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만화] 체했을 때 바늘로 손가락 따면 낫는다?!

<KISTI의 과학향기> 제2479호   2015년 09월 16일
대식가 태연에게는 일 년에 정확히 다섯 번의 경축일이 있다. 생일, 어린이날, 크리스마스 그리고 설과 추석. 이유는 단 하나, 맛있는 음식을 원하는 만큼 모조리! 그것도 잔소리 한번 듣지 않고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명절에 할머니 댁에 갈 때는 많이 먹으면 먹을수록 칭찬까지 듣는 놀라운 기적이 일어나곤 한다.

“아이고, 잘 묵네. 구여운 내 강아지. 송편두 먹구, 부침개두 먹구, 갈비두 먹구, 불고기두 먹구, 오구오구”

“네! 할머니 분부대로 따를게요~. 아빠보다 훨씬 더 많이 먹을 수 있는 위대한, 그러니까 위(胃)가 엄청 대(大)한 손녀가 돼서, 청출어람이 무슨 뜻인지 꼭 증명해 보일게요!”

그러나 강철도 녹여낼 듯 건강하던 태연의 특 A급 위에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급체를 한 것! 체했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할머니는 뾰족한 바늘을 불로 소독하고 바람처럼 달려와 태연의 엄지손가락을 잡는다.

“하…, 할머니. 왜 이러세요! 제발 그 바늘 내려놓아 주세요! 체했을 때 바늘로 손가락 끝을 따면 낫는다는 건, 말짱 다 거짓말이라고요. 그치 아빠?”

“뭐, 현대의학 입장에서 보면 거짓말이라고 할 수도 있지. 현대의학에서는 정식 질환명도 없는 병이니까 말이야. 하지만 한국사람 치고 체했다는 말이나 증상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걸?”

“암만! 내 아들 똑 소리 나게 말 한번 잘 허는구먼. 글고 체하믄 손가락을 따야 헌다는 것두 한국 사람이면 다 아는 얘기여.”

“악, 안돼요!”

“그럼, 되는지 안 되는지 차근차근 짚어볼까? ‘체증’, 그러니까 체한 증상은 음식을 급히 많이 먹거나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등의 이유로, 위의 운동력이 떨어지고 위액 분비가 잘 안 돼서 생기는 증상이란다. 그러고 보면 만날 허겁지겁 먹는 네가 여태 체한 적 없이 살았다는 것도 기적이야. 암튼, 체하면 명치 부위가 탁 막히면서 손발이 싸늘해지고, 속이 답답하면서 트림과 매슥거림이 계속되지. 복통이나 두통, 어지럼증과 구역질 같은 증상도 동반되고 말이야.”

“네, 딱 그 증상이에요.”

한의학 입장에서 보면, 이럴 때 손가락 끝을 따는 건 아주 현명한 응급처치란다. 위가 갑자기 마비돼 기혈이 막혔을 때 엄지손가락 손톱 밑 바깥쪽에 있는 혈자리를 침이나 바늘로 찔러서 검은 피를 내면, 막혔던 기가 뻥 뚫려 멈춰 있던 위가 다시 정상적인 운동을 할 수 있다는 논리지.”

“그래도 바늘은 무서운데….”

“그래. 현대의학에서는 단지 심리적인 효과일 뿐 실제로 치료가 되는 건 아니라고 말한단다. 오히려 소독이 잘 안 된 바늘로 손가락을 찔렀다가는 각종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는 거지. 그러니까 손가락을 따는 대신 병원에 가라는 거야.”

“병원도 싫어요!”

“어떤 게 맞다 틀리다 할 수는 없지만, 다만 한 가지 정확한 건 있단다. 체했을 때 가장 좋은 치료법은 ‘한두 끼쯤 굶기’라는 거지. 굶으면서 따듯한 보리차만 조금씩 마시다가 좀 나아지면 소화가 잘 되는 죽으로 속을 달래는 게 최고야.”

“그, 그건 절대 용납할 수 없어요. 산해진미가 가득한 이 명절에, 절 보고 요염하게 손짓하는 저 갈비들을 외면하고 굶으라고요?! 그거 말고 다른 방법은 없어요?”

“한 번에 확 좋아지는 건 아니지만, 체했을 때 먹으면 좋은 음식들은 있단다. 일단 매실은 소화액 분비를 촉진시켜 체증을 완화해주는 효과가 있고, 무에는 소화에 도움이 되는 디아스타아제와 페루오키시타제라는 성분이 많이 들어있어서 옛날부터 천연소화제로 불리기까지 했으니 당연히 도움이 될 거야. 또 양배추도 위의 점막을 강화하고 기능을 회복시킨다고 알려져 있지.

“그러니까 아빠 얘기는, 병원에 가거나, 맛없는 매실이나 무, 양배추를 듬뿍 먹거나, 아니면 쫄쫄 굶어라…, 이 말씀이신 거네요?”

“그렇지.”

태연, 달달한 냄새를 가득 풍기는 갈비와 할머니가 가져온 바늘을 번갈아 보며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하, 할머니. 그러니까 손가락만 따면 진짜 쑥 내려가요? 그러니까 고기 먹을 수 있는 거예요?”

“암만, 암만!”

태연, 결심한 듯 바들바들 떨며 할머니에게 손가락을 맡긴다. 잠시 후, 십 리 밖에서 길 가던 사람도 깜짝 놀랄 정도로 우렁찬 “악!” 외마디 비명이 울려 퍼진다.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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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덮밥
  • 평점   별 5점

저도 체하는 증상이 자주 있어 왔습니다. 본인도 예전에 체한 증상으로 손따고 정말 드라마틱하게 증상이 좋아진 경험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항상 효과가 있는거 아니더군요. 실제로 드라마틱했던 그 한번 빼고는 손 따는 것으로 해결되는 부분은 매우 제한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실제 환자를 볼 때 보면 체한 증상으로 왔을 때 수액치료가 필요한 경우 정맥 주사를 하면 주사를 맞는 순간 바로 증상이 호전되는 소견을 본 경험이 상당히 많습니다. 약이 투여 되기 전부터 증상이 호전 됩니다. 이것으로 생각해 볼 때 주사나 침을 맞기 전의 긴장상태(교감신경 흥분상태)와 통증 이 후의 이완상태(부교감신경 활성상태)의 교차 반응이 의미가 있지 않을까 추측됩니다.

2016-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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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천만
  • 평점   별 5점

바늘에 바이러스 감염. 참... ㅋㅋㅋ
과학적으로 따지면 주사가 천만배 더 위험하지 ㅋ

2016-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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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y
  • 평점   별 5점

약간 구닥다리 같긴 하지만 그래도 해보면 쑥 내려갈것 같은 느낌?ㅎㅎㅎ

2015-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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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리
  • 평점   별 5점

생각과 경험의 차이일 뿐인데 '이런 인간들'인 '멍청하다'는 말은 너무한 표현이신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 손가락 따기로 급체했을 때 특효를 여러번 봤습니다.

2015-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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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네
  • 평점   별 5점

현대의학에서, 과학적 사고를 운운하는데, 감기에 걸리면 병원은 왜 가시나요 그럼? 과학적으로, 의학적으로 감기는 "치료"를 할 수 없는 증상입니다. 몸의 면역체게가 스스로 치유하는것이죠. 하지만 감기걸려서 병원가면 주사맞고 약주죠? 그 주사와 약이 감기를 치료하기 위한것이 아니라는것.. 다들 아시지 않습니까? 소화제, 진통제, 항생제, 콧물멈추게 하는거..

2015-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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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 평점   별 5점

이런인간들이 나랑 같이 이걸 받아본다니 한탄스럽다.
아닌건 아닌것으로 인정할줄 아는것이 과학적 사고지
멍청해서 비과학을 믿는게 과학적 사고가 아니지 않을까요?
체한 사람들을 손가락 딴 그룹과 안 딴 그룹으로 나눠서 통계만 내봐도 얼마나 허무맹랑할지 알 수 있을텐데... 대체 장하고 피하고 무슨관계라 생각하는건지?

2015-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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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 평점   별 5점

한의학이 왜 나옴?

2015-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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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 평점   별 5점

저는 반 중국사람입니다. 한의학은 사실 없고 중의학이 맞습니다. 아시다시피 한국의 동의보감은 중의서들을 정리한 책입니다. 침의원조가 한국? 근거없는 소리는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중국과 한국에 모두 집이 있고 자주 왔다갔다 합니다. 저는 줏어들은 얘기나 근거없는 소리는 하지 않습니다.

2015-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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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부
  • 평점   별 5점

과학이란 실증이 되면 되는 것이며 손가락을 따는 것은 한의학에 없는 것으로 실증은 있지만 이론이 존재하지 않을 뿐인데 이를 증명할 이론을 찾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부인하는 것은 서양의 얄팍한 지식을 과학의 전부로 인정하며 우리 조상들의 지혜인 과학을 무시하는 식민지적 사고에 기인한 것이라 사료됩니다.
이를 과학적인 사고로 발전 계승할 의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2015-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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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과학
  • 평점   별 5점

과학 칼럼이라고 글을 올리시면서 자주 비과학적인 내용이 올라와서 당황스럽습니다. 체증에 손을 따는 것을 한의학과 연결지으시네요. 한방의 원리와 효과를 제대로 설명하지도 못하면서 현대의학과 대등하게 다루면 보는 이들이 혼동될수도 있겠습니다. 체했다고 하는 증상은 매우 많은 원인이 있을겁니다. 단순한 과식이거나 위염, 위궤양등 기질적 질환이 있거나. 과식이라며 따지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겁니다. 또 경험상 두 손가락을 따도 내려가지 않는경우도 있고, 사이다만 먹어도 좋아지는 경우도있습니다. 이렇듯 좋아진 케이스만 놓고보면 효과가 정말 있는것처럼 보이는 경우를 주의해야하고.
현대의학 고증도 미약한것 같습니다. 강한 통증 자극이 주어지면 뇌에서 이를 상쇄하기위한 여러 물질을 분비한다고 합니다. 이런것에 의한 복부불편감이 해소될수도 있겠고. 다른 부위의 통증자극으로 인해 잠시 아픔을 잊어버릴수도 있겠고. 물론 확실히 누가 검증한건 아니죠. 과학에서는 설명되지 않은 이론에대해 어떤 자세를 취하고 있는지 궁굼해지네요.

2015-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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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중
  • 평점   별 2점

원조가 중국이라구요? 중국에서 정리를 했을 뿐입니다. 침의 원조는 한국이라고 합니다. 중국에서 중의학이 무시받고 있어요? 중국을 안 가보셨거나 눈감고 다니셨거나 아닌지요.

2015-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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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세마리
  • 평점   별 5점

한 가지 치료법에 대해 양쪽의 의견을 재밌게 들을 수 있어서, 저는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2015-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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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편집부
  • 평점   별 5점

안녕하세요. 과학향기 편집부입니다.
"말도 안 돼!"라는 표현은, 등장인물인 태연이는 손가락 따는 것이 무서운데 태연의 아빠가 논리적으로 설명을 하니, 곧 본인이 손가락을 따야 하는 상황에 대한 답이었습니다. 태연의 아빠의 말, 즉 한의학의 입장이 엉터리라는 뜻은 아니었습니다. 오해의 표현은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과학향기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2015-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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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편집부
  • 평점   별 5점

안녕하세요. 과학향기 편집부입니다.
체했을 때 손가락을 따는 것은 '사혈요법'의 일종으로 고전 의학서인 <동의보감>에도 나와 있습니다. '검은 피'가 나오면 체했다고 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은 사람마다 헤모글로빈성분이 얼마나 있느냐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라고 합니다. 체한 정도가 심하다면 손이나 발 끝의 혈자리를 꾹꾹 누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합니다. 과학향기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2015-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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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편집부
  • 평점   별 5점

안녕하세요. 과학향기 편집부입니다.
말씀해주신 사항을 확인하고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파상풍균에 대해서는 이상훈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오해가 있었던 것 같아, 해당 내용을 수정했습니다. 그리고 바늘을 불로 소독을 한다는 내용도 넣었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실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과학향기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2015-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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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옥
  • 평점   별 5점

이 칼럼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님들의 토론을 보면 정말 건전하고 유익한 토론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어 칼럼보다 더 님들을 좋아하나 봅니다.
고맙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추석 즐겁게들 보내시기를 ...

2015-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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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헤헤
  • 평점   별 5점

저도 이렇게 수정되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한의학의 힘은 고증이 안되는 이상 의심은 해도 부정은 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2015-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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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굿
  • 평점   별 5점

증상과 현상에 대해 사고의 폭을 넓힐수가 있게 되어서 좋습니다^^ 여러가지 의견을 듣고 생각할수 있는것이 매력이죠 ㅎ

2015-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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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감기
  • 평점   별 5점

현대의학에서는 심리적인 효과일 뿐이라고 말한다는 것은 혹시
연구가 있는 것인지요? 저도 궁금해서 여쭈어 보는 것입니다.

심리적인 효과라면, 혹시 발가락을 따면 어떻게 될지, 엄지손가락 아닌 다른 손가락은 어떨런지...
바늘이 아닌 전기자극은 혹은 어떨런지,
검은 피야 당연히 정맥혈이니까 그렇다고 치더라도,
심리적인 자극 때문이라면,
피를 내지 않고, 즉 감염의 가능성이 적은 다른 심리적인 자극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볼만도 한데 말이지요.

사실 체했다는 증상이 만성적인 것도 아니고,
급하게 있다가 없어지는 것이라서 연구하기도 쉽지 않을 것같기는 하지만,
한번 해볼만한 연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2015-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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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ㄴㅇㄹ
  • 평점   별 5점

ㄹㅇ임. 며칠전에 이틀동안 명치가 계속 아프고 소화제 먹어도 안 나았는데, 바늘로 한번 따고 나니까 바로 쑥 내려감 ㅋㅋ

2015-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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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 평점   별 5점

희한하게도 원조인 중국이나 대만에선 무시받는 중의학이 한국에서는 한의학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꽤 잘나가고 있고 한의사들은 일찌기 확고한 기득권층을 형성하고 있어서 하고싶은 얘기를 하긴 힘들지만, 한가지 확실한건 한의학은 과학도 아니고 과학적이지도 않다는 점입니다. 더군다나 여기는 이름 자체도 과학향기인데 민간요법이나 단순한 믿음 따위를 옳다고 말할 순 없을겁니다.

2015-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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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용균
  • 평점   별 1점

오랜 기간 kisti 칼럼을 빼지 않고 읽는 독자입니다. 그만큼 좋아한다는 뜻이구요. 그런데 오늘은 덧글로 안 물어 볼 수 없네요.
필자가 말하는 현대의학은 서양의학만을 얘기하는 듯 하고 그것만이 진리인 것처럼 표현하고 있는데, 한의학의 입장은 엉터리인건가요? "말도 안 돼!"는....
그렇다면 우리나라 대학에 설치된 한의학과는 모두 폐지해야 하지 않을까요?
답변 부탁합니다.

2015-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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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욱
  • 평점   별 5점

....열띤 토론들 조아조아요~ 잘 보고 갑니다,

2015-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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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환
  • 평점   별 5점

잘 읽어 보았습니다. 아주 재미있고 유익한 과학상식입니다. 감사합니다...!

2015-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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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 평점   별 3점

김희정 칼럼니스트님 재밌는 글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KISTI칼럼으로 내보내기에는 약간 아쉬운 부분들이 있네요.
일단 손가락을 딸때는 할머니들도 항상 불로 바늘을 소독했었죠, 이부분은 같이 얘기해주시면 더 좋을것 같구요.
또한 녹에 의해서 파상풍이 발생한다는것도 잘못 알려진 내용입니다. 파상풍균(Clostridium tetani)이 상처를 통해 감염되어서 발생하는것이고, 녹이 슨 물건들이 많은 곳이 오염도 많았기 때문에 생겨난 믿음일 뿐이죠.

이 두가지 내용을 제외한다면
“오히려 소독이 잘 안 된 바늘로 손가락을 찔렀다가 손톱주위염(손톱 주위의 접힌 조직에 생기는 감염성 질환)에 걸리거나, 실수로 녹슨 바늘을 사용했다가 파상풍에 걸리면 목숨까지 위험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
라는 내용은 삭제되는게 좋을것 같구요.

“그래. 현대의학에서는 단지 심리적인 효과일 뿐 실제로 치료가 되는 건 아니라고 말한단다. 그러니까 손가락을 따는 대신 병원에 가라는 거야.”

로 바뀌어야 할것 같습니다.

2015-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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