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개도 안걸리는 여름감기

<KISTI의 과학향기> 제159호   2004년 07월 16일
‘오뉴월 감기는 개도 안 앓는다’는 속담이 ‘오뉴월 감기는 개라도 못 피한다’고 고쳐져야 할 세태다. 미용을 이유로 털을 짧게 깎는 애완견들이 에어컨이 켜진 실내에서 체온 조절을 못해 감기에 걸리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사람이라고 다를 리 없다. 에어컨 켜진 시원한 실내에서만 생활한다면 여름 감기에 걸릴 위험이 높다.심한 일교차, 더위로 인한 면역력 저하 등 전형적인 여름 감기의 원인도 여전하지만 급증하는 여름 감기의 주범은 역시 에어컨이다. 보통 감기는 바이러스가 기관지에 염증을 일으키면서 생기는 호흡기 질환이다. 하지만 여름 감기는 바이러스 보다는 급격한 체온 변화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에어컨을 켜두면 신체가 지나치게 낮은 실내 온도와 바깥 온도와의 차이에 적응하지 못해 감기에 걸리는 것이다. 열대야로 인한 수면 장애와 영양 결핍으로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라면 더욱 실내 외 온도차에 적응하기 힘들다.



에어컨이 감기를 유발하는 또 다른 원인은 습도다. 에어컨은 공기 속 물방울을 응축, 증발시켜 공기를 차고 건조하게 만든다. 에어컨을 통해 만들어진 이 건조한 공기는 코의 점막을 마르게 한다. 코의 점막에는 먼지 같은 불순물을 걸러내고 냄새를 맡는 섬모 기능이 있는데 건조해지면 이런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해 감기에 걸리기 쉽다. 특히 외부와 실내 기온차가 8℃가 되면 코가 헐거나 점막이 부어 코피가 날 수도 있다. 장마철에는 기온이 높지 않아도 습기를 제거하기 위해 에어컨을 트는 일이 많은데, 이때 낮은 온도와 건조한 공기 때문에 여름 감기 환자가 많이 생긴다. 따라서 에어컨을 틀 때는 실내 온도는 물론 습도도 신경을 써야 한다. 온도차는 5℃, 실내 습도는 40~50%을 넘지 않는 것이 좋다.



머리가 어찔하고 몸에 기운이 없거나 맑은 콧물과 재채기가 난다면 냉방기로 인한 여름 감기를 의심해봐야 한다. 실내 외 온도차가 크면 인체의 자율 신경계에 이상이 생기고 피부 혈관이 수축해 혈액 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어지럼증이 생기게 된다. 두통·식욕감퇴·미열·가벼운 기침 등이 여름 감기의 증세다. 환절기, 겨울철 감기에 비해 기침·가래는 덜하지만 열이 오르면 배탈, 설사 등 소화기 질환으로 이어지기 쉽다. 특히 고열과 설사가 동반될 경우 탈수 증세를 보일 수 있다. 감기 증상이 10일 이상 계속 되어도 낫지 않으면 중이염, 축농증으로 발전하거나 폐렴에 걸릴 수 있으니 가볍게 보지 말고 의사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어린이와 여성은 특히 에어컨을 조심해야 한다. 냉기는 밑으로 내려가기 때문에 키가 작은 어린이는 어른보다 찬 공기에 노출될 가능성이 많다. 여성의 경우 몸이 차가워져 생리통이 심해질 수 있으므로 체온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여름 감기를 예방하려면 ‘감기에 잠이 보약이다’, ‘감기는 밥상 머리에 내려 앉는다’는 옛 속담을 새겨야 한다. 충분한 휴식과 영양 공급만한 약이 없다. 기온이 오르면 우리 몸은 체온 상승을 막기 위해 열기를 피부 쪽으로 몰아 오히려 몸이 차가워진다. 그러니 더위를 피한다고 찬 음식과 바람을 쐬기 보다는 ‘이열치열’, 즉 더운 음식으로 기운을 북돋아줘야 한다.

에어컨이 가동중인 실내에서는 수시로 따뜻한 물을 마셔 수분을 섭취하고 과일, 채소 등을 자주 먹는 것이 좋다. 적절한 온도와 환기는 여름 건강의 필수 사항이다. 대형 건물의 중앙 냉방 장치에서 생기는 레지오넬라균은 목숨을 앗아가는 경우도 있으므로 필터 청소 등 에어컨 청결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글 : 과학향기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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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란
  • 평점   별 5점

에너지절약과 건강을 위해 냉난방기의 적정온도를 유지해야겠네요.

2009-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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