨌든 지금은 불가능하다는 거잖아요!!”
“그런가? 하지만 가능한 것도 많아. 대표적인 것이 투명망토지. 친구 시험지 정답을 몰래 베끼거나, 스리슬쩍 떡볶이를 훔쳐 먹어도 전혀 들킬 염려가 없다는 바로 그 투명망토! 고체는 불투명한데 왜 물이나 수증기 같은 액체와 기체는 투명한 걸까? 그건 액체와 기체들은 분자들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서 빛이 그 사이를 통과할 수 있고, 고체는 원자들이 단단히 묶여 있어 빛이 통과할 수 없기 때문이야. 그러나 고체라도 특별한 경우, 즉 고온으로 가열했다가 빠르게 식히면 원자들이 떨어져서 투명해지는 경우가 있단다. 설탕가루를 녹여 만든 알사탕이 투명한 것처럼. 물론 드문 경우지만 말야.”
“헥!! 그럼 투명인간이 되려면 고열에 흐물흐물 녹아버릴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단 거예요?”
“다른 방법도 있어. 빛이나 전자파로부터 물체를 은폐시킬 수 있는 메타물질을 개발해서 빛을 다른 방향으로 굴절시키거나 완전히 흡수해 반사를 막아버리는 방법이지. 우리가 물체를 보고 인식할 수 있는 이유가 빛의 반사 때문이라는 건 너도 잘 알고 있지? 반사를 원천적으로 막아서 투명하게 만드는 기술은 최근 상당히 빠르게 개발되고 있단다.”
태연, 그제야 아빠 이야기가 솔깃해지기 시작한다.
“정말인가 보네? 정말 만화나 영화 속 이야기가 현실로 가능한 것들이 있어요?”
“물론이지! 너, 은하철도 999 좋아하지? 그 만화에 나오는, 옆으로 갸우뚱하게 기운 99.9m의 우주레일도 현실에서 재현된단다. 지지대도 없이 20도 넘게 기울어진 99.9m짜리 레일을 세우고, 210톤 무게의 기관차를 달리도록 하는 꿈같은 구조물이 일본의 한 대기업에 의해 추진되고 있어. 또 영화 ‘터미네이터’에 나온 것과 같은 ‘인공 눈’은 이미 활용 단계에 와 있단다. 사람을 인식해서 키와 몸무게 등을 분석한 다음 미리 저장돼 있던 데이터와 비교해서 그 사람의 신분을 알아낸다든가, 건물을 보면 그 안에 어떤 식당이 있고, 어떤 메뉴가 있다는 것까지 알 수 있는 첨단 눈 말이야.”
“와우! 그렇담 그 만화나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미래의 과학기술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 예상하고 있었다는 거네요?”
“그렇겠지. 텔레파시, 공간이동, 염력, 보호막 등에 관련된 이야기는 물리학 이론상으로는 얼마든지 가능하단다. 작가들은 그 이론에 상상력을 더해 예술작품을 만들고, 과학자들은 첨단 기술을 이용해 상상을 현실화시키는 거지. 어쩌면 과학의 어머니는 상상력이라고도 할 수 있을 거야.”
“대단해요. 아빠, 다시 꿈을 바꿨어요! 위대한 소설가가 되는 거죠. 버튼 하나만 누르면 손담비의 얼굴과 몸매로 싹 변신하고, 전교 1등 하는 친구의 뇌와 저의 뇌를 바꿔치기 하고, 하루 종일 게임만 해도 엄마한테 혼나지 않는 가상의 게임월드를 소설에 쓰면, 착한 과학자들이 모두 현실로 만들어 주겠죠? 아!! 너무 신난다.”
“음…. 대한민국 과학자를 대표해서 한 마디 하겠는데, 그런 상상을 현실화하느니 차라리 네 상상을 개조하는 연구를 하겠다. 요것아!”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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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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