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짠맛 나지 않아도 나트륨 덩어리

<KISTI의 과학향기> 제165호   2004년 07월 30일
회사원 이씨는 아직 20대지만, 병원에서 고혈압이 우려된다는 진단을 받고 식생활 습관부터 고쳤다. 맵고 짠 음식이 혈압을 상승시킨다기에 밋밋하다 싶을 정도로 싱겁게 먹었다. 하지만 이씨가 싱겁게 먹었다고해서 혈압을 상승시키는 나트륨을 섭취하지 않았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시중에 유통되는 가공염 중에는 짠 맛을 덜 느끼도록 하는 화학조미료가 첨가된 것도 있기 때문이다.성인병 예방을 위해 음식을 싱겁게 먹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다량의 나트륨을 함유하고 있는 가공식품에는 무심한 경우가 많다. 더욱이 가공식품에는 식품 첨가물(MSG)이 들어 있는데 이 식품 첨가물속에도 역시 나트륨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표기량보다 실제 나트륨 함유량이 더 높다. 최근 어린아이들이 주로 먹는 스낵류에 나트륨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나트륨 과다 섭취에 대한 경각심이 일고 있다. 나트륨이 무엇이기에?



나트륨은 우리 몸에서 수분 평형, 산-알카리 평형 등 몸 안의 여러 생리 기능을 조절해주는 미네랄의 일종이다. 미네랄은 체내 합성되지 않으므로 꼭 식품으로 섭취해야 한다. 야채, 과일, 육류, 생선 등 다양한 식품을 통해서 미네랄을 얻을 수 있는데, 나트륨의 경우, 주로 소금에 함유된 염화나트륨의 형태로 섭취하게 된다. 나트륨은 체내에 자극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때 역시 미네랄의 일종인 칼륨과의 균형이 중요하다. 나트륨은 칼륨과 함께 우리 몸의 산과 알카리의 평형을 유지하고, 혈장의 부피를 조절해 혈압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작용을 한다. 나트륨이 부족하면 식욕부진·소화불량·혼수·신장병·저혈압·간기능 저하 등이 일어날 수 있고, 칼륨이 부족하면 설사·구토·요산증·쿠싱병 등이 생기기 쉽다.



반면 혈장 내에 나트륨과 칼륨 농도가 조금만 증가해도 혈압과 심장 운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나트륨 섭취가 과다하면 수분 평형 조절 기능에 의해 혈액의 부피가 증가하고 이것이 동맥 혈압에 큰 영향을 주어 고혈압을 일으키거나 신장에 무리를 주게 된다. 체내 나트륨이 과도한 상태에서는 갈증·피로·수면 장애·부종·고혈압 등이 일어나며, 심한 경우 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 이외에도 나트륨의 과다 섭취는 신경불안·정서불안·스트레스·자살 충동 등을 부추기며 위암·위궤양·골다공증 발생과도 연관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나트륨은 과다 섭취나 결핍 어느쪽이든 신체에 영향을 미치지만, 현대인에게 결핍으로 인한 영향은 드물고 과다 섭취로 인한 문제는 나날이 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국립보건원(NIH)는 성인 기준 1일 소금 권장섭취량을 5g~6g으로 제시하고 있다. 소금은 염소와 나트륨이 약 60%와 40%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이를 나트륨 기준으로 보자면 2000mg, 2400mg에 해당한다. 영국 식품표준청은 나트륨 함유량이 식품 100g 당 500mg을 넘을 경우 과다 나트륨 함유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기준에 비춰볼 때 지난 12일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이 발표한 시중 스낵류 과자의 나트륨 함량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발표에 의하면 20개 조사 대상 제품 중 13개에서 100g 당 500mg을 초과하는 나트륨이 검출됐다. 20개 중 13개가 과다 나트륨 함유 식품인 것이다.



유아의 경우 건강 유지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나트륨 필요량은 1일 120mg, 10세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1일 500mg이다. 소금의 양으로 치자면 2g 남짓이다. 하지만 98년 보건복지부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 유아와 아동의 나트륨 섭취량은 이를 훨씬 초과해 1~2세가 1500mg, 3~6세는 2400mg, 7~12세는 3500mg으로 성인 권장량에 가까운 양을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과자 한봉지만 먹어도 1일 섭취량을 초과하는 상황이니 당연한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린이의 경우 나트륨 과다 섭취로 인한 영향이 더욱 크다. 특히 비만 아동일 경우 혈관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소금을 무작정 성인병의 원인이요, 섭취를 줄여야할 대상으로 취급하는 것은 곤란하다. 적당량의 소금이 우리 몸을 신진대사를 유지하는데 꼭 필요한 이유도 있지만, 최근 나트륨 과다 섭취의 원인이 소금 탓만은 아니어서다. 시중에 유통되는 소금 대부분은 천일염의 정제·가공해 만든 가공염이다. 천일염은 염화나트륨의 함유량이 85% 가량이지만, 이런 가공염은 99.9%에 이른다. 여기에 클루타민산나트륨이 주재료인 조미료까지 나트륨 섭취를 부추긴다.

바다의 환경 오염이 날로 더해 좋은 천일염을 얻기 힘들어지고, 소비자들이 희고 맛내기 좋은 가공염을 선호하는데다, 입맛은 가공식품과 조미료의 강한 맛에 익숙해지고 있다. 현대인은 나트륨 과다 섭취라는 위험 앞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식품 선택시 나트륨 함량 확인과 가공식품, 조미료, 가공염을 피하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글:과학향기 편집부)
평가하기
이미란
  • 평점   별 5점

소금도 두얼굴을 가지고있네요. 치명적인 독이 되기도 하고 없으면 안되는 중요한 물질이기도 하고,,,

2009-04-13

답글 0

과학향기
  • 평점   별 5점

안녕하세요? 과학향기입니다.^-^

소금의 과다섭취는 체내에서 수분배출을 방해하여 몸이 붓고 고혈압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또한 물을 과다섭취할경우에는 몸안에있는 비타민이나 각종 수용성영양소가 녹아서, 영양소 공급 구실을 제대로 못하게 되고 물의 섭취가 잦을경우에는 영양소운반이 어려워져서 몸속에서 구실을 제대로 못하고, 노폐물 배설이 어려워져 변비가 걸리게 됩니다. 물은 몸의 66%를 차지하므로 성인기준으로 2L의 물이 필요합니다.

과유불급 이란 말이 있습니다. 모든지 과한것은 안좋습니다.

과학의 숲을 보는 즐거움
-Kisti의 과학향기-

2004-08-05

답글 0

박병호
  • 평점   별 5점

궁금한 점이 생기는군요.우선 소금섭취가 고혈압과 어떤관계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게 되어 기쁨니다.
그런데 좀 궁금한 점은 소금 섭취는 물의 섭취를 가져오고 그것이 고혈압으로 이어진다고 했는데 그러면 평소에 건강을 위해 물을 많이 먹어라고 하는데 그럴때는 고혈압으로 이어지진않는지 하는 것입니다.
이것도 좀 가르쳐 주실수가 없겠는지요.

2004-08-01

답글 0

박형선
  • 평점   별 4점

오랜만에 차분히 읽어보았습니다.
잘 편집되었고, 전문가가 보아도 손색없는 충실한 내용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상식을 살찌우고 과학이해에 보탬이되는 KISTI 과학향기 화이팅...

2004-07-30

답글 0

추천 콘텐츠
인기 스토리
쿠키를 지원하지 않는 브라우저이거나 브라우저 설정에서 쿠키를 사용하지 않음으로 설정되어 있는 경우 사이트의 일부 기능(로그인 등)을 이용할 수 없으니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메일링 구독신청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