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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Story] 머리카락 성분으로 만든 치약, 구강 건강 게임체인저 될까
<KISTI의 과학향기> 제3182호 2025년 09월 22일바야흐로 100세 시대, 원활한 건강 생활을 위해 강조되는 다섯 가지 복이 있다. 소화, 시력, 청력, 대소변 그리고 튼튼한 치아다. ‘먹는다’는 즐거움과 직결되는 치아 건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많은 이들이 충치로 인해 고통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충치 환자는 약 613만 명에 달한다. 국민 10명 중 1명 이상이 치아 때문에 고통을 겪는 것이다.
그나마 치아 관리가 능숙한 성인의 경우는 사정이 낫다. 충치에 가장 취약한 계층은 미성년 아이들인데, 질병관리청 조사에 의하면 2024년 기준 만 12세 아동 중 절반 이상(52.1%)이 영구치 우식증, 즉 충치 경험이 있다. 10대 청소년의 경우 충치 환자가 21.8%에 달한다.
치약에 넣고 치아에 뿌리고… 불소가 필요한 이유
치약에 넣고 치아에 뿌리고… 불소가 필요한 이유
이렇게 우리 생활과 밀접한 충치의 원인은 바로 구강 내 충치균이다. 충치균은 당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산을 생성한다. 이때 산이 치아 표면의 법랑질을 녹여 신경을 노출하며 통증을 유발한다. 이를 막기 위해 꼼꼼한 양치질, 치실 사용을 통해 치아에 끼인 음식 찌꺼기와 치태를 제거하는 것이 일반적인 충치 예방법이라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중요한 것이 바로 치약의 성분이다. 현재 국내에서 통용되는 치약 대다수엔 ‘불소(F)’ 성분이 포함돼 있다. 불소는 구강 내 충치균을 약화시키는 동시에 치아를 튼튼하게 만든다. 불소 이온은 치아에 있는 수산화인회석 결정과 결합해 불화인회석을 만든다. 이는 산에 대한 강한 저항력을 갖고 있어, 치아를 보호하는 동시에 재광화(칼슘, 인 등 이온을 보충해 치아가 재건되는 현상)를 돕는다. 그래서 충치 예방을 위해 불소를 직접 치아에 도포하거나, 치약에 불소 성분을 포함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그러기 위해서 중요한 것이 바로 치약의 성분이다. 현재 국내에서 통용되는 치약 대다수엔 ‘불소(F)’ 성분이 포함돼 있다. 불소는 구강 내 충치균을 약화시키는 동시에 치아를 튼튼하게 만든다. 불소 이온은 치아에 있는 수산화인회석 결정과 결합해 불화인회석을 만든다. 이는 산에 대한 강한 저항력을 갖고 있어, 치아를 보호하는 동시에 재광화(칼슘, 인 등 이온을 보충해 치아가 재건되는 현상)를 돕는다. 그래서 충치 예방을 위해 불소를 직접 치아에 도포하거나, 치약에 불소 성분을 포함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다만 불소도 한계는 존재한다. 나이가 들면서 우리의 치아는 자연스레 법랑질 마모를 겪는데, 불소는 이를 다소 늦춰주거나 근본적으로 복원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에 많은 연구자가 새로운 대안을 찾아 나서고 있다.
케라틴, 불소 한계 넘을까
현재 불소 대체물로 가장 주목받는 것은 ‘케라틴’이다. 케라틴은 동물의 피부, 털, 손발톱 등을 구성하는 섬유성 구조 단백질이다. 특히 머리카락은 90% 정도가 케라틴으로 이뤄져 있다. 케라틴은 샴푸, 손톱 영양제, 화장품 등에 사용될 뿐 아니라, 손상 모발 복구 및 강화에 유용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에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 연구팀은 케라틴이 손상된 치아 법랑질 복원에도 효과적인지 실험했다. 연구팀은 양모에서 케라틴을 추출해 치아 표면에 발라보았다. 그 결과, 케라틴이 자연 법랑질과 유사한 보호층을 형성하는 것이 관찰됐다. 이는 실제 법랑질과 구조가 유사할 뿐만 아니라 기능과 색상까지 모방해냈다.
고무적인 것은 이렇게 형성된 유사 법랑질이 일종의 구조체 역할을 담당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침 속의 칼슘과 인산 이온을 계속 흡수한다는 사실이다. 덕분에 유사 법랑질은 점차 탄탄해지며, 법랑질 손상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또한 유사 법랑질 구축은 소위 말하는 ‘하얀 이’로 복구하는데도 잠재력을 가져, 치아 미용 측면에서도 유의미할 것으로 보인다.
케라틴은 레진 등 기존 치의학용 합성 재료에 비해 인체 친화적이며, 천연 단백질인 만큼 생분해성을 가져 친환경 소재로 각광받는다. 이번 연구가 단순히 충치 예방이라는 성과를 넘어 지속가능성 확보 측면에서도 주목받는 것도 그 이유다. 연구팀은 향후 2~3년 내로 케라틴 치약을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어쩌면 가까운 미래, 불소치약 대신 케라틴 치약을 사용하는 것이 일상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글 : 김청한 과학 칼럼니스트, 일러스트 : 유진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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