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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Story] 3월부터 홈런 폭발…원인은 공일까, 배트일까?
<KISTI의 과학향기> 제3042호 2026년 04월 27일많은 스포츠 팬이 손꼽아 기다리던 야구 시즌이 시작됐다. 2026년 KBO리그는 3월 중순 약 2주간 진행된 시범경기 동안 약 44만 명이 입장해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을 경신했다. 개막전이 열린 3월 28일에는 전국 각지의 경기가 매진되면서 야구에 대한 높은 관심이 증명되었다.
올해 시즌 개막에 앞서 한 가지 화젯거리가 있다면 바로 ‘어뢰 배트(torpedo bat)’다. 작년(2025년) 미국 메이저리그의 뉴욕 양키스 선수들이 이 낯선 이름의 배트로 한 경기에 홈런 아홉 개를 터뜨리며 어뢰 배트의 과학적 원리와 효과에 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일 년 뒤 곧장 국내 리그에 도입된 어뢰 배트는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한편, 최근에는 올해 시범경기 동안 유독 많았던 홈런 수를 둘러싸고 공의 이동에 관한 새로운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어뢰 배트와 달라진 공은 홈런 수 증가와 어떻게 관련될까? 물리학과 스포츠 과학의 관점에서 접근해 보자.
가운데가 불룩한 배트의 비밀
어뢰 배트는 그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가운데가 통통한 수중형 미사일을 닮았다. 우리에게 익숙한 전통적인 배트는 손잡이 부분이 가늘고 끝으로 갈수록 굵어지는 모양이다. 어뢰 배트는 가장 굵은 부분이 배트의 가운데에 있는데, 그로 인해 배트의 무게 중심이 타자의 손에 더 가까워지게 된다. 어뢰 배트를 개발한 에런 린하트 마이애미 말린스 필드 코디네이터는 뉴욕 양키스의 타격 분석가로 있는 동안 배트 표면상 공이 가장 잘 닿는 부분이 손잡이 쪽에 가깝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러한 데이터에 근거해 운동역학적으로 스윙의 효과가 가장 극대화된 배트상의 지점인 ‘스위트 스폿’을 조정하려 했다.
배트의 모양이 바뀌며 무게 중심이 기존보다 아래쪽으로 이동한 것.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의 효과가 선수들이 배트를 사용해 공을 더 잘 맞히게 된 것, 곧 타율 향상에 있다고 설명한다. 야구 배트를 타자가 물체 끝을 잡고 회전 운동을 하는 도구로 보자. 회전 운동에서는 무게 중심이 손에 가까울수록 회전하기가 쉽다. 회전 속도의 변화를 방해하는 물리학적 성질인 ‘관성 모멘트’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새로운 배트가 시너지를 낸다면
어뢰 배트는 배트의 무거운 부분을 타자의 손 가까이 당겨와 관성 모멘트를 줄이고, 그 결과 같은 힘으로 배트를 더 쉽게 휘두르도록 한다. 타자는 0.1초도 되지 않는 짧은 순간에 공의 궤적과 구질을 파악해 스윙 여부를 결정한다. 로이드 스미스 워싱턴주립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는 배트를 빠르게 돌릴 수 있게 된 타자가 공을 더 오래 확인하면서 더 정확한 타격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어뢰 배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뉴욕 양키스는 2025년 시즌 개막 4경기 만에 홈런 18개를 날리고, 구단 역사 최초로 한 경기만에 홈런 9개를 날리는 성과를 냈다. 유력 타격수들이 새로운 배트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국내 야구팀 다수는 스프링캠프 동안 실전성 검토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어뢰 배트가 타점을 위한 만능열쇠는 아니다. 대표적으로 스윙 파워가 강점인 거포 스타일의 타자들에게는 적은 힘으로 움직이는 배트가 맞지 않는다. 관성 모멘트가 줄어들면서 배트가 공에 실어주는 힘까지 줄어들기 때문이다. 배트 컨트롤이 강점인 어뢰 배트는 밀어치기가 강점이거나, 타격 타이밍 보완이 필요한 타자들에게 유용한 무기가 되리라는 예측이다.
공이 달라지지 않은 대신
과학적으로 개선된 도구가 모든 선수에게 같은 효과를 내지는 않는다. 또한 더 좋은 경기 결과가 항상 개선된 도구와 관련된 것도 아니다. 이는 최근 시범경기에서 불거진 공식 야구공(공인구)에 관한 논쟁과 연결된다.
올해 시범경기에서 경기당 홈런이 전년도 대비 55% 증가하면서, 특히 홈런타자가 아닌 선수들의 홈런이 나오면서 사람들은 선수의 실력 향상을 확인하기에 앞서 공인구의 반발계수가 적합한지를 문제 삼았다. 반발계수란 두 물체가 충돌한 뒤 상태 속도의 비율을 나타낸 값으로, 이 수치가 1에 가까울수록 충돌 후에도 속도가 거의 줄지 않는다. 야구공의 경우 반발계수가 조금만 커져도 타구가 훨씬 멀리 날아가게 된다.
한 시즌의 공인구가 탱탱볼처럼 탄력 있다면 경기마다 타점이 터져 즐겁겠지만, 결국 선수의 실력보다 공의 성능 덕분이라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다행히도 한국야구위원회가 무작위로 수거한 공인구를 검증한 결과, 반발계수 평균은 공인 기준에 드는 것은 물론 오히려 지난해보다 줄어든 것으로 확인되었다. 어뢰 배트의 경쟁력이 타자가 이미 가진 능력을 더 잘 발휘하도록 돕는 데 있듯이, 하나하나의 홈런에는 배트 설계, 공의 탄성, 타자의 힘과 타격 타이밍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한 차례 타격 실력을 뽐낸 선수들이 어뢰 배트라는 새로운 무기와 함께 어떤 결과를 보여 줄지, 올해의 야구장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용어 풀이]
1) 스위트 스폿 : 야구 배트, 골프 클럽, 테니스 라켓 등으로 공을 쳤을 때 가장 적은 힘으로 가장 멀리, 빠르고 정확하게 보낼 수 있는 최적의 타격 지점을 뜻한다.
2) 관성 모멘트 : 물체가 자신의 회전운동을 유지하려는 정도를 나타내는 물리량
[참고자료]
▶ The pros and cons of using a 'Torpedo' bat (https://www.mlb.com/news/torpedo-bats-pros-cons-in-mlb)
글 : 맹미선 과학칼럼니스트, 일러스트 : 이명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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