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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력의 한계에 도전한다-해마
<KISTI의 과학향기> 제52호 2003년 11월 10일
시청률 높은 개그 프로그램에서 한동안 인기를 누렸던 슈퍼맨 복장의 특이한 사내를 기억하는가? 슈퍼맨의 S자를 가슴이 새긴 그는 국제축구연맹이 발표하는 각국의 축구 랭킹, 지하철 노선, 중국식당 메뉴, 나라와 수도, 커피의 종류와 특징 등 각종 정보를 줄줄이 암기해 보는 이의 경탄을 자아냈다.요한계시록에 나오는 1만 2559개의 단어를 암송하는 것은 물론, 250여 페이지 분량의 전화번호부에 나오는 H로 시작되는 이름과 숫자를 기억해 세계 기네스북에 오른 사람의 얘기가 화제가 된 적도 있다. 시험을 치뤄야 하는 학생이나, 국가 고시생, 승진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 모두가 이들의 암기력을 부러워했을 것이다. 꼭 시험이 아니더라도 매스컴이나 인터넷을 통해 끊임없이 쏟아지는 정보와 지식을 빠른 시간에 습득해 새로운 지식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실, 인간이 어떤 일을 지각할 수 있는 건 기껏해야 2초에 불과하고, 이후는 기억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기억은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으로 나뉘며 단기기억은 주로 해마(hippocampus)와 관련돼 있다. 해마뿐만 아니라 해마 주위의 기억과 관련된 뇌를 바로 알고 적절한 자극을 가하면 나이가 들면서 점점 심해진다는 기억력 장애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뇌 속에는 정보를 선별하거나 기억을 담당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 모양이 바닷물고기인 해마와 닮았다고 해서 해마라고 부른다. 해마는 대뇌피질(대 뇌 표면의 회백질로 이루어진 부분으로, 약 140억 개의 신경세포가 모여 있다)속 변연계에 있는 신경세포 다발로, 길이 5cm, 지름 1cm로 성인의 새끼 손가락만한 크기다. 하지만 기억의 제조공장으로 불릴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소리, 촉감, 지식 등의 모든 정보는 일단 해마를 통과 한다. 해마는 이 중 불필요한 것을 버리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소수의 정보만 걸러서 뇌의 다른 부위에 저장한다. 과거의 기억이 저장되는 장소는 아니지만 새로운 기억을 저장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해마에 손상을 입을 경우, 5분내지 10분이 지난 모든 일들을 기억하지 못하고 잊어버린다.
2001년 개봉됐던 메멘토는 해마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보기 드문 영화였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아내가 강간당하고 살해되던 날의 충격으로 기억을 10분 이상 지속시키지 못하는 단기 기억상실증 환자다. 그는 중요한 단서까지도 쉽게 잊기 때문에 자신의 가정을 파탄 낸 범인을 찾기 위한 방법으로 메모와 문신을 사용한다. 즉, 묵고 있는 호텔, 갔던 장소, 만나는 사람과 그에 대한 정보를 폴라로이드 사진으로 남기고, 항상 메모를 해두며, 심지어 자신의 몸에 문신을 하며 기억을 더듬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해마를 자극하면 기억력과 판단력을 좋게 할 수 있는데, 이는 자극이 있어야 커지고 발전하는 해마의 특성 때문이다. 해마에게 가장 자극이 되는 것이 공간정보다. 해마는 기억을 입체적인 공간으로 본다. 이 공간에 감성 요소, 이야기 구조, 연상작용, 회상작용 등이 가미되면 더욱 큰 자극을 받게 된다. 예를 들어 나무 밑에서 읽은 동화책의 내용을 기억하려 할 때 동화책 내용을 단순히 주입하여 외우는 것이 아니라 들판에 있는 나무라는 공간과 아름다운 이야기에 대한 좋은 느낌, 이야기 구조, 그 분위기까지 한꺼번에 기억해 버리면 기억이 훨씬 오래간다. 해마를 효과적으로 자극해 단순 암기식에서 벗어나 창의적으로 기억하게 하는 해마 학습법이 소개되고 있을 정도다.
기억의 매커니즘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마주하게 되는 것이 뇌이다. 고작 1500g 정도 무게로 전체 몸무게의 3~5% 정도만 차지하지만 인간의 모든 생명 활동과 창조 활동을 관장한다. 가히 인체의 블랙박스로 일컬어질 만하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뇌의 잠재력을 꾸준히 계발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신경컴퓨터나 인간로봇을 탄생시켜 제3의 산업혁명을 몰고 올 과학기술의 진원지로서의 뇌과학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뇌의 신비를 밝혀내는 일이 곧 인류 문명의 발전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과학향기 편집부)
사실, 인간이 어떤 일을 지각할 수 있는 건 기껏해야 2초에 불과하고, 이후는 기억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기억은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으로 나뉘며 단기기억은 주로 해마(hippocampus)와 관련돼 있다. 해마뿐만 아니라 해마 주위의 기억과 관련된 뇌를 바로 알고 적절한 자극을 가하면 나이가 들면서 점점 심해진다는 기억력 장애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뇌 속에는 정보를 선별하거나 기억을 담당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 모양이 바닷물고기인 해마와 닮았다고 해서 해마라고 부른다. 해마는 대뇌피질(대 뇌 표면의 회백질로 이루어진 부분으로, 약 140억 개의 신경세포가 모여 있다)속 변연계에 있는 신경세포 다발로, 길이 5cm, 지름 1cm로 성인의 새끼 손가락만한 크기다. 하지만 기억의 제조공장으로 불릴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소리, 촉감, 지식 등의 모든 정보는 일단 해마를 통과 한다. 해마는 이 중 불필요한 것을 버리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소수의 정보만 걸러서 뇌의 다른 부위에 저장한다. 과거의 기억이 저장되는 장소는 아니지만 새로운 기억을 저장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해마에 손상을 입을 경우, 5분내지 10분이 지난 모든 일들을 기억하지 못하고 잊어버린다.
2001년 개봉됐던 메멘토는 해마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보기 드문 영화였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아내가 강간당하고 살해되던 날의 충격으로 기억을 10분 이상 지속시키지 못하는 단기 기억상실증 환자다. 그는 중요한 단서까지도 쉽게 잊기 때문에 자신의 가정을 파탄 낸 범인을 찾기 위한 방법으로 메모와 문신을 사용한다. 즉, 묵고 있는 호텔, 갔던 장소, 만나는 사람과 그에 대한 정보를 폴라로이드 사진으로 남기고, 항상 메모를 해두며, 심지어 자신의 몸에 문신을 하며 기억을 더듬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해마를 자극하면 기억력과 판단력을 좋게 할 수 있는데, 이는 자극이 있어야 커지고 발전하는 해마의 특성 때문이다. 해마에게 가장 자극이 되는 것이 공간정보다. 해마는 기억을 입체적인 공간으로 본다. 이 공간에 감성 요소, 이야기 구조, 연상작용, 회상작용 등이 가미되면 더욱 큰 자극을 받게 된다. 예를 들어 나무 밑에서 읽은 동화책의 내용을 기억하려 할 때 동화책 내용을 단순히 주입하여 외우는 것이 아니라 들판에 있는 나무라는 공간과 아름다운 이야기에 대한 좋은 느낌, 이야기 구조, 그 분위기까지 한꺼번에 기억해 버리면 기억이 훨씬 오래간다. 해마를 효과적으로 자극해 단순 암기식에서 벗어나 창의적으로 기억하게 하는 해마 학습법이 소개되고 있을 정도다.
기억의 매커니즘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마주하게 되는 것이 뇌이다. 고작 1500g 정도 무게로 전체 몸무게의 3~5% 정도만 차지하지만 인간의 모든 생명 활동과 창조 활동을 관장한다. 가히 인체의 블랙박스로 일컬어질 만하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뇌의 잠재력을 꾸준히 계발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신경컴퓨터나 인간로봇을 탄생시켜 제3의 산업혁명을 몰고 올 과학기술의 진원지로서의 뇌과학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뇌의 신비를 밝혀내는 일이 곧 인류 문명의 발전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과학향기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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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의 블랙박스 해마에 대한 기사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2009-04-20
답글 0
과학 향기를 통해서 또 하나의 새로운 지식을 얻어가네요 고맙습니다~!^^
2009-04-05
답글 0
항상 좋은 기사 감사드립니다.
2009-03-30
답글 0
고등학교 2년때 전신마취 수술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학생당시 꽤 기억력이 좋아 조금만 공부하면 성적이 쑥쑥 올랐죠.. 근데 그 수술 이후 기억력이 현저히 감소해 더이상 성적이 오르지 않고 그 뒤 대학에 간신히 합격하고 대학때 기억력이 떨어져 2번이나 유급을 당했습니다. 기억력 저하는 아직까지 공부가 필요한 저에게 결정타입니다. 마취로 기억력이 저하될수 있나요?
2003-11-12
답글 0
'해마'에 관심이 있다면 책 '해마'를 읽어보시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일본에서 베스트셀러가 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었는데 재미있더라구요.
2003-11-11
답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