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한눈에 보는 스마트폰 춘추전국시대

<KISTI의 과학향기> 제1044호   2010년 03월 15일
‘스마트폰 전쟁’이라고 얘기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아이폰’이 나오기 전까지는 스마트폰 전쟁이란 단어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더 엄격하게 얘기해보자면 지금과 같은 스마트폰을 둘러싼 IT업체들의 불꽃 튀는 경쟁을 예상한 사람도 거의 없었다. 그래서 이 모든 사건의 시작은 아이폰이라고 봐야 한다. 말 그대로 아이폰이 세상을 바꾼 것이다.

MP3 플레이어나 만들고 있던 미국의 한 컴퓨터 회사가 휴대전화를 만들어 내리라는 소문은 2007년까지만 해도 미국 실리콘 밸리의 수많은 소문 가운데 하나에 불과했다. 하지만 애플로서는 잃을 것이 없었다. 이 회사는 MP3플레이어가 주력 산업이었는데, 어차피 당시는 휴대전화가 하나둘 MP3 플레이어 기능과 동영상 재생 기능을 갖춰가던 때였다. 휴대전화 제조업체와의 경쟁은 이미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게다가 컴퓨터 시장에서 경쟁하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모바일’이란 스마트폰 운영체제(OS)로 휴대전화 시장을 어느 정도 선점한 상태였다.

그대로 두면 데스크톱 컴퓨터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OS가 그랬듯 스마트폰 시장 또한 빼앗길 우려가 있었다. 많은 전문가들이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 “애플이 뒤늦게 뛰어들어봐야 어차피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며 코웃음을 치긴 했지만 애플로서는 절실하고,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결국 애플의 선택이 옳았다. 아이폰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업계 전문가들의 비관을 훨씬 뛰어넘는 일종의 컬트적 숭배에 가까웠다. 뉴욕타임즈의 데이빗 포그와 같은 칼럼니스트는 기꺼이 아이폰을 위해 ‘찬가’에 가까운 리뷰를 써냈으며 한국처럼 아이폰이 수입되지 않은 나라에선 아이폰을 수입해 달라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빗발쳤다. 결국 2009년 11월 말, 아이폰은 한국 땅에도 상륙하게 된다. 이미 해외 80여개 국가에서 아이폰이 팔리고 난 뒤의 일이었다.

소비자들의 열광은 애플이란 기업으로 모아지고 있었고, 스마트폰은 곧 아이폰인 것처럼 아이폰은 연일 세계 주요 미디어의 지면과 방송시간을 차지했다. 마치 휴대전화 세상에는 아이폰 밖에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주인공은 하나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이폰 때문에 당황스러워하는 이들은 굉장히 다양했다. 아이폰 이전에만 해도 스마트폰하면 ‘윈도모바일’이었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이제 완전히 관심 밖의 회사로 전락하고 말았다. 누구도 윈도모바일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다. 가끔 조롱거리로 삼을 경쟁 제품이 필요할 때를 제외한다면 말이다.

심지어 윈도 OS가 데스크톱 컴퓨터 시장에서 갖고 있던 압도적인 시장 우위조차 스마트폰이라는 작은 시장 때문에 흔들리는 이변이 벌어졌다. ‘맥오에스텐(OSX)’이라는 OS를 사용한 매킨토시컴퓨터가 점점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시작한 것이다. ‘심비안’이란 자체 OS를 만들어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장 많은 점유율을 갖고 있던 핀란드의 휴대전화 회사 노키아도 고민에 빠졌다. 과연 노키아의 비즈니스모델이 계속 통할 수 있을까? 유럽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한 아이폰을 보면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는 건 마이크로소프트와 다를 바 없었다.

그 때 구석에서 조용히 준비를 하던 기업이 있었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 기업 구글이었다. 이들은 갑자기 야심에 찬 계획을 발표한다. 2005년 사들였던 모바일 소프트웨어 업체 ‘안드로이드’가 만들고 있던 스마트폰용 OS를 아예 ‘안드로이드 OS’라고 이름 짓고는 휴대전화 업체들에게 이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계획을 2007년 발표한 것이다.

휴대전화용 반도체를 만드는 퀄컴이나 텍사스인스트루먼트부터 삼성전자, HTC 등의 휴대전화 단말기 제조업체, 스프린트와 T모바일 같은 통신사까지 구글은 파트너의 범위도 넓었다. 그리고 2008년 10월, 이른바 첫 ‘구글폰’이 나온다. 제조사는 대만의 휴대전화 제조업체 HTC, 제품의 이름은 간단하게 ‘G1’이었다. 반응은 그저 그랬다. “구글 서비스를 쓰기는 좋다”는 정도. 하지만 이건 그저 시작에 불과했다.

2010년 1월, 구글은 전자업계가 총집결하는 소비자가전쇼(CES)의 개막을 하루 앞두고 ‘넥서스원’이란 새 구글폰을 공개한다. 물론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한 제품이고, 구글 로고를 휴대전화에 뚜렷하게 새겼으며, 제조는 HTC라는 대만 제조업체에게 맡긴 제품이었다. 세계의 눈이 구글에 쏠렸고 구글은 이를 현명하게 활용해 “애플에 대항할 수 있는 스마트폰 OS는 안드로이드 뿐”이라는 신호를 보낸다. 수많은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이 자신들의 시장을 조금씩 갉아먹는 애플에게 두려움을 느끼던 터라 구글의 편은 점점 늘어만 갔다.

넥서스원의 발표에 뒤이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는 또 다른 흐름이 눈길을 끌었다. 바로 노키아였다. 아이폰이 화제를 모으고 있고 안드로이드가 거기에 대항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었다지만 냉정하게 시장을 살펴보면 스마트폰을 주름잡는 1위 기업은 누가 뭐래도 노키아였다.

노키아는 이미 ‘심비안’이라는 자체 스마트폰 OS를 만든 회사였으며 세계 최대의 휴대전화 제조업체였다. 심비안의 스마트폰 OS 시장점유율은 2009년 47%에 이르렀고 그 뒤를 블랙베리(21%), 아이폰(15%), 윈도모바일(9%), 안드로이드(5%)가 따르고 있었다. CES에서 노키아가 대대적으로 선보인 건 ‘오비’(Ovi)라는 인터넷 서비스였다.

아이폰은 심비안보다 동영상과 음악, 사진 등 멀티미디어를 즐기기 쉬웠고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내려 받아 기능을 200% 활용할 수 있는 세계 최대의 ‘앱스토어’도 갖고 있는 게 장점이었다. 노키아는 이런 점을 벤치마킹했다. 오비는 심비안과 찰떡궁합인 인터넷 서비스였다. 노키아 사용자들은 오비를 이용해 음악도 사고 응용프로그램도 샀다. 자신의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을 바로 오비에 올릴 수 있었으며 다른 노키아 사용자와 컴퓨터나 휴대전화 모두를 통해 이를 공유하는 것도 가능했다. 이런 혁신적인 서비스 덕분에 노키아는 지난해 4분기 순이익과 휴대전화 판매대수가 모두 급증하는 ‘깜짝 실적’을 거뒀다.

애플과 구글, 노키아 등 ‘거인들의 스마트폰 전쟁’에서 소외된 또 하나의 거인은 OS를 갖지 못한 제조업체들이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업체는 물론 모토로라와 소니에릭슨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은 비슷한 처지에도 불구하고 각각 다른 대응을 펼친다.

삼성전자가 가장 독특했다. 삼성전자는 OS를 갖춘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렸던 이동통신 컨퍼런스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0’에서 선보인 ‘바다’라는 OS가 그 제품이었다. 안드로이드를 겨냥한 듯 안드로이드처럼 리눅스라는 공개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만들었으며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성능이 뛰어난 일반 휴대전화에서도 작동할 수 있도록 다듬어가겠다는 계획도 선보였다. 스마트폰과 일반 휴대전화 사이의 격차를 ‘바다’로 줄여보겠다는 의도였다.

다른 쪽에는 모토로라와 LG전자, 소니에릭슨 등이 있었다. 이들은 OS를 직접 만드는 건 무의미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들은 모두 구글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한 휴대전화 발매 계획을 쏟아냈고, 윈도모바일 등 다른 OS도 기꺼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MWC 2010의 진짜 주인공은 삼성전자도, 구글도, 모토로라도 아니었다. 그건 그동안 스마트폰의 흐름 속에서 소외되고 잊혀졌던 거대한 공룡 마이크로소프트였다. 스티브 발머는 이 행사에서 “애플의 아이폰을 보면서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우리가 그동안 점진적으로 개선해 왔던 윈도 모바일 OS의 개선 작업을 중단했다. 그리고 아예 원점에서 개발하자는 각오를 했다. 혁명적인 변화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윈도 모바일은 이 행사를 통해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것이 ‘윈도폰’의 탄생이었다.

윈도폰은 기존의 윈도 모바일과는 여러모로 달랐다. 사용자 환경(UI)이 기존 제품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세련되게 변했고,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인터넷에서 인기를 모으는 다양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윈도폰 OS 안에서 완벽하게 지원하는 모습을 보였다. 엑스박스360과 같은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기라거나, 윈도 OS를 사용하는 컴퓨터와의 연동은 물론 큰 장점이었다.

문제는 윈도폰7이라고 이름 붙은 이 OS가 연말에나 나오리라는 사실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여전히 애플이나 구글 같은 경쟁자보다 부족한 게 있다면 그건 경쟁사들은 소비자에게 제품을 공개하기 전 제품을 충분히 다듬은 뒤 잘 다듬어진 제품을 발표와 함께 바로 시장에 내놓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계획만 그럴싸하게 내비친 뒤 그때부터 제품을 다듬는다는 사실이었다.

결론적으로 언젠가 열릴 것으로 전망됐던 스마트폰 시장의 문을 열어젖힌 건 애플이었다. 하지만 휴대전화 시장은 결코 뒤늦게 뛰어든 한 기업이 모든 걸 좌지우지할 만큼 호락호락한 시장이 아니었다. 제조업체도, 소프트웨어 업체도 모두 칼날을 벼르고 상대방의 장점을 자신의 장점으로 배워 익히기 시작했다. 경쟁이 심해질수록 그 혜택은 소비자들에게 돌아오기 마련이다. 2010년, 아직 새 스마트폰을 장만하지 못한 소비자라면 이런 흐름을 읽으며 새로운 세계에 도전할 꿈을 꿔볼 시기다.

글 : 김상훈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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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스마트폰의 세상인가?

2011-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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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수
  • 평점   별 5점

음.. 스마트폰에 대해 궁금해지는군......

2010-03-21

답글 0

김응규
  • 평점   별 5점

최근의 상황을 잘 정리해 준것 같습니다.

2010-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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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욱
  • 평점   별 5점

이제 본인도 스마트폰족의 대열에 끼여야하나?

2010-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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