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향기 Story
- 스토리
스토리
공명으로 빌딩이 무너진다?
<KISTI의 과학향기> 제275호 2005년 04월 13일
태풍에도 견딜 정도로 튼튼한 다리가 산들바람에 무너질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 실제로 1940년 11월7일 미국 워싱턴 주 타코마 해협(Tacoma Narrows)에 놓인 다리가 ‘어이없는’ 바람에 무너진 적이 있다. 아름다운 항구였던 타코마 항에, 당시만 해도 신공법이었던 현수교(Suspension Bridge)로 건설된 이 다리가 탄생했을 때 사람들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라고 격찬했었다.미국 현대 엔지니어링 기술의 자존심을 건 건축물이었던 만큼, 타코마교는 원래 시속 190km 속도의 초 강풍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그런데 완공 석 달 만에 ‘산들바람’으로 볼 수 있는 시속 70km 바람에 거대한 철 구조물이 맥없이 무너져 내린 것이다. 당시 워싱턴 대학의 파퀴하슨 교수가 다리의 상태를 점검하면서 촬영을 하고 있었는데 오전 10시경부터는 그의 눈앞에 불가사의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길이가 840m인 타코마교가 가운데를 중심으로 꽈배기와 같이 좌우로 비틀리기 시작하더니, 한 시간쯤 뒤부터 중앙부터 부서지기 시작해 몇 분 후 다리의 가운데의 대부분이 파괴되고 말았다. 다리를 붕괴시키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바람에 거대한 철 구조물이 엿가락처럼 휘어 무너져내린 사실에 토목 기술자들은 경악했다. 어찌된 영문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리가 무너진 것은 강풍 때문이 아니었다.
놀이터에 있는 그네타기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아무리 높이 흔들리던 그네도 외부에서 힘을 가하지 않거나, 반대 방향으로 힘을 실어주게 되면 그네는 멈추게 된다. 이 그네를 밀어줄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네가 충분히 뒤로 와서 멈춘 순간 밀어주는 것이다. 이런 행동을 계속해서 하다 보면 큰 힘을 들이지도 않았는데 그네는 어느덧 매우 높은 곳까지 밀려 올라가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강철이나, 콘크리트 등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체들은 저마다 고유의 흔들림(진동)을 갖고 있는데, 이것이 그네를 미는 것과 비슷한 특성이 있다. 학창시절 소리굽쇠 실험을 한 것을 기억할 것이다. 같은 진동수를 갖는 한 쌍의 소리굽쇠와 다른 진동수를 갖는 소리굽쇠 하나를 준비한 다음 소리굽쇠를 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소리굽쇠는 고유 진동수로 진동하기 시작하고 이 진동은 공기를 통해 전파되면서 다른 소리굽쇠를 강제로 진동 시킨다. 재미있는 것은 이때 같은 진동수를 가진 소리굽쇠는 진동하지만 다른 진동수를 가진 소리굽쇠는 진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쌍인 소리굽쇠의 하나를 계속 치면 다른 하나의 소리굽쇠는 진폭이 커지는 데, 이러한 현상을 공명이라고 부른다.
타코마교 붕괴에서도 이런 원리가 적용됐던 것이다.
양쪽 교각에 연결한 케이블에 다리가 매달려 있는 현수교였던 이 다리는, 바람이 불 때마다 약간의 진동이 생겼는데, 이 진동이 다리 자체가 지니고 있는 고유한 진동과 일치해서 더욱 다리를 진동하게 만들었고 결국 파괴되어 무너져 내렸던 것이다. 즉 바람의 세기가 아니라 공명(공진)현상 때문에, 다리가 붕괴한 것이다. 그렇다고 한강을 건널 때 공명 때문에 다리가 무너질까 고민할 필요는 없다. 이 사건을 계기로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를 비롯한 현수교에 대한 대대적인 보수 작업이 이루어져서 바람에 무너져 내리지 않도록 보완됐기 때문이다. 요즘 건설하는 다리는 아예 설계 단계에서부터 철저한 보완이 이뤄지고 있다.
사실 이러한 공명의 원리는 우리 생활 깊숙한 곳으로 들어와 매우 유익하게 이용된다.
음식을 데우거나 요리하는데 필수품이 되어버린 전자 레인지도 공명 현상을 이용한 예이다. 전자 레인지는 파장이 약 1.2㎝인 마이크로파를 방출한다. 이 마이크로파에 의해 음식물 속의 물 분자가 공명 현상에 의해 맹렬히 진동하면서 열에너지를 만들어내, 음식물의 온도를 높이면서 데워지거나 조리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수분이 부족한 음식은 전자레인지로 데우거나 조리할 수 없는 것은 공명시킬 물 분자가 적기 때문이다.
좀 복잡하긴 하지만 병원에서 많이 쓰는 자기공명단층촬영 장치(MRI) 역시 이러한 공명현상을 활용한 것이다. X선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인체의 단면을 선명하게 사진 찍는 MRI의 기본 원리는 인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물(H2O)을 공명 시키는 것이다. 즉 신체 검사를 하고 있는 사람의 몸에 자기장을 걸어주면 몸 안에 있는 수소 원자는 공명 현상에 의해 외부의 전자기파로부터 특정 진동수의 에너지를 흡수한다. 흡수된 에너지가 다시 낮은 상태로 될 때까지의 시간은 질병을 가진 세포에 따라서 다른데, 이 차이를 측정해서 우리 몸 내부의 질병여부를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산들바람에 튼튼한 다리를 무너지게 하는 무서운 공명현상이지만, 원리를 알고 나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전자기기나 의료기기 등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는 것이 바로 과학기술의 매력이다. (글: 유상연 - 과학칼럼니스트)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 실제로 1940년 11월7일 미국 워싱턴 주 타코마 해협(Tacoma Narrows)에 놓인 다리가 ‘어이없는’ 바람에 무너진 적이 있다. 아름다운 항구였던 타코마 항에, 당시만 해도 신공법이었던 현수교(Suspension Bridge)로 건설된 이 다리가 탄생했을 때 사람들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라고 격찬했었다.미국 현대 엔지니어링 기술의 자존심을 건 건축물이었던 만큼, 타코마교는 원래 시속 190km 속도의 초 강풍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그런데 완공 석 달 만에 ‘산들바람’으로 볼 수 있는 시속 70km 바람에 거대한 철 구조물이 맥없이 무너져 내린 것이다. 당시 워싱턴 대학의 파퀴하슨 교수가 다리의 상태를 점검하면서 촬영을 하고 있었는데 오전 10시경부터는 그의 눈앞에 불가사의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길이가 840m인 타코마교가 가운데를 중심으로 꽈배기와 같이 좌우로 비틀리기 시작하더니, 한 시간쯤 뒤부터 중앙부터 부서지기 시작해 몇 분 후 다리의 가운데의 대부분이 파괴되고 말았다. 다리를 붕괴시키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바람에 거대한 철 구조물이 엿가락처럼 휘어 무너져내린 사실에 토목 기술자들은 경악했다. 어찌된 영문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리가 무너진 것은 강풍 때문이 아니었다.
놀이터에 있는 그네타기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아무리 높이 흔들리던 그네도 외부에서 힘을 가하지 않거나, 반대 방향으로 힘을 실어주게 되면 그네는 멈추게 된다. 이 그네를 밀어줄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네가 충분히 뒤로 와서 멈춘 순간 밀어주는 것이다. 이런 행동을 계속해서 하다 보면 큰 힘을 들이지도 않았는데 그네는 어느덧 매우 높은 곳까지 밀려 올라가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강철이나, 콘크리트 등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체들은 저마다 고유의 흔들림(진동)을 갖고 있는데, 이것이 그네를 미는 것과 비슷한 특성이 있다. 학창시절 소리굽쇠 실험을 한 것을 기억할 것이다. 같은 진동수를 갖는 한 쌍의 소리굽쇠와 다른 진동수를 갖는 소리굽쇠 하나를 준비한 다음 소리굽쇠를 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소리굽쇠는 고유 진동수로 진동하기 시작하고 이 진동은 공기를 통해 전파되면서 다른 소리굽쇠를 강제로 진동 시킨다. 재미있는 것은 이때 같은 진동수를 가진 소리굽쇠는 진동하지만 다른 진동수를 가진 소리굽쇠는 진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쌍인 소리굽쇠의 하나를 계속 치면 다른 하나의 소리굽쇠는 진폭이 커지는 데, 이러한 현상을 공명이라고 부른다.
타코마교 붕괴에서도 이런 원리가 적용됐던 것이다.
양쪽 교각에 연결한 케이블에 다리가 매달려 있는 현수교였던 이 다리는, 바람이 불 때마다 약간의 진동이 생겼는데, 이 진동이 다리 자체가 지니고 있는 고유한 진동과 일치해서 더욱 다리를 진동하게 만들었고 결국 파괴되어 무너져 내렸던 것이다. 즉 바람의 세기가 아니라 공명(공진)현상 때문에, 다리가 붕괴한 것이다. 그렇다고 한강을 건널 때 공명 때문에 다리가 무너질까 고민할 필요는 없다. 이 사건을 계기로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를 비롯한 현수교에 대한 대대적인 보수 작업이 이루어져서 바람에 무너져 내리지 않도록 보완됐기 때문이다. 요즘 건설하는 다리는 아예 설계 단계에서부터 철저한 보완이 이뤄지고 있다.
사실 이러한 공명의 원리는 우리 생활 깊숙한 곳으로 들어와 매우 유익하게 이용된다.
음식을 데우거나 요리하는데 필수품이 되어버린 전자 레인지도 공명 현상을 이용한 예이다. 전자 레인지는 파장이 약 1.2㎝인 마이크로파를 방출한다. 이 마이크로파에 의해 음식물 속의 물 분자가 공명 현상에 의해 맹렬히 진동하면서 열에너지를 만들어내, 음식물의 온도를 높이면서 데워지거나 조리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수분이 부족한 음식은 전자레인지로 데우거나 조리할 수 없는 것은 공명시킬 물 분자가 적기 때문이다.
좀 복잡하긴 하지만 병원에서 많이 쓰는 자기공명단층촬영 장치(MRI) 역시 이러한 공명현상을 활용한 것이다. X선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인체의 단면을 선명하게 사진 찍는 MRI의 기본 원리는 인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물(H2O)을 공명 시키는 것이다. 즉 신체 검사를 하고 있는 사람의 몸에 자기장을 걸어주면 몸 안에 있는 수소 원자는 공명 현상에 의해 외부의 전자기파로부터 특정 진동수의 에너지를 흡수한다. 흡수된 에너지가 다시 낮은 상태로 될 때까지의 시간은 질병을 가진 세포에 따라서 다른데, 이 차이를 측정해서 우리 몸 내부의 질병여부를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산들바람에 튼튼한 다리를 무너지게 하는 무서운 공명현상이지만, 원리를 알고 나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전자기기나 의료기기 등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는 것이 바로 과학기술의 매력이다. (글: 유상연 - 과학칼럼니스트)

추천 콘텐츠
인기 스토리
-
- 저주파 자극기, 계속 써도 괜찮을까?
- 최근 목이나 어깨, 허리 등에 부착해 사용하는 저주파 자극기가 인기다. 물리치료실이 아니라 가정에서 손쉽게 쓸 수 있도록 작고 가벼울 뿐만 아니라 배터리 충전으로 반나절 넘게 작동한다. 게다가 가격도 저렴하다. SNS를 타고 효과가 좋다는 입소문을 퍼지면서 판매량도 늘고 있다. 저주파 자극기는 전기근육자극(Electrical Muscle Stimu...
-
- 우리 얼굴에 벌레가 산다? 모낭충의 비밀스러운 삶
- 썩 유쾌한 얘기는 아니지만, 우리 피부에는 세균 같은 각종 미생물 외에도 작은 진드기가 살고 있다. 바로 모낭충이다. 모낭충은 인간의 피부에 살면서 번식하고, 세대를 이어 간다. 태어난 지 며칠 되지 않은 신생아를 제외한 거의 모든 사람의 피부에 모낭충이 산다. 인간의 피부에 사는 모낭충은 크게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주로 얼굴의 모낭에 사는...
-
- [과학향기 Story] 차 한 잔에 중금속이 줄었다? 찻잎의 숨겨진 능력!
- 하루하루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은 잠을 깨우기 위해 커피를 마신다. 이에 커피 소비량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커피의 소비량은 ‘차(茶)’의 소비량을 뛰어넘지 못했다. 이는 많은 국가에서 차를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카페인 외에도 다양한 성분이 함유돼 있어, 건강을 목적으로 섭취하는 사람들도 다수 존재한다. ...
이 주제의 다른 글
- [과학향기Story] 칠흑같이 깜깜한 우주…그래서 얼마나 어두운데?
- [과학향기 for Kids] 촉각으로 더 생생해지는 가상현실 세계
- [과학향기 Story] 스페이스X 스타십, 집으로 돌아와 주차까지 완료!
- [과학향기 Story] 계단 오르고 장애물 넘는다?… 자유자재로 변하는 모핑 휠 등장
- [과학향기 for Kids] 수력 엘리베이터로 피라미드를 건설했다고?
- [과학향기 Story] 강의실 천장이 높으면 시험을 망친다?
- [과학향기 for Kids] 하늘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커튼 ‘오로라’
- 2022-2023, ‘양자 개념’이 노벨상 연속으로 차지했다? 양자 연구 톺아보기
- 달 남극 정복하려는 주요국들의 단두대 매치, 목적과 현황은?
- 36초 남은 마라톤 ‘2시간의 벽’, 과학이 도와줄 수 있을까?
아주 유익합니다
2021-06-05
답글 0
공명현상에 대해 잘 알고 갑니다. ^^
2009-04-07
답글 0
너무 재밌네요!!! 신기 신기~ 옛날 것 훑어보다가... 건졌네요!
2008-07-09
답글 0
와류 때문이기도 하며 공명 때문이기도 합니다.
제가 아는 지식의 범위에서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바람이 뭉툭한 물체를 지나갈 경우 물체 뒤에는 와류가 발생합니다.
바람이 일정 속도 이상일 경우 이 와류는 하류 방향으로 떨어져 나가게 됩니다.
이러한 와류의 떨어짐 (Vortex shedding)은 일정한 주파수를 가지고 발생하게 되며
이는 구조물에 일정한 주파수로 힘을 가하는 것과 같게 됩니다.
이 주파수가 물체가 가지는 고유진동수와 일치할 경우 공명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2005-04-14
답글 0
애독자님 안녕하세요? 과학향기입니다.
먼저 매끄럽지 못한 문장으로 심려를 끼쳐드린 점 먼저 사과드립니다.
의견 주신 대로 수정하였습니다. 보다 정확한 과학정보가 될 수 있도록 작은 글자 하나에도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과학향기 더욱 관심 가져주시고, 더 많이 사랑해주세요.
따뜻하고 행복한 하루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과학의 숲을 보는 즐거움
Kisti의 과학향기
2005-04-13
답글 0
타코마교 공명에 의한 진동때문에 붕괴된 것 맞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활용해보세요.
2005-04-13
답글 0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이 다리 무너지는 장면이 나오는 걸 본 적이 있는데 거기서는 공명 이야기는 안 하고 다리 양 옆에 수직으로 세운 벽 때문에 생긴 와류가 원인 인 것으로 나온 것 같습니다. 공명 때문에 그랬다는 것은 좀 설득력이...
2005-04-13
답글 0
"그런데 완공 석 달 만에 ‘산들바람’으로 볼 수 있는 시속 70km 정도의 거대한 철 구조물이 맥없이 무너져 내린 것이다."--문장이 이상한데요. '70km정도의 바람에 거대한 철 구조물이 . . . '에서 '바람에'가 빠진 것 같네요.
2005-04-13
답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