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만화] A형 독감 지나면 B형 독감 온다고?

<KISTI의 과학향기> 제2844호   2017년 01월 18일
태연과 아빠, 하얀 방역용 마스크를 쓰고 내과병원 문을 여는 순간,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만다. 두 사람처럼 마스크를 쓴 환자들이 끙끙 아픈 소리를 내며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찬 병원 대기실은 마치 재난영화 속 한 장면 같다.
 
“서, 설마 이 사람들이 다 독감인걸까요? 후덜덜, 혹시 지금 재난영화 찍는 거 아닐까요?”
 
다른 해보다 독감이 한 달이나 먼저 시작된 데다, 워낙 확산속도가 빨라서 1997년 인플루엔자 감시체계를 도입한 이래 환자 발생수가 가장 많다는 얘기를 뉴스로는 들었다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후덜덜.”
“하긴 우리 반도 방학식 하는 날 15명이나 빠져서 교실이 완전 썰렁했어요. 아, 그나저나 저는 왜 그때 독감에 안 걸리고 방학 중간에 으슬으슬 맹맹 지끈지끈 독감증세냐고요. 그때 아팠으면 학교도 안 가고 기말고사도 안 보고 신났을 텐데, 아 진짜!”
 
“독감 확진이 나온 건 아니니까 일단 진료부터 받아보자고. 독감과 감기는 보통사람 눈에는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질병이니까.”
 
“진짜요? 다 같은 감기 아니에요?”
 
“일단 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달라. 감기는 리노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콕사키바이러스 같은 다양한 바이러스가 코나 목에 염증을 일으켜 생기는데, 그 종류가 너무 많아서 뭐가 원인이라고 콕 집어 말하는 게 불가능하단다. 그래서 코가 막히고 기침이 나면 뭉뚱그려서 그냥 다 감기라고 부르지. 감기 예방백신이 없는 것도 원인 바이러스가 너무 많아서 도저히 다 만들 수 없기 때문이야. 반면에, 독감 원인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하나여서 백신을 만들 수 있단다. 물론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도 A형, B형, C형 등으로 나뉘고 매년 변이가 생기지만, 바이러스 자체는 하나인거지.”
 
“아, 그렇구나. 그럼 치료방법도 다르겠네요?”
 
“그렇지. 감기는 어떤 바이러스가 원인인지 모르기 때문에 열이 나면 해열제, 몸살 기운이 있으면 진통제를 처방하는 식으로 아픈 증상만 가라앉히는 대증치료밖에 할 수 없단다. 하지만 독감은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를 먹어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직접 대항할 수 있지. 병의 원인을 잡을 수 있다는 거야.”
 
“그럼 감기보다 독감치료가 더 쉬운 거 아니에요?”
 
“증상이 나타난 지 48시간 이내에 타미플루를 먹으면 금방 나으니까 더 쉬울 수도 있어. 하지만 그 이상이 지났다면 타미플루를 먹는다 해도 4~5일 정도 아주 많이 아프다는 게 문제야. 감기보다 두통, 근육통, 고열 같은 증상이 무척 심하거든. 거기다 폐렴이나 천식과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지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무서운 병이란다. 그러니까 독감이 유행할 때 감기 증상이 있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빨리 병원에 가서 항원검사를 해야 돼요. 독감은 얼마나 빨리 확진을 받아 타미플루를 먹느냐 즉, 시간싸움이라는 걸 절대 잊으면 안 된다고.”
 
“아, 그래서 아빠가 빨리 병원가자고 그렇게 서두르신 거구나. 그럼 저는 열나고 기침한 지 하루도 안 됐으니까 독감 확진판정이 나더라도 금방 낫겠네요. 그럼 이번 겨울동안에는 더 이상 독감걱정 안 해도 되는 거죠?”
 
“무슨 소리야. 독감 다 나으면 빨리 예방접종을 해야지! 깜빡하고 작년 가을에 독감 예방접종 안 한걸 내가 얼마나 후회했는데.”
 
“아빠, 뭘 잘 모르시나본데요. 병을 앓고 나면 항체가 생겨서 그 병에 다시 안 걸리거든요?”
 
“만약 지금 네가 A형 독감에 걸린 거라면 당연히 이번 겨울 안에 다시 A형에 걸릴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 하지만 아까 말했듯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A형, B형, C형으로 나뉘고 그 안에 다시 세부갈래가 있단다. 작년 11월부터 유행한 독감은 대부분 A형(H3N2)이었지만, 2월이 넘어서면 보통 B형 독감이 한 차례 더 돌기 때문에 그걸 예방하려면 빨리 예방접종을 해야 해요. C형 바이러스는 감염 빈도가 매우 낮은데다 별로 아프지도 않으니 신경 안 써도 되고.”
 
“흑, 정말 눈물 나요. 왜 제 인생은 이토록 꼬이는 거죠? 기왕 독감 걸릴 거면 방학 전에 걸려서 학교라도 빼먹을 수 있던가, 그도 안 되면 예방접종이라도 피할 수 있든가 해야지. 이게 뭐냐고요!”
 
“대신 아빠가 통 크게 4가백신 맞춰주마. 3가백신은 A형 2종, B형 1종에 대한 백신이고, 4가백신은 A형 2종과 B형 2종 모두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라 4가백신이 더 비싸거든. 비싼 백신 맞춰줄 테니 그 울분 조금만 가라앉혀 보겠니?”
 
“아빠 이런 말 할 때 보면 정말 얄미워요. 회초리로 종아리를 맞는데, 비싼 회초리로 맞는다고 위안이 되겠어요? 너무 얄미워서 도저히 안 되겠어요. 마스크 확 벗고 뽀뽀를 쪽쪽 해드려야지. 우리, 독감도 함께 나눠보아요, 아빠!”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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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h****
  • 평점   별 4점

....나눔의 미덕....ㅎ ㅡ ㅎ

2017-02-07

답글 0

Java BoX
  • 평점   별 5점

오오 좋은 정보네요

2017-01-26

답글 0

Won Jae Cho
  • 평점   별 5점

유용한 정보입니다

2017-01-18

답글 0

swyhun89
  • 평점   별 5점

아주 보기가 좋습니다. 자세한 지식을 전달하여 주셔서 고맙습니다.

2017-01-18

답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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