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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Story] 칠흑같이 깜깜한 우주…그래서 얼마나 어두운데?
<KISTI의 과학향기> 제3130호 2025년 02월 03일밤하늘에 보이는 별빛은 모두 ‘과거의 빛’이다. 지구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별에서 뿜어져 나와 짧게는 몇 년에서 길게는 몇천 년 동안 우주를 누빈 끝에 이제 막 우리 눈에 도달한 것이다. 지구에서 볼 수 있는 별빛, 정확히는 빛을 내뿜는 별의 개수는 2,000여 개뿐이지만, 이들이 먼 길을 달려와 준 덕분에 칠흑같이 어두운 우주가 눈부시고 아름답다. 그런데 우주를 밝히는 빛들은 언제 처음 등장했고, 얼마나 밝은 걸까?
사진 1. 우주망원경으로 촬영한 은하단의 모습. ⓒNASA
우주의 ‘별빛’은 언제 등장했을까?
빛이 우주에 존재한 시점은 스스로 빛을 내는 천체, 별(항성)이 생성되기 시작한 초기 우주로 거슬러 올라간다. 빅뱅 우주론에 따르면 약 138억 년 전 한 점에 모여있던 모든 물질과 에너지가 대폭발(빅뱅)로 인해 팽창하면서 우주가 만들어졌다. 빅뱅이 일어난 직후, 우주는 아주 뜨거워서 양성자와 중성자 그리고 전자가 서로 분리된 플라스마 상태로 존재했다. 우주를 떠다니는 전자와의 충돌로 인해 빛의 기본 입자인 광자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었고, 마치 안개에 갇힌 것처럼 퍼져나가지 못하고 산란되기만 했다.
그런데 대략 38만 년이 흐르자, 상황이 변했다. 우주가 충분히 식으면서 전자가 양성자와 결합해 중성 원자로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방해꾼이 줄어들자 갇혀있던 광자는 봇물 터지듯 우주 전체로 퍼져나갔다. 이것이 인류가 직접 관측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빛인 ‘우주배경복사(Cosmic Microwave Background, CMB)’다. 빛이 우주에 최초로 등장한 시점은 빅뱅 직후 광자가 존재했던 때로 보는 게 합리적이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자유롭게 퍼지는 빛’은 이때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가 밤하늘에서 보는 소위 ‘별빛’은 이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나타났다. 원자가 만들어지면서 수소와 헬륨이 우주를 점차 채워 나갔지만, 여전히 별이나 은하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다 원자들이 중력에 의해 밀집되고 뭉치면서 중심부가 핵융합이 일어날 만큼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빅뱅 후 약 1억~2억 년이 지난 시점에 수소와 헬륨 등 가벼운 원소로 이뤄진 최초의 별이 탄생했고, 마침내 별빛이 등장했다.
현재 천문학자들은 우주에 별이 대략 700해 개가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7 다음에 0이 무려 22개가 붙는 숫자로, 7조에 100억을 곱한 값이기도 하다. 과거에 폭발해 사라진 별까지 포함하면 훨씬 더 많은 별이 우주에 존재했다. 그렇다면 이들이 우주에 남긴 빛은 얼마나 밝을까? 지난해 미국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STSci) 연구팀이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국제 학술지 천체물리학저널에서 공개했다.
우주는 상상 이상으로 어둡다!
연구팀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지난 2006년 발사한 무인 탐사선 뉴허라이즌스호의 관측 데이터를 이용해 우주광학배경복사(Cosmic Optical Background, COB)를 측정했다. COB은 우주 전역에 퍼져있는 모든 가시광선 영역의 빛이다. 빛은 성간 먼지와 가스를 만나면 산란하므로 지구 혹은 태양계 내에서 COB를 정확하게 관측하는 건 쉽지 않다.
이에 연구팀은 '뉴허라이즌스호'를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뉴허라이즌스호는 명왕성을 지나 태양에서 73억km 이상 떨어진 카이퍼벨트에 떠 있다. 카이퍼벨트는 해왕성 바깥에서 태양계 주위를 도는 원반형 영역으로 매우 어둡다. 대신 이 위치에서는 황도광 같은 태양계 먼지에서 발생하는 산란광의 영향을 크게 줄일 수 있어 빛을 측정하기에 유리하다. 연구팀은 뉴허라이즌스호의 장거리정찰영상장치(LORRI)를 활용해 24개의 영역에서 가시광선 영역의 빛을 스캔했다. 이후 순수한 COB을 측정하기 위해 산란을 보정했다. 관측이 힘든 희미한 빛을 추정해 보충하는 후처리 과정도 거쳤다.
사진 2. 연구팀은 뉴허라이즌스호로 우주광학배경(COB)을 측정했다. 관측이 힘든 희미한 빛을 추정한 뒤 후처리 과정을 거쳤다. ⓒ The Astrophysical Journal
그 결과 COB의 밝기는 11.16nW/m²/Sr로 측정됐다. 이는 1.6km 떨어진 곳에 있는 오두막의 냉장고 문을 열 때 새어 나오는 빛이 벽에 반사된 것과 같은 밝기로 무척이나 어둡다. 논문 제1저자인 STSci소속 천문학자 마크 포스트먼 박사는 “지구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어두운 하늘보다 100배 더 어두운 셈”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우주로부터 나온 빛의 밝기 대부분은 은하로부터 나온 빛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빅뱅 이후 생성된 은하에서 나온 빛만 측정해도 우주의 모든 빛을 측정한 것과 맞먹으며, 그 외 이상 광원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포스트먼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우주로부터 전해지는 대부분의 가시광선이 은하에서 생성된 것임을 보여준다”며 “더 중요한 점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광원에서 생성된 빛이 중요하게 여겨야 할 정도로 존재한다는 증거는 없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우주에 존재하는 빛에 관한 연구는 우주의 기원, 구조, 그리고 진화를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천문학자들이 빛으로 우주의 기록을 어떻게 해독해 나가는지 지켜보자.
글 : 김우현 과학칼럼니스트, 일러스트 : 이명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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