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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쟁이 입 막는 법? 2012 이그노벨상이 알려주마
<KISTI의 과학향기> 제1718호 2012년 10월 17일
2012년 올해도 어김없이 하버드대학 샌더스 강당에서는 이그노벨상 시상식이 열렸다. 올해의 수상 목록은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하다. 권위를 자랑하는 노벨상이 평화상 선정 논란에 시달리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그노벨상의 수상목록은 여전히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한번쯤 호기심을 가졌을 문제들에 대해 과학자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올해 이그노벨상 수상자들의 면면을 보면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일본산업기술종합연구소 가즈타카 구리하라 연구팀은 쉴 새 없이 떠드는 수다쟁이의 입을 막을 방법을 연구해 음향상을 수상했다. ‘스피치 재머(Speech Jammer)’라는 이 장치는 누군가 말을 하면 수십 분의 1초 간격을 두고 자기 말을 다시 듣게 해서, 자기가 얼마나 말을 많이 하고 있는지 깨닫게 만드는 장치다.
자신이 말을 한 이후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자신의 목소리를 듣게 하면 말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는 현상에서 착안했다. 이 장치는 마이크에 잡힌 소리를 약 0.2초 후에 지향성 스피커로 최대 약 30m 떨어진 발화자에게 되돌려 준다. 연구자는 시상식에 참여해 이 발명품을 직접 시연해 보였다. 이로써 일본은 6년 연속 이그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영광을 누렸다.
‘테이크아웃’으로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의 귀가 솔깃해질 연구도 있다. 캘리포니아 대학 기계공학과의 H.C 매이어와 R. 크레체트니코프는 ‘커피를 들고 걸으면 왜 쏟아질까?’라는 연구로 이그노벨상 유체역학상을 수상했다.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들고 다니고, 또 종종 엎지르게 된다. 연구진은 이 흔한 현상을 체계적으로 연구했다. 걷는 속도와 컵에 담긴 액체의 양 등 조건의 변화에 따라 어떤 결과가 벌어지는지 분석한 것이다. 애석하게도 연구진은 일반적인 커피 컵의 크기와 커피라는 물질적 특성, 걷는 행위에는 엎지르는 현상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니 꽉 찬 커피잔을 들고 있다면 천천히 걷거나 아예 다 마시고 걷는 것이 안전하겠다.
긴 머리를 하나로 즐겨 묶는 사람이라면 이 연구를 주목하자. 이그노벨상 물리학상은 포니테일, 즉 말총 모양이 되도록 머리카락을 뒤로 모아 하나로 묶는 머리 모양에 대한 연구가 차지했다. 긴 머리를 상큼하게 묶고 공원을 시원하게 달리는 사람을 떠올려보라. 달리는 사람은 앞으로 나아가며 상체를 움직이지 않더라도, 뒤통수에 묶인 머리만은 좌우로 흔들린다. 조셉 켈러, 레이먼드 골드스테인 등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과 유니레버 사의 연구자들은 이 문제에 호기심을 품었고 말총머리의 모양과 움직일 때 힘의 균형 문제를 조사하고 나섰다. 시계추 같이 단단한 것부터 줄처럼 유연한 것까지 다양한 모양의 말총을 대상으로 각각의 진동 양태를 선방정식으로 풀어냈다.
건강검진을 앞둔 사람에게 솔깃할 연구도 있다. 신경과학상은 기능성자기공명장치(fMRI)와 관련된 것이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크레이그 베닛 연구팀은 뇌 속 혈류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fMRI를 죽은 연어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죽은 연어의 촬영 결과에서도 뇌가 활성화됐을 때 나타나는 데이터들이 발견됐다. 물론 이것은 거짓 양성 반응이다. 이 연구는 MRI 등 뇌 촬영 결과를 무조건 믿는 경향에 경종을 울리는 결과다.
이 밖에도 2012년 이그노벨상은 흥미로운 연구를 다수 소개한다. 해부학상은 침팬지의 인식 기능을 연구한 네덜란드 연구자 프란스 드 바알과 제니퍼 포로르니가 수상했다. 이 연구에 의하면 침팬지는 엉덩이가 나온 뒷모습 사진을 보고 다른 침팬지를 구별해낼 수 있다고 한다. 영장류 학자 프란스는 원래 침팬지가 처음 본 상대의 성별을 얼굴로 인식할 수 있는지에 대한 능력을 연구하려고 했다. 때문에 성별에 따라 모양이 다른 엉덩이 사진을 이용했다. 그런데 실험 과정에서 침팬지가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동료일 경우 얼굴과 엉덩이를 완벽히 매치시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참고로 침팬지는 얼굴만으로는 성별을 잘 구별하지 못했다.
심리학상은 왼쪽으로 자세를 기울였을 때 에펠탑이 더 작게 보인다는 사실을 입증한 애니타 얼랜드, 롤프 즈완, 튤리와 과달루페가 수상했다. 이 연구에는 닌텐도의 게임기인 ‘위 밸런스 보드(Wii Balance Board)’가 사용됐다. 연구진은 33명의 대학생을 이 위 밸런스 보드 위에 서게 한 뒤 왼쪽, 오른쪽으로 기울인 상태에서 에펠탑의 높이를 평가하게 했다.
평화상은 오래된 탄약을 이용해 사물을 코팅하는 기술을 개발한 러시아의 SKN회사가, 화학상은 스웨덴 앤더스뢰프 지역 주민의 머리카락이 녹색으로 변하는 이유를 밝힌 스웨덴 화학자가 수상했다.
2012년 노벨문학상은 한국 시인 고은이나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등 동아시아권 작가의 수상이 점쳐졌던 까닭에 더욱 기대를 모았다. 결국 중국 소설가 모옌이 수상했으니 아주 빗나간 예상은 아니게 됐다. 그렇다면 이그노벨상은 누구에게 문학상을 수여했을까? 수상자는 미국 회계감사원으로, 수상작은 2012년 5월 10일 발표한 보고서와 연구 작업에 드는 비용 추정에 관한 보고서였다. “보고서에 대한 보고서에 대한 보고서에 대한 보고서 준비를 위한 보고서 작성을 권고하는 보고서에 대한 보고서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한 공로”였다. 먼저 웃고 그 다음 생각하게 만드는, 이그노벨상 다운 선정작이다.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한번쯤 호기심을 가졌을 문제들에 대해 과학자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올해 이그노벨상 수상자들의 면면을 보면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일본산업기술종합연구소 가즈타카 구리하라 연구팀은 쉴 새 없이 떠드는 수다쟁이의 입을 막을 방법을 연구해 음향상을 수상했다. ‘스피치 재머(Speech Jammer)’라는 이 장치는 누군가 말을 하면 수십 분의 1초 간격을 두고 자기 말을 다시 듣게 해서, 자기가 얼마나 말을 많이 하고 있는지 깨닫게 만드는 장치다.
자신이 말을 한 이후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자신의 목소리를 듣게 하면 말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는 현상에서 착안했다. 이 장치는 마이크에 잡힌 소리를 약 0.2초 후에 지향성 스피커로 최대 약 30m 떨어진 발화자에게 되돌려 준다. 연구자는 시상식에 참여해 이 발명품을 직접 시연해 보였다. 이로써 일본은 6년 연속 이그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영광을 누렸다.
‘테이크아웃’으로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의 귀가 솔깃해질 연구도 있다. 캘리포니아 대학 기계공학과의 H.C 매이어와 R. 크레체트니코프는 ‘커피를 들고 걸으면 왜 쏟아질까?’라는 연구로 이그노벨상 유체역학상을 수상했다.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들고 다니고, 또 종종 엎지르게 된다. 연구진은 이 흔한 현상을 체계적으로 연구했다. 걷는 속도와 컵에 담긴 액체의 양 등 조건의 변화에 따라 어떤 결과가 벌어지는지 분석한 것이다. 애석하게도 연구진은 일반적인 커피 컵의 크기와 커피라는 물질적 특성, 걷는 행위에는 엎지르는 현상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니 꽉 찬 커피잔을 들고 있다면 천천히 걷거나 아예 다 마시고 걷는 것이 안전하겠다.
긴 머리를 하나로 즐겨 묶는 사람이라면 이 연구를 주목하자. 이그노벨상 물리학상은 포니테일, 즉 말총 모양이 되도록 머리카락을 뒤로 모아 하나로 묶는 머리 모양에 대한 연구가 차지했다. 긴 머리를 상큼하게 묶고 공원을 시원하게 달리는 사람을 떠올려보라. 달리는 사람은 앞으로 나아가며 상체를 움직이지 않더라도, 뒤통수에 묶인 머리만은 좌우로 흔들린다. 조셉 켈러, 레이먼드 골드스테인 등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과 유니레버 사의 연구자들은 이 문제에 호기심을 품었고 말총머리의 모양과 움직일 때 힘의 균형 문제를 조사하고 나섰다. 시계추 같이 단단한 것부터 줄처럼 유연한 것까지 다양한 모양의 말총을 대상으로 각각의 진동 양태를 선방정식으로 풀어냈다.
건강검진을 앞둔 사람에게 솔깃할 연구도 있다. 신경과학상은 기능성자기공명장치(fMRI)와 관련된 것이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크레이그 베닛 연구팀은 뇌 속 혈류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fMRI를 죽은 연어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죽은 연어의 촬영 결과에서도 뇌가 활성화됐을 때 나타나는 데이터들이 발견됐다. 물론 이것은 거짓 양성 반응이다. 이 연구는 MRI 등 뇌 촬영 결과를 무조건 믿는 경향에 경종을 울리는 결과다.
이 밖에도 2012년 이그노벨상은 흥미로운 연구를 다수 소개한다. 해부학상은 침팬지의 인식 기능을 연구한 네덜란드 연구자 프란스 드 바알과 제니퍼 포로르니가 수상했다. 이 연구에 의하면 침팬지는 엉덩이가 나온 뒷모습 사진을 보고 다른 침팬지를 구별해낼 수 있다고 한다. 영장류 학자 프란스는 원래 침팬지가 처음 본 상대의 성별을 얼굴로 인식할 수 있는지에 대한 능력을 연구하려고 했다. 때문에 성별에 따라 모양이 다른 엉덩이 사진을 이용했다. 그런데 실험 과정에서 침팬지가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동료일 경우 얼굴과 엉덩이를 완벽히 매치시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참고로 침팬지는 얼굴만으로는 성별을 잘 구별하지 못했다.
심리학상은 왼쪽으로 자세를 기울였을 때 에펠탑이 더 작게 보인다는 사실을 입증한 애니타 얼랜드, 롤프 즈완, 튤리와 과달루페가 수상했다. 이 연구에는 닌텐도의 게임기인 ‘위 밸런스 보드(Wii Balance Board)’가 사용됐다. 연구진은 33명의 대학생을 이 위 밸런스 보드 위에 서게 한 뒤 왼쪽, 오른쪽으로 기울인 상태에서 에펠탑의 높이를 평가하게 했다.
평화상은 오래된 탄약을 이용해 사물을 코팅하는 기술을 개발한 러시아의 SKN회사가, 화학상은 스웨덴 앤더스뢰프 지역 주민의 머리카락이 녹색으로 변하는 이유를 밝힌 스웨덴 화학자가 수상했다.
2012년 노벨문학상은 한국 시인 고은이나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등 동아시아권 작가의 수상이 점쳐졌던 까닭에 더욱 기대를 모았다. 결국 중국 소설가 모옌이 수상했으니 아주 빗나간 예상은 아니게 됐다. 그렇다면 이그노벨상은 누구에게 문학상을 수여했을까? 수상자는 미국 회계감사원으로, 수상작은 2012년 5월 10일 발표한 보고서와 연구 작업에 드는 비용 추정에 관한 보고서였다. “보고서에 대한 보고서에 대한 보고서에 대한 보고서 준비를 위한 보고서 작성을 권고하는 보고서에 대한 보고서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한 공로”였다. 먼저 웃고 그 다음 생각하게 만드는, 이그노벨상 다운 선정작이다.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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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하네요ㅋㅋ
2013-01-06
답글 0
정말 대단한 일들을 알게 됩니다. 감사하고요. 많은분들께 소개하겠습니다. 모두 모두 행복하십시오.
2012-10-30
답글 0
글자 크기가 좀 작은 듯합니다. +, - 뭐 이런 것 만들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2012-10-29
답글 0
오늘도 유용한 지식 얻어 갑니다^^
2012-10-22
답글 0
....하하하하....
2012-10-22
답글 0
재미있는 지식을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주 읽기가 즐거웠습니다...!
2012-10-17
답글 0
“보고서에 대한 보고서에 대한 보고서에 대한 보고서 준비를 위한 보고서 작성을 권고하는 보고서에 대한 보고서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한 공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2-10-17
답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