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향기 Story
- 스토리
스토리
어린이도 인간과 세계를 이해하고 싶어 한다!
<KISTI의 과학향기> 제3541호 2020년 05월 18일‘어린이’하면 아직 미성숙한 존재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아직 약하고 생각이 여물지 않아서 어른의 도움과 보호가 꼭 필요하다고 말이다. 물론 맞는 말이지만 어린이도 자신이 할 수 있는 한에서 세상을 이해하고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무엇이 옳은 생각과 행동인지 고민한다. 이런 사실은 현대 발달 심리학의 실험에서도 입증된다.
어린이는 사건의 원인과 결과를 아는 데서 흥미를 느낀다
미국 밴더빌트대학교의 심리학자들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매우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자들은 3살에서 4살 연령의 어린이 48명을 대상으로 4주 간격으로 2권의 책을 읽게 했다.
2권의 책은 모두 동물의 생태와 행동에 관한 책이었다. 다만 내용이 서로 달랐는데, 하나는 동물의 신체와 행동이 그 동물의 생존과 번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설명하는 책이었다. 나머지 하나는 동물의 신체와 행동을 보여주지만 그 특징에 대한 설명은 없는 책이었다.
어린이들은 두 책을 모두 좋아했고 재미있게 읽었다. 그런데 모든 독서가 끝난 이후 어떤 책이 더 좋았느냐는 물음에는 많은 어린이들이 동물이 지닌 특징이 어떻게 생존에 기여하는지 자세히 설명하는 책, 즉 인과관계가 풍부히 설명된 책이 더 좋고 재미있었다는 답이 많았다.
이런 연구는 어린이들이 책 속에서 세상과 생명에 대한 원인과 결과가 맞물리는 설명을 보는 것에서 내적인 보상을 느낀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는 것은 기쁨을 준다. 더 구체적으로 뇌의 보상 중추를 자극해 도파민이 분비되도록 한다.
연구자들은 “어린이들은 왜 그렇게 되는지에 대한 답을 찾고, 마침내 그 답을 이해하면 세상을 정복했다는 기쁨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어른과 마찬가지로 어린이들도 자신을 둘러싼 외부 세계를 이해하고 통제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독서하는 아이 바란다면, 인과관계가 풍부한 책을
부모들은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아이와 함께 책을 읽거나 혹은 TV를 보면서 아이들이 왜?, 왜 그렇게 되는 거야? 라고 끊임없이 이유를 묻는 것을 말이다. 가끔 그런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난감할 때가 많지만 아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는 것이 아이의 동기를 고취하고 적극적인 태도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아동 전문가들은 어린이들이 처음 겪는 경험이나 당혹스런 상황을 마주쳤을 때 공감하고 위로를 보내주는 것도 좋지만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설명해주는 것도 인지와 정서적 안정에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어린이들이 사랑하던 강아지가 죽거나 친구의 나쁜 행동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슬픔과 분노를 느낄 때가 있다. 그럴 때 어린이의 감정을 묘사하는 책을 읽게 하거나, “지금 슬픔을 느끼는 구나”라고 공감해주는 것도 좋다. 하지만 더 좋은 것은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된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왜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 그런 감정이 어떤 생각을 떠오르게 하는지 아이와 토론하여 스스로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 좋다. 당연히 이렇게 의견을 나눌 때는 아이의 감정에 대한 인과관계가 담긴 책을 함께 읽는 것이 독서에 대한 흥미를 키우는 데 좋다.
요즘 부모들이 제일 걱정하는 것이 아이들이 스마트폰과 인터넷에 빠져 책을 읽지 않는 것이다. 문제는 스마트폰이나 아이 자체가 아니다. 아이들은 아직 자신에게 맞는 책을 만나지 못했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아이가 가진 궁금증과 호기심을 풀어줄 수 있는 인과관계가 풍부한 책을 읽게 하고 부모와 함께 토론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따라서 부모들은 아이들이 큰 질문, 예를 들어 세계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나 스스로를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유도하고 이런 질문을 고민하는 책들을 함께 읽는 방식으로 독서 교육을 해야 한다.
아이의 마음은 비록 어른보다 풍부하고 복잡하지 않을지는 몰라도 세계를 이해하고자 하는 강현 열망을 품고 있다. 아이가 자라서 강하고 단단한 어른, 타인을 배려하고 조화롭게 살아가는 어른이 되려면 원인과 결과를 탐구할 수 있는 독서가 필요하다.
글: 정원호 과학칼럼니스트/일러스트: 이명헌 작가

추천 콘텐츠
인기 스토리
-
- 저주파 자극기, 계속 써도 괜찮을까?
- 최근 목이나 어깨, 허리 등에 부착해 사용하는 저주파 자극기가 인기다. 물리치료실이 아니라 가정에서 손쉽게 쓸 수 있도록 작고 가벼울 뿐만 아니라 배터리 충전으로 반나절 넘게 작동한다. 게다가 가격도 저렴하다. SNS를 타고 효과가 좋다는 입소문을 퍼지면서 판매량도 늘고 있다. 저주파 자극기는 전기근육자극(Electrical Muscle Stimu...
-
- 우리 얼굴에 벌레가 산다? 모낭충의 비밀스러운 삶
- 썩 유쾌한 얘기는 아니지만, 우리 피부에는 세균 같은 각종 미생물 외에도 작은 진드기가 살고 있다. 바로 모낭충이다. 모낭충은 인간의 피부에 살면서 번식하고, 세대를 이어 간다. 태어난 지 며칠 되지 않은 신생아를 제외한 거의 모든 사람의 피부에 모낭충이 산다. 인간의 피부에 사는 모낭충은 크게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주로 얼굴의 모낭에 사는...
-
- [과학향기 Story] 차 한 잔에 중금속이 줄었다? 찻잎의 숨겨진 능력!
- 하루하루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은 잠을 깨우기 위해 커피를 마신다. 이에 커피 소비량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커피의 소비량은 ‘차(茶)’의 소비량을 뛰어넘지 못했다. 이는 많은 국가에서 차를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카페인 외에도 다양한 성분이 함유돼 있어, 건강을 목적으로 섭취하는 사람들도 다수 존재한다. ...
이 주제의 다른 글
- [과학향기 for Kids] 산타할아버지는 언제 한국에 도착할까?
- [과학향기 Story] 강의실 천장이 높으면 시험을 망친다?
- [과학향기 Story] 내 안의 화를 날려 버릴 최고의 방법은?
- [과학향기 Story] 딥러닝, 똑똑한 인공지능을 만든 비밀
- [과학향기 for Kids] 아침에 빵 먹으면 못생겨 보인다?
- 2024년은 청룡의 해, 신화와 과학으로 용의 기원 찾아 삼만 리
- 북한이 쏘아올린 작은 ‘만리경-1호’ 궤도 진입 성공, 성능과 목적은?
- 닷새 천하로 끝난 ChatGPT 아버지 샘 올트먼의 해고 사태, 그 이유와 의의는?
- 2022-2023, ‘양자 개념’이 노벨상 연속으로 차지했다? 양자 연구 톺아보기
- 전 세계 통신을 위한 우주 인터넷, ‘머스크 vs 베이조스’로 격돌 중
ScienceON 관련논문
잘봤습니다.
실천하기가 쉽지 않아보이네요.
마지막 줄에 ... 강현 열망을 품고 있다. → 강한 열망을 품고 있다.
2020-07-01
답글 0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2020-06-18
답글 0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2020-06-18
답글 0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2020-06-18
답글 0
아이들에게도 인과관계가 설명된 논리적인 글을 통해 얻는 성취감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네요! 이런 독서 습관은 공부에 좋은 동기 부여가 될 것 같아요. 유익하고 재밌는 정보 감사합니다~
2020-06-02
답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