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상대성 이론은 상대적인 이론이 아니다

<KISTI의 과학향기> 제229호   2004년 12월 27일
스위스 베른이라는 도시의 특허청에서 근무하던 무명의 젊은 하급관리가 ‘뉴턴(Issac Newton; 1642~1727)’ 이래로 완성되어 왔던 근대 고전역학의 틀을 완전히 바꿀만한 혁신적인 물리학 논문을 발표한 것은 1905년의 일이었다.대학 교수도 아니고 그렇다고 저명한 연구소에 근무했던 것도 아닌, 평범한 일개 특허청 직원이 밝힌 새로운 이론이 바로 그 유명한 ‘상대성 이론(Theory of relativity)’이며, 발표자인 젊은이가 바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이다. 상대성원리를 갈릴레이가 처음 발견했다?

아인슈타인은 이 해에 상대성 이론뿐 아니라, 광량자 가설 등 훗날 물리학의 발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중요한 논문들을 여럿 발표하였는데, 아인슈타인의 위대한 업적 등을 기리는 의미에서 꼭 100년째가 되는 내년도를 ‘물리학의 해’로 하기로 세계적으로 결정한 바 있다.

물리학이나 과학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상대성 이론’하면 누구나 아인슈타인을 먼저 떠올리게 될 정도로, 상대성 이론은 다른 물리학 이론과는 달리 대중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 비슷한 시기인 20세기 초에 형성된 이론으로서, 상대성 이론 만큼이나 물리학에 혁명적인 변화를 몰고 온 양자역학(Quantum mechanics)이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에게 별로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아마도 양자역학은 플랑크(M. Planck)로부터 시작하여 하이젠베르크(W. Heisenberg), 슈뢰딩거(E. Schrodinger), 디랙(P.A. Dirac) 등 수많은 물리학자들의 여러 이론과 노력에 힘입어 완성된 데에 비하여, 상대성 이론은 아인슈타인 한 사람의 천재성에 의존하여 만들어졌다는 데에 그 이유가 있지 않은가 생각된다.

그런데 상대성 이론, 특히 일반 상대성 이론은 특유의 난해함으로 인하여 알려진 명성에 비하여 정확하게 이해되지 않은 측면이 많으며, 또한 그 명성만큼이나 대중들의 오해를 자주 불러일으킨 이론이기도 하다. 상대성 이론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또한 잘못 이해되어왔던 것들은 무엇인지 잘 살펴보는 것도 중요할 듯하다.

먼저 놀랍게도, 상대성 이론, 혹은 운동의 상대성 원리를 처음으로 발견한 과학자는 아인슈타인이 아니라 ‘근대 과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갈릴레이(Galileo Galilei; 1564-1642)이다. 즉 물체의 낙하법칙을 밝히고 근대적 역학의 기초를 세운 갈릴레이는, 정지한 상태에서 보는 운동과 움직이는 상태에서 관찰하는 운동의 관계 등을 기술하는 운동의 상대성 원리를 알아 내었던 것이다. 그러나 훗날인 19세기 이후, 맥스월(James C. Maxwell) 등에 의해 전기 및 자기의 성질, 전자기파의 실체 등을 설명하는 전자기학(Electromagnetism)이 발전한 후로는, 갈릴레이, 뉴턴의 고전역학과 전자기학 사이에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 모순이 있는 것처럼 보여 졌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바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역학과 전자기학을 하나의 통일된 체계로 기술하면서 운동의 상대성 원리가 잘 적용되도록 한 것이다.

상대성이론은 상대적인 이론이 아니다.

그런데 상대성 이론은 그 말처럼 그저 ‘상대적인’ 이론이 결코 아니다.

일부 대중들은 관측된 계에 따라서 길이와 시간이 달라 보인다는 것을 잘못 해석하여, 관측하는 사람의 주관에 의하여 물리법칙이 달라지거나 모든 것이 상대적인 뿐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 도리어 상대성 이론의 핵심은 ‘모든 물리법칙은 관측하는 사람의 상태와 무관하게 같다’라는 것으로서, 즉 정지한 상태의 관찰자건, 등속 혹은 가속도로 운동하는 상태의 관찰자건, 동일한 물리법칙이 적용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따라서 우주 어디에서나 물리법칙은 바뀌지 않으므로, 상대성 이론이라 해서 절대성에 가까운 보편적인 원리가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런 측면을 고려하여, 상대성 이론을 우리말로는 ‘연관성 이론’이라 번역하는 것이 더 타당하지 않느냐고 주장하는 물리학자도 있다.

그리고 상대성 이론의 유명한 공식, 즉 E=mc2 이라는 질량-에너지 등가 원리도 관측계와 무관하게 물리법칙이 동일함(Invariant)을 증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일종의 ‘부산물’이며, 그 자체가 상대성 이론의 본 목적이거나 가장 중요한 내용은 아니었다. 이 공식에 대해서도 오해가 적지 않은데, 그 의미를 “질량이 없어지면서 에너지로 변환되고, 역으로 에너지가 뭉치면 그것이 다시 질량으로 바뀐다.”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좀 잘못된 이해이다. 즉 에너지와 질량을 각각 전혀 별개의 실체로 놓고, 양자가 서로 바뀌는 것으로 간주하기보다는, “질량은 곧 에너지의 또 다른 표현이다.”라는 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훨씬 적절하다. 다시 말하면, 이 공식은 질량이나 에너지나 그 본질이 다를 바가 없는, ‘등가물’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상대성 이론 및 아인슈타인을 둘러싸고 이밖에도 여러 가지 오해가 있으나, 구체적인 것을 다 밝히기는 어려울 듯하니, 독자 여러분은 질량-에너지 등가 원리의 정확한 의미와 “상대성 이론은 상대적인 이론이 아니라는” 것만큼은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 최근에 각광받는 물리학 이론 중의 하나로서, 복잡계를 설명하는 이른바 ‘카오스 이론(Chaos theory; 혼돈 이론)’이 그저 ‘혼돈스러운’ 이론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이다.

2005년 세계 물리학의 해를 맞아서, 물리학이라면 진절머리를 쳤던 분들이라도 난해한 이론까지는 아니더라도 대략의 내용과 그 의미 정도는 제대로 알아 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최성우 -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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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우
  • 평점   별 5점

아 역시 과학은 알면 알수록 재미있네요~ 좋은글 고맙습니다~!

2009-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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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민
  • 평점   별 5점

항상 좋은 기사 감사드립니다. ^^

2009-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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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Choi
  • 평점   별 4점

I always enjoy reading every articles here. I think sometimes you need to give some kinds of references in the article. It may help readers to get a deeped idea about the specific topic. It seems the information in an article doesn't have sufficient idea for readers to understand from time to time. Thank you.

2005-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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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석
  • 평점   별 5점

물리법칙은 절대적이지만 물리량은 상대적이다. 맞죠?

광속과 비슷한 속도를 내는 계 안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가잖아요.
그리고 시간만 바뀌면 이상하니까, 길이나 질량 등의 물리량도 변화되어 느껴지도록 식을 뜯어 고친 것 아닐런지..

그.. 좌표변환식 있잖아요..
거기서, 시간과 공간이 서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해서 시공간이란 개념이 만들어진거구...

에구구구... 파인만 빨간 책(volume 1 역학) 번역 대충 읽고 말한건데.. 맞을라나?

200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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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학
  • 평점   별 5점

과하향기는 과학에 간한 여러가지를 알려주셔서 상당히 도움이 되고 있으며 많은 것을 알게 하여 주셔서 감사를 드립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성이론을 상대적인 것으로 알고 있으며 저도 그렇게 알고 있었으나 이 자료를 통하여 잘 알게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과학향기에 종사하시는 모든 분들! 새해에 복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기를 바라며 새해에는 더 많은 정보를 주기시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04-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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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jdrPgh
  • 평점   별 4점

질문있어요.클릭 한번으로 모든 글을 볼수 있도도록 하면 얼마나 절약이 될까요??

2004-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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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훈
  • 평점   별 3점

그 위의 단락을 보면 회색의 조금 더 큰 글씨로 소제목이 달려있는데,



말씀하시느 것의 앞 문장이 소제목이 아닌가 싶네요. 그 문장하나로 줄바꿈을 하고 있는 것과 그 위에 소제목을 달고 있는 단락의 분량으로 봐서는 글 올리신 분이 태그를 빼먹으신 듯합니다.

2004-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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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
  • 평점   별 4점

얼마전에 어떤 책에선가 확실히는 모르겠는데 요즘은 실험실에서 한곳에 에너지를 집중해서 어떤 물질이 생겨나는 것을 확인하는 실험까지 하는 수준까지 와 있다고 하던데.... 그리고 그물질은 지구상에는 없는 물질이고 또 그물질은 나타난 다음 순간적으로 사라진다고 하는 내용까지 본 기억이 분명히 있는데 그럼 그내용은 잘못된 내용이었나요?

2004-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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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여진
  • 평점   별 3점

저기..... 제가 잘못 이해하는걸수두 있는데.. "상대성이론은 상대적인 이론이 아니다. 그런데 상대성 이론은 그 말처럼 그저 ‘상대적인’ 이론이 결코 아니다."/// 같은 말을 두번 반복...하신거아닌가요... 그냥,,=..=;;태클은 아니구.. 의아해서 남겨요..

2004-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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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 평점   별 4점

안녕하세요 안여진님 Kisti 과학향기 입니다.

죄송합니다. "상대성이론은 상대적인 이론이 아니다." 는 소제목에 해당합니다.

강창훈님 말씀대로 올릴때 태그가 빠졌네요. 수정했습니다.

[Kisti의 과학기술 통합검색 사이트 - Yes Kisti.net]
http://www.yeskisti.net/index.jsp

좋은 의견 올려 주셔서 감사드리구요~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 드립니다.

과학의 숲을 보는 즐거움
Kisti의 과학향기

2004-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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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태
  • 평점   별 4점

저도 물리화학에서 배웠거든요. 잘 이해가 안되어서 물리화학을 화공과,화학과에서 모두 들었더니 조금 이해가 되는데 정말 대단한 내용입니다. 양자역학에 대해선 많이 배우는데 상대성원리는 학부과정에서 안가르쳐주더라구요. 보다 많은 선행학습이 필요한가봐요. 암튼 내용도 중요하지만 공무원이 발견했다는게 더욱 의미있는것 같아요. 열심히만 하면....

2004-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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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ngjin
  • 평점   별 5점

물리화학을 배웠지만, 이런 근본적이고 정확한 의미는 파악하지도 하지도 않고 그저 공식을 외우고 문제풀기에만 급급했던 학부때가 생각나는군요.."질량은 곧 에너지의 또 다른 표현이다"란 말을 들으니까 왠지 철학적인 뉘앙스가 많이 풍기네요..좋은 정보 감사합니다.(__)(^^)

2004-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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