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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발명가의 자질은 실수?
<KISTI의 과학향기> 제1608호 2012년 05월 16일
태연, 입을 씰룩거리며 한참동안 집안을 돌아다니더니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이 나무젓가락을 꺼내 칼로 날카롭게 깎기 시작한다.
“엄마는 도대체 쇠고기를 구우신거예요, 아님 삼 만년 묵은 고래심줄을 구우신 거예욧! 고기 한번 먹었다가 24개의 이 사이사이마다 빠짐없이 고기가 끼어서 빠지질 않는단 말이에요. 이쑤시개도 아무 소용없고, 제가 오죽 답답하면 나무젓가락 창을 만들어서 이를 쑤시겠냐고욧!”
“아이고, 그러다 다치면 어떡하려고 그래! 그나저나 너의 무척이나 무식한 두꺼운 젓가락 이쑤시개를 보니, 네가 혹시 발명에 엄청난 소질이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구나. 많은 학자들이 인류 최초의 발명품을 이쑤시개라고 주장하고 있거든. 그런데 지금 네가 4~5만 년 전 원시 인류가 하던 행동을 똑같이 하고 있으니 말이야.”
“혹시, 지금 저를 원시인 같다고 놀리시는 건 아니겠죠? 제가 원시인이면 아빠도 원시인 아빠라는 걸 잊지 마시라고요. 그리고 뭐, 발명이 별건가요? 아무거나 새로 만들면 되지. 그딴 거 저도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맞아. 발명은 어렵지 않아. 더 편하고 유익한 도구를 새로 만드는 것일 뿐이지. 하지만 발명이 바꿔놓은 인류의 문명과 역사는 엄청난 것이란다. 지렛대와 바퀴의 발명 덕분에 물건을 운반하기 쉬워져 지금과 같은 건축물들이 탄생할 수 있었고, 문자와 인쇄술의 발명으로 지식 전달이 매우 쉬워져 세상은 점점 더 빨리 발전할 수 있게 됐지. 또 18세기에 발명된 증기기관 덕분에 산업혁명이 시작됐고 그 덕분에 현대문명이 존재할 수 있게 됐단다. 또 전기, 자동차, 컴퓨터, 인터넷 등의 발명이 없었다면 얼마나 불편했을까, 아이고…, 상상도 하기 싫구나.”
“와, 발명이 그렇게 대단한 거였어요? 그런데 제가 어디서 들은 건데요, 발명을 해서 특허를 따면 돈을 그렇게 많이 번다면서요? 발명 하나로 세계적인 재벌도 될 수 있다던데, 정말이에요?”
“그럼! 대표적인 사람이 발명왕 에디슨이야. 1878년 백열전구를 발명하기 위해 에디슨 전기회사(Edison Electric Light Company) 창설했는데, 이때 수많은 발명품을 만들어냈고 이것이 아직까지 세계 최고 기업 중 하나로 손꼽히는 제너럴일렉트릭(GE)의 모태가 됐지 않냐. 이렇게 발명을 통해 지식재산권을 확보하면 얼마든지 부자가 될 수 있단다.”
“와~!! 드디어 저의 미래 직업을 결정했어요. 저 발명가 될래요!! 그럼 이제 뭐부터 시작하면 될까요? 발명 방법을 좀 가르쳐 주세요. 빨리 빨리요!”
“그래? 그렇담 매년 5월 19일이 ‘발명의 날’로 정해져서 각종 행사가 열리는데, 여기에 출품할 작품을 생각해 보려무나. 발명을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관찰’이야. 일단 지금 네 주변에 있는 모든 물건들을 아주 유심히 관찰하고, 조금이라도 불편한 점이 발견되면 그것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곰곰이 고민해보렴. 당장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 기존의 물건에 뭔가를 더하거나, 빼보거나, 아니면 모양이나 크기, 재료, 용도 같은 걸 바꾸는 식으로 수많은 상상을 해보는 거야.”
“에이, 그건 발명이 아니잖아요. 그냥 좀 업그레이드 하는 거지.”
“그렇지 않아. 일반적으로 기존 기술의 20% 이상을 개량할 수 있으면 발명으로 인정한단다. 어쩌면 너처럼 하루 종일 온갖 쓸데없는 상상의 나래를 펴느라 바쁜 사람이 발명에는 더 맞는 사람일지도 몰라. 또 넌 실수도 많이 하잖아.”
“자꾸만 놀리실 거예요? 제가 무슨 실수를 해요! 전 흠이 없는 여자라고욧!”
“고~뤠?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구나. 실수가 나쁜 게 아니에요. 역사적으로 보면 실수와 우연을 통해 이뤄진 발명이 진짜 많거든. 대표적인 합성소재인 나일론의 경우를 보자꾸나. 20세기 초, 하버드 대학 강사였던 캐러더스는 연구팀원들과 함께 고분자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었어. 그런데 실험이 끝나고 팀원 한 명이 실험 찌꺼기를 불에 쬐여 떼어내려고 하자, 찌꺼기가 끊어지지 않고 계속 실처럼 늘어나는 거야. 이것을 본 캐러더스는 인공 화학섬유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결국 나일론을 발명하게 됐단다. 또 1839년 찰스 굿이어라는 청년이 황을 끓이다가 실수로 고무 위에 엎질러 합성고무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고무 타이어의 시작이기도 했지. 뿐만 아니라 전자레인지는 전투기 부품을 만들기 위해 레이더 실험을 하다가, 그리고 치클 껌은 고무를 만들다 실패해서 만들어졌단다.”
“우와, 대단해요! 아빠 얘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저는 발명가로서의 자질을 완벽히 갖추고 있는 것 같아요. 아까 일상생활을 좀 더 편리하게 해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보라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생각한 건데, 이런 건 어떨까요? 컴퓨터 게임 하면서 과자를 먹으려면 엄청 불편하잖아요. 폭풍 클릭을 해야 하는데 과자는 먹어야겠고, 과자 부스러기는 손에 자꾸 묻고. 그럴 때 과자를 대신 먹여주는 로봇을 발명하는 거예요. 또 목욕을 하면서 게임을 할 수 있게 방수 게임기를 만드는 것도 좋겠어요. 어때요, 끝내주죠?”
“에고… 내가 못 산다 못 살아~. 오늘부터 게임 일주일 금지!!”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엄마는 도대체 쇠고기를 구우신거예요, 아님 삼 만년 묵은 고래심줄을 구우신 거예욧! 고기 한번 먹었다가 24개의 이 사이사이마다 빠짐없이 고기가 끼어서 빠지질 않는단 말이에요. 이쑤시개도 아무 소용없고, 제가 오죽 답답하면 나무젓가락 창을 만들어서 이를 쑤시겠냐고욧!”
“아이고, 그러다 다치면 어떡하려고 그래! 그나저나 너의 무척이나 무식한 두꺼운 젓가락 이쑤시개를 보니, 네가 혹시 발명에 엄청난 소질이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구나. 많은 학자들이 인류 최초의 발명품을 이쑤시개라고 주장하고 있거든. 그런데 지금 네가 4~5만 년 전 원시 인류가 하던 행동을 똑같이 하고 있으니 말이야.”
“혹시, 지금 저를 원시인 같다고 놀리시는 건 아니겠죠? 제가 원시인이면 아빠도 원시인 아빠라는 걸 잊지 마시라고요. 그리고 뭐, 발명이 별건가요? 아무거나 새로 만들면 되지. 그딴 거 저도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맞아. 발명은 어렵지 않아. 더 편하고 유익한 도구를 새로 만드는 것일 뿐이지. 하지만 발명이 바꿔놓은 인류의 문명과 역사는 엄청난 것이란다. 지렛대와 바퀴의 발명 덕분에 물건을 운반하기 쉬워져 지금과 같은 건축물들이 탄생할 수 있었고, 문자와 인쇄술의 발명으로 지식 전달이 매우 쉬워져 세상은 점점 더 빨리 발전할 수 있게 됐지. 또 18세기에 발명된 증기기관 덕분에 산업혁명이 시작됐고 그 덕분에 현대문명이 존재할 수 있게 됐단다. 또 전기, 자동차, 컴퓨터, 인터넷 등의 발명이 없었다면 얼마나 불편했을까, 아이고…, 상상도 하기 싫구나.”
“와, 발명이 그렇게 대단한 거였어요? 그런데 제가 어디서 들은 건데요, 발명을 해서 특허를 따면 돈을 그렇게 많이 번다면서요? 발명 하나로 세계적인 재벌도 될 수 있다던데, 정말이에요?”
“그럼! 대표적인 사람이 발명왕 에디슨이야. 1878년 백열전구를 발명하기 위해 에디슨 전기회사(Edison Electric Light Company) 창설했는데, 이때 수많은 발명품을 만들어냈고 이것이 아직까지 세계 최고 기업 중 하나로 손꼽히는 제너럴일렉트릭(GE)의 모태가 됐지 않냐. 이렇게 발명을 통해 지식재산권을 확보하면 얼마든지 부자가 될 수 있단다.”
“와~!! 드디어 저의 미래 직업을 결정했어요. 저 발명가 될래요!! 그럼 이제 뭐부터 시작하면 될까요? 발명 방법을 좀 가르쳐 주세요. 빨리 빨리요!”
“그래? 그렇담 매년 5월 19일이 ‘발명의 날’로 정해져서 각종 행사가 열리는데, 여기에 출품할 작품을 생각해 보려무나. 발명을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관찰’이야. 일단 지금 네 주변에 있는 모든 물건들을 아주 유심히 관찰하고, 조금이라도 불편한 점이 발견되면 그것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곰곰이 고민해보렴. 당장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 기존의 물건에 뭔가를 더하거나, 빼보거나, 아니면 모양이나 크기, 재료, 용도 같은 걸 바꾸는 식으로 수많은 상상을 해보는 거야.”
“에이, 그건 발명이 아니잖아요. 그냥 좀 업그레이드 하는 거지.”
“그렇지 않아. 일반적으로 기존 기술의 20% 이상을 개량할 수 있으면 발명으로 인정한단다. 어쩌면 너처럼 하루 종일 온갖 쓸데없는 상상의 나래를 펴느라 바쁜 사람이 발명에는 더 맞는 사람일지도 몰라. 또 넌 실수도 많이 하잖아.”
“자꾸만 놀리실 거예요? 제가 무슨 실수를 해요! 전 흠이 없는 여자라고욧!”
“고~뤠?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구나. 실수가 나쁜 게 아니에요. 역사적으로 보면 실수와 우연을 통해 이뤄진 발명이 진짜 많거든. 대표적인 합성소재인 나일론의 경우를 보자꾸나. 20세기 초, 하버드 대학 강사였던 캐러더스는 연구팀원들과 함께 고분자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었어. 그런데 실험이 끝나고 팀원 한 명이 실험 찌꺼기를 불에 쬐여 떼어내려고 하자, 찌꺼기가 끊어지지 않고 계속 실처럼 늘어나는 거야. 이것을 본 캐러더스는 인공 화학섬유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결국 나일론을 발명하게 됐단다. 또 1839년 찰스 굿이어라는 청년이 황을 끓이다가 실수로 고무 위에 엎질러 합성고무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고무 타이어의 시작이기도 했지. 뿐만 아니라 전자레인지는 전투기 부품을 만들기 위해 레이더 실험을 하다가, 그리고 치클 껌은 고무를 만들다 실패해서 만들어졌단다.”
“우와, 대단해요! 아빠 얘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저는 발명가로서의 자질을 완벽히 갖추고 있는 것 같아요. 아까 일상생활을 좀 더 편리하게 해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보라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생각한 건데, 이런 건 어떨까요? 컴퓨터 게임 하면서 과자를 먹으려면 엄청 불편하잖아요. 폭풍 클릭을 해야 하는데 과자는 먹어야겠고, 과자 부스러기는 손에 자꾸 묻고. 그럴 때 과자를 대신 먹여주는 로봇을 발명하는 거예요. 또 목욕을 하면서 게임을 할 수 있게 방수 게임기를 만드는 것도 좋겠어요. 어때요, 끝내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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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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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점 찾는게 여간 어려운게 아니져..ㅋ
2012-06-04
답글 0
....그럼, 이제부터 잦은 실수와 우연을 가져 볼까요 ㅋㅋ ....
2012-05-18
답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