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식물은 주변 환경 어떻게 감지할까

<KISTI의 과학향기> 제3082호   2018년 01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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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의 저작권은 인터넷 과학신문 '사이언스타임즈'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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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은 동물 같은 눈과 귀가 없지만 환경 신호와 위험- 특히 독성이 있는 병원균 등을 보고, 듣고, 그에 대해 반응할 수 있다. 식물이 이런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은 미생물이나 다른 스트레스들을 감지할 수 있는 수백 개의 막 단백질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감지 단백질 중 일부분만이 고전 유전학을 통해 연구되었고, 이들 센서가 서로 복합체를 형성해 기능하는 방법에 대한 지식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4개국 국제연구팀이 이 단백질 200개에 대한 최초의 네트워크 지도를 만들었다. 이 지도는 몇가지 핵심 단백질들이 어떻게 네트워크 통합에 중요한 주 접속점으로 기능하는지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상호작용을 나타내 주고 있다.

연구에 참여한 미국 뱅햄턴 소재 앨라배마대(UAB) 생물학과 샤히드 무크타르(Shahid Mukhtar) 조교수는 “이번 연구는 이들 단백질 간 상호작용의 첫번 째 층을 확인한 선구적인 작업”이라며, “이런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는 병원균에 대한 식물의 저항성이나 열, 가뭄, 염분, 냉해와 같은 외부 스트레스에 대한 식물의 저항성을 증진시킬 수 있는 방법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전세계 과학자들에게 향후 연구를 위한 로드맵을 제공해 준다는 것.

유럽과 캐나다 및 미국 학자들이 참여한 국제연구팀은 오스트리아 비엔나 소재 그레고르 멘델 분자 식물생물학 연구소 유세프 벨카디르(Youssef Belkhadi) 박사가 이끌었다. 연구 결과는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지에 소개됐다.
 
세포 외 영역에서 외부 신호 감지해 세포 내 영역에서 반응
 
이번의 새로운 포괄적인 상호작용 네트워크 지도는 이런 감지 단백질 가운데 가장 중요한 등급에 속하는 ‘류신이 풍부한(leucine-rich) 반복 수용체 키나아제’(LRR-receptor kinases)에 초점을 맞췄다. 이 단백질은 인체의 내재면역계에서 중요 역할을 하는 패턴수용체인 톨-유사 수용체(toll-like receptor; TLR)와 구조적으로 유사하다.

LRR 수용체 키나아제는 동물과 식물 모두에서 주로 환경을 감지하는 역할을 하는 단백질족이다. 식물들은 세포 막 너머로 확장된 세포 외 영역을 가지고 있으며, 이 영역은 병원균으로부터 나오는 성장호르몬이나 단백질 부분 같은 화학신호를 인식한다. 이런 화학신호를 인지하게 되면 수용체 키나아제가 세포 내 도메인을 사용해 세포 안에서 이들 신호에 대한 반응을 시작한다.
 
수용체 효소, 식물 발달과 면역에 중요 역할
 
연구팀이 모델로 택한 애기장대는 인간보다 50배가 더 많은 600개 이상의 서로 다른 수용체 키나아제를 가지고 있다. 이 수용체 효소들은 식물의 성장과 발달, 면역 및 스트레스 대응 반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수용체의 기능에 대해서는 일부만 알려져 있고, 수용체들이 가끔 충돌하는 신호에 대한 반응을 조정하기 위해 어떻게 상호 작용 하는지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벨카디르 박사팀은 이번 연구에서 수용체의 세포 외 도메인 간의 상호작용을 한 쌍씩 테스트했다. 400개 이상의 LRR 수용체 키나아제 세포 외 도메인에 대해 4만회 이상의 상호작용 시험을 수행했다.
시험 결과 나온 양성 상호작용은 수용체 키나아제들이 서로 어떻게 상호작용 하는지를 보여주는 지도를 만드는데 사용돼, 모두 567회의 높은 신뢰도를 가진 상호작용을 나타냈다.

캐나다 토론토대의 데이비드 거트먼(David Guttman) 박사와 대럴 데스보(Darrell Desveaux) 박사는 다양한 가설을 만들기 위해 알고리듬을 사용해 수용체 상호작용을 분석했다. 그리고 이 가설들은 벨카디르 박사와 영국 세인스버리 연구소의 시릴 지펠(Cyril Zipfel) 박사가 타당성을 검증했다.
 
작은 ‘세포 외 도메인’이 다른 수용체 작용 조정
 
앨라배마대의 무크타르 교수와 티모시 TC 하우튼(Timothy “TC” Howton) 대학원생은 세포 내 도메인도 또한 강한 상호작용을 보이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세포 외 영역이 고신뢰 상호작용을 보인 372개의 LRR-수용체 키나아제의 세포 내 도메인을 시험했다. 절반 이상의 시험에서 이러한 수용체 복합체 형성이 신호 인지와 하부로의 신호 변환에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세포 외 도메인의 상호작용이 생물학적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무크타르 교수팀은 애기장대 LRR-수용체 키나아제의 거의 모든 세포 내 도메인을 복제했다. 무크타르 교수는 “이는 우리 관심분야로 식물이 어떻게 병원균에 반응하는지 혹은 병원균이 어떻게 식물 면역체계를 장악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토론토대의 아담 모트(Adam Mott) 박사는 이번 연구에 두 가지 놀라운 발견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하나는 작은 세포 외 도메인을 가진 LRR-수용체 키나아제가 큰 도메인을 가진 것들보다 다른 LRR-수용체 키나아제와 더 자주 상호작용을 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작은 수용체 키나아제가 다른 수용체 작용을 조정하기 위해 진화되었다는 점을 시사한다. 두 번째는 네트워크 통합에 중요한 것으로 보이는 여러 가지 미지의 LRR-수용체 키나아제를 새로 확인한 점이다.
 
“식물의 환경 감지 이해에 도움될 것”
 
가장 중요한 것은 ‘에이펙스’(APEX)라고 불리는 효소가 제거되면 나머지 네트워크에 심각한 혼란이 일어나는 것으로 예측된 점이다. 연구팀은 APEX와 다른 알려진 몇몇 LRR-수용체 키나아제를 제거하면 실제로 식물의 발달과 면역 반응에 손상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APEX 접속점으로부터 몇 단계 떨어진 여러 수용체 키나아제 네트워크들이 이런 면역 반응들을 조절한다 해도 마찬가지였다.

수용체 키나아제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를 새로 밝혀낸 이번 연구는 상업 작물이 지구 온난화와 질병 같은 환경 스트레스 저항성을 갖도록 스트레스 반응을 수정할 수 있는 중요한 수용체 키나아제를 식별해 내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하우튼 연구원은 “이번 연구에서 개발된 네트워크는 전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이런 수용체들의 연결성을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며, “이 지식은 식물 세포 표면의 수용체 맥락 안에서 식물이 주변 환경을 어떻게 감지하는지를 더욱 잘 이해하는데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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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타임즈 김병희 객원기자
저작권자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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