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MIT가 만든 나만의 인생 샴푸, 첨단 기술의 일상화

<KISTI의 과학향기> 제2986호   2017년 08월 09일
‘드디어 제 인생템 찾았습니다. 사용 후기 남깁니다.’ 
인터넷을 이용하다 보면 이런 글을 가끔 볼 수 있다. 인생템이란 인생 최고의 아이템을 뜻하는 신조어로 자신에게 꼭 맞는 기능을 가진 제품을 말한다. 그러나 자신에게 꼭 맞는 제품, 즉 인생템을 찾기란 참 힘들다. 새로운 제품은 매일 쏟아져 나오지만 물리적으로 모든 제품들을 사용해 보고 비교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마트에서 샴푸 하나를 사는 데도 다른 사람의 품평을 꼼꼼히 비교한 뒤에 구매하는 일이 많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추천한 제품이 자신의 인생 샴푸가 되리란 보장은 없다. 
 
간편하게 인생템 찾기, 내가 만든 나만의 샴푸
 
예전처럼 싸고 양이 많은 샴푸가 잘 팔리던 시대는 지났다. 우리의 머리카락은 매일 아침 드라이어와 고데기의 고온에 노출되고 가끔 기분을 내기 위해 염색이나 파마라도 한 뒤에는 머리카락 속 수분과 영양이 쭉쭉 빠져 흔히 말하는 ‘개털’로 변신한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두피와 모발을 함께 관리할 수 있는 기능성 샴푸들이 인기다. 그러나 시중에 출시된 샴푸는 제각각 기능과 장점이 달라 모발 상황에 따라 필요한 샴푸를 따로 구매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미국 스타트업 ‘펑션오브뷰티(Function of Beauty)’는 샴푸와 컨디셔너를 만들어 판매하는 기업이다. 메사추세츠공대(MIT)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이들이 2015년 말 창업한 회사로 만 2년도 되지 않은 신생 기업이지만 회사의 가치는 1억 1,000만 달러에 달할 정도로 잘나간다. 이토록 짧은 기간에 이 회사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나만의 인생 샴푸’를 쉽고 간편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function of beauty homepage
펑션오브뷰티 홈페이지에는 제품을 사용한 사람들의 리뷰가 4,500건이 넘어간다. 출처 : Function of Beauty
 
실제 제품을 사용한 사람들은 매우 만족스러워한다. 회사 홈페이지에는 ‘내 머리카락은 너무 많이 손상돼 아무리 좋은 샴푸를 써도 효과가 없었다. 그런데 펑션오브뷰티의 제품을 사용하고 나서부턴 머리카락이 뚝뚝 끊어지는 일이 줄어들었다’는 등의 호평을 남기고 있다. 게다가 미국에 거주하는 교민의 사용후기가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퍼지면서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 해당 제품을 써보기 위해 구매대행을 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펑션오브뷰티의 제품 제조 및 유통 방식은 일반적인 기업들과 다르다. 여러 종류의 상품을 출시해 놓고 소비자가 필요한 제품을 구매하는 고전적인 유통 방법 대신에 각각의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하나씩 만들어 개별적으로 판매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간단하다. 샴푸를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가 회사 홈페이지에서 몇 가지 질문에 답을 해주기만 하면 된다. 우선 자신의 모발이 직모인지 곱슬머리인지, 굵기는 어떠한지, 두피는 건성인지 지성인지처럼 모발 특징을 잘 나타내는 항목을 고른다. 다음으로 탈모방지, 수분공급, 유분 컨트롤, 머리카락 끝 갈라짐 방지 등 17가지 기능 중 자신에게 필요한 5가지 기능을 선택한다. 이어 샴푸와 컨디셔너의 색상과 향기를 고르고 제품 용량을 선택하면 끝이다. 얼마 뒤 자신이 주문한 상품이 택배로 배달되는데 사용 후 두피나 모발에 효과가 없을 경우 30일 이내에 재조합을 신청하면 새로 조합된 상품이 배송된다.
 
첨단기술이 바꾼 세상, 개인화에서 미래 예측까지
 
자신의 두피와 모발에 필요한 기능만 알차게 들어 있는 펑션오브뷰티의 맞춤형 샴푸. 이 제품의 생산 비결은 회사 창업주들이 직접 설계한 알고리즘 기술에 있다. 고객들이 선택한 각각의 응답은 알고리즘을 통해 완전 자동화 생산 시스템에 전해지고 컴퓨터는 이를 자동으로 배합해 소비자의 이름이 새겨진 용기에 제품을 담아낸다. 모발 특징, 기능, 색상, 향기 등을 모두 조합할 경우 12억 가지라는 다양한 종류의 샴푸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우리 같은 공학도가 아름다움을 이해하는 방식은 다릅니다. 모든 사람들이 매일 샴푸를 사용하지만 기존 뷰티업계에서는 아무리 잘 만들어도 절대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었죠. 그래서 우리는 기술을 이용했습니다. 사람에 따라 어떤 재료를 어떤 비율로 섞을지, 어떻게 생산할지를 모두 새롭게 발명했습니다.” 펑션오브뷰티의 공동창업자 자히르 도싸(Zahir Dossa)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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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션오브뷰티의 공동창업자 자히르 도싸가 직접 만든 생산장비를 확인하고 있다. 출처 : Function of Beauty
 
펑션오브뷰티의 이 같은 발상은 인더스트리 4.0의 핵심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인더스트리 4.0이란 제조업 분야의 4차 산업혁명으로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기술이다. 인더스트리 4.0의 핵심은 비즈니스 프로세스와 공장 자동화다. 이를 통해 개인 맞춤형 상품을 생산하고 쏟아지는 고객의 요구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고객의 목소리가 즉각 반영되는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해지는 세상이 열리게 된다는 말이다.
 
이 외에도 제조업 강국으로 불리는 독일에서는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인더스트리 4.0을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다. 제품 생산 공정에서부터 제품 양산에 이르기까지 IoT 기술을 활용해 고객이 불만을 제기할 수 있을 만한 오류를 분석하고 예측하며 사전에 차단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실제 독일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화학기업인 바스프는 회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 시설의 밸브나 펌프의 오류를 IoT 기술로 사전에 예측해 공급업체가 적시에 부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나만의 인생템을 찾는 일에서부터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오류를 분석하고 예측해 사전에 차단하는 것까지 가능해진 현재. 미래에는 첨단 과학기술이 인류에 얼마나 커다란 변화를 가져다줄 것인지 궁금하다.
 

글 : 이홍빈 기자 / 일러스트 : 유진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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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리아
  • 평점   별 5점

대머리는 효과없음~ ㅎ

2017-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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