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비타민음료의 비타민C 알아내는 실험

<KISTI의 과학향기> 제600호   2007년 05월 11일
아이들과 함께 TV 오락프로그램을 시청하던 짠돌 씨 부부는 비타민의 효능을 소개하는 코너가 나오자 쾌재를 불렀다. 아이들이 채소를 통 먹지 않으려고 해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던 터였다. 오늘 오후에는 햄버거의 햄 사이에 끼워 넣은 양상추까지 골라내는 통에 야단을 쳐 겨우 먹였다. 프로그램에서 비타민C가 좋다고 설명하는 ‘서방신기’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가수였다.

“와~ 비타민C가 저렇게 좋다니 나 비타민C 많이 먹을래.”
“나도 나도. 엄마 비타민C 많이 든 음식이 뭐야?”
아이들의 180도 돌변한 태도에 짠돌 씨 부부는 흡족했다. 엄마 아빠의 말은 콧방귀 뀌며 무시하더니 서방신기의 말이라고 태도가 변한 건 괘씸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제는 아이들이 비타민이 많이 든 음식만 골라 먹으려고 하는 통에 새로운 고민꺼리가 생겼다.

“엄마, 오렌지주스와 포도주스 중에 어느 게 비타민C가 많아?”
“비타민 음료 중에 뭐가 비타민C가 젤 많이 들었어?”
아이들이 질문 공세에 짠돌 씨는 슬슬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얼마 전에 호주의 두 중학생이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비타민 음료 리베나에 비타민C가 거의 없다는 걸 밝혀 과장광고 판정을 받게 한 사건이 생각났다.
‘오호~ 우리 아이들도 영재성을 보이기 시작하는 것인가?’
그렇게 생각하니 귀찮은 마음 대신 한없이 관대한 마음이 밀려왔다.

“좋아, 아빠가 비타민C가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알아내는 방법을 알려주지.”
“와~ 정말?”
“아빠 보기보다 엄청 똑똑하다.”

[실험방법]
1. 실험준비 : 비타민C 음료 2종류, 요오드 소독약(약국에서 판매), 종이컵, 녹말, 스포이트(빨대로 대체 가능)
2. 녹말 1/2 티스푼을 찬물(약 100ml)에 녹여 녹말물을 만든다.
3. 비타민C 음료를 컵에 20ml 따른다.
4. 녹말물을 각 음료가 담긴 컵에 50ml씩 넣는다.
5. 요오드 소독약을 한 방울 씩 떨어뜨린다.
6. 색깔이 먼저 보라색으로 변하는 쪽이 비타민이 적게 든 음료다.

“자~ 이쪽 비타민 음료의 색이 먼저 보라색으로 바뀌었으니 비타민이 적게 든 음료야.”
“와와~ 아빠 엄청 신기해.”
“아빠. 근데 왜 요오드를 계속 넣으니까 보라색으로 변하는 거야?”

“그건 녹말과 요오드가 만나면 색이 보라색으로 변하기 때문이야.”
“녹말과 요오드가 만나면…. 맞아! 학교에서 녹말에 요오드 넣으면 색이 보라색으로 변한다고 배운 거 같아. 근데 왜 처음에 조금 넣었을 때는 안 변해?”

“후훗- 그게 핵심이지. (역시 우리 아이는 영재?) 그건 말이지 녹말 이외에도 다른 것이 요오드와 만나기 때문이지.”
“녹말 이외에 뭐가 또 요오드와 만나는데?”
“비타민 음료를 넣었으니까 비타민C가 만나는 거 아냐?”

“오~ 우리 아들 똑똑하다. 맞아. 비타민C가 요오드와 만나. 그것도 녹말보다 더 빨리.”
“더 빨리?”
“그래. 비타민C가 녹말보다 훨씬 작기 때문에 더 빨리 움직이거든. 그러니까 비타민C가 있을 때는 녹말이 요오드를 만날 기회가 없는 거야. 비타민C와 요오드가 만났을 때는 색깔이 변하지 않아.”
“아~ 오빠랑 내가 간식 먹을 때 오빠가 너무 빨리 먹어서 내가 못 먹는 거와 같은 거야?”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이런 먹보 같으니라고.) 비타민C가 있는 동안에는 요오드를 넣어도 녹말-요오드 반응이 일어날 수 없어. 그런데 비타민C가 요오드와 모두 만나서 없어지고 나면 어떻게 되겠어. 이제 동작이 느린 녹말과 만나는 거야.”
“맞아. 오빠가 간식을 많이 먹고 배가 부르게 되면 나도 간식을 먹을 수 있어.”
“그리고 녹말과 요오드가 만나는 순간!”
(동시에) “색이 보라색으로 바뀐다.”
“그렇지. 그래서 색이 늦게 바뀌는 것일수록 비타민C가 많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는 거지.”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며 살아있는 교육을 했다는 생각에 짠돌 씨의 마음이 뿌듯해졌다.

다음 날 아침.
서랍을 열던 짠돌 씨는 비명을 질렀다. “아악~! 내 비타민제 다 어디 갔어!”
짠돌 씨가 인터넷 쇼핑몰을 몇 시간 동안 뒤져서 고심 끝에 최저가로 산 비타민제가 통만 남고 알맹이가 모두 사라진 것이었다. 마루에 나와 보니 식탁 위에 곱게 빻은 비타민제 가루가 요오드를 흠뻑 머금고 있었다.
“아빠, 이 비타민제 진짜 맞네. 열심히 먹어~.” (글 : 김정훈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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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란
  • 평점   별 5점

간단하면서도 유용한 실험이네요. ^^

2009-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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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직
  • 평점   별 5점

유용한 실험이네요. 비타민이 많이 들어있는 비타민 음료를 쉽게 확인 할 수 있군요. 얼마전에 비타민 음료에 비타민이 없다고 뉴스에 나왔는데 이 실험을 통해 비타민함량을 확인하고 마셔야 겠어요.

2009-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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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야
  • 평점   별 5점

요오드와 비타민은 어떤 반응을 하지요? 요오드와 비타민이 반응한다는 이론적 배경이 궁금합니다.

2007-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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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해
  • 평점   별 5점

우와 ~~~

2007-05-23

답글 0

들뿌리
  • 평점   별 5점

재밌는 기사였어요~ 아드님 이름이 영재 맞군요. ㅋㅋ

2007-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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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 평점   별 5점

먼저 좋은 의견에 감사합니다.

지적하신 대로 야채를 채소로 바꿨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과학의 숲을 보는 즐거움
KISTI 과학향기

2007-05-15

답글 0

좋은 하루되세요.
  • 평점   별 5점

채소라는 우리말 놔두고 수입된 야채라는 말.
이왕이면 우리말을 쓰시면 더 좋지 않을까요~~~
더 토속적인 말로는 푸성귀,남새,너무새 라는 말도 있읍니다.

2007-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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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 평점   별 5점

음 저도 지금 야채라는 말 지적하려고 했는데
앞분이 먼저 하셨네요

그것 빼고 정말 좋은 정보입니다
집에서 실험해볼게요^^

2007-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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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민금
  • 평점   별 5점

비타민 C! 적절한 섭취로 건강 증진에 힘써야겠어요.
아이들이 먹기 꺼려하는 야채. 다양한 조리법의 적용이 최적일 것 같아요.^^

2007-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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