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향기 Story
- 스토리
스토리
연금술사의 영원한 꿈 금을 만들 순 없을까?
<KISTI의 과학향기> 제236호 2005년 01월 12일
지구상에서 가장 유명한 교장 선생님은 누구 아마도 ‘알버스 덤블도어’일 것이다. 해리포터가 다니고 있는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교장선생님인 그의 인사기록 카드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기록되어 있다.
“…… 그리고 그의 파트너 니콜라스 플라멜과 함께 연금술을 연구한 것으로 유명하다.……”
연금술이란 무엇일까? 옛사람들은 땅 속에 묻혀 있는 수은(Hg)이나 납(Pb)과 같은 하찮은 금속이 수천 년에 걸쳐서 성장하면 은(Ag)이나 금(Au)이 된다고 믿었다. 그 성장의 원리를 응용하여 직접 은과 금을 만드는 기술이 바로 연금술이다. 역사 기록에 따르면 프랑스의 니콜라스 플라멜은 1382년 1월 17일 정오에 수은을 은으로 변화시켰고 3개월 후인 4월 25일 오후 5시에는 수은을 금으로 변화시키는데 성공하였다고 전해진다. (믿거나 말거나!)플라멜의 성공 소문은 많은 과학자들이 연금술에 몰두하게 하였다. 대표적인 합리주의 철학자인 데카르트와 근대 과학의 기초를 세운 아이작 뉴턴도 그들 가운데 한 명이다. 부자가 되겠다는 욕심에 최고의 학자들이 연금술이라는 얼토당토하지 않은 일에 빠지게 된 것이다. 물론 그들에게도 충분한 논리적인 근거가 있었다.
중세에 이르기까지 유럽인의 사고를 지배하였던 아리스토텔레스 철학과 자연관이 바로 그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물, 공기, 불 그리고 흙이라는 네 가지 원소가 만물의 기본이라는 엠페도클레스의 생각을 발전시켜 사원소설(四元素說)을 확립하였다. 사원소설에 따르면 물질이 서로 다른 성질을 나타내는 것은 물질을 구성하는 이 네 가지 원소의 구성 비율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은이나 납을 잘 다루기만 하면 금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18세기말 라부아지에가 원소를 ‘물질을 분해할 때 더 이상 간단한 물질로 분해되지 않는 입자’라고 정의하면서 수십 가지 원소를 분류하고, 이어서 19세기 시작과 함께 돌턴의 원자설과 아보가드로의 분자 개념이 성립됨으로써 사원소설과 연금술은 더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었다.
돌을 금으로 바꾼다는 것은 그야말로 허황된 꿈이었다. 하지만 연금술 연구 과정에 많은 화학적 기초 지식이 축적되었다. 연금술사들은 저울과 도가니, 플라스크와 증류기 같은 많은 화학 기구를 발명하였으며, 물질의 변화를 일으키는 다양한 방법들을 발견하여 기록하였다. 그들은 원래 목적했던 금을 만드는 데는 실패하였지만 근대 화학의 기반을 닦았던 것이다.
그런데 1919년 러더퍼드가 알파 입자로 질소 원자를 붕괴시킨 이후 핵물리학의 발전은 새로운 국면을 가져왔다. 한 원소가 다른 원소로 바뀌는 원소의 변성은 흔한 일이 되었으며 심지어 존재하지 않는 원소도 만들어졌다. 지구상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가장 무거운 원소는 원자번호 92번의 우라늄(U)이지만 114번 이상의 초(超)우라늄 원소들이 만들어진 상태이다. 이 상황에서 연금술이 다시 등장하지 않을 리가 없다. 금을 만들어 부자가 되고자 하는 욕망은 서양의 중세시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원소는 원자핵을 구성하는 양성자와 중성자 수에 따라 그 성질이 결정된다. 어떤 조작을 통하여 원자핵의 구성이 바뀌면 다른 원소가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백금(Pt) 원자핵에 중성자를 충돌시키면 금 원자가 만들어질 수 있다. 또 원자번호 29번인 구리(Cu)와 원자번호 50번인 주석(Sn)의 원자핵을 융합시키면 양성자수가 79가 되어 금이 만들어진다. 중세 연금술의 주원료였던 납(Pb)의 양성자 수는 82개이다. 따라서 납의 원자핵에서 양성자를 세 개만 제거하면 납을 금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여전히 새로운 플라멜의 등장 소식을 들을 수 없는 것일까? 문제는 경제성이다. 금속 원자는 금속 덩어리를 5천℃ 이상으로 가열해 금속기체를 만들어서 얻는다. 그리고 핵융합을 위해서는 큰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매우 빠른 속도로 가속되어야 한다. 무조건 빠르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그 속도가 정교하게 조절되어야 한다. 그런데 거대한 입자가속기와 같은 장치를 만들고 운영하는 비용은 막대한 데 비해 거기서 만들 수 있는 금의 양은 아직까지는 보잘 것이 없으니 연금술이 가능하다고 해도 거기에 뛰어들 수는 없는 것이다.
새로운 원소들을 만들어 내는 연구들은 보물섬을 찾아가는 욕정에 가득 찬 모험일까? 아니면 우주의 탄생 근원을 찾아가는 끝없는 항해일까? “인간들이란 꼭 자신에게 이롭지 못한 것을 선택하는 나쁜 버릇을 가지고 있다”는 덤블도어 교장선생님의 경고가 심상치 않다. (이정모 - 과학칼럼니스트)
“…… 그리고 그의 파트너 니콜라스 플라멜과 함께 연금술을 연구한 것으로 유명하다.……”
연금술이란 무엇일까? 옛사람들은 땅 속에 묻혀 있는 수은(Hg)이나 납(Pb)과 같은 하찮은 금속이 수천 년에 걸쳐서 성장하면 은(Ag)이나 금(Au)이 된다고 믿었다. 그 성장의 원리를 응용하여 직접 은과 금을 만드는 기술이 바로 연금술이다. 역사 기록에 따르면 프랑스의 니콜라스 플라멜은 1382년 1월 17일 정오에 수은을 은으로 변화시켰고 3개월 후인 4월 25일 오후 5시에는 수은을 금으로 변화시키는데 성공하였다고 전해진다. (믿거나 말거나!)플라멜의 성공 소문은 많은 과학자들이 연금술에 몰두하게 하였다. 대표적인 합리주의 철학자인 데카르트와 근대 과학의 기초를 세운 아이작 뉴턴도 그들 가운데 한 명이다. 부자가 되겠다는 욕심에 최고의 학자들이 연금술이라는 얼토당토하지 않은 일에 빠지게 된 것이다. 물론 그들에게도 충분한 논리적인 근거가 있었다.
중세에 이르기까지 유럽인의 사고를 지배하였던 아리스토텔레스 철학과 자연관이 바로 그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물, 공기, 불 그리고 흙이라는 네 가지 원소가 만물의 기본이라는 엠페도클레스의 생각을 발전시켜 사원소설(四元素說)을 확립하였다. 사원소설에 따르면 물질이 서로 다른 성질을 나타내는 것은 물질을 구성하는 이 네 가지 원소의 구성 비율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은이나 납을 잘 다루기만 하면 금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18세기말 라부아지에가 원소를 ‘물질을 분해할 때 더 이상 간단한 물질로 분해되지 않는 입자’라고 정의하면서 수십 가지 원소를 분류하고, 이어서 19세기 시작과 함께 돌턴의 원자설과 아보가드로의 분자 개념이 성립됨으로써 사원소설과 연금술은 더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었다.
돌을 금으로 바꾼다는 것은 그야말로 허황된 꿈이었다. 하지만 연금술 연구 과정에 많은 화학적 기초 지식이 축적되었다. 연금술사들은 저울과 도가니, 플라스크와 증류기 같은 많은 화학 기구를 발명하였으며, 물질의 변화를 일으키는 다양한 방법들을 발견하여 기록하였다. 그들은 원래 목적했던 금을 만드는 데는 실패하였지만 근대 화학의 기반을 닦았던 것이다.
그런데 1919년 러더퍼드가 알파 입자로 질소 원자를 붕괴시킨 이후 핵물리학의 발전은 새로운 국면을 가져왔다. 한 원소가 다른 원소로 바뀌는 원소의 변성은 흔한 일이 되었으며 심지어 존재하지 않는 원소도 만들어졌다. 지구상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가장 무거운 원소는 원자번호 92번의 우라늄(U)이지만 114번 이상의 초(超)우라늄 원소들이 만들어진 상태이다. 이 상황에서 연금술이 다시 등장하지 않을 리가 없다. 금을 만들어 부자가 되고자 하는 욕망은 서양의 중세시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원소는 원자핵을 구성하는 양성자와 중성자 수에 따라 그 성질이 결정된다. 어떤 조작을 통하여 원자핵의 구성이 바뀌면 다른 원소가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백금(Pt) 원자핵에 중성자를 충돌시키면 금 원자가 만들어질 수 있다. 또 원자번호 29번인 구리(Cu)와 원자번호 50번인 주석(Sn)의 원자핵을 융합시키면 양성자수가 79가 되어 금이 만들어진다. 중세 연금술의 주원료였던 납(Pb)의 양성자 수는 82개이다. 따라서 납의 원자핵에서 양성자를 세 개만 제거하면 납을 금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여전히 새로운 플라멜의 등장 소식을 들을 수 없는 것일까? 문제는 경제성이다. 금속 원자는 금속 덩어리를 5천℃ 이상으로 가열해 금속기체를 만들어서 얻는다. 그리고 핵융합을 위해서는 큰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매우 빠른 속도로 가속되어야 한다. 무조건 빠르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그 속도가 정교하게 조절되어야 한다. 그런데 거대한 입자가속기와 같은 장치를 만들고 운영하는 비용은 막대한 데 비해 거기서 만들 수 있는 금의 양은 아직까지는 보잘 것이 없으니 연금술이 가능하다고 해도 거기에 뛰어들 수는 없는 것이다.
새로운 원소들을 만들어 내는 연구들은 보물섬을 찾아가는 욕정에 가득 찬 모험일까? 아니면 우주의 탄생 근원을 찾아가는 끝없는 항해일까? “인간들이란 꼭 자신에게 이롭지 못한 것을 선택하는 나쁜 버릇을 가지고 있다”는 덤블도어 교장선생님의 경고가 심상치 않다. (이정모 - 과학칼럼니스트)

추천 콘텐츠
인기 스토리
-
- 저주파 자극기, 계속 써도 괜찮을까?
- 최근 목이나 어깨, 허리 등에 부착해 사용하는 저주파 자극기가 인기다. 물리치료실이 아니라 가정에서 손쉽게 쓸 수 있도록 작고 가벼울 뿐만 아니라 배터리 충전으로 반나절 넘게 작동한다. 게다가 가격도 저렴하다. SNS를 타고 효과가 좋다는 입소문을 퍼지면서 판매량도 늘고 있다. 저주파 자극기는 전기근육자극(Electrical Muscle Stimu...
-
- 우리 얼굴에 벌레가 산다? 모낭충의 비밀스러운 삶
- 썩 유쾌한 얘기는 아니지만, 우리 피부에는 세균 같은 각종 미생물 외에도 작은 진드기가 살고 있다. 바로 모낭충이다. 모낭충은 인간의 피부에 살면서 번식하고, 세대를 이어 간다. 태어난 지 며칠 되지 않은 신생아를 제외한 거의 모든 사람의 피부에 모낭충이 산다. 인간의 피부에 사는 모낭충은 크게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주로 얼굴의 모낭에 사는...
-
- [과학향기 Story] 차 한 잔에 중금속이 줄었다? 찻잎의 숨겨진 능력!
- 하루하루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은 잠을 깨우기 위해 커피를 마신다. 이에 커피 소비량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커피의 소비량은 ‘차(茶)’의 소비량을 뛰어넘지 못했다. 이는 많은 국가에서 차를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카페인 외에도 다양한 성분이 함유돼 있어, 건강을 목적으로 섭취하는 사람들도 다수 존재한다. ...
이 주제의 다른 글
- [과학향기 for kids] 추위에도 끄떡없어! 북극곰의 털이 얼어붙지 않는 비결은?
- [과학향기 Story] 울퉁불퉁 도로의 포트홀, 해바라기유로 고친다?
- [과학향기 Story] ‘화마’ 불러오는 전기차 화재…피해 심각한 이유는?
- [과학향기 Story] 점점 더워지는 여름, 건물 온도를 낮출 방법은?
- [과학향기 for Kids] 종이에 베이면 왜 이렇게 아플까?
- [과학향기 Story] 영원의 상징 다이아몬드, 실험실에서 만든다?
- ‘누나’가 만들어낸 희소성 만점 핑크 다이아몬드, 비결은 초대륙 충돌
- 2022-2023, ‘양자 개념’이 노벨상 연속으로 차지했다? 양자 연구 톺아보기
- 일장춘몽(一場春夢)이었나? LK-99 초전도체 가능성 ‘0으로 수렴 중’
- 메이드 인 스페이스! 우주에서 약 만드는 시대 온다
금이 귀한 이유는 희소성의 가치때문이니까. 연금술이 성공하여 적은 비용으로 대량의 금을 생산한다면 금은 보잘것 없는 그야말로 쇳덩이에 불과하지 않을까요? ㅎㅎ
2009-04-07
답글 0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해리 포터도 재미있었는데....
이정모 선생님의 글을 가족과 함께 항상 재미있게 읽습니다.
자주 써 주세요.
2005-01-16
답글 0
제가 듣기론 합금을 가지고 백금을 만들수 있다구 들었습니다(확실치 않음) 어떤 원린가요?
2005-01-12
답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