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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Story] 우주를 102가지 색으로 그려낼 스피어엑스
<KISTI의 과학향기> 제3140호 2025년 03월 10일"우주는 어떤 색일까?" 이 질문은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복잡한 답을 가지고 있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검은 바탕에 반짝이는 별들만 보이지만, 실제 우주는 우리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다채로운 색으로 가득하다. 이제 그 다채로운 우주의 모습을 102가지 색으로 관찰할 수 있는 획기적인 도구가 우주로 향한다. 바로 한국 연구진이 참여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차세대 우주망원경 ‘스피어엑스(SPHEREx)'다.
스피어엑스는 일반적인 우주 망원경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우주를 관찰한다. 쉽게 설명하자면, 이는 우주의 구글 어스를 만드는 작업과 비슷하다. 우리가 구글 어스로 지구의 구석구석을 3차원으로 둘러볼 수 있듯이, 스피어엑스는 우주의 3차원 지도를 만들어낼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더욱 특별한 점은 일반 카메라가 아닌, 적외선이라는 특수한 빛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적외선이 대체 무엇이기에 3차원 지도를 만들 수 있는 걸까?
적외선은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모든 물체가 방출하는 '열'의 형태로 존재하는 빛이다. 병원에서 체온을 측정할 때 사용하는 체온계나, 건물의 열 손실을 측정하는 열화상 카메라가 적외선을 이용하는 대표적인 예시다. 우주의 모든 천체는 저마다의 온도에 따라 다양한 적외선을 방출하고 있다. 이에 스피어엑스는 적외선을 102가지의 서로 다른 파장으로 나누어 관측함으로써, 각 천체의 온도, 구성 성분, 움직임 등 다양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제임스 웹 망원경 vs 스피어엑스
현재 가장 주목받는 우주망원경인 ‘제임스 웹 망원경(James Webb Space Telescope)’과 비교하면 스피어엑스의 특징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 촬영에 비유하자면, 제임스 웹 망원경은 최고급 디지털카메라로 특정 대상을 초고화질로 촬영하는 것과 같다. 반면 스피어엑스는 드론을 띄워 도시 전체를 촬영하면서 동시에 각 건물의 열 분포까지 측정하는 것과 비슷하다. 두 망원경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우주를 관찰하며, 이를 통해 우리는 우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사진 2. 제임스 웹 망원경과 스피어엑스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우주를 관찰한다. ⓒNASA
또한 스피어엑스는 제임스 웹 망원경처럼 외계 생명체 탐사에 기여할 수 있다. 스피어엑스는 어떻게 생명체를 탐사할 수 있는 것일까? 생명체가 있는 행성이라면 그 대기에는 특별한 화학 물질들이 존재할 것이다. 지구를 예로 들면, 식물들이 광합성을 통해 만들어내는 산소나, 생명체들의 활동으로 발생하는 메탄과 같은 물질들이 있다. 스피어엑스는 다른 행성들의 대기에서 이러한 생명의 흔적을 찾아낼 수 있다. 이는 마치 멀리 있는 도시에서 올라오는 연기를 분석해 그곳에서 어떤 활동이 일어나고 있는지 추측하는 것과 유사하다.
우주의 역사를 추적하는 스피어엑스, 기존의 우주관을 바꿀까?
이러한 특성을 지닌 스피어엑스의 또 다른 중요한 임무는 우주의 역사를 추적하는 것이다. 약 2년 6개월 동안 네 차례에 걸쳐 진행될 우주 지도 제작은 단순한 현재 모습의 기록이 아니다. 우주가 어떻게 변하는지, 은하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정밀하게 관찰함으로써, 우주의 과거와 미래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다. 특히 빅뱅 직후 우주가 급격히 팽창했던 시기의 흔적을 찾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다. 이는 마치 고고학자가 발굴 현장의 각 층을 조사하며 과거의 역사를 복원하는 것과 비슷한 작업이라고 할 수 볼 수 있다.
또한 스피어엑스가 만들어 낼 우주 지도는 우주의 거대한 구조를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줄 것이다. 은하들이 어떻게 분포하고 있는지,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이 어떻게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지, 그리고 우주가 왜 점점 더 빠르게 팽창하고 있는지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마치 2차원 지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지형의 높낮이와 구조를 3차원 지도를 통해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것처럼 혁신적인 발전이다.
스피어엑스가 보내올 데이터는 기존의 우주관을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우주의 탄생과 진화 과정,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 우주의 미래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얻게 될 것이다. 이는 마치 망원경의 발명이 지구 중심설을 태양 중심설로 바꾸어놓았던 것처럼, 우리의 우주에 대한 기존 이론들을 완전히 새롭게 다시 쓰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스피어엑스의 관측 결과는 실용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우주 환경에 대한 더 정확한 이해는 미래의 우주 탐사와 개발에 필수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스피어엑스의 발사가 단순한 과학 프로젝트의 시작이 아닌, 인류의 우주 이해에 있어 새로운 장을 열지도 모른다.
흑백 TV에서 컬러 TV진화 그 이상
이제 우리는 스피어엑스라는 새로운 눈을 통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우주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102가지 색으로 그려질 우주의 모습은 어떨까? 우주의 탄생부터 현재까지의 역사, 그리고 어쩌면 우리가 몰랐던 외계 생명체의 흔적까지, 스피어엑스는 우리의 우주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켜 줄 수많은 발견을 선사할 것이다.
흑백으로만 보이던 우주가 102가지 색으로 채워지고, 평면적으로만 보이던 우주가 입체적으로 펼쳐진다면 이는 마치 흑백 TV에서 컬러 TV로의 진화, 더 나아가 3D TV로의 발전과도 같은 혁신적인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글 : 김민재 과학칼럼니스트, 일러스트 : 유진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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