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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낭 재생 기술로 대머리 걱정, 이제 끝?
<KISTI의 과학향기> 제3063호 2017년 12월 25일탈모로 고민하는 한국인이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12년 1만8천520명이던 탈모 환자는 2016년 2만1천417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30대가 전체 26.9%로 가장 많았고 이어 20대가 25.4%를 차지했다. 40대도 23.0%로 젊은 층의 탈모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비는 남성이 11만 7924명으로 여성 환자(9만 4992명)보다 1.2배 높았다.
시중 탈모제, 억제 효과는 있지만…
탈모는 크게 남성호르몬과 관련된 안드로겐성 탈모와 스트레스로 인한 원형탈모로 나눠지는데 탈모로 고민하는 남성의 대부분이 안드로겐성 탈모다.
이에 대한 치료 중 보편적인 치료법이 약물 치료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제품은 미녹시딜과 프로페시아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미녹시딜은 본래 고혈압 치료제로 1970년 세상에 선을 보였다. 이후 부작용으로 털이 많이 나는 다모증이 보고되면서 발모치료제로 검토됐다. 처음에는 먹는 약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는데 저혈압이 부작용으로 나타나면서 1984년 바르는 형태로 임상에 들어갔다. 그 결과 남성탈모환자 60%에서 머리카락이 나는 효과가 나타났다.
프로페시아는 탈모억제제다. 탈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남성호르몬은 하드로테스토테론(DHT)로 테스토스테론이 변화된 것이다. 이 때 관여하는 것이 ‘5-α환원효소2’인데 프로페시아가 이 효소를 억제하는 역할을 해 탈모를 막는다. 프로페시아의 임상 데이터를 보면 약 복용 후 1년까지는 발모 효과와 상태 유지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두 약물 모두 이미 진행된 탈모에 대해서는 효과가 없고 미미하지만 먹는 약에 경우 약 1.2% 비율로 발기부전이나 성욕감퇴 등 부작용도 보고됐다. 사실상 탈모 치료에는 한계가 있는 셈이다.
부작용 없이 대머리 치료 기대
그런데 최근 모낭을 재생시켜 탈모를 치료하는 연구가 나와 화제다. 기존 탈모 치료제와 달리 이미 진행된 탈모에도 적용할 수 있어 대머리도 치료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최강열 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와 이성훈 연구원 팀은 머리카락 생성을 억제하는 단백질인 ‘CXXC5(CXXXC-tyle zinc finger protein 5)’를 찾아내고 이를 이용한 발모 효과에 대한 논문을 피부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저널 오브 인베스티게이티브 더마톨로지’에 10월 20일 게재했다.
연구팀은 CXXC5 단백질이 디셰벌드(Dishevelled)라는 단백질과 결합해 ‘윈트(Wnt)신호전달체계’의 활성을 저해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세포는 그 안에서 여러 단백질이 신호를 주고 받으며 다양한 생리 현상을 조절하는 데 그 과정을 신호전달체계라고 한다. 윈트는 그 중 하나로 머리카락 형성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윈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머리카락의 생성과 성장에 문제가 생긴다.
이에 연구팀은 CXXC5처럼 디셰벌드 단백질에 결합하는 PTD-DBM라는 펩타이드를 디자인 해 발모치료제의 가능성을 열었다. PTD-DBM이 CXXC5 단백질 대신 디셰벌드 단백질에 붙어 CXXC5의 작용을 억제하는 원리다. 여기에 윈트 활성화제인 발프로산을 주입해 발모 효과를 높였다. 이를 사람의 모낭세포에 실험해 본 결과, 실제 신호전달에 중요한 ‘베타-카테닌과 모발형성 마커들의 증가가 극대화 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발모 뿐 아니라 모낭 재생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쥐의 가장 바깥 쪽 피부 층인 표피의 일부를 제거한 뒤 PTD-DBM과 발프로산을 처리했다. 그 결과 세포가 재생되면서 머리카락이 만들어 지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펩타이드는 기존 탈모치료제와 다르게 남성호르몬 억제에 따른 부작용 등이 없다”며 “머리카락이 나는 데 있어 재생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대머리 치료도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모낭줄기세포 중심의 발모제 연구 활발
지난해 2월에는 모낭줄기세포의 노화를 억제해 탈모를 막는 연구가 발표됐다. 일본과 미국, 네덜란드 등 국제공동 연구진은 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한 결과, 쥐가 생후 17개월부터 털이 가늘어지고 탈모가 시작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 때 머리카락을 만드는 모낭줄기세포의 수를 유지하는 유전자 ’COL17A1‘도 노화로 손상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연구팀은 유전자를 조작, COL17A1 단백질을 많이 생성하는 돌연변이 쥐를 만들었다. 그 결과 돌연변이 쥐는 일반 쥐와 달리 17개월이 지나도 탈모가 진행되지 않고 풍성한 털을 유지했다. 노화로 인한 탈모를 예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미국 콜롬비아대학교 안젤라 크리스티아노 교수팀도 지난 2015년 ‘JAK-STAT 신호전달체계’ 경로 억제를 통해 휴지기에 접어든 모낭줄기세포를 성장기로 전환시켜 발모효과를 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소개했다. 모발은 머리카락이 계속 자라는 성장기(3~8년)와 성장이 서서히 멈추는 퇴행기(3주 전 후), 더 이상 자라지 않고 빠질 때까지 피부에 붙어 있는 휴지기(3개월)를 평생 15~25회 거친다.
연구팀은 관절염치료제의 주성분인 ‘토파시티닙’과 골수섬유증 치료제인 ‘록솔리티닙’으로 만든 약물을 쥐의 피부에 5일 간 발랐다. 그 결과, 10일 만에 새로운 털이 나기 시작해 3주 안에 대부분의 쥐에서 털이 나는 것을 확인했다.
탈모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원리적으로 머리카락이 나고 자라는 모낭에 혈액 공급이 원활이 되지 않는 탓이 크다. 혈액순환이 중요한 셈이다. 혈액순환 장애의 대표적인 원인은 모두 알다시피 스트레스다. 그러니 걱정은 접어두고 탈모 치료제는 연구자들에게 맡겨두자. 삶에도 탈모에도 그 편이 더 유익하다.
글: 이화영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 이명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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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소식입니다.
우리 가족은 3대가 가로등 입니다.
70년대에 일본에서는 가로등이 많이 발생하여 회원을 모집하고 현대인이 되는 과정이라는 생각을 갖게하고 머리 많은 이들은 미개인이다. 아프리카를 가봐라. 우리와 같은 가로등이 있는가? 이렇게 위안을 삼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22-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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