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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 연구 상징했던 아레시보 천문대, 막을 내리다
<KISTI의 과학향기> 제3897호 2023년 09월 27일“만약 이 넓은 우주에 우리밖에 없다면 엄청난 공간 낭비겠죠.”
칼 세이건의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한 20세기의 영화 <콘택트> 속 대사다. 지구 밖 지적 생명체와의 만남을 꿈꾸는 주인공 앨리의 열망에는 20세기 중후반 외계 지적 생명체 탐사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원작자의 경험이 반영되어 있다. 영화 초반부, 아레시보 천문대의 천체물리학자로 일하는 주인공의 어깨 너머로 거대 전파망원경이 당당히 존재감을 뽐낸다.
그런 아레시보 천문대가 지난 8월 14일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 2020년 안테나 붕괴에 더해 허리케인과 지진, 팬데믹을 차례로 겪은 천문대는 원래의 위상을 되찾지 못했다. 한때 우주 연구의 첨단에 섰던 아레시보 천문대의 역사를 돌아보며 이곳에서 이루어진 대표적인 연구를 살펴보자.
‘라떼는 말이야.’ 아레시보 천문대의 화려했던 시절
푸에르토리코의 아레시보 천문대는 1963년 개관 이래 전파 천문학은 물론 행성, 대기 연구의 성지로 불려 왔다. 천문대의 핵심 장비인 거대 전파망원경은 섬 오지의 카스트르 지형에 형성된 천연 싱크홀에 설치되었다. 아래로 움푹 파인 땅에 지름 305m의 접시 모양 반사판을 설치하고, 반사판으로부터 137m 높이에 900톤짜리 안테나를 띄워 둔 구조다. 반사판 주위 세 기둥과 연결된 철제 케이블이 이 어마어마한 무게의 안테나를 고정하는 역할을 했다. 당초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은 전리층을 통과하는 미사일을 탐지할 목적으로 세워졌지만, 우주에서 오는 다종다양한 전파를 수집하는 범용 망원경으로 쓰이며 전 세계 천문학자의 유용한 도구가 되었다.
푸에르토리코의 아레시보 천문대는 1963년 개관 이래 전파 천문학은 물론 행성, 대기 연구의 성지로 불려 왔다. 천문대의 핵심 장비인 거대 전파망원경은 섬 오지의 카스트르 지형에 형성된 천연 싱크홀에 설치되었다. 아래로 움푹 파인 땅에 지름 305m의 접시 모양 반사판을 설치하고, 반사판으로부터 137m 높이에 900톤짜리 안테나를 띄워 둔 구조다. 반사판 주위 세 기둥과 연결된 철제 케이블이 이 어마어마한 무게의 안테나를 고정하는 역할을 했다. 당초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은 전리층을 통과하는 미사일을 탐지할 목적으로 세워졌지만, 우주에서 오는 다종다양한 전파를 수집하는 범용 망원경으로 쓰이며 전 세계 천문학자의 유용한 도구가 되었다.
외계 흔적은 못 찾았지만, 과학사에 중요한 족적을 남기다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은 안테나와 전파 수신기를 이용해 우주에서 발생한 전파를 포착할 수도 있고, 반대로 지구에서 우주 천체를 향해 전파를 보낼 수도 있다. 이렇게 수집한 신호로 천체를 분석하거나 지구 근처의 물체를 탐지한다. 천문대가 세워진 지 5년이 지난 1968년에 미국 천체물리학자 조셀린 벨 버넬과 앤서니 휴이시는 다른 것들과 달리 너무나 정교하고 빠른 주기로 전파를 보내는 무언가를 포착했다. 외계 지적 생명체를 향한 관심이 컸던 때인 만큼, 이 신호는 ‘외계인이 보낸 메시지’일 것이라는 기대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은 안테나와 전파 수신기를 이용해 우주에서 발생한 전파를 포착할 수도 있고, 반대로 지구에서 우주 천체를 향해 전파를 보낼 수도 있다. 이렇게 수집한 신호로 천체를 분석하거나 지구 근처의 물체를 탐지한다. 천문대가 세워진 지 5년이 지난 1968년에 미국 천체물리학자 조셀린 벨 버넬과 앤서니 휴이시는 다른 것들과 달리 너무나 정교하고 빠른 주기로 전파를 보내는 무언가를 포착했다. 외계 지적 생명체를 향한 관심이 컸던 때인 만큼, 이 신호는 ‘외계인이 보낸 메시지’일 것이라는 기대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훗날 수수께끼의 천체는 외계 생명체가 아닌 펄서(pulsar, Pulsating Radio Star)인 것으로 밝혀졌다. ‘주기적으로 신호를 보내는 별’을 뜻하는 펄서는 자전하면서 전자기파의 광선을 뿜는 중성자별을 말한다. 수명을 다한 별에서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데, 남은 물질들이 강한 중력으로 수축하면서 별을 구성하던 원자의 양성자와 전자가 중성자로 변한다. 이 중성자별이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며 엑스선과 감마선을 내뿜은 것이다.
외계 생명체가 아닌 점은 아쉽지만, 펄서는 전파천문학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펄서가 발견된 덕분에 인류는 언젠가 태양계 바깥으로 진출하는 데 필요한 ‘은하계 위치설정 체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밝혀진 펄서의 정체는 아인슈타인이 그에 몇십 년 앞서 이론적으로 예측한 중력파의 존재를 지지하는 증거이기도 했다. 지금도 천문학자들은 일반 상대성 이론을 검증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시스템으로 평가받는 블랙홀 주변 궤도의 펄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앤서니 휴이시는 펄서를 발견한 공로로 1974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미국의 또 다른 천체물리학자 조지프 테일러와 러셀 헐스도 자신들이 발견한 쌍성 펄서가 중력파를 방출하면서 궤도 에너지를 잃어 서로 가까워진다는 사실을 발견해 1993년 같은 상을 수상했다.
노후화로 무너진 아레시보 천문대, ‘느린 붕괴를 기억해’
20세기 말을 화려하게 보낸 아레시보 천문대도 세월 앞에서는 장사 없었다. 새로운 세기의 시작과 함께 차츰 지원이 줄기 시작한 것이었다. 2000년대 초, NASA는 천문대에 보내는 기금을 줄였고, 몇 년 지나지 않아 천문대의 소유주인 미국 국립과학재단(이하 NSF)이 점진적으로 시설을 폐쇄할 계획을 내기도 했다.
20세기 말을 화려하게 보낸 아레시보 천문대도 세월 앞에서는 장사 없었다. 새로운 세기의 시작과 함께 차츰 지원이 줄기 시작한 것이었다. 2000년대 초, NASA는 천문대에 보내는 기금을 줄였고, 몇 년 지나지 않아 천문대의 소유주인 미국 국립과학재단(이하 NSF)이 점진적으로 시설을 폐쇄할 계획을 내기도 했다.
2020년의 안테나 붕괴는 이처럼 변화한 환경을 반영한 결과일지 모른다. 그해 8월 10일, 안테나 구조물을 지지하는 8센티미터 두께의 강철 케이블 18개 중 하나가 끊어진 사실이 보고됐다. 3개월 뒤에는 또 하나가 끊어졌다. 천문대를 보수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NSF는 끝내 수리는 어렵다는 결정을 내렸다. 900톤의 무게를 나누어 견디던 지지대는 한 달 뒤인 12월 1일, 완전히 붕괴되고 말았다.
천문대의 주요 장비가 한 분기에 걸쳐 무너지는 동안 과학계에서 아무런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NSF는 ‘한정된 예산을 다른 최신 천문 시설에 투자해야 한다’는 권고를 인용하며 천문대를 재건하는 대신 과학 교육 기관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얼마만큼의 기금으로 어떤 자원을 활용해 천문대를 부활시킬지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다. NSF의 지원금은 연간 750만 달러 수준에서 100만~300만 달러 수준으로 줄었고, 백여 명의 전문가는 서서히 일터를 옮겼다. 8월 14일 이후에는 스무 명 남짓한 직원만이 남아 새로운 경영진을 기다린다고 한다.
천문대와 역사를 함께한 연구자들은 천문대가 이미 그 존재만으로 지역의 교육을 담당했다는 점을 짚는다. 수년 동안 푸에르토리코 전역의 학생이 아레시보로 현장 학습을 와 천문학을 배우고, 이 중 다수가 천문학자로 일해왔다는 것이다. ‘최신 시설’에 밀린 아레시보 천문대는 연구 기관으로서의 수명을 다하고 말았으나, 과학 연구의 역사와 그 역사를 함께 한 사람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흔적을 남겼다. 서기 2만 7000년의 외계인들도 머나먼 지구의 천문대를 알게 될지 모르겠다.
글: 맹미선 과학칼럼니스트/일러스트: 이명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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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잘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2023-11-20
답글 0
감사합니다.
2023-10-03
답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