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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가습기 관리, 어렵지 않아요~
<KISTI의 과학향기> 제1497호 2011년 12월 12일
엄마 아빠와 태연이 가사분담을 주제로 가족회의 중이다.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일을 덜 맡을까, 치열한 두뇌싸움과 눈치작전이 벌어지고 있다.
“자, 이제 각자의 주장을 들어봤으니까 최종적으로 내가 결정을 내리겠어요. 태연 엄마는 주방에 관한 모든 것, 즉 요리와 설거지를 일임해 주세요. 나는 퇴근 후에도 할 수 있는 빨래와 청소를 맡을 테니까. 아무래도 이런 건 힘센 남자가 더 잘 하는 분야인 데다가, 당신의 가냘픈 허리가 힘든 청소 땜에 다치는 건 정말 싫고… 기타 등등….”
아빠는 또 다시 엄마에 대한 무한 애정공세에 들어간다. 언제나처럼 짜증이 난 태연은 버럭 큰소리를 낸다.
“아, 그러니까 전 뭘 하냐고욧!”
“넌 몽몽이 화장실 청소와 목욕, 그리고 온 집안의 가습 관리를 맡는 게 어떻겠니?”
“어머머, 정말요? 넵, 열심히 하겠습니닷!!”
뭔가 엄청 귀찮은 일을 떠맡을 줄 알았던 태연, 이게 웬 떡이냐~ 싶다. 여태 하던 몽몽이 관리에 겨우 가습 하나만 추가되다니…!!
“자, 그럼 저는 가습을 하러 가겠습니다. 가습기통에 물만 떨어지지 않게 하면 되는 거죠?”
“음, 그것 말고 주의할 게 몇 가지 더 있단다. 지난 봄 임산부들 사이에 집단 발생해서 5명이나 사망했던 폐 손상 질환이 가습기 살균제(세정제) 때문이라는 건 너도 알고 있지? 살균제에 들어있던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 포스페이트’를 비롯한 4가지 화학약품은 샴푸나 조리기기 세척제, 곰팡이 제거제 같은 용도로 쓰이는 독한 성분이야. 당연히 사용한 뒤 물로 깨끗이 씻어내고 몸에 남아있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하는 물질들이지. 그런데 이걸 가습기에 넣어 수증기와 함께 공기 중에 퍼지게 하면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폐에 직접 닿게 되고, 당연히 폐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었을 거야.”
“그건 저도 알아요. 그런데 왜 임산부들만 더 피해를 본 거예요?”
“임산부들은 외출을 잘 못하잖아. 그래서 방안에 있는 시간이 길었고, 뱃속의 아기를 위해 특별히 건강관리에 신경을 쓰려고 가습기 살균제를 꼭꼭 챙겨서 사용한 경우가 많았단다. 게다가 임신 8개월 이상이 되면 숨이 가빠지면서 평소보다 호흡량이 30% 이상 늘어나기 때문에 독성물질에 똑같이 노출돼도 흡입량은 더 많을 수밖에 없었던 거지.”
“그렇구나. 정말 안타깝네요. 그런데 그 사건이랑 제가 가습기 물 채워 넣으러 가는 거랑 무슨 상관이에요? 아, 제가 세척제 쓸까봐 그러세요? 에이, 제가 아무리 무식해도 설마 그러기야 하겠어요?”
“아니, 그게 아니라 세척제 대신 온몸으로 철저한 세척을 하는 방법을 알려주려고 그래. 첫째, 가습기에 넣는 물은 매일 갈아주되 끓였다가 식힌 물이 가장 좋고 그게 여의치 않으면 정수기 물을 넣어야 해. 아빠가 명하노니, 넌 꼭 끓였다 식힌 물을 쓰도록 하여라. 둘째, 가습기 통은 일주일에 한번 씩 청소해줘야 한단다. 물통의 경우 1/4정도 물을 남긴 후 마구 흔들어서 세척한 다음 밤새 바짝 말려야 하고, 본채 안쪽은 부드러운 청소 브러시를 이용해서 구석구석까지 아주 꼼꼼하게 닦아줘야 해.
셋째, 가습기를 무조건 계속 틀어놓으면 오히려 실내 습도가 지나치게 높아져 세균이나 집먼지진드기, 곰팡이가 생길 수 있으니까 잠들기 한 시간 전부터 켜고 아침에 일어나면 꺼야 해. 가습기를 끈 다음엔 꼭 환기를 해주는 것도 잊지 말도록! 아, 그리고 엄마가 좋아하는 티트리 오일도 한 두 방울 꼭 가습기 통에 떨어뜨려 주겠니? 상큼한 아로마 향도 맡을 수 있는데다, 원래 티트리 오일이 강력한 살균효과가 있거든. 그래서 여드름이나 상처, 세균질환 같은데 발라도 아주 좋아. 가습기통에 넣으면 당연히 물도 소독되니까 꼭 잊지 말아라. 암튼, 부탁해~~!”
“머, 머가 이렇게 복잡해요! 초등학생한테 이렇게 과중한 일을 시키시다니, 이건 아동학대라고요!”
“정 그렇게 힘들다면, 가습기를 대체할 방법들을 활용해 보는 것도 좋겠구나. 방에다 빨래 널기, 숯에다 수시로 물 뿌리기, 수족관에 물고기 키우기, 키가 크고 잎이 넓은 관엽식물 키우기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단다. 한 가기만 해가지곤 가습기를 대체하기 힘들 것 같고, 빨래 널기랑 물고기 키우기 정도만 하면 어떻겠니? 어항 청소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면 충분하지만 빨래는 매일 해야 해.”
“빨래는 원래 아빠 담당이잖아요!!”
“어허? 그랬나? 네가 가습을 담당한 덕분에 아빠가 해야 할 빨래까지 도와주게 됐구나. 이런 착한 것 같으니. 이참에 찌인~하게 효도 한 번 한다는 셈 치고 열심히 빨래를 널어보렴~!”
“아빠~!!!”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자, 이제 각자의 주장을 들어봤으니까 최종적으로 내가 결정을 내리겠어요. 태연 엄마는 주방에 관한 모든 것, 즉 요리와 설거지를 일임해 주세요. 나는 퇴근 후에도 할 수 있는 빨래와 청소를 맡을 테니까. 아무래도 이런 건 힘센 남자가 더 잘 하는 분야인 데다가, 당신의 가냘픈 허리가 힘든 청소 땜에 다치는 건 정말 싫고… 기타 등등….”
아빠는 또 다시 엄마에 대한 무한 애정공세에 들어간다. 언제나처럼 짜증이 난 태연은 버럭 큰소리를 낸다.
“아, 그러니까 전 뭘 하냐고욧!”
“넌 몽몽이 화장실 청소와 목욕, 그리고 온 집안의 가습 관리를 맡는 게 어떻겠니?”
“어머머, 정말요? 넵, 열심히 하겠습니닷!!”
뭔가 엄청 귀찮은 일을 떠맡을 줄 알았던 태연, 이게 웬 떡이냐~ 싶다. 여태 하던 몽몽이 관리에 겨우 가습 하나만 추가되다니…!!
“자, 그럼 저는 가습을 하러 가겠습니다. 가습기통에 물만 떨어지지 않게 하면 되는 거죠?”
“음, 그것 말고 주의할 게 몇 가지 더 있단다. 지난 봄 임산부들 사이에 집단 발생해서 5명이나 사망했던 폐 손상 질환이 가습기 살균제(세정제) 때문이라는 건 너도 알고 있지? 살균제에 들어있던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 포스페이트’를 비롯한 4가지 화학약품은 샴푸나 조리기기 세척제, 곰팡이 제거제 같은 용도로 쓰이는 독한 성분이야. 당연히 사용한 뒤 물로 깨끗이 씻어내고 몸에 남아있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하는 물질들이지. 그런데 이걸 가습기에 넣어 수증기와 함께 공기 중에 퍼지게 하면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폐에 직접 닿게 되고, 당연히 폐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었을 거야.”
“그건 저도 알아요. 그런데 왜 임산부들만 더 피해를 본 거예요?”
“임산부들은 외출을 잘 못하잖아. 그래서 방안에 있는 시간이 길었고, 뱃속의 아기를 위해 특별히 건강관리에 신경을 쓰려고 가습기 살균제를 꼭꼭 챙겨서 사용한 경우가 많았단다. 게다가 임신 8개월 이상이 되면 숨이 가빠지면서 평소보다 호흡량이 30% 이상 늘어나기 때문에 독성물질에 똑같이 노출돼도 흡입량은 더 많을 수밖에 없었던 거지.”
“그렇구나. 정말 안타깝네요. 그런데 그 사건이랑 제가 가습기 물 채워 넣으러 가는 거랑 무슨 상관이에요? 아, 제가 세척제 쓸까봐 그러세요? 에이, 제가 아무리 무식해도 설마 그러기야 하겠어요?”
“아니, 그게 아니라 세척제 대신 온몸으로 철저한 세척을 하는 방법을 알려주려고 그래. 첫째, 가습기에 넣는 물은 매일 갈아주되 끓였다가 식힌 물이 가장 좋고 그게 여의치 않으면 정수기 물을 넣어야 해. 아빠가 명하노니, 넌 꼭 끓였다 식힌 물을 쓰도록 하여라. 둘째, 가습기 통은 일주일에 한번 씩 청소해줘야 한단다. 물통의 경우 1/4정도 물을 남긴 후 마구 흔들어서 세척한 다음 밤새 바짝 말려야 하고, 본채 안쪽은 부드러운 청소 브러시를 이용해서 구석구석까지 아주 꼼꼼하게 닦아줘야 해.
셋째, 가습기를 무조건 계속 틀어놓으면 오히려 실내 습도가 지나치게 높아져 세균이나 집먼지진드기, 곰팡이가 생길 수 있으니까 잠들기 한 시간 전부터 켜고 아침에 일어나면 꺼야 해. 가습기를 끈 다음엔 꼭 환기를 해주는 것도 잊지 말도록! 아, 그리고 엄마가 좋아하는 티트리 오일도 한 두 방울 꼭 가습기 통에 떨어뜨려 주겠니? 상큼한 아로마 향도 맡을 수 있는데다, 원래 티트리 오일이 강력한 살균효과가 있거든. 그래서 여드름이나 상처, 세균질환 같은데 발라도 아주 좋아. 가습기통에 넣으면 당연히 물도 소독되니까 꼭 잊지 말아라. 암튼, 부탁해~~!”
“머, 머가 이렇게 복잡해요! 초등학생한테 이렇게 과중한 일을 시키시다니, 이건 아동학대라고요!”
“정 그렇게 힘들다면, 가습기를 대체할 방법들을 활용해 보는 것도 좋겠구나. 방에다 빨래 널기, 숯에다 수시로 물 뿌리기, 수족관에 물고기 키우기, 키가 크고 잎이 넓은 관엽식물 키우기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단다. 한 가기만 해가지곤 가습기를 대체하기 힘들 것 같고, 빨래 널기랑 물고기 키우기 정도만 하면 어떻겠니? 어항 청소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면 충분하지만 빨래는 매일 해야 해.”
“빨래는 원래 아빠 담당이잖아요!!”
“어허? 그랬나? 네가 가습을 담당한 덕분에 아빠가 해야 할 빨래까지 도와주게 됐구나. 이런 착한 것 같으니. 이참에 찌인~하게 효도 한 번 한다는 셈 치고 열심히 빨래를 널어보렴~!”
“아빠~!!!”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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