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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뜨거워~ 잉? 얼음이네 - 섭씨 20도
<KISTI의 과학향기> 제340호 2005년 09월 12일
“섭씨 20도에서 얼음이 얼 수 있을까?”
기본 상식으로는 상상하기 힘들다. 하지만 정답은 그렇다가 답이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섭씨 20도에서 얼음이 얼다니!
최근 서울대 화학과 강헌교수 연구팀이 뜨거운 얼음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 관심을 끌고 있다. 물에 금(金)으로 만든 전극을 넣고 강한 전류를 흐르게 했더니, 섭씨 20도에서 미세 얼음막이 형성되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이 연구결과는 물리학 분야 최고 권위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 와 ‘사이언스’ 등 여러 과학 학술지에서 잇따라 주요 뉴스로 소개되기도 했다. 이른바 ‘뜨거운 얼음’이 탄생한 것이다. 어떻게 해서 이것이 가능할까?
물(H2O)은 산소 원자와 그보다 작은 2개의 수소 원자와 결합된 물질이다. 물 분자 하나는 V자 모양으로 수소 2개가 양끝에 위치하고, V자의 꼭지점에 산소가 위치해 있는 형태다. 그런데 물 분자에서는 산소가 수소의 전자를 끌어 당기는 힘이 강해, 이웃의 다른 물 분자에서도 각각의 수소와 산소가 서로 끌어당기게 된다. 바로 이러한 분자간의 결합이 수소결합이다. 수소결합이 물분자들을 서로 끌어당겨 모여 있을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물은 쉽게 증발해버리지 않고 액체로 남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주변의 온도를 낮춰 물 1g에서 약 80cal의 숨은 열을 뽑아내면 수소결합은 분자들을 더 단단하게 잡아 매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얼음이다. 즉 원래 V자형의 꼭지점에 있는 산소 원자는 원래 2개의 수소 결합을 만들고 있는데, 온도가 내려가면서 다른 물분자들의 수소를 끌어당겨 산소 원자 1개에 4개의 수소 가 달라붙는 형국이 되는 것이다. 산소 원자에서 보면 주변의 수소들이 마치 정사면체의 꼭지점에 하나씩 붙어 있어 모양이 되고, 이런 분자들이 얼키고 설켜 단단한 얼음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뜨거운 얼음은 어떻게 만들 수 있는 것일까?
이론적으로 초고압 상태에서는 가능하다. 통상적으로 얼음의 녹는점은 섭씨 0도가 되지만, 25,000bar의 압력에서 얼음의 녹는점은 섭씨 100도나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높은 압력을 가하면 이론상으로는 고온의 얼음을 만들 수는 있다는 말이 된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얼음을 만들기 위해서는 매우 높은 압력을 가해 주어야 하므로, 현실적으로 실현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 때문에 뜨거운 얼음은 아직까지 이론상으로만 존재했다.
하지만 뜨거운 얼음을 만들고 싶어한 과학자들은 온도를 낮추거나 압력을 높이는 대신 물에 아주 강력한 전기를 거는 방식에 주목했다.
과학자들은 물에 고압의 전기를 걸면 물 분자들이 한 방향으로 정렬하면서 얼음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컴퓨터가 계산해낸 결과, 고압으로 뜨거운 얼음을 만들기 위해서는 1m당 10억 볼트의 전기가 공급되어야 하는 것으로 추정됐고, 그 누구도 이 이론을 입증해내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 강교수팀의 실험 결과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고압의 전기를 이용해 뜨거운 얼음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이론에서 제시한 것 보다 1,000배나 작은 100만 볼트만 걸어줘도 얼음이 생긴다는 것을 밝혔기 때문이다. 금으로 된 전극 사이의 물에서 전자가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연구하던 도중 우연하게 이 사실을 확인한 강교수팀은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는 아직까지 더 규명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뜨거운 얼음이 언다는 것을 실험으로 입증한 것만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
100만 볼트의 전압이라면 엄청난 전기장 같지만 휴대폰 배터리 전극이나 우리 몸에서 신경신호가 전달될 때도 순간적으로 이 정도 전기장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만큼 추가적인 실험이나, 실용화를 하기 쉽다는 이야기가 된다. 만약 강교수팀의 ‘뜨거운 얼음’에 대한 연구가 더욱 진전이 된다면 ‘얼음은 차다’는 고정관념을 깨드려야 될 지도 모른다. (글: 유상연 - 과학칼럼니스트)
기본 상식으로는 상상하기 힘들다. 하지만 정답은 그렇다가 답이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섭씨 20도에서 얼음이 얼다니!
최근 서울대 화학과 강헌교수 연구팀이 뜨거운 얼음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 관심을 끌고 있다. 물에 금(金)으로 만든 전극을 넣고 강한 전류를 흐르게 했더니, 섭씨 20도에서 미세 얼음막이 형성되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이 연구결과는 물리학 분야 최고 권위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 와 ‘사이언스’ 등 여러 과학 학술지에서 잇따라 주요 뉴스로 소개되기도 했다. 이른바 ‘뜨거운 얼음’이 탄생한 것이다. 어떻게 해서 이것이 가능할까?
물(H2O)은 산소 원자와 그보다 작은 2개의 수소 원자와 결합된 물질이다. 물 분자 하나는 V자 모양으로 수소 2개가 양끝에 위치하고, V자의 꼭지점에 산소가 위치해 있는 형태다. 그런데 물 분자에서는 산소가 수소의 전자를 끌어 당기는 힘이 강해, 이웃의 다른 물 분자에서도 각각의 수소와 산소가 서로 끌어당기게 된다. 바로 이러한 분자간의 결합이 수소결합이다. 수소결합이 물분자들을 서로 끌어당겨 모여 있을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물은 쉽게 증발해버리지 않고 액체로 남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주변의 온도를 낮춰 물 1g에서 약 80cal의 숨은 열을 뽑아내면 수소결합은 분자들을 더 단단하게 잡아 매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얼음이다. 즉 원래 V자형의 꼭지점에 있는 산소 원자는 원래 2개의 수소 결합을 만들고 있는데, 온도가 내려가면서 다른 물분자들의 수소를 끌어당겨 산소 원자 1개에 4개의 수소 가 달라붙는 형국이 되는 것이다. 산소 원자에서 보면 주변의 수소들이 마치 정사면체의 꼭지점에 하나씩 붙어 있어 모양이 되고, 이런 분자들이 얼키고 설켜 단단한 얼음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뜨거운 얼음은 어떻게 만들 수 있는 것일까?
이론적으로 초고압 상태에서는 가능하다. 통상적으로 얼음의 녹는점은 섭씨 0도가 되지만, 25,000bar의 압력에서 얼음의 녹는점은 섭씨 100도나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높은 압력을 가하면 이론상으로는 고온의 얼음을 만들 수는 있다는 말이 된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얼음을 만들기 위해서는 매우 높은 압력을 가해 주어야 하므로, 현실적으로 실현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 때문에 뜨거운 얼음은 아직까지 이론상으로만 존재했다.
하지만 뜨거운 얼음을 만들고 싶어한 과학자들은 온도를 낮추거나 압력을 높이는 대신 물에 아주 강력한 전기를 거는 방식에 주목했다.
과학자들은 물에 고압의 전기를 걸면 물 분자들이 한 방향으로 정렬하면서 얼음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컴퓨터가 계산해낸 결과, 고압으로 뜨거운 얼음을 만들기 위해서는 1m당 10억 볼트의 전기가 공급되어야 하는 것으로 추정됐고, 그 누구도 이 이론을 입증해내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 강교수팀의 실험 결과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고압의 전기를 이용해 뜨거운 얼음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이론에서 제시한 것 보다 1,000배나 작은 100만 볼트만 걸어줘도 얼음이 생긴다는 것을 밝혔기 때문이다. 금으로 된 전극 사이의 물에서 전자가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연구하던 도중 우연하게 이 사실을 확인한 강교수팀은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는 아직까지 더 규명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뜨거운 얼음이 언다는 것을 실험으로 입증한 것만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
100만 볼트의 전압이라면 엄청난 전기장 같지만 휴대폰 배터리 전극이나 우리 몸에서 신경신호가 전달될 때도 순간적으로 이 정도 전기장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만큼 추가적인 실험이나, 실용화를 하기 쉽다는 이야기가 된다. 만약 강교수팀의 ‘뜨거운 얼음’에 대한 연구가 더욱 진전이 된다면 ‘얼음은 차다’는 고정관념을 깨드려야 될 지도 모른다. (글: 유상연 -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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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향기를 통해서 또 하나의 새로운 지식을 얻어가네요 고맙습니다~!^^
2009-04-05
답글 0
역시 와 대단하시넹
2006-01-17
답글 0
역시 와 대단하시넹
2006-01-17
답글 0
신기하지만..20도에서 뜨겁다는 과장이아닌지...
2005-09-19
답글 0
신기하고,재밌다....
2005-09-14
답글 0
물체의 3상이 단지 온도와 압력에 의해서만 결정되지 않는다는 실험이군요. 어찌보면 당연한 것 같지만, 의식화하고 실험한다는 건 쉬운일이 아닌 것 같죠? 아마 그런 것들이 과학의 맹점이고 위대한 점이지만, 물질의 이해를 단지 온도와 압력이란 17세기 보일의 차원에서 보어나 톰슨의 차원으로 올린 실험같군요.
2005-09-12
답글 0
20도면 뜨겁지는 않은 듯한데......
헌데, 뜨거운(?) 얼음을 어떤 곳에 실용화 하는지 너무 궁금하네요. 짧은 생각에 별다른 용도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아서요.
그래도 무척 신기한 일이네요.
2005-09-12
답글 0
이거 저번에 신문에서 봤는데..
연구를 너무 열심히 하셔서 그런지 그분 몰골이 쩝..
정부에서 이런건 지원 해줘야 되는데 지들끼리 놀고먹기 바쁘니..ㅡ.ㅡ;;
2005-09-12
답글 0
알려진 물리적 특성보다는 숨겨진 특성이 더 많을 것으로 추극되며 얼음이라는 형태에도 +,-와 같은 대칭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한 실험이네요.
2005-09-12
답글 0
한국이 기초과학에 약한줄만 알았는데 많이 연구가 되고 있었군요. ^^
2005-09-12
답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