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과학향기 Story] 스포츠에 불어든 AI 바람

<KISTI의 과학향기> 제3047호   2024년 04월 01일
인공지능(AI)이 우리 삶 깊숙이 들어오면서 기대와 흥분, 때로는 걱정으로 들썩이는 분야가 있다. 바로 스포츠다. 스포츠에서는 전략이나 선수 컨디션의 아주 미세한 개선이 승부가 결정할 때가 많다. 그동안은 그런 세심한 작업을 여러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해 왔지만, 사람은 완벽하지 않다. 데이터 해석을 잘못하면 최선의 전략이라고 생각했던 게 사실은 최악의 수일 때도 있기 때문이다.
 
완벽하지 않은 건 코치진뿐이 아니다. 스포츠에서는 심판의 판정에 따라 승세가 바뀐다. 심판진은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며 항의를 애써 무시하고 심판의 권위를 유지하려 한다. 하지만 오심 때문에 선수는 물론이고 스포츠 팬들의 불만은 계속 쌓여왔다. AI는 스포츠에서 이런 갈등을 잠재울 수 있는 ‘객관적’ 기술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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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심판의 오심으로 스포츠 선수와 팬들의 불만이 쌓이는 가운데, AI 심판은 이 불만을 잠재울 것으로 예상된다. ⓒShutterstock
 
 
스트라이크 오심은 이제 없다, 야구의 자동투구판정시스템
2024년 대한민국 프로야구 리그(KBO)는 전 세계 최초로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를 도입했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ABS는 주심을 보조해 스트라이크를 판정하는 것이지 심판을 완전히 대체하는, 이른바 로봇 심판은 아니라는 점이다. 과거 프로야구에서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은 전적으로 주심의 권한이어서 판정 시비가 많았다. 주심이 사람이기에 스트라이크존이 기계처럼 일정할 수도, 객관적일 수도 없어 발생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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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대한민국 프로야구 리그는 세계 최초로 자동투구판정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심판의 스트라이크 판정을 보조한다. ⓒShutterstock
 
일반적으로 ABS를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 번째는 투구를 추적할 수 있는 고속 카메라다. 경기장에 설치된 여러 대의 고속 카메라는 매우 높은 프레임 속도로 작동하며 투수가 공을 던진 순간부터 그 이동 경로를 정확하게 기록한다. 다른 하나는 이미지 처리 AI다. 고속 카메라가 촬영한 영상을 분석하는 게 바로 이미지 처리 AI다. 투구 과정에서 공의 위치값과 속도를 추정하고 타격 위치를 계산하는 것이다.
 
설명은 간단해 보이지만 계산해야 할 요소가 적지 않다. ABS가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이 스트라이크존을 지나갔는지 제대로 판정하려면 투수와 타자의 위치, 스트라이크존 상하단 모델링, 홈플레이트의 크기 등의 값을 먼저 알아야 한다. 또 선수마다 신장이 다른 만큼, 각 선수의 신장 데이터를 미리 입력해야 한다. 상하단 기준은 홈플레이트의 중간 면과 끝 면 두 곳에서 공이 상하 높이 기준을 충족하여 통과해야 스트라이크로 판정된다. 포수 포구 위치, 방식 등에 상관없이 좌우, 상하 기준을 충족하여 통과했는지에 따라 스트라이크가 판정된다.
 
스트라이크존 상하단 높이는 선수별 신장의 비율을 기준으로 적용된다. 상단 기준은 선수 신장의 56.35%, 하단 기준은 선수 신장의 27.64% 위치가 기준이 된다. 이 비율은 기존 심판 스트라이크존의 평균 상하단 비율을 기준으로 했으며 시스템은 이 값을 통해 신장 데이터를 보정한다. 또한 ABS는 공이 손을 떠나 이동하는 궤적을 추적하며 투구가 정확히 어떻게 움직이는지 파악하는데 여기에는 투구 궤적의 방향을 계산하기 위해 중력의 영향, 회전력, 항력 등의 요소를 함께 고려한다.
 
KBO는 지난 9일 개막해 12일까지 진행한 19개 시범경기에서 ABS 투구 추적 성공률이 99.9%에 달했다고 밝혔다.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 항의도 줄었다. 또한 선수들이 주심의 인간적 속성을 이용하는 과거 방식을 더 쓸 수 없게 됨에 따라 경기 양상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AI는 안다, 누가 코너킥 차야 하는지
야구만큼이나 국민의 사랑을 받는 스포츠인 축구에서는 코칭 및 전략 개발 시스템에 적극적으로 AI를 도입하고 있다. 최근 알파고로 유명한 딥마인드는 축구 경기에서 코너킥 결과를 예측하고 골을 넣을 수 있는 전술을 제안할 수 있는 인공지능 ‘택틱AI’의 성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다.
 
코너킥은 경기장 모서리에서 골대 쪽으로 공을 차올리는 공격 기회다. 코치진의 전술이 이뤄지는 시간으로서 어떤 선수가 코너킥을 차고 어떤 선수가 받아서 골을 넣을지를 미리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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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전문가는 인공지능이 세운 코너킥 전술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Shutterstock
 
딥마인드 연구팀은 공을 받는 사람, 공이 가는 방향, 전술 추천이라는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 AI 알고리즘을 설계했다. 그 뒤 리버풀 축구 클럽에서 제공한 2020~2021년 프리미어리그의 코너킥 7,176개 데이터를 받아 AI를 학습시켰다. 이 데이터에는 코너킥을 찰 때의 선수 위치, 킥할 때의 움직임, 키와 몸무게까지 포함돼 있었다. 연구팀은 이어 AI에 어떤 선수가 코너킥을 가장 먼저 받을지 예측하는 방법도 교육했다.
 
그 결과 데이터 과학자 3명, 비디오 분석가 1명, 리버풀 FC의 코칭 어시스턴트 1명까지 총 5명의 축구 전문가 그룹이 택틱AI를 평가했을 때 AI가 제시한 전술과 사람의 전술을 구별하지 못했다. 더욱이 코너킥 전술을 선택할 때 사람보다 인공지능이 제시한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AI는 스포츠 혁명이다. 선수 분석, 경기 분석, 부상 예방, 오심 방지 등 스포츠의 승패와 관련 있는 모든 요소에서 사람을 능가하는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이제 스포츠에서 재미의 종류가 바뀌게 되지 않을까? 직관적 판단, 운이 주는 재미는 줄어들고 정확성과 계획성이 주는 재미가 늘어나는 식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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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권오현 과학칼럼니스트 / 일러스트: 유진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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