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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데 살면 빨리 늙는다고?
<KISTI의 과학향기> 제1255호 2010년 11월 15일
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한 과학자를 거론할 때 빠지지 않는 아인슈타인. 하지만 그를 유명하게 만든 상대성이론이나 E=mc²이라는 공식은 그의 대중성에 비해 일반인들의 이해도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상대성이론을 증명하는 다양한 연구결과들은 이미 존재 하지만, 얼마 전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새로운 연구결과로 인해 상대성이론은 현실세계로 한 발 더 다가섰다.
미국표준기술연구소(NIST)의 제임스 츤-원 처우 박사팀이 발표한 이번 연구결과는 한마디로 ‘고도가 높을수록 시간이 빨리 흐른다’는 것. 이는 아인슈타인이 발표한 일반상대성이론이 일상생활에도 적용된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일반상대성이론은 쉽게 말해 중력이 강할수록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는 내용이다. 이 이론을 발표하기 전 그는 속도가 빠를수록 시간이 느리게 간다는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한 바 있다.
즉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시간과 공간이 항상 일정한 것이 아니며 유일한 상수는 빛의 속도뿐이라고 본다. 따라서 시간은 관찰자의 위치나 운동속도에 따라 더 빠르게, 혹은 더 느리게 흘러간다는 것이다.
처우 박사팀은 이번 연구에 ‘광시계’라 불리는 원자시계를 이용했다. 광시계의 오차율은 37억년에 1초 미만으로, 기존 표준시간으로 사용되는 세슘 원자시계보다 40배나 더 정밀하다. 이러한 정확성 때문에 지상에서 불과 1m도 채 되지 않는 고도에서 지상보다 시간이 빨리 흐른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는 곳의 위치가 지상에서 33cm 높아지면 시간이 10경(10¹?)분의 4 정도 빨라진다고 한다. 이는 우리가 평균 79살을 산다고 가정했을 경우 지상에서 33cm 높은 곳에 살면 900억분의 1초만큼 더 빨리 나이를 먹는 정도의 시간이다. 결과적으로 높은 곳에 살면 빨리 늙는다는 말은 사실이지만, 일생을 통틀어 보면 무시해도 될 정도다.
그렇다면 우리가 실생활에서 인지하기 힘든 ‘10경분의 4’ 라는 정밀한 시간은 어떻게 측정하는 것일까? 이것은 원자시계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원자시계는 모든 시계의 표준이 되는 시계로, 가장 정확하고 정밀한 시계를 말한다. 그 정밀도로 말할 것 같으면 수십억분의 1초를 측정할 수 있고 수십만 년에 1초 틀릴까 말까 할 정도다. 순간 기록이 중요한 운동경기에서도 고작 100분의 1초로 승부를 가르는 수준이니, 원자시계의 정밀도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만하다.
원자시계는 어떻게 만들까? 모든 시계가 일정한 속도로,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현상을 이용해 만들어지는 것처럼 원자시계도 이런 현상을 이용한다. 다만 일반 시계가 기준으로 삼는 현상은 오차가 심하고 원자시계는 오차가 없는 현상을 이용한다는 점이 다르다.
현재 국제원자시(國際原子時)로 설정되어 있는 시계는 세슘(Cs) 원자시계로, 1967년 국제도량형총회(CGPM)에서 결정됐다. 원자시계는 원자가 일정한 진동수의 전자기파만을 흡수한다는 성질을 이용한다. 따라서 원자가 잘 흡수하는 전자기파의 진동수를 읽어 몇 번 진동했는지를 세면 시간을 측정할 수 있다. 현재 세계 표준에서 정의한 1초는 세슘 원자가 흡수하는 전자기파가 91억 9263만 1770번 진동할 때 걸리는 시간이다.
이에 반해 광시계는 새로운 종류의 원자시계이다. 세슘 원자시계와 비교하자면 1초에 10만 번 정도 더 진동한다. 이는 즉, 1초에 무려 1만경 정도 진동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빨리 움직이는 광시계의 원자를 보기 위해서는 마이크로파보다 진동수가 더 많은 레이저 빛이 쓰인다. 때문에 이를 광시계라고 하는 것이다.
초기 원자시계는 지구의 자전으로 측정했던 부정확한 시간을 정확히 교정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실제로 2005년과 2006년 사이인 12월 31일 12시 59분 59초 뒤에 1초를 추가하는 일이 있었다. 이는 원자시계와 천체시계의 오차를 보완하기 위해서였다. 지구의 자전은 계속 느려지고 있기 때문에 시간을 바로잡지 않으면 수천 년 뒤 해가 떠있는데 시계는 밤을 가리키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원자시계는 이런 표준시를 정의하는 역할에만 그치지 않는다. 시계가 정밀해질수록 한정된 시간을 보다 값지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을 정확하고 정밀하게 잴 수 있다는 것은 시간을 잘게 쪼개 쓸 수 있다는 의미다. 하나의 신호를 주고받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으므로, 유?무선 통신을 할 때 많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게 된다. 시간이 정밀해지면 회선 하나를 많은 사람이 공유해서 쓸 수 있다.
방송도 마찬가지다. TV화면은 겉보기엔 화면이 한 번에 뿌려지는 것 같지만 사실은 방송국으로부터 화면 한 점 한 점의 정보를 받아서 화면을 구성한다. TV에 달린 시계와 방송국에 달린 시계가 일치하지 않으면 화면을 재구성할 때 오류가 생긴다. 양쪽이 정밀한 시계를 가지면 같은 시간동안 더 많은 정보를 보낼 수 있다. 더욱 크고 선명한 화면을 방송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시간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으면 GPS(위성항법장치) 인공위성을 통해 위치도 정밀하게 알 수 있다. GPS 위성에는 정밀한 원자시계가 들어 있어 신호를 읽고 보내는 시각을 계산하는데, 이 시간 차이를 정밀하게 알수록 위치도 정밀하게 계산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네 개의 GPS 위성으로부터 받은 신호를 조합하면 물체의 위치가 mm 단위로 정확하게 나온다. 이런 기술은 순항 미사일 같은 정밀 유도무기에 특히 중요하다.
앞으로 원자시계는 더 정확하고, 더 작게 발전할 것이다. 2007년 12월 미국 콜로라도대 준 예 교수팀이 개발한 스트론튬(Sr) 원자시계는 기술적 보완을 통해 세슘 원자시계보다 정밀하게 시간을 측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고, 상대성이론을 증명한 광시계 역시 세슘 원자시계보다 100배 이상 정확한 시간을 맞출 수 있다. 이렇듯 과학자들은 더 정확한 원자시계를 만들기 위한 연구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글 : 과학향기 편집부
※ 과학향기 제553호 ‘세상에서 제일 정확한 시계는 얼마?(2007년 1월 22일자)’에서 일부 내용을 발췌했음을 밝힙니다.
미국표준기술연구소(NIST)의 제임스 츤-원 처우 박사팀이 발표한 이번 연구결과는 한마디로 ‘고도가 높을수록 시간이 빨리 흐른다’는 것. 이는 아인슈타인이 발표한 일반상대성이론이 일상생활에도 적용된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일반상대성이론은 쉽게 말해 중력이 강할수록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는 내용이다. 이 이론을 발표하기 전 그는 속도가 빠를수록 시간이 느리게 간다는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한 바 있다.
즉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시간과 공간이 항상 일정한 것이 아니며 유일한 상수는 빛의 속도뿐이라고 본다. 따라서 시간은 관찰자의 위치나 운동속도에 따라 더 빠르게, 혹은 더 느리게 흘러간다는 것이다.
처우 박사팀은 이번 연구에 ‘광시계’라 불리는 원자시계를 이용했다. 광시계의 오차율은 37억년에 1초 미만으로, 기존 표준시간으로 사용되는 세슘 원자시계보다 40배나 더 정밀하다. 이러한 정확성 때문에 지상에서 불과 1m도 채 되지 않는 고도에서 지상보다 시간이 빨리 흐른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는 곳의 위치가 지상에서 33cm 높아지면 시간이 10경(10¹?)분의 4 정도 빨라진다고 한다. 이는 우리가 평균 79살을 산다고 가정했을 경우 지상에서 33cm 높은 곳에 살면 900억분의 1초만큼 더 빨리 나이를 먹는 정도의 시간이다. 결과적으로 높은 곳에 살면 빨리 늙는다는 말은 사실이지만, 일생을 통틀어 보면 무시해도 될 정도다.
그렇다면 우리가 실생활에서 인지하기 힘든 ‘10경분의 4’ 라는 정밀한 시간은 어떻게 측정하는 것일까? 이것은 원자시계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원자시계는 모든 시계의 표준이 되는 시계로, 가장 정확하고 정밀한 시계를 말한다. 그 정밀도로 말할 것 같으면 수십억분의 1초를 측정할 수 있고 수십만 년에 1초 틀릴까 말까 할 정도다. 순간 기록이 중요한 운동경기에서도 고작 100분의 1초로 승부를 가르는 수준이니, 원자시계의 정밀도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만하다.
원자시계는 어떻게 만들까? 모든 시계가 일정한 속도로,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현상을 이용해 만들어지는 것처럼 원자시계도 이런 현상을 이용한다. 다만 일반 시계가 기준으로 삼는 현상은 오차가 심하고 원자시계는 오차가 없는 현상을 이용한다는 점이 다르다.
현재 국제원자시(國際原子時)로 설정되어 있는 시계는 세슘(Cs) 원자시계로, 1967년 국제도량형총회(CGPM)에서 결정됐다. 원자시계는 원자가 일정한 진동수의 전자기파만을 흡수한다는 성질을 이용한다. 따라서 원자가 잘 흡수하는 전자기파의 진동수를 읽어 몇 번 진동했는지를 세면 시간을 측정할 수 있다. 현재 세계 표준에서 정의한 1초는 세슘 원자가 흡수하는 전자기파가 91억 9263만 1770번 진동할 때 걸리는 시간이다.
이에 반해 광시계는 새로운 종류의 원자시계이다. 세슘 원자시계와 비교하자면 1초에 10만 번 정도 더 진동한다. 이는 즉, 1초에 무려 1만경 정도 진동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빨리 움직이는 광시계의 원자를 보기 위해서는 마이크로파보다 진동수가 더 많은 레이저 빛이 쓰인다. 때문에 이를 광시계라고 하는 것이다.
초기 원자시계는 지구의 자전으로 측정했던 부정확한 시간을 정확히 교정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실제로 2005년과 2006년 사이인 12월 31일 12시 59분 59초 뒤에 1초를 추가하는 일이 있었다. 이는 원자시계와 천체시계의 오차를 보완하기 위해서였다. 지구의 자전은 계속 느려지고 있기 때문에 시간을 바로잡지 않으면 수천 년 뒤 해가 떠있는데 시계는 밤을 가리키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원자시계는 이런 표준시를 정의하는 역할에만 그치지 않는다. 시계가 정밀해질수록 한정된 시간을 보다 값지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을 정확하고 정밀하게 잴 수 있다는 것은 시간을 잘게 쪼개 쓸 수 있다는 의미다. 하나의 신호를 주고받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으므로, 유?무선 통신을 할 때 많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게 된다. 시간이 정밀해지면 회선 하나를 많은 사람이 공유해서 쓸 수 있다.
방송도 마찬가지다. TV화면은 겉보기엔 화면이 한 번에 뿌려지는 것 같지만 사실은 방송국으로부터 화면 한 점 한 점의 정보를 받아서 화면을 구성한다. TV에 달린 시계와 방송국에 달린 시계가 일치하지 않으면 화면을 재구성할 때 오류가 생긴다. 양쪽이 정밀한 시계를 가지면 같은 시간동안 더 많은 정보를 보낼 수 있다. 더욱 크고 선명한 화면을 방송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시간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으면 GPS(위성항법장치) 인공위성을 통해 위치도 정밀하게 알 수 있다. GPS 위성에는 정밀한 원자시계가 들어 있어 신호를 읽고 보내는 시각을 계산하는데, 이 시간 차이를 정밀하게 알수록 위치도 정밀하게 계산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네 개의 GPS 위성으로부터 받은 신호를 조합하면 물체의 위치가 mm 단위로 정확하게 나온다. 이런 기술은 순항 미사일 같은 정밀 유도무기에 특히 중요하다.
앞으로 원자시계는 더 정확하고, 더 작게 발전할 것이다. 2007년 12월 미국 콜로라도대 준 예 교수팀이 개발한 스트론튬(Sr) 원자시계는 기술적 보완을 통해 세슘 원자시계보다 정밀하게 시간을 측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고, 상대성이론을 증명한 광시계 역시 세슘 원자시계보다 100배 이상 정확한 시간을 맞출 수 있다. 이렇듯 과학자들은 더 정확한 원자시계를 만들기 위한 연구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글 : 과학향기 편집부
※ 과학향기 제553호 ‘세상에서 제일 정확한 시계는 얼마?(2007년 1월 22일자)’에서 일부 내용을 발췌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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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트에서 제공한 귀한 정보 감사합니다.
2011-01-24
답글 0
지상에서 33cm 높은 곳에 살면 900억분의 1초만큼 더 빨리 나이를 먹는 정도의 시간이 간다고 했는데, 그럼 더 높은 곳에 살면 그 높이에 비례해서 시간이 더 빨리 가는건가요?
2010-12-23
답글 0
늘 좋은 글과 상식, 그리고 열정적인 키스티의 마음을 읽고 갑니다
2010-11-30
답글 0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2010-11-30
답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