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과학향기 Story] 영원의 상징 다이아몬드, 실험실에서 만든다?

<KISTI의 과학향기> 제3059호   2024년 05월 13일
영원한 사랑의 약속, 다이아몬드. 하지만 다이아몬드 채굴에는 막대한 에너지가 소모되고, 환경과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다이아몬드를 차지하기 위해 아프리카 무장 세력 간 분쟁이 격화되고, 이 과정에서 아프리카 주민들이 끔찍한 피해를 보는 비극도 벌어진다. 아름다운 다이아몬드 반지가 행복한 커플에 전달되는 과정은 별로 아름답지 않다.
 
이에 따라 최근 실제 다이아몬드와 차이가 없는 인조 다이아몬드를 보다 효율이 높고 환경친화적 방식으로 만들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이른바 ‘랩그로운(lab-grown)’ 다이아몬드이다. 다이아몬드를 인공적으로 합성하는 기술은 이미 오래전 개발되어 주로 산업 현장에서 쓰이고 있다. 다이아몬드는 열전도나 굳기, 마모에 견디는 성질, 화학물질에 대한 저항성 등이 좋아 반도체 소자 방열소재나 연마재, 절단 기기 등 다양하게 활용된다.
 
최근엔 기술 발달로 보석으로도 손색없는 수준에 이르렀고, 환경 오염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요구도 커지면서 랩그로운 다이아몬드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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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천연 다이아몬드의 지속가능성 문제가 주목받자, '랩그로운 다이아몬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shutterstock
 
천연 vs 랩 다이아몬드… 이렇게 만들어진다
 
다이아몬드는 탄소가 수백만 년에 걸쳐 극한의 고압 고온 환경에 놓일 때 형성된다. 온도는 1,300~1,600℃, 압력은 대기압의 5만-6만 배인 45-60킬로바(kb)는 되어야 한다. 자연 상태에서 이 같은 환경은 지하 170~240km 사이의 맨틀층에서나 볼 수 있다. 이렇게 형성된 다이아몬드가 화산 폭발로 지표로 올라와 다이아몬드 광산이 된다. 최소 수백 미터, 깊게는 지하 3~4km로 땅을 파고 들어가야 한다.
 
채굴은 환경을 오염시키고 생태계를 흔든다. 다이아몬드를 캐기 위해선 주변 땅 수백 에이커를 갈아엎어야 한다. 이렇게 많은 물질을 캐고 옮기는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가 들어간다. 아직 대부분 화석 연료로 에너지를 충당하니, 이는 그대로 탄소 배출로 이어진다. 다이아몬드 1캐럿을 얻기 위해 250톤의 토양을 옮겨야 하고, 160kg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작은 입자는 공기 중에 퍼져 대기를 혼탁하게 하고, 폐기물은 주변 강과 연못으로 흘러가 식수를 더럽힌다. 짐바브웨에선 다이아몬드 가공 공장 하류에 있는 강의 물을 먹은 소 수백 마리가 떼죽음하는 사건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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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천연 다이아몬드는 채굴 과정에서 생태계를 파괴할 뿐 아니라, 다량의 탄소를 배출한다. ⓒshutterstock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보통 고온고압법(HPHT)이나 화학기상증착법(CVD) 등의 공정으로 만들어진다. 두 방법 모두 다이아몬드로 성장시킬 씨앗에 해당하는 물질이 필요하다. 고온고압법은 자연 상태에서 다이아몬드가 형성되는 과정을 모방한다. 철과 니켈, 코발트 등의 금속과 흑연으로 이뤄진 시작 물질을 캡슐에 담아 1,300~1,600℃의 고온에서 5만-6만 기압의 압력을 가한다. 이에 따라 흑연의 탄소가 분리되어 녹은 금속 혼합물을 지나며 씨앗 주위에서 결정을 이루어 다이아몬드가 성장한다. 성장은 몇 시간에서 수 주가 걸린다.
 
화학기상증착법은 다이아몬드 씨앗을 얇게 입힌 기판을 각종 가스 혼합물로 차 있는 체임버에 넣어 극초단파나 레이저로 800~900℃까지 가열하는 방식이다. 열원에서 발생한 에너지가 탄소에 반응을 일으켜 기판 위에 다이아몬드 결정이 자라게 한다. 보석으로 쓰이는 성장에는 수일에서 수 주가 걸리며, 보석 용도의 다이아몬드 합성에는 주로 이 방법이 쓰인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정말 친환경적인가?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천연 다이아몬드와 광학적, 화학적 특성에 차이가 없으면서 가격 부담은 훨씬 적다. 파스칼이라는 미국 스타트업은 최저 70달러 수준의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로 보석 및 패션 시장을 공략, 올해 3000만 달러의 수익을 예상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유력 벤처캐피탈 안드레센호로위츠 등으로부터 250만 달러의 투자도 유치했다. 뉴욕에 있는 에이더(Aether)라는 스타트업은 대기에서 포집한 탄소로 다이아몬드를 합성하는 탄소중립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기술을 갖고 있다. 특히 태양광 발전으로 만든 에너지를 공정에 적용해 탄소 배출을 최소화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KDT다이아몬드가 신세계 계열 VC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이랜드그룹도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브랜드를 론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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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국내에서도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활용한 악세사리가 판매되고 있으며, 천연 다이아몬드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SSG닷컴 웹사이트 캡쳐
 
기초과학연구원(IBS)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은 다이아몬드 합성이 고압 환경에서만 가능하다는 통념을 깨고, 최근 세계 최초로 대기압 환경에서 다이아몬드 합성에 성공해 주목받았다. 갈륨과 철, 니켈, 실리콘 등으로 구성된 액체 금속 합금을 만들고, 자체 개발한 온도 및 압력 조절 장치 ‘RSR-S’를 활용해 1025도 온도 및 1기압 압력 조건에서 다이아몬드를 합성했다. 반도체나 기계 산업 등에 바로 접목할 수 있으리란 기대다. 또 양자 특성을 띄는 실리콘 공극 컬러 센터라는 독특한 구조를 가져 나노 크기 센서나 양자 컴퓨터 개발에도 응용 가능하다.
 
하지만 랩그로운 다이아몬드가 당사자들의 홍보만큼 친환경적인지는 논란이 있다. 다이아몬드 합성에 필요한 고온 고압 환경을 구현하는데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환경 분야 데이터 분석 회사인 S&P글로벌 트루코스트에 따르면,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1캐럿을 만들 때 나오는 온실가스는 기존 채굴보다 3배 이상 많은 511kg에 이른다.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한 다이아몬드 합성이 늘어나야 한다고 보는 이유다. 생태계 교란이나무력 분쟁을 줄이는 효과는 있지만, 탄소 중립이라는 측면에선 아직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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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한세희 과학칼럼니스트 / 일러스트: 유진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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