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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도 가르는 다마스커스 검
<KISTI의 과학향기> 제755호 2008년 05월 07일
옆 나라 일본의 만화에서는 사무라이가 일본도를 휘두르면 금속은 물론 돌까지 잘려나가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다. 과장이 좀 심하기는 하지만 명장이 만든 일본도는 실제로 날아오는 총알을 반으로 가를 수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대단한 검이다. 그런데 일본에만 그런 명검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구의 반대편 중동에도 다마스커스 검이라는 명검이 있다.
이 검은 특수한 철인 다마스커스 강(鋼)을 사용해서 만드는데, 이 강(鋼)은 표면에 마치 파도를 치는 듯한 무늬가 있는 것이 독특한 특징이다. 다마스커스 강(鋼)이라는 이름은 시리아의 다마스커스라는 도시에서 이 강(鋼)이 났기 때문에 도시 이름에서 유래되었다는 설과 이 기법을 처음으로 만든 대장장이의 이름을 땄다는 설이 있다. 유래야 어쨌든 이 강(鋼)으로 만든 다마스커스 검은 전설에 따르면 십자군 기사들의 검과 갑옷을 단칼에 잘라버리고, 돌까지 베었다고 한다. 게다가 이 칼은 12세기~18세기에 걸쳐 만들어졌지만 현재는 완제품도 거의 남아있지 않고, 제조 비법도 전수되지 않고 있어 의문과 신비함을 더해주고 있다. 물론 지금도 시중에 있는 나이프샵에서 다마스커스 검을 팔고 있지만 그것들은 다마스커스 강(鋼)을 사용한 검처럼 보이도록 색이 다른 두 종류의 철판을 겹친 다음 눌러 붙이고, 무늬가 잘 보이도록 갈아낸 모조품이다.
그렇다면, 다마스커스 강(鋼)은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어떻게 해서 그런 전설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을까? 여러 가지 가설 중에 다마스커스 강(鋼)은 강하고 깨지기 쉬운 탄화철인 시멘타이트와 부드럽고 유연한 철을 결합시킨 것이라는 해석이 가장 대표적이다. 다른 가설에 의하면 강도를 높여주는 바나듐과 텅스텐과 같은 성분들이 섞여 있어서 강한 것이라고 한다. 이 외에도 중세 페르시아 특유의 철 제련 방식에서 제작하던 중 우연히 나온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중세 페르시아에서는 철을 제련할 때 뚜껑이 달린 작은 그릇 모양의 도가니에 쇠를 넣은 뒤 마운드형 오븐에 넣고 굽는다. 오븐 속의 철에 공기를 막아 철의 강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탄소가 이산화 탄소로 변해 사라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렇게 제작된 페르시아의 검은 유럽의 검보다 더욱 강한 강도를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속 시원한 해답은 되지는 못했는데, 최근에는 다마스커스 강(鋼)에 탄소나노튜브가 섞여 있다는 주장이 등장했다. 탄소나노튜브란 탄소 원자 6개로 이루어진 육각형 모양이 여러 개 합쳐 만들어진 관 모양의 탄소 덩어리로 전기전도율은 은과 비슷한 수준이며 열전도율은 다이아몬드 수준, 그리고 강도는 철보다 100배나 높다. 고작 탄소 덩어리가 이렇게 뛰어날까? 하겠지만 자연계에서 제일 강한 경도를 가진 다이아몬드도 알고 보면 탄소 덩어리다. 탄소나노튜브는 지금까지 알려진 물질 중 제일 강하고 단단한 물질이다. 자연계에서는 우연히 발생되며, 인간이 원하는 만큼 생산하려면 첨단기술력이 있어야 한다.
독일의 드레스덴 기술 대학 연구팀은 지난 2006년 말에 다마스커스 강(鋼) 샘플을 X-레이와 전자현미경으로 분석해본 결과 탄소나노튜브의 존재를 밝혀냈다. 이 팀의 일원인 페터 파우플러는 중세 페르시아 특유의 공법에 따라 다마스커스 강(鋼)에 이러한 탄소나노튜브가 많이 들어가고 특유의 모습과 물리적 특성을 갖게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시 말해 특유의 제작공정, 즉 주1)단조(鍛造), 합금 조성, 열처리,)제련 방법, 거기에다가 환경적 특징 등의 요소가 겹쳐 철강에 탄소나노튜브가 많이 생기게 했으리라는 주장이다. 물론 중세 페르시아인들이 그 시기에 탄소나노튜브의 존재를 알았을 리는 없지만, 수많은 경험과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탄소나노튜브를 많이 포함하는 강한 철을 만들어 낼 수 있었으리라는 것이다. 우리의 조상도 미생물의 존재는 몰랐지만, 미생물의 효과를 이용한 김치를 만들어 먹었듯이 말이다.
하지만, 이 가설도 아직 실증되지는 않아 다마스커스 검의 전설적인 성능과 제작비법을 해결하는 열쇠는 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탄소나노튜브가 다른 자연물이나 인공물에서도 임의로 발견될 수 있다는 점이 이 가설의 신빙성을 약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드레스덴 대학 연구팀은 자신들의 가설을 입증하고자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해 다마스커스 강(鋼)을 재생산하는 실험을 추진하고 있어 조만간 전설 속의 다마스커스 검을 재현될지도 모른다.
바위를 가르고 그 모든 것을 베었다는 전설 속의 다마스커스 검!
그 검의 복원에 대한 마음을 가져 보는 것도 좋지만 그 옛날 수많은 시행착오와 끊임없는 노력으로 현시대에서도 복원이 어려운 다마스커스 검을 만들어냈던 장인 정신에 경의를 보내는 것은 어떨까?
(글 : 이동훈 과학칼럼니스트)
주1)
단조(鍛造) : 금속을 두들기거나 눌러서 필요한 형체로 만드는 일.
이 검은 특수한 철인 다마스커스 강(鋼)을 사용해서 만드는데, 이 강(鋼)은 표면에 마치 파도를 치는 듯한 무늬가 있는 것이 독특한 특징이다. 다마스커스 강(鋼)이라는 이름은 시리아의 다마스커스라는 도시에서 이 강(鋼)이 났기 때문에 도시 이름에서 유래되었다는 설과 이 기법을 처음으로 만든 대장장이의 이름을 땄다는 설이 있다. 유래야 어쨌든 이 강(鋼)으로 만든 다마스커스 검은 전설에 따르면 십자군 기사들의 검과 갑옷을 단칼에 잘라버리고, 돌까지 베었다고 한다. 게다가 이 칼은 12세기~18세기에 걸쳐 만들어졌지만 현재는 완제품도 거의 남아있지 않고, 제조 비법도 전수되지 않고 있어 의문과 신비함을 더해주고 있다. 물론 지금도 시중에 있는 나이프샵에서 다마스커스 검을 팔고 있지만 그것들은 다마스커스 강(鋼)을 사용한 검처럼 보이도록 색이 다른 두 종류의 철판을 겹친 다음 눌러 붙이고, 무늬가 잘 보이도록 갈아낸 모조품이다.
그렇다면, 다마스커스 강(鋼)은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어떻게 해서 그런 전설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을까? 여러 가지 가설 중에 다마스커스 강(鋼)은 강하고 깨지기 쉬운 탄화철인 시멘타이트와 부드럽고 유연한 철을 결합시킨 것이라는 해석이 가장 대표적이다. 다른 가설에 의하면 강도를 높여주는 바나듐과 텅스텐과 같은 성분들이 섞여 있어서 강한 것이라고 한다. 이 외에도 중세 페르시아 특유의 철 제련 방식에서 제작하던 중 우연히 나온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중세 페르시아에서는 철을 제련할 때 뚜껑이 달린 작은 그릇 모양의 도가니에 쇠를 넣은 뒤 마운드형 오븐에 넣고 굽는다. 오븐 속의 철에 공기를 막아 철의 강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탄소가 이산화 탄소로 변해 사라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렇게 제작된 페르시아의 검은 유럽의 검보다 더욱 강한 강도를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속 시원한 해답은 되지는 못했는데, 최근에는 다마스커스 강(鋼)에 탄소나노튜브가 섞여 있다는 주장이 등장했다. 탄소나노튜브란 탄소 원자 6개로 이루어진 육각형 모양이 여러 개 합쳐 만들어진 관 모양의 탄소 덩어리로 전기전도율은 은과 비슷한 수준이며 열전도율은 다이아몬드 수준, 그리고 강도는 철보다 100배나 높다. 고작 탄소 덩어리가 이렇게 뛰어날까? 하겠지만 자연계에서 제일 강한 경도를 가진 다이아몬드도 알고 보면 탄소 덩어리다. 탄소나노튜브는 지금까지 알려진 물질 중 제일 강하고 단단한 물질이다. 자연계에서는 우연히 발생되며, 인간이 원하는 만큼 생산하려면 첨단기술력이 있어야 한다.
독일의 드레스덴 기술 대학 연구팀은 지난 2006년 말에 다마스커스 강(鋼) 샘플을 X-레이와 전자현미경으로 분석해본 결과 탄소나노튜브의 존재를 밝혀냈다. 이 팀의 일원인 페터 파우플러는 중세 페르시아 특유의 공법에 따라 다마스커스 강(鋼)에 이러한 탄소나노튜브가 많이 들어가고 특유의 모습과 물리적 특성을 갖게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시 말해 특유의 제작공정, 즉 주1)단조(鍛造), 합금 조성, 열처리,)제련 방법, 거기에다가 환경적 특징 등의 요소가 겹쳐 철강에 탄소나노튜브가 많이 생기게 했으리라는 주장이다. 물론 중세 페르시아인들이 그 시기에 탄소나노튜브의 존재를 알았을 리는 없지만, 수많은 경험과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탄소나노튜브를 많이 포함하는 강한 철을 만들어 낼 수 있었으리라는 것이다. 우리의 조상도 미생물의 존재는 몰랐지만, 미생물의 효과를 이용한 김치를 만들어 먹었듯이 말이다.
하지만, 이 가설도 아직 실증되지는 않아 다마스커스 검의 전설적인 성능과 제작비법을 해결하는 열쇠는 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탄소나노튜브가 다른 자연물이나 인공물에서도 임의로 발견될 수 있다는 점이 이 가설의 신빙성을 약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드레스덴 대학 연구팀은 자신들의 가설을 입증하고자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해 다마스커스 강(鋼)을 재생산하는 실험을 추진하고 있어 조만간 전설 속의 다마스커스 검을 재현될지도 모른다.
바위를 가르고 그 모든 것을 베었다는 전설 속의 다마스커스 검!
그 검의 복원에 대한 마음을 가져 보는 것도 좋지만 그 옛날 수많은 시행착오와 끊임없는 노력으로 현시대에서도 복원이 어려운 다마스커스 검을 만들어냈던 장인 정신에 경의를 보내는 것은 어떨까?
(글 : 이동훈 과학칼럼니스트)
주1)
단조(鍛造) : 금속을 두들기거나 눌러서 필요한 형체로 만드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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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현대과학기술로도 그런 검을 다시 만들지는 못한다는 건가요?
2009-04-10
답글 0
이야,, 정말 신기하네요. 음 님은 그런 소리 하지 말구요. 올려 주신 분한테 감사인사부터 먼저 드리시죠.
2008-09-19
답글 0
내 검이 이제야 발견되다니...
2008-06-11
답글 0
이요 좋은 정보였습니다.
2008-06-05
답글 0
굿.. ㅋ
2008-05-23
답글 0
일본도를 고정시켜 놓고 미군용 기관총을 쏘아대니 얼마간은 견디더라고요. 조금있다 부러졌지만
2008-05-10
답글 0
일본도를 고정시켜 놓고 미군용 기관총을 쏘아대니 얼마간은 견디더라고요. 조금있다 부러졌지만
2008-05-10
답글 0
칼을 세워 놓고 총을 쏘면 날아와서 갈라집니다.
2008-05-09
답글 0
총알을 가르려면 일단 총알의 속력을 뛰어넘는 움직임을 보여야 하는데 그게 가능?
2008-05-08
답글 0
영화 한편 나올만한 얘기네요!
이걸로 영화만들면 너무 재밌겠다.
다마스커스 검 완제품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면
그 검을 깨부실 수 있는 다른 무기가 나와서
없애버린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ㅎㅎ 소설을 쓰나?)
2008-05-08
답글 0
놀랍군요..
2008-05-08
답글 0
재미있네요...
풍부한 과학적 지식으로 광우병에 대해서도 한 번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2008-05-08
답글 0
영화 한편 나올만한 얘기네요!
이걸로 영화만들면 너무 재밌겠다.
다마스커스 검 완제품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면
그 검을 깨부실 수 있는 다른 무기가 나와서
없애버린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ㅎㅎ 소설을 쓰나?)
2008-05-08
답글 0
밑에님 광우병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고 그런 비판을; 신기한데요. 우리나라는 탄소나노튜브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2008-05-08
답글 0
원래 물체는 여러가지 물질로 만들어졌으며, 같은 물질이라도 섞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특성이 만들어지는데, 우리나라는 이러한 소재의 연구가 아직 멀었습니다,대부분의 소재 제작소들이 거의 빈약한 소규모의 업체입니다, 이순신장군님의 칼도 지금 만들기 힘들다고 하더군요,봉덕사의 종도 어렵다고하구, 고려자기의 복사도 어렵다고 합니다,
2008-05-07
답글 0
지금 검이 문제가 아니잖아요. 광우병에 대한 과학적인 기사를 올려주세요. 잘못하다가 민족이 멸족되는 일이 발생할 것 같습니다.
2008-05-07
답글 0
게임을 하면서 자주 봤었던 아이템에 이런 역사가 있었다니
상당히 신기하네요
음 매번 좋은정보 감사드립니다.
2008-05-07
답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