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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를 죽이는 블랙홀 - 퀘이사

KISTI 과학향기 제1892호   2023년 11월 20일
자막
우주는 은하라는 몇 없는 섬들이 흩뿌려진 망망 대해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착각입니다.

우주에 있는 모든 원자들 중 극히 일부만이 은하에서 발견되고,

나머지는 은하 바깥을 떠돌고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은하간 매질’ 이라고 하는 곳이죠.

거대한 나무들의 뿌리처럼, 은하들에서는 가스가 뻗어 나오고,

중력은 우주라는 이 빽빽한 밀림에 새로운 질량을 집중시킵니다.

이곳 은하 바깥에서는 천체 탄생의 원자재인,

수소, 그리고 헬륨이,

거대 가락(필라멘트)을 통해 은하로 흘러들어가 별을 탄생시킵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모든 것을 장관하는 존재를 알 수 있습니다: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단일 천체, 퀘이사입니다.

퀘이사는 은하에 비하면 아마존 강의 모래알 하나만큼 작지만,

은하의 중심에서 1조 개의 별들을 합한 양의 빛을 내뿜고,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상하로 방출하며, 그 일대를 완전히 뒤바꿔놓습니다

하나의 은하를 전멸시킬 정도로 강력합니다.

그들의 정체는 무엇이고, 어떻게 마음대로 우주의 구조를 휘젓는 걸까요?

온 하늘에, 이상한 것들이 펼쳐져 있습니다.

1950년대, 천문학자들은 사방의 하늘에서 오는

정체모를 강한 전파를 발견합니다.

그들에게는 “준항성 전파원”, 줄여서 “퀘이사”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마치 별처럼 생겼지만 빛 대신 전파를 내보냈기 때문이죠.

퀘이사의 이상한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였습니다.

어떤 것들은 깜박거리고,

또 어떤 것들은 전파가 아닌 고에너지 X선을 내보냈습니다.

하지만 그들 모두, 아주 작은 것처럼 보였죠.

또한 굉장히 빠르게 움직였는데, 광속의 30%를 넘는 속도였습니다.

이것을 설명할 유일한 가설은 퀘이사가 너무 멀리 있어서,

우주의 팽창으로 인해 우리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곧 퀘이사가 평범한 별이 아님을 뜻합니다.

수십억 광년이나 떨어진 은하의 활동은하핵인 것입니다!

이것 뿐만이 아닙니다.

이 정도의 거리를 두고도 이토록 강한 전파와 밝은 빛을 내려면,

이들은 하나의 은하보다도 수천 배는 밝은 것입니다.

사방으로 격렬히 폭발하고 포효하는 괴물들,

과거에는 그들이 존재할 수 없다고 여겼습니다.

우주의 지도를 그리며, 우리는 백만 개 이상의 퀘이사를 발견했습니다.

모두 우리로부터 굉장히 멀리 있는 것으로 보였죠.

우주에서, 먼 거리는 오랜 시간을 뜻합니다.

멀리서 오는 빛이 우리에게 닿기까지 매우 오래 걸리기 때문입니다.

초기 우주에는 퀘이사가 흔했습니다

그 수가 정점에 달한 것은 현재로부터 100억년 전

우주가 탄생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입니다.

빅뱅 후 30억 년이 지났을 때로 돌아가서,

당시에 무슨 일이 있어나고 있었던 것인지 살펴봅시다.

퀘이사의 놀라운 위력

초기 우주의 어린 은하들이, 어떻게 그렇게 밝고 격정적일 수 있었을까요?

당시의 빛과 방사선은 별이 되기에는 한참 부족한 양이었습니다.

그리고 은하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융합하며 성장하기 때문에,

작은 은하에서 나오는 빛이 현재의 은하보다 밝을 수는 없습니다.

퀘이사를 빛내는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만들 방법은 하나뿐:

초대질량 블랙홀에 질량을 공급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지만,

모든 은하의 중심에는 초대질량 블랙홀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우주에서 가장 밝은 천체가,

사건의 지평선을 넘는 것은 무엇이든 삼켜버리는 블랙홀일 수가 있을까요?

사실, 퀘이사의 빛은 블랙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그 주변의 우주에서 나오는 것에 가깝죠.

블랙홀을 공전하는 가스로 이루어진 거대한 원반,

‘강착 원반’ 의 빛입니다.

퀘이사는 별과 마찬가지로 질량을 연료로 사용합니다.

블랙홀은 우주에서 가장 효율적인 엔진인 것입니다.

질량을 에너지로 바꾸는 역할을 하죠.

블랙홀로 떨어지는 물질은 항성 핵 한 개의 핵융합보다

60배나 더 많은 에너지를 만들 수 있습니다.

블랙홀이 만드는 에너지는 핵반응이 아닌 중력에서 오기 때문입니다.

물질은 블랙홀로 떨어져서 사건의 지평선을 지나기 직전,

광속에 가까울 정도로 가속하는 동시에

엄청난 운동에너지로 진동합니다.

그리고 당연히, 블랙홀은 물질과 함께 이 모든 에너지를 가져갑니다.

이것을 목격하려면, 올바른 방법으로 물질을 떨어뜨려야 합니다.

수직으로 떨어져 들어간다면, 바깥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많은 양의 물질이라면,

사건의 지평선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회전해 들어가며 원반을 형성합니다.

입자간의 충돌과 마찰이, 물질을 섭씨 수십만 도 이상으로 가열합니다.

은하핵은 태양계보다 그리 크지도 않은 공간에서,

그 은하의 모든 별을 합친 것의 몇 배는 더 많은 에너지를 만듭니다.

이것이 퀘이사의 정체입니다.

만찬을 즐기고 있는 거대한 블랙홀, 그리고 강착 원반이죠.

그리고 이 블랙홀들은 아주 많이 먹습니다.

일반적인 퀘이사는 분당 지구 한 개에서 백 개 질량의 가스를 먹어치웁니다.

100억년 전, 우주는 현재 크기의 3 분의 1이었고,

은하들이 현재보다 훨씬 밀집되어 있었기 때문에,

주변 거대 가락을 통한 가스가 퀘이사에 만찬을 공급하여,

상식을 벗어나는 양의 빛과 방사선을 뿜어내게 만들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밝은 퀘이사들은 제트를 형성합니다.

자신 주변의 물질들의 자기장을 원뿔 모양으로 꼬아 상하로 방출하죠.

마치 입자 가속기처럼, 그들은 엄청난 양의 물질을 광선으로 발사하고,

이것이 은하 너머 수십만 광년 거리에 달하는 물질 덩어리를 형성합니다.

그 크기를 가늠하기조차 어렵습니다.

은하 중심의 작은 점이, 수십만 광년 길이의 우주를 찢어 놓습니다.

하지만 만찬을 즐길 수 있는 것은 몇 백만 년 남짓입니다.

그 만찬이 결과적으로 은하를 파괴하기 때문입니다.

퀘이사가 은하를 죽이는 방법

어쩌면 ‘죽인다’는 표현은 약간의 과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퀘이사가 소멸하고 나서도 은하는 여전히 그곳에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결코 전과 같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퀘이사로부터 생존’

우주상에서 가장 뜨겁고 밝은 천체들 중 하나인 퀘이사는,

자신의 은하를 너무 뜨겁게 만들어 별의 탄생을 멈춥니다.

별은 가스가 스스로 붕괴하고 굉장히 뜨거워진 결과물입니다.

하지만 이미 뜨거운 성운 속의 원자들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뜨거운 가스는 서로 강하게 충돌하며 압력을 가해서,

중력이 성운을 뭉치는 것을 방해합니다.

뜨거운 가스는 별이 되지 못하는 것이죠.

반대로 차가운 가스야말로 별의 형성에 최적입니다.

그들이 뭉쳐질 때 이를 방해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퀘이사는 가스를 은하 밖으로 밀어냅니다.

이로 인해 퀘이사는 굶주리고, 은하는 새 별을 만들 원료를 잃게 됩니다.

이것이 안타까운 만큼, 생명에게는 좋은 일일 지 모릅니다.

다른 편이 훨씬 더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죠:

별이 너무 많아지는 것입니다.

새로운 별의 탄생은 보통 거대한 별들의 초신성 폭발 후에 이루어져서,

행성들이 불타 불모지로 변화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렇게 간단하지만은 않습니다.

‘아직 안 끝났어요!‘

우리 행성의 생태계와 마찬가지로,

은하의 모든 요소들은 서로 의존하고 영향을 주며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퀘이사나 초신성 같은 뜨거운 천체들은 은하 밖으로 가스를 밀어내는 반면,

이들이 만든 제트와 초신성 폭발의 충격파는 가스를 압축해서

잠시나마 새로운 별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천체들이 약간만 더 불안정했더라면,

우리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마지막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과거의 은하에도 퀘이사가 있었을까요?

모든 은하들이 퀘이사의 생성과 소멸을 거쳐 갔는지는 불분명하지만,

퀘이사를 이해한다면 은하의 역사에 대한 단서를 얻을 지도 모릅니다.

은하는 그들의 역사를 잘 보존하지 못합니다.

해변의 모래들처럼 끝없이 뒤섞여, 과거에 대한 단서는 흩어져 사라집니다.

우리은하에도 퀘이사가 있었을 가능성은 존재합니다.

이것이 초대질량 블랙홀 궁수자리A로 하여금

태양의 4백만 배의 질량을 가지게 한 것일지도 모르죠.

그리고 현재는 활동이 없이 잠잠하기 때문에,

궁수자리A 가 미래에 퀘이사로 변모할 지도 모릅니다.

수십억 년 내로, 우리은하는 안드로메다 은하와 병합할 것입니다.

우리는 두 개의 퀘이사가 충돌하는 장면을 백 번이 넘게 보아왔고,

그곳에서는 새로운 가스가 블랙홀로 공급되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오래 지속되지 못합니다.

은하 병합이 일어나면, 그 중심의 초대질량 블랙홀들도 융합하고,

새 은하의 중심으로 빨려들어가며 사방으로 가스와 별들을 날려보냅니다.

우리는 이 일이 실제로 일어날 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 진정 볼만한 광경일 것입니다.

어쩌면 먼 미래의 존재들이 그것을 목격하여,

그들이 본 것에 대해 경외감을 느낄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로 오래 기다릴 필요는 없습니다.

바로 이 곳, 이 순간에도 탐구해볼만한 멋진 것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당신에게 그것을 이해할 지식만 있다면요.
번역자: kurtgesagt
영상: kurtgesagt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V4Z8EdiJxgk&t=5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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