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인강’ 배속으로 들으면 오히려 학습 효과 좋다?!

<KISTI의 과학향기> 제3728호   2022년 02월 28일
비단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문화 때문이 아니더라도 인터넷 강의는 정규 교육 기관에도 자리를 잡았을 만큼 대세다. 학습자 입장에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듣고 싶을 때 들을 수 있고, 무엇보다 중요한 학습 내용을 반복해서 청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또 강의를 제작하는 입장에서도 지식과 통찰이 풍부한 강의가 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남아 계속 활용할 수 있다.
 
그런데 동영상 강의에는 한 가지 특별한 점이 있다. 바로 녹화된 영상이라는 점을 이용해 원하는 배속으로 강의를 느리게 혹은 빠르게 들을 수 있다는 것. 특히 많은 학생이 1.5배속, 2배속으로 빠르게 듣기를 이용하는데, 이는 짧은 시간에 강의를 끝내 시간을 아끼게 해준다. 여기서 떠오르는 한 가지 의문점. 우리는 통상 빠르게 듣는 게 정속보다 학습 효율이 떨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정말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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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늘어나면서 동영상 강의를 듣는 것은 일상이 됐다. 그런데 많은 학생들이 시간을 아끼기 위해 동영상 강의를 정해진 속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시청한다. (출처: Shutterstock)
 
 
정속이나 2배속이나 큰 차이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강의를 배속으로 듣더라도 학습 효율은 떨어지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정속으로 듣는 것보다 더 학습이 잘 됐다! 이는 실험으로 입증됐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캘리포니아대(UCLA) 연구팀은 재미있는 실험을 계획했다. UCLA 학부생 231명을 실험 참여자로 모아 이들을 총 4개 집단으로 나눠, 15분 이내에 비디오 강의를 시청하게 했다. 하나는 로마 제국의 역사, 다른 하나는 부동산 강의였다. 각각의 네 집단은 1.5배속, 2배속, 2.5배속으로 시청했고 나머지 한 집단은 정속으로 강의를 들었다. 객관성을 위해 시청 도중에 일시 정지를 누르거나 노트에 필기하는 행위는 허용되지 않았다. 그럼 학업 성취도는 어떻게 측정했을까? 모든 학생은 시청 직후와 일주일 후 2차례에 걸쳐 객관식 질문으로 짜인 시험 문제를 풀었다.
 
그 결과는 우리 편견을 깨뜨리는 것이었다. 강의를 정속으로 듣는 것과 1.5배, 2배로 듣는 것에서 학습자의 성취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정속으로 들은 집단은 로마 제국과 부동산 질문 각각 20개, 즉, 총 40개 질문 중 평균 26개를 맞혔고, 2배속으로 들은 집단과 1.5배속으로 들은 집단은 25개를 맞혀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2.5배속으로 들은 집단은 22개를 맞혀 다소 이해력이 떨어졌다. 하지만 이것도 놀랄 만한 차이는 아니었다.
 
일주일 후에 시험에서는 각 집단에 대해 40개의 질문을 줬다. 이때 정속 집단은 평균 24개, 1.5배와 2배 집단은 평균 21개, 2.5배속으로 강의를 들은 집단은 20개를 맞혔다. 정답을 맞히는 데 있어서 강의 속도는 변화를 일으키는 대단한 변수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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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동영상 강의 속도(1배속, 1.5배속, 2배속, 2.5배속)에 따른 시험 결과. 흰색 막대는 강의 시청 직후에 본 시험, 검은색 막대는 강의 시청 후 일주일 뒤에 본 시험 결과를 나타낸다. 두 경우 모두 강의 속도에 따른 학습 효과에 큰 차이가 없었다. (출처: Applied Cognitive Psychology)
 
 
2배속을 활용하면 학습 효율성을 더 높일 수 있다
재생 속도에 따른 이해력의 차이는 크게 벌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한 가지 큰 차이가 있다. 바로 2배속으로 들으면 정속보다 시청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같은 시간에 한 번 더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 학습 효과가 달라질까? 연구팀은 이것 역시 실험했는데, 역시나 달랐다. 2배속으로 2번 들은 학생들은 더 정답을 잘 맞혔다. 단 일주일 후 시험을 봤을 때의 차이가 나타났는데, 정속으로 본 집단이 일주일 후 문제를 풀 때와 2배속으로 한 번 보고 일주일 뒤 한 번 더 2배속으로 강의를 봤을 때 2배속 집단이 더 많은 문제를 맞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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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1배속으로 한번 들었을 때(검은색 막대)와 2배속으로 두 번 들었을 때(흰색 막대)의 성취도 결과를 나타낸 그래프. 1배속으로 한번 들었을 때 학업 성취도가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됐으나, 실제 실험 결과 2배속으로 두 번 들었던 학생들이 더 많은 문제를 맞혔다(맨 오른쪽 그래프). (출처: Applied Cognitive Psychology)   
 
이 연구에서 실험 전 설문 조사 때 평소 빠른 속도로 강의를 시청한다고 답변한 학생은 85%에 달했다. 대부분의 학생이 정속으로는 인터넷 강의를 듣지 않는 것이다. 이는 아마 전 세계 학생들, 또는 뭔가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다 비슷하지 않을까. 이 연구 결과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잘못된 학습 방법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줬다. 우직하게 정속으로 공부하는 것보다는 전략적으로 하는 것이 더 낫다.
 
2배 정도 속도의 빠르기는 우리 인지 능력의 과부하를 초래하지 않는다. 효과적으로 공부하려면 학습자는 강의를 2배속으로 시청하되 2회 보는 것이 좋고 두 번째 볼 때는 시험 직전에 보는 것이 수행 능력을 높일 수 있다. 그렇기에 강의를 만들고 제공하는 사람이 고민해볼 것은 학생들로 하여금 어떻게 강의를 2번 보도록 동기를 유발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인터넷 강의의 효율성에 대한 편견을 깨주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다만 비대면 시대를 맞이해 초등학교로까지 비대면 강의가 확대된 만큼 원격 교육의 효과에 대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인터넷 강의의 학습 효율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다양하다. 강의를 정지해 놓고 필기하는 것, 자막의 유무, 강의 내용의 난이도, 동영상의 길이, 강의 교수자의 능력 등 수많은 변수들이 있다. 앞으로는 속도와 함께 이런 변수가 학습자의 학습 동기와 수행 능력에 어떤 영향을 주고 긍정적인 학습 강화를 일으키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연구해야 할 것이다.
 
 
 
글: 권오현 과학칼럼니스트/일러스트: 유진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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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환[사도 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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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2022-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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