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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급할 때 요긴하게 쓰는 ‘빨대 분무기’
<KISTI의 과학향기> 제729호 2008년 03월 07일
토요일 밤 짠돌 씨 집.
따르릉~
“여보세요. 아, 팀장님 안녕하세요.”
“네? 이런…. 알겠습니다. 한 시간 정도면 됩니다.”
같은 부서의 김 대리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이다. 먼 지방이라 부서의 몇 명이 함께 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짠돌 씨는 한 시간 뒤 회사 앞에서 모이기로 약속하고 주섬주섬 옷을 챙겼다.
‘아버지 연세가 많다고 했으니 호상(好喪)이지 뭐. 하지만 모처럼의 주말이 날아가는군.’
방에서 애들을 재우고 있던 주부 김 씨가 전화 내용을 듣고 황급히 나왔다.
“여보, 지금 상가(喪家)에 가야 하는 거지? 어떻게 해! 셔츠 다림질해 놓은 게 하나도 없는데.”
“괜찮아. 좀 구겨진 것이면 어때. 대충 입고 가면 되지.”
“지금 대충 입을 만한 수준이 아니라니까. 다려야 해.”
주말을 맞아 집안의 모든 셔츠들은 세탁기에 들어가 한 시간 동안 씻긴 뒤 그 상태로 말라있었다. 김 씨가 빨래 너는 걸 깜빡한 탓이다. 모든 셔츠가 마른 명태처럼 쭈글쭈글한 모양으로 변해 있었다.
“분무기, 분무기 어디 있지?”
“며칠 전 막희가 장난치다가 부러뜨리지 않았나?”
“이런, 어쩌지?”
“다 방법이 있지. 빨대 있으면 하나 갖고 와요. 물도 한잔 떠오고.”
실험방법
1. 준비물 : 빨대, 물 컵, 칼
2. 빨대의 1/3 지점을 칼로 반만 자른다.
3. 빨대의 자른 부분이 바깥이 되도록 직각으로 꺾고, 꺾인 부분을 눌러 얇게 만든다. 꺾은 빨대의 짧은 쪽을 컵에 넣는다.
4. 빨대의 긴 쪽을 힘껏 분다.
5. 빨대의 잘린 부분에서 물이 분무기처럼 나온다.
“와, 이거 엄청 신기하다. 여보, 대단해.”
“훗~. 이 정도 문제는 가볍게 처리하는 게 남편의 기본 아니겠어?”
“엄마, 뭐가 대단한데?”
“우리 재우고 둘만 재미있게 노는 거야?”
난리 통에 애써 방에 집어넣었던 애들이 스물스물 기어 나왔다. 어떻게든 안 잘 핑계를 찾던 차에 기회를 잡은 것이다. 영악한 것들!
“아빠, 내가 대신 불어 줄께. 푸우~”
“와, 신기하다. 아빠, 내가 부러뜨린 분무기처럼 물이 나가네. 왜 그런 거야?”
“이건 말이지, 베르누이 정리라는 원리로 설명할 수 있어.”
“베르누이 정리?”
“그래, 유체의 흐름이 빠른 곳은 압력이 낮고, 유체의 흐름이 느린 곳은 압력이 높아진다는 원리지. 빨대를 통해 공기를 힘차게 불어넣으면 구부린 곳으로 공기가 빠르게 나가겠지? 그러니까 구부린 지점의 압력이 다른 곳보다 낮아져. 물이나 기체는 압력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니까 빨대 아래쪽에 있던 물이 위로 올라오게 되지.”
“근데 왜 물이 안개처럼 나가?”
“짧은 빨대에서 올라온 물이 긴 빨대에서 나오는 바람과 만나 널리 흩어지기 때문이지. 분무기도 사실 이와 똑같은 원리로 만들어진 거야.”
“그렇구나. 우리 집에 빨대 많으니까 분무기 필요 없는 거네. 헤헤.”
“이 녀석, 편하게 쓰려면 분무기가 필요하지. 그리고 자동차에 넣은 휘발유도 이와 똑같은 원리로 안개처럼 만들어진 다음 엔진의 실린더 속으로 들어간단다. 안개처럼 된 휘발유에 불꽃을 튀기면 ‘펑’하고 폭발하는데, 그 힘으로 자동차가 움직이거든.”
“와~. 베르누이 정리가 꽤 여러 곳에 쓰이네.”
“여보, 다 다렸어! 얼른 가야지.”
“이리 줘. 막신, 막희야, 아빠 다녀올게. 가면서 전화할게, 여보.”
쏜살같이 옷을 입고 나간 짠돌 씨. 위기를 넘긴 것은 좋았지만 늦은 밤 한바탕 소란으로 집안은 엉망이 됐다. 아까는 정신없어 넘어갔지만 막신이가 여기 저기 장난삼아 불어댄 탓에 TV며, 소파며 물 천지가 됐다. 눈치 빠른 막신이 혼나기 전에 재빨리 선수를 친다.
“엄마, 나 계속 바람 불었더니 어지러워.”
“오빠, 난 한 번도 못 불어봤어. 빨대 줘.”
결국 아이들 재우려는 김 씨의 계획은 실패하고 짠돌 씨 집에는 새벽까지 빨대 분무기 부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녹초가 된 김 씨. 다음날 김 씨는 밤을 새서 피곤한 남편을 억지로 끌고 마트에 가서 ‘5개 들이 분무기 묶음세트’를 샀다. (글 : 김정훈 과학칼럼니스트)
따르릉~
“여보세요. 아, 팀장님 안녕하세요.”
“네? 이런…. 알겠습니다. 한 시간 정도면 됩니다.”
같은 부서의 김 대리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이다. 먼 지방이라 부서의 몇 명이 함께 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짠돌 씨는 한 시간 뒤 회사 앞에서 모이기로 약속하고 주섬주섬 옷을 챙겼다.
‘아버지 연세가 많다고 했으니 호상(好喪)이지 뭐. 하지만 모처럼의 주말이 날아가는군.’
방에서 애들을 재우고 있던 주부 김 씨가 전화 내용을 듣고 황급히 나왔다.
“여보, 지금 상가(喪家)에 가야 하는 거지? 어떻게 해! 셔츠 다림질해 놓은 게 하나도 없는데.”
“괜찮아. 좀 구겨진 것이면 어때. 대충 입고 가면 되지.”
“지금 대충 입을 만한 수준이 아니라니까. 다려야 해.”
주말을 맞아 집안의 모든 셔츠들은 세탁기에 들어가 한 시간 동안 씻긴 뒤 그 상태로 말라있었다. 김 씨가 빨래 너는 걸 깜빡한 탓이다. 모든 셔츠가 마른 명태처럼 쭈글쭈글한 모양으로 변해 있었다.
“분무기, 분무기 어디 있지?”
“며칠 전 막희가 장난치다가 부러뜨리지 않았나?”
“이런, 어쩌지?”
“다 방법이 있지. 빨대 있으면 하나 갖고 와요. 물도 한잔 떠오고.”
실험방법
1. 준비물 : 빨대, 물 컵, 칼
2. 빨대의 1/3 지점을 칼로 반만 자른다.
3. 빨대의 자른 부분이 바깥이 되도록 직각으로 꺾고, 꺾인 부분을 눌러 얇게 만든다. 꺾은 빨대의 짧은 쪽을 컵에 넣는다.
4. 빨대의 긴 쪽을 힘껏 분다.
5. 빨대의 잘린 부분에서 물이 분무기처럼 나온다.
“와, 이거 엄청 신기하다. 여보, 대단해.”
“훗~. 이 정도 문제는 가볍게 처리하는 게 남편의 기본 아니겠어?”
“엄마, 뭐가 대단한데?”
“우리 재우고 둘만 재미있게 노는 거야?”
난리 통에 애써 방에 집어넣었던 애들이 스물스물 기어 나왔다. 어떻게든 안 잘 핑계를 찾던 차에 기회를 잡은 것이다. 영악한 것들!
“아빠, 내가 대신 불어 줄께. 푸우~”
“와, 신기하다. 아빠, 내가 부러뜨린 분무기처럼 물이 나가네. 왜 그런 거야?”
“이건 말이지, 베르누이 정리라는 원리로 설명할 수 있어.”
“베르누이 정리?”
“그래, 유체의 흐름이 빠른 곳은 압력이 낮고, 유체의 흐름이 느린 곳은 압력이 높아진다는 원리지. 빨대를 통해 공기를 힘차게 불어넣으면 구부린 곳으로 공기가 빠르게 나가겠지? 그러니까 구부린 지점의 압력이 다른 곳보다 낮아져. 물이나 기체는 압력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니까 빨대 아래쪽에 있던 물이 위로 올라오게 되지.”
“근데 왜 물이 안개처럼 나가?”
“짧은 빨대에서 올라온 물이 긴 빨대에서 나오는 바람과 만나 널리 흩어지기 때문이지. 분무기도 사실 이와 똑같은 원리로 만들어진 거야.”
“그렇구나. 우리 집에 빨대 많으니까 분무기 필요 없는 거네. 헤헤.”
“이 녀석, 편하게 쓰려면 분무기가 필요하지. 그리고 자동차에 넣은 휘발유도 이와 똑같은 원리로 안개처럼 만들어진 다음 엔진의 실린더 속으로 들어간단다. 안개처럼 된 휘발유에 불꽃을 튀기면 ‘펑’하고 폭발하는데, 그 힘으로 자동차가 움직이거든.”
“와~. 베르누이 정리가 꽤 여러 곳에 쓰이네.”
“여보, 다 다렸어! 얼른 가야지.”
“이리 줘. 막신, 막희야, 아빠 다녀올게. 가면서 전화할게, 여보.”
쏜살같이 옷을 입고 나간 짠돌 씨. 위기를 넘긴 것은 좋았지만 늦은 밤 한바탕 소란으로 집안은 엉망이 됐다. 아까는 정신없어 넘어갔지만 막신이가 여기 저기 장난삼아 불어댄 탓에 TV며, 소파며 물 천지가 됐다. 눈치 빠른 막신이 혼나기 전에 재빨리 선수를 친다.
“엄마, 나 계속 바람 불었더니 어지러워.”
“오빠, 난 한 번도 못 불어봤어. 빨대 줘.”
결국 아이들 재우려는 김 씨의 계획은 실패하고 짠돌 씨 집에는 새벽까지 빨대 분무기 부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녹초가 된 김 씨. 다음날 김 씨는 밤을 새서 피곤한 남편을 억지로 끌고 마트에 가서 ‘5개 들이 분무기 묶음세트’를 샀다. (글 : 김정훈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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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찬 님의 댓글을 읽어보니 어린시절의 파기약 생각이 나네요. 생각해 보니 이 실험과 같은 원리네요. 재미있는 실험과 함께 어려운 과학원리도 쉽게 배울 수 있어서 좋아요
2009-04-13
답글 0
아이들의 말이 더 명언인것 같아요. 어른들 일에 사사건건 참견이고 놀이로 보면서 호기심을 풀어가는 과정이 너무 귀엽네요. 그런데 빨대로 분무기 역할을 할수 있었네요
2009-04-06
답글 0
아이들의 대답이 대단하네요 베르누이 정리?” “그래, 유체의 흐름이 빠른 곳은 압력이 낮고, 유체의 흐름이 느린 곳은 압력이 높아진다는 원리지. 빨대를 통해 공기를 힘차게 불어넣으면 구부린 곳으로 공기가 빠르게 나가겠지? 그러니까 구부린 지점의 압력이 다른 곳보다 낮아져. 물이나 기체는 압력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니까 빨대 아래쪽에 있던 물이 위로 올라오게 되지.” “근데 왜 물이 안개처럼 나가?” 한번 듣고 이해 했다는건가 덜덜..
2008-08-04
답글 0
수업시간에 귀중한 자료로 활용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08-03-14
답글 0
잘봤습니다..^^
2008-03-14
답글 0
111
2008-03-12
답글 0
우와!정말 멋지네요 한 번 해 봐아지
2008-03-12
답글 0
1
2008-03-12
답글 0
신기해....ㅋㅋ
2008-03-08
답글 0
재미있네요..^^* 감사합니다. 함~ 해봐야지?*^^*
2008-03-07
답글 0
아이랑 집에 가서 해 봐야겠어요. 재미있을 것 같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2008-03-07
답글 0
히야. 멋지구만
2008-03-07
답글 0
어릴 때 파리약(모기약)이 이렇게 되어 있었지요. 콜라병 같이 생긴 곳에 이런 기역자로 걲어진 빨래를 꽂아서 불면, 병 속의 살충제가 뿌려지면서 파리와 모리를 잡곤 했는데...너무 세게 불어서 머리가 띵하게 어지러웠던 기억이 나네요...그 이후에 깨스를 충전한 에프킬라가 나와서 ....
2008-03-07
답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