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걸리버의 하늘을 나는 섬 - 라퓨타는 존재할까?

<KISTI의 과학향기> 제140호   2004년 06월 02일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천공의 섬 라퓨타>를 보면 반중력석(反重力石)의 힘에 의해 하늘에 떠 있는 거대한 섬이 나온다.

정말 반중력석이라는것이 있어 중력의 힘을 거스를 수 있다면 그 활용도는 무궁무진 할 것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라퓨타란 원래 조나단 스위프트의 소설 <걸리버 여행기(1726)>에 나오는 하늘의 도시인데, 원래 이 작품은 통렬한 사회비판과 풍자로 유명하지만 사실은 상당한 과학적 상상력이 곳곳에 구사되어 있기도 하다. 라퓨타를 통해 반중력의 개념을 제시했는가 하면 화성의 달이 둘이라는 사실을 예측하기도 했고, 또 정교하게 묘사된 자동계산기는 컴퓨터의 원형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이런 점들에 의해 <걸리버 여행기>는 SF문학의 한 시조로 일컬어지고 있는데, 근대 과학이 태동하기 전인 18세기 전반에 이만큼의 과학적 상상력을 펼쳐 보인 것은 실로 대단한 일이다.



스위프트의 상상력 중에 지금도 여전히 상상의 영역으로 남아있는 것이 바로 반중력이다. 과연 반중력은 존재할까? 라퓨타같은 공중도시가 미래에는 등장하게 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쉽지만 반중력은 아직 이론적으로만 존재하는 개념일 뿐이다. 우리가 주변에서 접하는 여러 가지 반중력적인 현상들은 실제로는 반중력이 아닌 것이다.



흔히 반중력과 가장 유사한 형태의 현상은 우주에서의 무중력 상태인데 이것도 엄밀히 말하면 무중력이라 말할 수 없다. 지구의 중력은 거리가 멀어질수록 급속히 줄어들지만 그렇다고 0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중력이란 말은 정확히 미소중력(Microgravity) 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엄밀히 따지면 지구 둘레를 도는 모든 우주선은 무중력 상태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이 미소중력의 방향으로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우주선이 미소중력의 영향을 받으면서 일정 궤도를 유지하는 것은 어떻게 가능할까? 이 문제는 다음과 같은 예를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우리가 돌을 손에 들고 있다가 놓으면 그대로 땅에 떨어진다. 물론 중력 때문이다. 다음엔 돌을 던져보자. 이번엔 그 자리에서 밑으로 떨어지지 않고 앞으로 좀 날아가다가 결국은 떨어진다. 힘껏 던질수록 날아가는 거리는 늘어나겠지만 결국 중력을 거스르지 못하고 땅으로 떨어지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 돌을 총이나 대포 같은 것으로 쏘면, 즉 힘을 주어서 그만큼 가속도를 붙이면 날아가는 거리가 점점 늘어나다가 이윽고 지구를 한 바퀴 돌게 된다. 바로 이것이 지구 둘레를 도는 공전 궤도인 것이다. 즉, 공전궤도에 있는 우주선은 사실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무중력이나 반중력 상태에서 궤도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지구의 중력에 영향을 받고 있는셈이다.



반중력과 비슷한 현상 중 하나로 초전도체를 이용한 자기부상열차 등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도 무중력과 마찬가지로 반중력과는 그다지 관계가 없다. 초전도체 위에서 둥둥 떠 있는 자석은 분명히 반중력을 연상하게 하지만, 이것은 초전도체에서만 일어나는 마이스너효과(Meissner Effect)에 의한 것이다.



초전도체는 초전도성이라는 특성을 갖는데 초전도성이란 저항이 전혀 없이 전류가 흐르는 현상을 말하며, 영하 100도 이하의 초저온에서만 일부 금속 및 합성된 도체물질에서 나타나는 성질이다. 그리고 초전도체는 자기장을 완벽하게 밀어내는 특성도 갖고 있으며, 바로 이 때문에 자석이 초전도체 위에서 둥둥 떠 있는 것이다. 이런 사실은 1933년에 마이스너와 옥센펠트에 의해 처음 발견된 뒤, 최초 발견자의 이름을 따서 마이스너효과라고 부른다. 이것은 초전도체가 강력한 자석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장 그 자체를 초전도체 밖으로 밀어내는 현상이다. 즉 초전도체 자체에는 전혀 자기장이 형성되지 않는다.



초전도현상과 마이스너효과가 왜 일어나는지는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으며, 다만 학자들마다 양자역학 수준의 난해한 이론들을 제시하고 있는 형편이다. 아무튼 저온에서만 일어나는 초전도현상을 만일 실온에서 실현시킬 수 있다면, 과학기술 및 산업 전반에 걸쳐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전력의 손실이 없기 때문에 발전소를 아무리 먼 곳에 지어도 전기를 그대로 끌어올 수 있고, 또 쾌적하고 소음도 없는 자기부상열차도 가능하다. 그리고 초전도현상의 비밀 안에는 어쩌면 반중력의 실마리도 들어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저명한 미래학자이자 SF작가인 아서 클라크는 21세기 중반이면 반중력의 실마리가 발견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반중력의 응용범위는 실로 엄청나기 때문에, 이 분야의 연구는 실로 인류 문명 차원의 프로젝트가 될 자격이 있다.



천문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존재하는 물질의 대부분(약 96%)은 아직 정체를 알 수 없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라고 한다. 이들은 우리가 아는 중력과는 다른 미지의 힘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중력의 실마리 역시 미지의 세계인 이 암흑의 영역에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글 : 박상준 - 과학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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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란
  • 평점   별 5점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기사 잘 보았어요

2009-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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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주
  • 평점   별 4점

암흑에너지가 무엇인가요?

2004-06-15

답글 0

박종하
  • 평점   별 5점

평소 관심이 있는 분야입니다. 계속해서 반중력에 대한 글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2004-06-02

답글 0

정현우
  • 평점   별 5점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라퓨타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라퓨타는 좀 다릅니다. 스위프트의 라퓨타는 큰 자석에 의해 움직인다고 되어있습니다. 소설에 따르면 라퓨타 안에는 큰 자석이 있고 레버로 조종한다고 되어있습니다. 따라서 라퓨타가 움직이려면 땅에도 자석이 있어야 하는데, 특히 큰 자력을 띠는 땅이 있어서 그 자력이 존재하는 범위 내에서만 라퓨타가 이동할 수 있다고 되어있어 반중력석(비행석)으로 움직이는 하야오의 라퓨타와는 좀 다르므로 반중력석의 아이디어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아이디어라고 해야 맞을 것 같습니다.

2004-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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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설아
  • 평점   별 3점

초전도 현상과 '마이스너효과'의 기본 원리는 저온(영하 200도 이하)에서는 BCS 이론 (Bardeen-Cooper-Shrieffer Theory, 세 저자의 이름을 땀)라는 이론에 의하여 이미 1950년대에 규명되었습니다.

전자 두 개가 서로 쌍을 이루어서 행동하는 전자쌍둥이(Cooper pair)가 존재하여 초전도 현상을 일으킨다는 이 이론으로 바딘, 쿠퍼, 슈리퍼가 1972년도에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지요.

그러나 고온(영하 200도 이상)에서의 초전도 현상은 저온초전도체의 기본원리인 BCS 이론과 많이 달라서 이론적인 연구가 계속 진행 중 입니다.

2004-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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