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은나노? 은나노가 뭐야?

<KISTI의 과학향기> 제178호   2004년 08월 30일
“과학자들은 이제 나노 사이즈의 은(銀) 입자를 폴리프로필렌에 입혀서 항(抗)미생물 소재를 만들 수 있다. 이 소재는 카펫으로부터 냅킨과 수술용 마스크에 이르기까지 모든 곳에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2003년 4월, 해외의 재료관련 전문지들은 일제히 이와 같이 보도하였다. 이들이 흥분하면서 인용한 논문은 고분자화학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인 《폴리머 인터내셔널》 7월호에 표지논문으로 실릴 예정이었는데, 그 저자는 한양대학교 섬유고분자공학과의 대학원생 여상열과 지도교수 정성훈 박사. 화시키고 있다. 그 첫 번째가 바로 가전제품의 혁명을 가져오고 있는 ‘은나노기술’이다. (글 : 이정모-과학칼럼리스트)은이 질병을 유발하는 650가지 이상의 미생물을 죽이면서도 또한 인체에는 안전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졌으며 과학적으로도 증명되어 있었다. 정성훈 박사 팀이 이러한 은과 폴리프로필렌을 결합시킴으로써 넓은 응용성을 지닌 안전한 항균 섬유를 만드는데 성공한 것이다. 특히 정 박사 팀은 나노 사이즈의 은 입자 표면을 극대화함으로써 항균효과를 최적화하여 경제적인 응용가능성도 실현시킨 것으로 평가되었다.

그런데 불과 1년 여 전에 전문지에서 보도되던 내용을 이제는 TV 광고에서 매일 접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은나노기술’이라는 말은 이제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세탁기에서 자동차 시트, 칫솔, 비누와 샴푸 그리고 속옷에 이르기까지 은나노기술은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은이 이렇게 각광을 받는 것은 무엇보다도 은의 탁월한 ‘항균ㆍ살균’ 효과 때문이다. 은과 접촉해서 6분 이상 생존할 수 있는 세균은 없다고 알려져 있을 정도이다. 이러한 은의 효과 때문에 세균 번식을 막고 곰팡이가 제거되어 냄새가 없다는 냉장고와 살균작용을 하는 옷과 세탁기가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효능은 은 덩어리 자체로는 이룰 수 없는 것들이다. 가격이 비싼 은 덩어리로는 반응이 일어날 은의 표면을 크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노기술이 필요하다. 나노(nano)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난장이 나노스에서 유래된 말로써 ‘10억 분의 1’을 뜻하며, 1나노미터는 머리카락 굵기의 1만 분의 1에 해당한다.

나노 수준의 물질은 우리가 알고 있던 기존의 물질과는 다른 새로운 특성을 가진다. 나노상태에서 은(銀)은 더 이상 은색이 아니라 흑색에 가까워진다. 그러나 우리가 나노기술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어떤 물질을 매우 작게 만들 수 있다는 것 때문이다. 작다는 것은 어느 곳에나 적용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은의 표면을 넓히기 위해서는 은을 나노미터 단위의 미세한 입자로 만들어야 한다. 원리는 간단하다. 세탁기를 예로 들자면, 수돗물이 공급되는 곳에 은판을 설치하고 여기에 전극을 연결시킨다. 물이 공급되는 동안 은판에 전원을 공급하면 은판이 전기분해 되면서 은이온(Ag+)이 빠져나가 물과 섞인다. 이때 은이온은 몇 개씩 뭉쳐서 콜로이드 상태를 이루어서 그 반응표면을 극대화시킨다.

사실, 은의 ‘항균ㆍ살균’ 효과는 이미 오래 전부터 동서양에 모두 알려져 있었다. 왕이나 상류계층이 은수저를 사용한 까닭도 복어 알이나 독버섯처럼 사람 몸에 해로운 독소가 들어 있는 음식물에서는 색이 변하여 독소의 유무를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은나노기술의 새로운 영역 역시 오랜 지식전통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 바로 은의 ‘전도성’이다. 은의 전기 전도성은 백금을 제외한 모든 금속 가운데 제일 크다. 이 말은 전기 저항이 제일 작다는 말과도 같다. (그렇다고 해서 구리 전깃줄을 은으로 바꿀 수는 없는 까닭을 독자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전기 저항이 작다면 같은 크기의 배터리를 오래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원리를 핸드폰에 이용하려고 한다. 나노기술을 이용하여 합성수지에 은을 얇게 입혀서 전기를 통하게 하는 것이다. 이때 은의 뛰어난 연성(延性)과 전성(展性), 즉 길게 늘어나고 얇게 펴지는 성질이 사용된다. 1그램의 은으로 1800미터의 줄을 만들 수 있을 정도이다. 폴더형 핸드폰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접혔다 폈다를 반복한다. 그런데 만약 덮개쪽 폴더로 가는 전기선이 구리로 되어 있다면 며칠 되지 않아서 끊어지고 말 것이다. 우리가 핸드폰 폴더를 걱정 없이 열고 닫는데도 은나노기술은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핸드폰 사용에 있어서 염려되는 점은 바로 전자파 발생이다. 핸드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도 은나노기술로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세한 은 입자를 핸드폰 케이스에 뿌려서 전화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를 차단하거나, 은으로 전기가 통하는 테이프를 만들어서 LCD 표면에 붙여서 화면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를 차단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은나노기술은 냉각기술에도 응용된다. 초콜릿이 은박지로 쌓여있는 까닭은 고급스럽고 깨끗한 디자인 때문이기도 하지만 은박지의 열전도성이 좋아서 열을 쉽게 발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여기서 주의! 은박지는 은(Ag)이 아니라 알루미늄(Al)으로 만든다.― 은박지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은 과학자들은 나노기술을 이용하여 은을 탄소나노튜브와 같은 형태로 만들면 열을 효과적으로 방출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냉장고의 냉매로도 은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나노기술만큼 생활과 밀접하고 경제적 파급효과가 커다란 신기술분야도 없을 것이다. 나노기술은 이미 우리의 삶을 서서히 변화시키고 있다. 그 첫 번째가 바로 가전제품의 혁명을 가져오고 있는 은나노기술이다. (글 : 이정모-과학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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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란
  • 평점   별 5점

인체에 해도 없고, 살균 효과도 뛰어난 은을 앞으로 잘 활용하면 좋겠습니다.

2009-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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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직
  • 평점   별 5점

은나노는 흑색에 가깝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네요. 은은 정말 유용한 것 같아요. 살균성분이 뛰어나고...핸드폰 폴더를 수없이 여닫을 수 있게 해주는 은나노. 정말 유용한 물질이네요.

2009-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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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우
  • 평점   별 5점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것도 잘응용하면 저렇게 유용히 쓰일수 있군요~! 좋은글 고맙습니다~

2009-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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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민
  • 평점   별 5점

항상 좋은 기사 감사드립니다. ^^

2009-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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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권봉
  • 평점   별 4점

은나노에대한 상식을 갖게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가지 알고싶은것은 금은 산화되지 않고 불변하는데 은나노는 금과같이 변하지 않는 방비가 되여 있는지요, 좋은 연구 부탁드림니다 건강하세요

2004-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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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 평점   별 5점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그런데, "《폴리머 인터내셔널》 7월호에 표지논문으로 실릴 예정이었는데,"라면, 실렸다는 뜻인가요 안실렸다는 뜻인가요?

2004-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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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진이
  • 평점   별 5점

은박지에 대한 설명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
은이 아니라 알루미늄이라고 하셔는데, 알루미늄도 인체에 무해한가요 ?

2004-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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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압
  • 평점   별 5점

은나노 분야 대단하군요. 언제쯤 전자파 걱정없이 전기제품을 사용할 수 있을런지 ...

2004-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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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 평점   별 3점

은이 어떻게 살균력을 갖는지도 설명해 주셨을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2004-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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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 평점   별 5점

좋은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 다음엔 은의 살균력에 관한 기사를 기획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독자님의 애정어린 의견이 좋은 과학향기를 만듭니다.

2004-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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