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시스템온칩(SOC)

<KISTI의 과학향기> 제76호   2004년 01월 05일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해방 이후 좌익과 우익으로 나뉘어 분열되고 있을 때 이승만 대통령이 국민의 단결을 호소하기 위해 썼던 말이다. 컴퓨터와 통신기기 등 첨단 전자장비에 반드시 들어가는 반도체 분야에 이 말이 적용되는 일들이 벌어지는 것을 이 대통령이 알면 얼마나 반가워할까. 반도체 시장이 메모리와 비메모리로 구분되어 삼성전자와 인텔이 각각 세계 시장을 독주하고 있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차세대 반도체에서는 이런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기존 업체가 가진 기득권 역시 사라지게 될 것이다.시스템온칩(System-On-Chip; 이하 SOC) 기술을 적용하면 프로세서(CPU), 디지털신호처리장치(DSP), 메모리, 고주파, 로직 등 시스템 구성 요소를 하나의 반도체 칩에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기판 위에 CPU와 메모리 등 여러 반도체를 모아 구현하던 종래의 시스템과는 크기와 기능면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다.



SOC가 나온 이유는 최근의 정보기기의 추세를 보면 명백하다. 컴퓨팅과 통신을 대표하는 노트북과 휴대폰을 예로 들어보자. 이들 기기는 갈수록 작아지면서도 성능은 몇 배로 향상되고 있는데, 이런 휴대형 정보기기에 통신과 컴퓨팅 기능을 구현하는 기존의 반도체 칩들을 모두 내장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인텔이나 삼성전자 등 반도체 업계가 SOC 개발에 사활을 걸고 추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모든 전자기기들의 소형화, 경량화, 모바일화, 멀티미디어화 추세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SOC 기술 개발과 함께 업체간 이합집산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은 생존의 몸부림으로 이해할 수 있다.



SOC가 구현되면 어떤 세상이 될까. 모든 전자기기가 고성능 소형화되면서 손에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게 된다. 현재의 노트북컴퓨터, 휴대전화기의 크기는 엄청나게 줄어드는 반면 성능은 수십, 수천 배 향상될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업무처리가 가능한 무빙오피스가 실현되는 것이다. 모든 기능이 하나로 통합된 칩 하나만 교체하면 새로운 기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큰 부담없이 첨단기능을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되며, 생산기업 역시 신제품 생산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다양한 기능을 가진 칩을 하나로 통합하는 기술의 핵심은 나노 기술로 소재, 공정, 장비 등 첨단기술을 총 망라한다. 또한 초정밀 가공기계기술(Micro Electro Mechanical Systems: MEMS), 지름 300mm 웨이퍼 기술 등 개별 부품을 소형화하고 복합화하는 각종 기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로선 이런 복잡한 기술을 구현해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인텔이나 삼성전자, TI, 퀄컴 등 몇몇 대형 업체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모든 반도체나 전자기기 업체들이 이런 칩의 개발에 나설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하나의 칩 안에 들어가는 개개의 컴포넌트를 IP(지적소유권, Intellectual Property)라고 부르는데, SOC에서는 기존에 존재하는 IP를 여러 다른 시스템에서 재사용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즉, 개개의 컴포넌트나 한 개의 SOC에서 사용되는 설계를 혼자서 처음부터 설계하지 않고 다른 회사에서 사용되어 입증된 설계를 재활용하는 것이다. 이 개념대로라면 한 업체가 개발한 SOC 설계도를 정당한 사용료를 지불하고 사용할 수 있으며, 여기에 새로 필요한 설계만 추가할 수 있게 된다. 처음부터 SOC를 새로 설계하는 것보다 비용과 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여러 다른 곳에서 설계된 IP들을 신속하게 조합해 시스템을 구성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도 활발해 질 것이다.



SOC의 상용화는 반도체뿐만 아니라 컴퓨터, 통신 등 IT 산업 전반에 큰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올인원(all-in-one) 반도체가 우리 사회에 안겨줄 엄청난 변화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과학향기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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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란
  • 평점   별 5점

SOC가 구현되면 모든 전자기기가 고성능 소형화되면서 손에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게되는군요. ^^ 그런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네요. ㅎㅎ

2009-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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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우
  • 평점   별 5점

앞으로는 어떻게 전개될지 계속 지켜봐야 겠네요~

2009-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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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민
  • 평점   별 5점

항상 좋은 기사 감사드립니다.

2009-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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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lverfox
  • 평점   별 3점

기사는 평이한 수준인 듯 싶네요. 물론 쉽게 쓰다보니 그런 것이겠지만, 설명보다는 차라리 지금의 예를 보여주는 것이 더 쉬웠을 것 같습니다.

그건 그렇고, 국내 기업들은 비메모리 반도체 개발을 쉬지 않고 지속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미 기존에 자본을 많이 확보하고 대량으로 고성능 제품을 생상하는 기업들이 있기 때문에 기술을 따라잡으면서도 지속적인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겠죠.

지금은 그래도 많이 따라잡은 편이고, 앞으로 한참 더 가긴 해야 할 겁니다. 비메모리 시장의 경우 이 기술을 포기하면 지금과는 비교도 못할 적자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어떠한 형태로든 개발은 지속되어야 합니다.

가령, 음식같은 경우 수출보다 수입이 많아 적자가 난다고 해서, 우리가 일상에서 먹는 음식을 만들지 않을 수는 없는 것이겠죠? 마찬가지로 비메모리 반도체의 경우도 쓰이는 용도와 종류에 따라 시장의 규모도 기술적 난이도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기술 개발로 좀 더 많은 부분을 국산화 하는 노력은 의미가 있고 계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2004-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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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jk
  • 평점   별 4점

작년도 우리나라 반도체 무역수지 적자가 20억 달러에 달했다고 한다. DRAM 등 메모리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수준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작 그보다 훨씬 더 비중이 큰 비메모리 분야에서 경쟁력이 너무 취약하기 ??문이다.



그러면 왜 삼성전자 등이 비메모리 분야에 투자를 하지 않는건지, 기술력 부족 때문인지, 그런 이유를 자세히 설명해 주었으면 한다. 이제부터라도 비메모리 분야를 개척하려는 노력이 ㅍ리요한 건지, 아예 포기하고 메모리에 집중해야 하는 건지, 일반인들이 알기 쉽게 설명을 해주기 바란다. 신문을 봐도 도무지 알 수 없는 얘기만 늘어놓을 뿐, 이런 분야에 대한 자세하고 알기 쉽게 써놓은 글을 본 적이 없다.

2004-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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