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치아건강 제대로 지키는 법!

<KISTI의 과학향기> 제1145호   2010년 07월 12일
태연과 아빠, 입을 크게 벌린 채로 치과치료용 의자에 나란히 누웠다. 의사의 발자국 소리는 점점 가까워져 오고, 태연과 아빠의 눈은 그때마다 공포로 왕방울만큼 커진다. 그러나 다행히도 극도로 착하게 생긴 젊은 의사가 다가오는 게 아닌가!

“아이고, 의사 선생님. 정말 착하게 생기셨네요. 눈꼽만큼도 아프지 않게 치료를 하신다는 바로 그 선생님 맞으시죠?”

“벌써 소문이 다 났어요? 이거 참 쑥스럽네요. 그럼 어디 한 번 볼까요? 이런, 이가 많이 상했네요. 도대체 무슨 짓을 하셨기에 이렇게 되신 건가요?”

“그게 정말로 이해할 수가 없어요. 제 딸 태연이야 맨날 얼음 깨먹고 탄산음료 마신 다음 양치질도 안하고 그래서 치아가 상했다고 하지만, 저는 정말이지 맹세코! 치아가 상할 만한 일은 절대로 한 적이 없어요. 여름에도 차가운 건 싫고 뜨끈한 삼계탕, 보신탕만 먹는 이상 체질인데다, 가끔 탄산음료라도 마실라치면 곧바로 양치질을 하는 아주 바른생활 사나이거든요.”

“허걱. 엄청 무식한 행동만 골라하셨군요. 일단 뜨거운 음식은 치아에 아주 나빠요. 이열치열이라고 여름에도 뜨끈한 국물 좋아하는 분들 많은데요. 아버님처럼 치아가 삐뚤삐뚤 나 있는 분들은 국물에 포함된 지방이 치아의 미세한 곳까지 파고들어 충치를 유발하기 쉽고, 금이나 레진으로 보철물을 씌운 경우에는 85℃ 이상의 뜨거운 국물이 보철물의 마모나 변형까지 불어올 수 있거든요. 또 아버님처럼 이미 충치가 있는 분들은 뜨거운 국물이 치아 틈새로 들어가 충치균이 잇몸까지 파고들 수 있도록 길을 터주기도 한답니다.

가만히 얘기를 듣고 있던 태연, 삐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킥킥댄다.
“깔깔, ‘TV는 사랑을 싣고’가 아니라, ‘아빠의 보신탕은 충치균을 싣고’였어.”

“뿐만 아니라 탄산음료를 마신 다음 곧바로 양치질을 하셨다고요? 이런 무식한 일이 있나. 콜라 같은 탄산음료는 보통 pH 2.5~3.5의 강한 산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치아를 보호하는 법랑질을 쉽게 손상시지죠. 그런데 치약에는 치아표면을 갈아서 깨끗하게 만드는 연마제가 들어있어요. 다시 말해, 탄산음료를 마신 뒤 바로 양치를 한다는 건 치아표면에 상처를 내 놓고 빡빡 갈아내는 거랑 똑같은 행동이에요. 그러니까 탄산음료를 마신 다음에는 물이나 양치액으로 가글을 하거나, 그게 안 되면 그냥 침에 의해 중화될 수 있도록 30분 ~ 1시간 정도 후에 양치질을 하는 게 더 좋답니다. 그렇다면 혹시, 맥주도 많이 드시나요?”

태연 참견한다.
“물론이죠. 임신 8개월과 흡사한 불룩한 배를 보면 모르시겠어요? 밤마다 맥주를 드시고선, 치아 안 썩는다고 양치도 안하고 그냥 주무신다니깐요.”

“허거걱. 이렇게 무식할 수가! 맥주에도 상당히 많은 설탕이 들어간다는 사실 모르셨어요? 더구나 맥주 역시 pH4정도의 산성음료이기 때문에 탄산음료를 마셨을 때와 마찬가지로 곧바로 양치하지 말고 물로 먼저 헹구셔야 해요. 또 가능하면 오이, 당근 같은 채소류의 안주를 먹는 것이 좋아요. 섬유질이 풍부한 채소는 치아 표면을 말끔히 닦아주는데다 입 냄새 제거 효과까지 탁월하거든요.”

태연 또 참견한다. 아빠가 젊은 의사에게 당하고 있는 모습이 고소해 죽겠는 눈치다.
“와우, 엄마가 무척 좋아하시겠어요. 아빠의 천년 묵은 입 냄새 때문에 요즘 ‘남편 뽀뽀 금지령’을 내리셨거든요. 깔깔. 그런데요 선생님. 저는 뜨거운 국물이랑 맥주도 안 먹는데 왜 이렇게 치아가 엉망이 된 걸까요?”

의사, 태연의 이를 유심히 들여다본다.
“더러워서요.”
“네?”
“치아가 더러워서 다 썩어버렸어요. 도대체 양치를 하긴 한건가요? 하루 세 번, 너무 부드럽지도 빳빳하지도 않은 적당한 칫솔로, 치약에 물을 묻히지 말고, 이와 잇몸이 닿는 부위부터 돌려가며, 삼 분씩 칫솔질을 하지 ‘않은 것’이 확실하군요.”

태연, 창피해서 얼굴이 빨개진다. 그 때 간호사가 들어온다.
“왕초보 선생님, 안아파 선생님이 늦으신다고 오늘은 왕 선생님이 대신 진료를 보시래요.”
“그래요? 야호! 드디어 나도 진료 시작이구나!”

여태 대화를 나눈 사람이 안아파 선생님인줄 알았던 태연과 아빠, 기겁을 한다.
“엥? 눈꼽만큼도 아프지 않게 치료를 한다는 안아파 선생님 아니셨어요? 그, 그렇담 당신은 누구신가요?”

“저요? 지난주에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엊그제 이 병원에 취직한 치과의사 왕초보에요. 아직 진짜 사람 이빨은 한 번도 못 뽑아 봤는데, 드디어 소원을 풀게 되다니!! 너무 긴장돼서 손이 부들부들 떨려요.”

왕초보 의사, 손을 벌벌 떨고 식은땀을 흘리면서 치과용 핀셋을 아빠의 입으로 집어넣는다.
“악! 사람 살려!!”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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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수
  • 평점   별 5점

항상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2010-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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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소연
  • 평점   별 5점

오~~ 역시 재미나면서도 유익한 정보에요!! 감사합니다.

2010-07-12

답글 0

정민숙
  • 평점   별 5점

유익한 정보. 감사합니다. 그런데 선생님. 치의사는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치과위생사는 치위생(학)과를 졸업하여 면허증을 취득하여 진료를 하고 근무합니다. 의대졸업이나, 간호사라는 호칭은 훌륭한 내용에 비해, <치과>에 너무 관심없는 내용이신데요. 수정 부탁드립니다.

2010-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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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복
  • 평점   별 5점

좋은 정보 감사해요. 청량음료를 팔지 말아야 국민치아가 현상유지하는데 도움이 되겠네요. 안 팔 수는 없구, 사 먹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물만 마시면 치아가 괜찮겠지요?

2010-07-12

답글 0

과학향기 편집부
  • 평점   별 5점

정민숙 선생님, 항상 과학향기를 아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께서 지적해주신 내용을 반영해서 의대 -> 치과대학으로 수정했습니다. 앞으로 내용을 더 꼼꼼히 살피도록 하겠습니다.감사합니다^ㅡ^

2010-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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