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과학향기 Story] 기후변화가 불러온 역대급 LA 산불… 한국도 위험하다?

<KISTI의 과학향기> 제3132호   2025년 02월 10일
LA는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미국의 대도시다. 화려한 할리우드와 인기 스포츠팀 그리고 온화한 기후에 한인 타운까지. 도시 이름(Los Angeles) 그대로 많은 이들에게 LA는 천사의 도시라 할 만하다.
 
그런데 이런 LA가 최근 큰 홍역을 치렀다. 근교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이 무려 3주나 지속되며 막대한 피해를 본 것이다. 사망자만 약 30명, 화재 범위는 230km²가 넘어간다. 이재민 수 역시 역대급인데, 무려 20만 5천 명이 넘는 인원이 화재로 인해 안식처를 떠나야 했다. 이로 인한 재산 피해 역시 막대할 전망이다. 미국 미디어 기업 아큐웨더는 최대 피해액을 약 2,750억 달러로 추산했는데, 이는 한화 약 400조 원에 해당한다.
 
사실 캘리포니아 지역 산불은 연례행사로 꼽힌다. 일반적인(?) 캘리포니아의 산불은 매년 여름~가을쯤에 일어나는데, 이는 3월부터 건기가 시작되며 덥고 건조한 날씨가 오랫동안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산불은 그 규모도 규모지만, 시기에서부터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대체 무엇이 잘못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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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2025년 LA 인근을 덮친 산불은 수많은 피해를 안겼다. 문제는 이러한 대형 화재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shtterstock
 
역대급 피해 불러온 2025년 LA 화재, 원인은 기후변화?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주목하고 있다. 광주과학기술원 윤진호 지구‧환경공학부 교수 국제공동연구팀은 약 70년간(1951~2020)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지역의 기후변화가 다른 먼 지역의 기후변화와 연결되는 현상이 유의미함을 증명한 바 있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에서 이번 LA 화재의 원인 역시 기후변화라 밝혔다. 그에 따르면, 온난화로 인해 적도 부근 서태평양이 뜨거워진다. 이는 태평양 제트기류 즉 편서풍을 변화시키고 겨울철 북반구 대기의 대류 현상을 증폭시킨다. 여기에 북극 해빙 감소가 더해져, 결과적으로 적도 서태평양에서 발생한 파동에너지가 대거 북동쪽으로 옮겨진다는 설명이다. 그로 인해 북반구 중위도 지역에서 가뭄, 폭우, 한파 등이 더 빈번해지고 있다.
 
이는 북미 지역 겨울철 날씨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연구팀에 따르면,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미국 서부 지역에서 고기압이 발달하는데, 이에 따라 대기가 건조해지고 바람이 강해지며 산불이 나기 좋은 환경이 된다. 실제 이번 LA 화재 역시 평소보다 건조한 대기와 강한 바람이 극심한 피해의 주원인으로 드러났다. 
 
그림2인간활동에의한강제력에따른태평양제트기류의변화와그에따른미국서부의고기압강화발생기작에대한모식도
사진 2. 기후변화로 북반구 대기 순환이 활발해지면서 겨울철 미국 서부에 고기압이 강화된다. 이는 캘리포니아 지역의 산불 위험성을 높이고 있다. ⓒ광주과학기술원
 
안전한 곳은 없다… 전 세계 휩쓰는 대형 산불
 
문제는 이번 LA 대화재가 단발성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난리가 났던 캘리포니아만 해도 2017년 12월 산불이 일어나 28만 2,000에이커 면적이 화마에 휩쓸렸다. 서울시의 약 1.9배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2020년, 2018년에도 캘리포니아는 대규모 화재에 시달렸다. 더불어 러시아, 브라질 등 세계 곳곳에서 최근 들어 대형 산불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2019년 9월 호주에서 일어난 산불은 역대 최악의 자연재해 중 하나로 꼽힌다. 2020년 2월에야 잦아든 산불은 약 1,860만 헥타르를 태우며 어마어마한 피해를 안겼다. 이는 한반도의 85% 수준이니, 그 피해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피해액이 2019년 호주 GDP의 약 5%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산불의 대형화 역시 기후변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분석한다. 다양한 대형 산불에서 발견되는 공통 원인, 건조한 삼림이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한 현상이기 때문이다. 미국 컬럼비아대-아이다호대 공동연구팀의 2016년 연구에 따르면, 1979년부터 2015년까지 미국에서 일어난 산림 건조화의 절반 이상(55%)은 기후변화 때문으로 드러났다.
 
우리나라도 위험지대? 산불 발생 위험도 13.5% 이상 증가
 
우리나라도 안전하지 않다. 국토 대부분이 산지인 우리나라는 원래도 봄만 되면 산불 위험이 급속도로 올라간다. 산림청에 의하면 지난 10년(2014~2023)간 우리나라에선 연평균 567건의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기후변화로 산림지역 평균 기온이 올라가며 위험도가 더욱 높아지는 것이다. 당장 2000년 4월 동해안 산불만 해도 그 피해 면적이 2025년 LA 대형 산불과 비슷한 수준이다.
 
실제 국립산림과학원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6차 보고서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는 위협적이다. ‘제1차 산림·임업 분야 기후변화 영향평가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대 한반도 산림지역 평균기온은 지금보다 2.2도 상승해 14.1도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이로 인한 산불 발생 위험도는 13.5%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그림3 25년 1월 산불 발생위험 예측 결과

Hybrid model for seasonal pred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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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우리나라 역시 대형 산불에서 안전하지 않다. 기후변화는 국경을 가리지 않고 산불 발생 위험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사진은 2025년 1월 산불 발생위험 예측 결과다. ⓒ국립산림과학원
 
무서운 사실은, 산불은 그 자체로 기후변화를 촉진하는 현상이라는 점이다. 삼림 속 나무와 토양에 저장된 탄소가 대기로 방출되고, 화마가 휩쓴 지면은 알베도(물체가 빛을 받았을 때 반사하는 정도)가 감소해 태양에너지 복사가 더 적게 이뤄진다. 즉, 기후변화가 대형 산불을 유발하고, 산불이 다시 기후변화를 불러오는 악순환이 생기는 것이다.
 
지난 2024년은 온난화의 마지노선이라 불렸던 산업화 이전 대비 기온 1.5도 상승이 처음으로 붕괴한 상징적인 해였다. 지구 평균 기온은 15.1도를 기록했는데, 이는 산업화 이전보다 1.6도 상승했다. 기후변화와 산불 간의 상관관계를 감안한다면, 한반도를 포함한 전 세계는 이제 대형 산불이 연례행사처럼 일어나는 취약 지대가 될 수 있다. 2025년 LA 산불은 어쩌면 악순환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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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의 과학향기


 
 
글 : 김청한 과학 칼럼니스트, 일러스트 : 유진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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