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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실험이 예술품 감별에 끼치는 영향
2019년 07월 03일1
1945년 7월 16일.
미국 앨라모고도 사막에서 최초의 핵폭탄이 폭발한 이후
세계 각국은 앞 다퉈 핵실험을 자행했다.
1968년 핵확산방지조약(NPT)이 체결됐으나
이미 인류는 가공할 무기를 다수 가지게 됐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핵위협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다.
2
그런데 세상 모든 일에는 명암이 있는 법.
생각지도 못한 분야에서 핵실험의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견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뉴욕타임즈는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기사를 소개했다.
예술품 위작 판정과 방사성탄소연대측정의 상관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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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대에 개발된 방사성탄소연대측정은
수많은 과학자들의 사랑을 받는 기술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탄소화합물 속 방사선동위원소인 탄소-14(C-14)의 조성비를 측정해
그 연대를 추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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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 중 이산화탄소에는 세 가지 유형의 탄소가 존재한다.
C-12, C-13, C-14라는 이 세 원소의 비율은 항상 일정하기에
광합성, 호흡, 섭식을 통해 대기와 탄소를 주고받는 모든 생물도 마찬가지로
동일한 비율을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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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죽은 후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탄소순환이 없어져 이 원소들은 고립되고,
그중 방사성인 C-14만이 일정한 속도로 붕괴되기에
그 비율을 측정하면 연대를 알아낼 수 있는 것이다.
(반감기 약 573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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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우리는 나무, 뼈, 천 등
한때 생물이었던 모든 것의 나이를 측정할 수 있다.
이는 미술품도 마찬가지.
극소량의 캔버스 조각 등을 채취해 C-14 비율을
측정하면 제작 연대를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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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위조범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는 점.
때문에 원작과 비슷한 연대의 캔버스나 물감을
다시 사용하는 방법으로 수많은 전문가들을 농락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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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 스위스-독일-미국
공동연구진이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 것이다.
그 비결(?)은 바로 핵폭탄 실험으로 인한
탄소 14 원소의 증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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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14는 고에너지 우주선(cosmic ray)이
대기 중 질소 원자와 충돌할 때 자연적으로 생성되는데,
1900년대 중반 수차례 진행된 핵실험에서
엄청난 양의 고에너지 우주선이 방출됐다.
이는 대기 중 탄소 14의 비율을 사실상 두 배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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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1900년대 중반 이후 제작한
위작에는 그 흔적이 남을 수밖에 없다.
캔버스, 물감은 예전 것을 사용하더라도
기타 회화 재료에는 이미 늘어난 비율만큼 탄소14이
많이 존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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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사라 흔이라는 미국 작가의
위작을 판별하는 데 성공했다.
캔버스와 물감 일부를 분석한 결과
오래된 물감의 재활용을 위해 사용한 결착제(binding agent) 속
오일에서 탄소14의 과잉을 발견한 것
12
연구진의 계산 결과 해당 오일은
1983~1989년 사이의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1985년에 위작을 그렸다고 자백한 위조범의 진술과 일치하는 것이다.
참고로 원작의 연도는 1866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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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결과는 갈수록 심해지는
위작 논란에 획기적인 해결책을 제시해 준다.
200μg 미만의 시료로도 측정 가능하기에
작품 훼손도 거의 없다는 평가다.
1μg=1,000분의 1그램
14
결국 가공할 무기를 만들기 위해 시행된 핵실험이
문화유산 감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의의다.
그야말로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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