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왕실만이 가질 수 있었던 보석 - 유리

<KISTI의 과학향기> 제176호   2004년 08월 25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보석을 선사한다. 보석에서 ‘영원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특히, 남녀가 생애의 반려자를 맞이하는 결혼에 있어서 보석은 ‘영원한 사랑의 증표’ 역할을 한다.모든 보석은 공통적인 요소를 갖고 있다. 보석은 아름다워야 하고 변하지 않아야 한다. 또 흔하지 않은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인지 현대 최고의 보석으로 꼽히는 다이아몬드는 매우 비싸기까지 하다. 그런데 시대에 따라서 가치를 인정 받는 보석의 종류는 바뀌어 왔다. 중국이 역사왜곡에 나선 고구려 역사에 다이아몬드가 등장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그 시대의 보석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유리’다. 주위를 둘러보면 유리로 만들어진 물건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창, 컵, 병, 거울, 안경, 전구, 모니터……. 유리는 지금은 이렇게 흔히 쓰이는 물질이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왕실이나 귀족만이 가질 수 있는 보석이었다.하지만 이상하지 않은가? 신라 고분에서 발견되는 유리 장식들이 보석이었다면,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그 이후 즉, 고려와 조선시대에는 민중들의 일상 생활용으로 발전하는 게 상식일 것이다. 그런데 왜 도기나 자기와는 달리 유리 생활용품은 발견되지 않을까? 아니, 귀족의 보석으로서의 유리세공품도 오히려 삼국시대보다도 더 드물게 발견되는 것일까?

그것은 신라의 유리 공예품이 우리의 기술이 아니라 외부에서 전해진 것이기 때문이다. 설사 신라에 유리 공장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 기술자는 신라에서 살았던 서양인이었을 것이라고 역사학자들은 추측하고 있다. 실제로 신라시대 유리 공예품의 무늬는 페르시아나 로마 계통이다.

유리가 비록 서양 문명의 유산이기는 하지만, 서양에서도 역시 유리가 일반 민중의 생활용품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드물지만 유리창이 생긴 것도 3세기 무렵부터다. 이때는 유리창을 도둑맞거나 깨질 것이 두려워 집을 비울 때 유리창을 떼어 따로 보관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비잔틴 시대부터는 교회의 창에 색유리 조각을 이어 붙여 장식한 스테인드 글래스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유리 기술은 국가에 의해 정책적으로 보호 받는 기술이 되었다. 유리공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주할 수 없었고, 기술을 빼내려다 붙잡히면 교수형에 처해졌다. 덕분에 유리의 제조기술이 쉽게 전파되지 못하였고 또 발전도 매우 느렸다. 유리를 녹이고 여기에 쇠대롱으로 바람을 불어넣어서 원하는 모양으로 만드는 ‘핸드 블로잉’ 기술은 로마제국 시대에 생겼는데 아직도 그 기술이 그대로 쓰이고 있을 정도이다.

수 천년 동안 발전한 기술이라고는 고작 해야 유리가 개선되었다는 정도이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유리는 모래의 주성분인 산화규소(실리카)에 탄산나트륨과 탄산칼슘(석회석)을 섞어 높은 온도로 가열해 만든 것이다. 여기서 퀴즈 하나!



“유리는 고체, 액체, 기체 가운데 어디에 속할까?” 놀랍게도 유리는 액체이다! 왜냐하면 유리는 물이나 알코올처럼 ‘흐르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유럽의 오래된 성당의 창을 보면 아래쪽이 위쪽보다 두꺼운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중력에 의해 오랜 시간 동안 서서히 유리가 아래로 흐른 까닭이다.

유리가 예전에는 생활용품으로 발전되기 위해서는 충격과 열에 약한 성질을 극복해야 했는데 이를 위해 점차 발전된 모습의 유리가 발명되었다. 보통의 실리카 유리에 붕산을 넣어 만든 파이렉스 유리는 복잡한 모양도 쉽게 만들 수 있고 화학약품에도 강한 성질을 지녀서 실험용기로 쓰인다. 산화리튬과 산화알루미늄을 첨가한 코닝유리는 열에 강한 성질을 지녀서 부엌용품으로 많이 쓰인다.



크리스털 유리는 이들 중 획기적으로 발전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크리스탈은 두드리면 경쾌한 소리가 나며, 투명하기가 보석의 일종인 수정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1676년에 영국의 유리 제조공이 처음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크리스털 유리는 투명도가 높고 반사율과 빛의 산란도가 커서 아름다운 광택이 난다. 크리스털 유리에는 일반 유리에서 색깔의 원인이 되는 불순물을 줄인 대신 산화납을 첨가하였기 때문이다. 쇳소리가 나는 납유리인 크리스털은 보통 유리와는 달리 완전한 고체이다.

크리스털 제품 하면 대체로 체코를 꼽는다. 크리스털 제품이 특별히 아름다운 이유는 마치 다이아몬드를 깎듯이 커트세공해서 굴절의 효과를 높이기 때문인데, 이는 보헤미아 지방에서 태어난 스와로브스키(1862~1956)가 크리스털 커트기계를 발명하면서 가능했다.

크리스털 유리도 너무 흔해져서 보석의 가치를 잃어 가는 이때에 일반 유리까지 귀하게 여기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유리만큼 문명의 발달에 따라 쓰임새가 넓어진 물질은 흔치 않다. 현대를 이끌어 가는 통신산업 역시 유리 없이는 불가능하다. 통신용 광케이블로 쓰이는 물질이 바로 유리이다. 앞으로 다가올 시대에 유리는 어떤 몫을 담당하게 될까 사뭇 기대가 된다. (글 : 이정모-과학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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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란
  • 평점   별 5점

그렇군요 ^^ 유리 기술은 국가에 의해 정책적으로 보호 받는 기술이 되었다. 유리공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주할 수 없었고, 기술을 빼내려다 붙잡히면 교수형에 처해졌다. 덕분에 유리의 제조기술이 쉽게 전파되지 못하였고 또 발전도 매우 느렸다. 앞으로 유리의 시대를 기대해 봅니다.

2009-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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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D
  • 평점   별 5점

유리가 액체였다니//

2004-09-01

답글 0

헤헤
  • 평점   별 3점

유리라는 주제를 가지고 여러 가지 면으로 연재를 해보심이 ... 내용이 좀 짧다는 생각에 ...

2004-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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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 평점   별 3점

안녕하세요 독자님 과학향기 입니다.

유리는 액체가 맞습니다. 시험 잘 보시구요.. 감사합니다.

과학의 숲을 보는 즐거움
-Kisti의 과학향기-

2004-08-30

답글 0

정상구
  • 평점   별 4점

오~ 유리가 액체라는 건 처음 알았네요^^
그런데, 학교에서 시험볼 때, 유리는 고체가 아니라 액체라고 쓰면 확실히 정답이지요?

2004-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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