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과학향기 Story] 내 인생은 어떻게 흘러갈까? AI가 점쳐준다

<KISTI의 과학향기> 제3023호   2024년 01월 08일
새해가 되면 사주나 타로, 신점, 토정비결 등 신년 운세를 보는 사람들이 많다. 예전에는 사주 카페나 점집을 직접 찾아가곤 했다. 그런데 IT 기술이 발전한 요즘에는 인터넷과 전화, 모바일 앱 등을 이용해 한해의 운을 점치는 경우도 많아졌다. 

2022년부터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운세 앱이 등장하고 있다. 운세 앱 ‘점신’은 AI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운세 정보를 제공한다. 모바일 운세 서비스 ‘포스텔러’ 역시 사주의 다양한 값들을 수치화해 자체 개발한 사주 분석 시스템 ‘FAS(Fortune Analysis System)’를 통해 정통사주와 토정비결, 타로, 별자리, 해몽 등 다양한 운세 콘텐츠를 1,500개 이상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과학자들도 이런 AI 모델을 개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덴마크 공대와 코펜하겐대 공동연구팀은 지금까지 살아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남은 수명과 성격 등 인간의 일생을 예측할 수 있는 AI 모델 ‘라이프 투 벡(Life2vec)’을 개발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컴퓨터 과학(Nature Computational Science)’에 실린 해당 연구를 보며 AI가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운명을 예견해주는지 함께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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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AI가 오컬트 영역이라 여겨왔던 운세 예측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Shutterstock
 
 
라이프 투 벡, 조기 사망률, 성격 예측 정확도 높아
연구팀은 교육과 건강, 소득, 직업 등 600만 명의 덴마크인 기록이 담긴 국가 등록부 데이터를 한데 모았다. 또 덴마크인들의 급여와 사회 복지 혜택, 직업, 병원 방문, 병원 진단 같은 세부적인 정보를 데이터로 전환해 문장으로 정리했다. “2010년 8월 A 씨는 코펜하겐의 병원에서 조산사로 일하면서 3만 덴마크 크로네를 벌었다.” 같은 문장을 타임라인처럼 만들어 디지털로 재현하는 식이다. 방대한 데이터를 다루기에, 연구팀은 ‘자연어 처리 모델(Natural Language Processing, NLP)’을 활용해 정확도를 높였다. 여기서 NLP란 인간의 언어를 해석 및 조작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컴퓨터에 부여하는 머신러닝 기술을 말한다. NLP 알고리즘은 컴퓨터가 인간의 언어를 받아 분석하고, 최적의 결과를 찾아내는 과정을 반복한다. 유명한 대화형 AI ChatGPT도 자연어 처리 딥러닝 모델 기반으로 만들어진 챗봇이다.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문장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데 특화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연구팀은 구글의 AI 언어 모델 ‘버트(BERT)’를 기반으로 라이프 투 벡을 개발했다. 버트는 문장의 앞에서 뒤쪽 방향, 뒤에서 앞쪽 방향으로 문장 구조를 동시에 분석하는 양방향 대응 NLP 모델이다. 덕분에 막대한 양의 텍스트 데이터를 여러 언어로 응용할 수 있다.
 
이어 라이프 투 벡에 2008년부터 2016년까지 모든 개인의 인생을 학습시켰다. 해당 모델은 방대한 데이터에서 다음에 올 가능성이 큰 단어를 찾는 대규모 언어 모델 방식을 이용해, 각자의 이야기에서 패턴을 찾아냈다. 연구를 주도한 수네 레만 덴마크 공대 사회데이터과학과 교수는 “조기 사망률과 성격처럼 연관이 없어 보이는 두 데이터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예측할 수 있다”며 “다양한 데이터에서 얻은 한 사람의 인생을 간결한 언어로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라이프 투 벡의 성능은 어땠을까? 라이프 투 벡은 35세~65세까지의 조기 사망률을 예측하는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학습시킨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2020년에 누가 사망했는지를 예측했다. 연구 결과 모델의 예측 정확도는 78%에 달했다. 이는 생명보험 상품의 가격을 책정하는 데 사용되는 AI 사망률 예측 모델보다 약 11% 정확했다. 다만 심장마비나 사고같이 예측하기 어려운 사항은 맞히지 못했다. 레만 교수는 “이 모델이 언젠가 사람의 건강을 유지하거나 질병 위험을 식별할 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라이프 투 벡은 사람들의 성격을 파악하는 데도 능력을 발휘했다. 연구팀은 25~70세 성인을 대상으로 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존 모델인 ‘덴마크 성격 및 사회행동 패널(POSAP)’과 라이프 투 벡의 분석 결과를 비교했다. POSAP의 경우, 10개 질문을 바탕으로 성격을 ‘자부심’과 ‘자유분방함’, ‘사교성’, ‘명랑함’ 등으로 분류한다. 연구 결과, 대부분 항목에서 라이프 투 벡은 POSAP 모델보다 실제 성격을 50% 이상 높은 정확도로 예측했다. ‘명랑함’을 나타내는 지표에서는 10배 이상 높은 점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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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라이프 투 벡(초록색 막대)은 ‘덴마크 성격 및 사회행동 패널’ 모델(분홍색 막대)보다 높은 정확도로 성격을 예측했다. ⓒNature Computational Science
 
 
과학기술이 이어주는 청실홍실? 연애, 결혼 관계에도 스며드는 AI
AI는 사람의 건강과 성격을 넘어서 결혼, 연애 매칭에도 손을 뻗고 있다. 일본의 경우 2020년 정부 지자체가 AI 배우자 매칭 시스템에 국비 20억 엔(한화 약 208억 원)을 투입했다. 2023년에도 일본 정부는 예산안에 ‘칠드런 퍼스트’를 전면으로 내세우며 결혼을 희망하는 남녀를 AI로 매칭하는 사업을 내세웠다. 혼인과 출산 건수가 2021년 기준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예시로 일본 중서부 시가현에서는 AI 중매 서비스 ‘청년 만남’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미혼 남녀가 ‘가치관’과 ‘결혼 상대가 하지 않길 바라는 행동’ 등을 답하면 AI가 분석해 가장 어울리는 상대를 소개해주는 식이다. 사이타마현의 경우 이보다 이른 2018년부터 약 1,500만 엔을 들여 AI 중매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2019년 성혼한 38쌍 가운데 21쌍이 해당 서비스로 이어진 커플이었다고 밝혔다.
 
슈리칸스 나라야난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전자공학과 박사팀은 부부의 이혼율을 예측하는 AI를 개발해 2017년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발표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스트레스가 심한 부부 134쌍을 대상으로 부부의 음성 자료와 관계 지속성 자료를 데이터로 입력해 AI를 학습시켰다. 연구 결과, 해당 AI는 음성과 관계 유지 기간만으로도 성공률 73.4%로 부부의 이혼율을 예측했다. 이는 결혼 생활 상담사의 예측보다 9% 더 정확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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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연구팀의 AI는 부부 양측이 얼마나 오래 대화했는지, 어느 시점에서 어떤 억양으로 말했는지 등의 데이터를 모아 부부의 이혼율을 예측했다. ⓒShutterstock
 
 
AI는 ‘참고용’으로, 운명은 우리 것
하지만 연구를 주도한 전문가들은 AI가 예측한 결과는 어디까지나 과학적 탐구나 참고용으로만 남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레만 교수팀은 “해당 AI를 진짜로 사용하게 된다면, 예측 결과가 선입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규제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라야난 박사팀도 논문에서 “AI를 개발한 목적은 정신건강 연구자 같은 전문가들이 부부 관계 등을 상담하고 판단을 내릴 때 참고할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앤드류 맥아피와 에릭 브리뇰프슨 미국 MIT 슬론경영대학원 교수는 AI를 비롯한 신기술은 도구일 뿐, 찬양의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인간의 현명함은 도구를 도구로 구분할 때 발휘되며, 망치나 인공지능이나 우리의 운명을 결정짓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인간관계에 관한 질문을 AI로 분석하고 참고할 수는 있다. 하지만 궁극적인 미래와 관계에서의 질적인 변화는 우리 손에 달렸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글: 강지희 과학칼럼니스트/일러스트: 이명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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