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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달이 자아내는 윤년, 그리고 바닷길 이야기
<KISTI의 과학향기> 제98호 2004년 02월 25일
전남 진도군 회동리에 내려오는 전설이다. 서기 1480년, 당시 마을엔 호랑이의 침해가 심해 살기가 어렵게 되자 마을 사람들이 뗏목을 타고 의신면 ‘모도’라는 섬마을로 피했다. 하지만 황망 중에 할머니 한 분이 마을에 남게 됐고, 이 할머니는 헤어진 가족을 만나고 싶어 매일 용왕님께 기원했다. 소원이 이루어졌는지 어느 날 꿈에 용왕님이 나타나 말하길, “내일 무지개를 내릴 터이니 바다를 건너가라.” 꿈을 꾼 할머니가 바닷가에 나가 기도를 드리니, 갑자기 회동리와 모도 사이에 무지개처럼 바닷길이 나타났다. 가족을 만난 할머니는 “나의 기도로 바닷길이 열려 너희들을 만났으니 이젠 죽어도 한이 없다”는 유언을 남긴 채 기진하여 숨을 거두고 만다. 이를 본 마을 사람들은 이 곳에서 매년 제사를 지내게 되었으며 그 후 자식이 없는 사람, 사랑을 이루지 못한 사람이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이처럼 한국판 모세의 기적이라는 진도의 바닷길 이외에도, 우리나라 남서해안에서는 바다가 갈라지는 기적이 종종 관찰된다. 그렇다면 이처럼 바다가 갈라지는 현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바닷길의 원인은 바로 달 때문이다. 작든 크든 모든 물체는 서로 끌어당기는 힘을 가지고 있는데, 달은 하나의 천체로서 지구에 만유인력을 작용한다. 이 결과 고체보다 움직임이 수월한 바닷물이 끌리며, 이에 따라 밀물과 썰물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이 같은 만유인력 현상은 달과 태양이 함께 어우러져 작용할 때 더 크게 나타난다. 즉 달과 태양이 일렬로 정렬하는 삭(태양-달-지구)과 망(태양-지구-달)일 때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이다. 특히 진도의 경우 평균 수심은 5~6m 밖에 안 되는데 밀물과 썰물의 차는 4m 가량이어서, 썰물로 바닷물이 빠지면 바다 표면 중 우뚝 솟은 곳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된다. 이 같은 바닷길 현상은 특히 음력 2,3,4월과 9,10,11월 등 봄ㆍ가을 조수 간만의 차가 심할 때 두드러지게 나타나게 된다.
이처럼 달은 바닷길 현상을 낳는 주체이기도 하지만, 날짜를 정하는 기준이기도 하다. 2004년 달력을 들여다보면 올해 2월엔 예년과 달리 ‘윤일’인 29일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디 그뿐인가. 다시 한번 달력을 유심히 들여다 보면 음력 2월이 양력 ‘2월20일~3월 20일’에 이어 ‘3월 21일~4월 18일’에 한번 더 있다. 이 두 번째 음력 2월이 ‘윤달’로, 올해엔 드물게 윤일과 윤달이 함께 든 진짜 윤년이다.
우선 윤년에 대해 알아보면, 우리가 흔히 쓰고 있는 양력(태양력)은 태양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데 걸리는 시간을 12달로 나눈 것이다. 지구가 태양을 도는 시간은 365.2422일로, 이를 365.25일로 하고 12달로 나누면 30.44일이 된다. 이를 짝수 달은 30일, 홀수 달은 31로 번갈아 두면 366이 된다. 그래서 2월 달에서 하루를 빼 365일을 만들고, 0.25일이 4년이 지나면 하루가 되므로 4년마다 하루를 더해주는 윤년을 두면 지구 공전 주기와 얼추 맞는 셈이다.
태양력과는 달리 초승달에서 상현달, 보름달, 하현달을 거쳐 그믐달로 일주하는, 달이 차고 이지러짐을 한 달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 음력이다. 달의 공전 주기는 29.53일이므로, 한 달이 29일 또는 30일이 되는 셈이다. 음력 12달은 354.36일(29.53X12)인 까닭에 태양력의 365.25일보다 11일 가량 짧다. 따라서 3년에 한번 꼴로, 정확히는 19년에 7번 윤달을 둔다.
바닷길도 만들고 달력도 만드는 달. 예로부터 ‘농사는 달을 보고 짓는다’는 말이 있을 만큼 달은 우리 문화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다가오는 음력 2,3월에는 또 다시 진도의 바닷길 열린다 한다. 바다 밑의 신비를 체험하고 조개, 해삼, 전복, 낙지를 줍는 경험도 좋은 추억이 될 터이지만, 그와 함께 달이 이 같은 모든 신비를 낳는 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느끼는 멋이 한층 새로워지지 않을까. (글: 송은영/ 과학칼럼니스트, ‘교과서 밖에서 배우는 재미있는 물리 상식’의 저자)
이처럼 한국판 모세의 기적이라는 진도의 바닷길 이외에도, 우리나라 남서해안에서는 바다가 갈라지는 기적이 종종 관찰된다. 그렇다면 이처럼 바다가 갈라지는 현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바닷길의 원인은 바로 달 때문이다. 작든 크든 모든 물체는 서로 끌어당기는 힘을 가지고 있는데, 달은 하나의 천체로서 지구에 만유인력을 작용한다. 이 결과 고체보다 움직임이 수월한 바닷물이 끌리며, 이에 따라 밀물과 썰물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이 같은 만유인력 현상은 달과 태양이 함께 어우러져 작용할 때 더 크게 나타난다. 즉 달과 태양이 일렬로 정렬하는 삭(태양-달-지구)과 망(태양-지구-달)일 때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이다. 특히 진도의 경우 평균 수심은 5~6m 밖에 안 되는데 밀물과 썰물의 차는 4m 가량이어서, 썰물로 바닷물이 빠지면 바다 표면 중 우뚝 솟은 곳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된다. 이 같은 바닷길 현상은 특히 음력 2,3,4월과 9,10,11월 등 봄ㆍ가을 조수 간만의 차가 심할 때 두드러지게 나타나게 된다.
이처럼 달은 바닷길 현상을 낳는 주체이기도 하지만, 날짜를 정하는 기준이기도 하다. 2004년 달력을 들여다보면 올해 2월엔 예년과 달리 ‘윤일’인 29일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디 그뿐인가. 다시 한번 달력을 유심히 들여다 보면 음력 2월이 양력 ‘2월20일~3월 20일’에 이어 ‘3월 21일~4월 18일’에 한번 더 있다. 이 두 번째 음력 2월이 ‘윤달’로, 올해엔 드물게 윤일과 윤달이 함께 든 진짜 윤년이다.
우선 윤년에 대해 알아보면, 우리가 흔히 쓰고 있는 양력(태양력)은 태양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데 걸리는 시간을 12달로 나눈 것이다. 지구가 태양을 도는 시간은 365.2422일로, 이를 365.25일로 하고 12달로 나누면 30.44일이 된다. 이를 짝수 달은 30일, 홀수 달은 31로 번갈아 두면 366이 된다. 그래서 2월 달에서 하루를 빼 365일을 만들고, 0.25일이 4년이 지나면 하루가 되므로 4년마다 하루를 더해주는 윤년을 두면 지구 공전 주기와 얼추 맞는 셈이다.
태양력과는 달리 초승달에서 상현달, 보름달, 하현달을 거쳐 그믐달로 일주하는, 달이 차고 이지러짐을 한 달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 음력이다. 달의 공전 주기는 29.53일이므로, 한 달이 29일 또는 30일이 되는 셈이다. 음력 12달은 354.36일(29.53X12)인 까닭에 태양력의 365.25일보다 11일 가량 짧다. 따라서 3년에 한번 꼴로, 정확히는 19년에 7번 윤달을 둔다.
바닷길도 만들고 달력도 만드는 달. 예로부터 ‘농사는 달을 보고 짓는다’는 말이 있을 만큼 달은 우리 문화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다가오는 음력 2,3월에는 또 다시 진도의 바닷길 열린다 한다. 바다 밑의 신비를 체험하고 조개, 해삼, 전복, 낙지를 줍는 경험도 좋은 추억이 될 터이지만, 그와 함께 달이 이 같은 모든 신비를 낳는 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느끼는 멋이 한층 새로워지지 않을까. (글: 송은영/ 과학칼럼니스트, ‘교과서 밖에서 배우는 재미있는 물리 상식’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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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길이 열리는 신기한 현상이 달과 관련된 만유인력으로 인해 생기는군요. ^^
2009-04-06
답글 0
항상 좋은 기사 감사드립니다. ^^
2009-04-01
답글 0
신기하네요
2004-03-01
답글 0
참 오묘한 자연의 진리네요.
달 그리고 바닷물...
진도 에서 그냥 주어 답는 고기 들에게
이런 진리를 알려 준다면 그날은 다
피란을 갈까..?
2004-02-26
답글 0
음
2004-02-26
답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