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향기 Story
- 스토리
스토리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보다 똑똑한 이유
<KISTI의 과학향기> 제3801호 2022년 10월 31일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은 같은 환경에서 함께 살았는데 무엇 때문에 네안데르탈인은 멸종하고 호모 사피엔스는 살아남아 지금까지도 이토록 번성했을까? 두 종 간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호모 사피엔스의 승리와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이라는 미스터리
1856년 독일 프로이센의 뒤셀도르프 근교 네안데르(Neander) 계곡에서 유골이 발견되어 ‘네안데르탈인’이라는 이름이 붙은 우리의 친척은 석기를 제작할 줄 알았고 매장 풍습도 있는 똑똑한 종이었다. 이 영리한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에 관해서는 여러 가설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호모 사피엔스와의 전쟁 가설이다.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가 약 20만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공존하기는 했지만, 종종 대규모 무력 충돌도 있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네안데르탈인의 체격은 오히려 호모 사피엔스보다 강인하고 뛰어났다고 알려졌기에 왜 전쟁에 졌는지는 미스터리다.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보다 지능이 더 높아 환경 변화에 잘 적응했을 거라는 가설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한 가지 의문점이 있는데, 지능이 뇌와 관련이 있다고 본다면 네안데르탈인의 뇌 용적도 호모 사피엔스 못지않게 컸다는 사실이다.
뇌 용적은 같아도 뇌 구조와 신경세포의 양이 다르다
최근에 새롭게 제기된 네안데르탈인 멸종 원인 가설은 스반테 페보 교수 같은 고유전체학자의 노력으로 빛을 보았다. 우리 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체를 비교하면서 뇌 크기가 아니라 뇌 신경 구조의 차이가 있었다는 점을 발견한 것이다. 아주 적은 유전자의 차이로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의 뇌 발생 과정이 달라졌고, 그에 따라 인류의 인지 능력이 더 뛰어났을 거라는 말이다.
최근에 새롭게 제기된 네안데르탈인 멸종 원인 가설은 스반테 페보 교수 같은 고유전체학자의 노력으로 빛을 보았다. 우리 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체를 비교하면서 뇌 크기가 아니라 뇌 신경 구조의 차이가 있었다는 점을 발견한 것이다. 아주 적은 유전자의 차이로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의 뇌 발생 과정이 달라졌고, 그에 따라 인류의 인지 능력이 더 뛰어났을 거라는 말이다.
빌란트 허트너 독일 막스플랑크 분자세포생물학 및 유전학 연구소 연구원팀은 현생 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의 게놈을 비교하면서 ‘TKTL1’이라는 유전자 유형이 다르다는 점을 발견했다. TKTL1 유전자는 사람의 태아가 발생하는 과정에서 뇌의 신피질 부위에 집중적으로 발현된다. 그리하여 피질에서 신경세포의 생성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신피질은 대개 비인간 동물과 인간을 가르는 중요한 차이로, 기억과 감각을 비롯한 고도의 정신 적용과 관련된 부위이다.
연구팀은 쥐 유전체에 네안데르탈인이 가졌던 유형의 TKTL1 유전자를 넣어 실험한 결과, 뇌 발생 과정에서는 별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현생 인류 유형의 TKTL1 유전자를 넣자 신피질에서 ‘bRG’라고 하는 신경 줄기세포와 이것이 분화한 신경세포가 더 많이 생성됐다. 게다가 배아 줄기세포를 통해 만든 오가노이드, 즉 ‘미니 뇌’ 실험에서도 TKTL1이 신경세포 생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생 인류의 TKTL1 유전자를 주입한 뇌에서 뉴런이 더 활발하게 생성된 것이다.
TKTL1은 지방산 합성 경로에 관여하는 단백질을 만들도록 지시한다. 연구팀은 현생 인류의 이 유전자는 세포막의 재료인 지방산을 더 많이 만들고, 그 결과 세포분열이 더 활발해져 bRG와 뉴런이 더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피질 영역에서 활동하는 신경세포가 현생 인류에서 네안데르탈인보다 더 많이 생성됐다는 것은 현생 인류가 인지 능력이나 사회적 능력에서 네안데르탈인보다 더 영리했으며, 그에 따른 행동도 더 생존과 번식에 적합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다.
결국 네안데르탈인은 호모 사피엔스와의 ‘문화 경쟁’에서 패배해 멸종했을지 모른다. 뇌 발달 과정에서 생긴 인지 능력의 차이가 소통 능력, 사냥 기술, 환경에 대한 적응력에 차이를 가져왔고 이는 모두 정교한 언어와 사회 시스템 같은 ‘문화적 차이’를 가져왔을 것이다. 뇌 발달 과정에서 생긴 작은 차이가 이처럼 한 종의 생존과 번영이라는 거대한 나비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니 놀랍기만 하다.
글: 권오현 과학칼럼니스트 / 일러스트: 이명헌 작가

추천 콘텐츠
인기 스토리
-
- [과학향기 Story] 기후변화가 불러온 역대급 LA 산불… 한국도 위험하다?
- LA는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미국의 대도시다. 화려한 할리우드와 인기 스포츠팀 그리고 온화한 기후에 한인 타운까지. 도시 이름(Los Angeles) 그대로 많은 이들에게 LA는 천사의 도시라 할 만하다. 그런데 이런 LA가 최근 큰 홍역을 치렀다. 근교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이 무려 3주나 지속되며 막대한 피해를 본 것이다. 사망자만 약 3...
-
- [과학향기 Story] 커피가 좋은 당신, 이 미생물 8배 많다
- “하루에 커피 몇 잔 드세요?” 여러분의 대답은 어떤가? 많은 직장인이 하루 업무를 시작하는 의례로 진한 커피를 내려 마신다. 커피는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는 자리에도 빠지지 않는다. 카페인 영향을 크게 받아 한 잔도 마시지 못하는 사람, 건강을 생각해 커피를 줄이려는 사람이 적지 않지만, 우리나라 음료 시장에서 커피가 차지하는 위상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
- [과학향기Story] 칠흑같이 깜깜한 우주…그래서 얼마나 어두운데?
- 밤하늘에 보이는 별빛은 모두 ‘과거의 빛’이다. 지구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별에서 뿜어져 나와 짧게는 몇 년에서 길게는 몇천 년 동안 우주를 누빈 끝에 이제 막 우리 눈에 도달한 것이다. 지구에서 볼 수 있는 별빛, 정확히는 빛을 내뿜는 별의 개수는 2,000여 개뿐이지만, 이들이 먼 길을 달려와 준 덕분에 칠흑같이 어두운 우주가 눈부시고 아름답다. ...
이 주제의 다른 글
- [과학향기 for Kids] 잘 모를 때 친구 따라 하는 이유!
- [과학향기 for Kids] 한 달 동안 똥을 참는 올챙이가 있다?
- [과학향기 Story] 커피가 좋은 당신, 이 미생물 8배 많다
- [과학향기 for Kids] 74살에도 엄마가 된 새가 있다? 앨버트로스 ‘위즈덤’
- [과학향기 for Kids] 2025년, 푸른 뱀의 해…뱀은 어떤 동물일까?
- [과학향기 Story] 유전정보 담는 DNA… 빅데이터 · 우주 시대 이끌 새 저장장치로 각광
- [과학향기 for Kids] 촉각으로 더 생생해지는 가상현실 세계
- [과학향기 Story] AI 전문가, 인간과 함께 미래 유망기술을 꼽다
- [과학향기 Story] 동물도 술을 즐겨 마신다?
- [과학향기 for Kids] 개는 왜 몸을 흔들어 물을 털어낼까?
ScienceON 관련논문
아주 좋은 이야기 감사합니다.
2022-11-01
답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