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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Story] 우유로 만든 숙취해소제가 나왔다?
<KISTI의 과학향기> 제3069호 2024년 06월 17일다들 한 번쯤 사람들과 살짝 찌그러진 주전자에 막걸리를 담아 하하 호호 술잔을 기울이며 즐기던 추억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즐거운 순간의 이면에는 깨질 것 같은 두통을 동반한 어지러움과 속이 메스꺼운 ‘숙취’의 순간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숙취는 왜 일어나는 것일까? 숙취의 원인과 함께 독특한 숙취해소제에 대해 알아보자.
사진 1. 적정량의 알코올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지만, 과도하게 섭취하면 숙취를 불러온다. ⓒshutterstock
숙취는 분해된 알코올의 독성 때문이다?
숙취의 비밀은 술의 주성분인 ‘알코올’ 때문이다. 우리가 섭취한 알코올은 위와 장을 거쳐서 아주 소량 분해된다. 이후 혈류를 타고 간에 도착해 본격적인 분해가 일어난다. 가장 먼저 알코올은 ‘아세트알데하이드’로 분해된다. 그리고 이 아세트알데하이드는 독성물질로 유명한 ‘포름알데하이드’와 비슷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독성을 가지고 있다. 그로 인해 우리가 두통, 구토와 같은 숙취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분해된 아세트알데하이드는 체내의 효소에 의해서 아세트산으로 한 번 더 분해되며, 최종적으로 이산화탄소와 물로 해체된다. 이후 이산화탄소는 호흡을 통해, 물은 땀이나 소변 등을 통해 체외로 배출된다.
결국 숙취의 주범은 알코올의 분해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아세트알데하이드’ 때문이다. 숙취의 고통에서 빠져나오거나 숙취 자체를 느끼지 않으려면, 이 아세트알데하이드 상태를 빠르게 벗어나거나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생성되지 않게 막아야 한다.
사진 2. 사람들은 숙취에서 벗어나기 위해 숙취해소제를 구매하지만, 현재 판매되는 숙취해소제는 아세트알데하이드 분해를 보조하는 역할만 한다. ⓒshutterstock
사람들은 숙취를 떨쳐내기 위해 숙취해소제를 구매한다. 2023년 기준, 숙취해소제의 시장 규모는 3,500억을 돌파했다. 술의 소비가 늘어날수록, 다음날 일상을 위한 숙취해소제의 소비도 눈에 띄게 증가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 숙취해소제는 비타민을 다량 함유한 정도라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된 경우가 많고, 아세트알데하이드의 분해를 ‘돕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한계점을 가진다.
그런데 최근 스위스 취리히 연방 공과대의 라파엘 메젠가 교수 연구팀은 알코올에서 바로 아세트산으로 분해하는, 즉 아세트알데하이드 과정을 거치지 않아 숙취 자체가 없도록 만드는 숙취해소제를 개발했다. 알코올이 위와 장을 거치는 사이에 알코올이 아세트산 단계까지 분해되도록 만든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
우유로 숙취해소제를 만든다고?
그 비결은 바로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우유’에 있다. 연구팀은 우유의 유청단백질에 풍부한 베타-락토글로불린(β-lactoglobulin)을 비롯해 철분, 포도당, 금 입자를 활용했다. 먼저 베타-락토글로불린은 질소 원자가 많이 포함된 고분자로, 나노미터 크기의 미세섬유로 존재하면서 철 원자를 둘러싸서 붙잡아 준다. 이를 높은 온도에서 ‘삶아서’ 실 형태의 섬유 조직으로 만든 후, 소금과 물을 첨가해서 ‘하이드로겔’이라고 불리는 젤리 형태로 변환한다. 마치 요리 같은 합성 방법이다. 이 하이드로겔이 장에서 작용하기 위해선 과산화수소가 필요하다. 그래서 포도당과 금을 하이드로겔에 섞어 준다. 이때 금 입자는 체내에서 변성이 되지 않는 촉매로 사용되고, 포도당은 이 금 입자의 촉매반응을 통해 과산화수소로 분해가 된다.
사진 3. 우유 유청에 풍부한 베타-락토글로불린을 변형한 숙취해소제는 30분 만에 혈중 알코올 수치를 40%나 낮췄다. ⓒshutterstock
그렇다면, 우유로 만든 숙취해소제의 효능은 어떨까? 알코올을 섭취한 실험 쥐에 투여한 결과, 30분 후에 혈중 알코올 수치가 40% 감소했고 5시간이 지났을 때는 55.8%까지 감소했다. 또한, 장기적으로 실험을 진행했을 때도 알코올만 투여한 쥐들에 비해서 이 숙취해소제를 함께 투여받은 쥐들은 간 손상도 적었다. 심지어 지방 대사나 혈액 지표도 정상적일 뿐 아니라, 비장과 같은 다른 장기나 조직의 손상도 적었다.
완벽해 보이는 이 ‘우유 숙취해소제’의 아쉬운 점은, 알코올이 혈류로 넘어간 뒤에는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결국 우유 숙취해소제가 제대로 활약하려면 술을 마시기 전에 미리 복용해야 한다. 또 숙취해소제의 알코올 분해 속도나 양을 초과해 알코올을 섭취했다면 남은 알코올은 혈류를 타고 간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는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사소한 주의 사항만 잘 지킨다면 숙취가 없는, 그리고 친숙한 우유라는 재료로 제작된 이 숙취해소제의 미래는 장밋빛이다. 특히 유청단백질 속 성분을 활용하는 만큼 임상 과정 통과도 손쉬울 것으로 전망된다.
2025년이 되면, 숙취 해소 제품에 ‘숙취 해소’ 기능성을 표시하거나 광고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근거’가 필수적이라고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우유 숙취해소제가 우리들의 슬기로운 음주 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든든하게 지지해 줄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글 : 과학커뮤니케이터 울림 / 그림 : 이명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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