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나무에 새겨진 사랑은 움직일까?

<KISTI의 과학향기> 제753호   2008년 05월 02일
오나전 씨는 소중 씨와의 만남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두 사람이 처음 데이트를 즐겼던 약속 장소에 두 사람의 사랑을 증거로 남기고 싶었던 것이다. 이를 위해 나전 씨는 두 사람이 앉아 담소를 나눴던 공원에 미리 나와서 커다란 나무줄기에 ‘나전♡소중’이란 글자를 써놓았다. 이때 소중 씨가 도착했다.

“나전 씨, 매번 늦어서 미안해요.”
“괜찮아요. 오늘 같은 날에 소중 씨를 미워해선 안 되죠.”
“아~. 1년 전에 우리가 이 자리에서 처음 만났죠?”
“맞아요. 그래서 제가 깜짝 이벤트를 준비했어요.”
“뭘까 무척 궁금해요!”

나전 씨는 그녀의 등 뒤로 돌아가서 두 눈을 가렸다. 그리고 벤치에서 일으켜 나무 옆에 다가섰다. 소중 씨가 놀라 기뻐할 모습이 눈에 선했다. 드디어 나전 씨의 두 손이 떼어지면서 나무에 선명하게 새겨진 하트와 두 사람의 이름이 보였다.

“어머? 이게 뭐람. 유치하게…”
“마음속으로는 좋으면서… 내숭떨지 마세요.”
“흠. 나무는 해마다 쑥쑥 자라니까 하트에 담긴 우리의 사랑도 움직이겠죠?”
“우리의 사랑이 움직일까봐 걱정하는 거예요?”
“네.”

“다행히도 우리의 사랑은 절대 움직이지 않아요. 다만 하트의 면적이 넓어진답니다. 우리 사랑의 크기만큼. 헤헤”
“정말요?”
“나무가 자라는 원리를 알면 이해가 쉬워요. 껍질 바로 안쪽에 형성층이란 곳이 있는데, 이곳에서 세포분열이 일어나야 나무가 커질 수 있어요.”
“그러면 나이테는 어떻게 생기는 거죠?”
“나무는 봄과 여름에만 자라고 늦여름부터는 겨울을 대비해 성장을 멈춰요. 그런데 봄에 만드는 세포는 성장이 왕성해서 크기가 크고 세포벽에 양분이 쌓이지 않아 밝게 보이죠. 반면 여름에 자라는 세포는 나무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데 양분을 분배하기 때문에 세포의 크기가 작고 세포벽 내부에 다양한 화합물이 축적되죠. 그래서 어둡게 보인답니다. 이렇게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이 겹겹이 쌓이면 그게 나이테죠.”
“그렇군요, 나이테는 봄·여름과 가을·겨울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봄과 여름에 만들어지는 거였네요. 그래도 나무에 ‘새겨진 사랑’이 움직이지 않는 이유는 아직 이해 못 했어요.”

나무의 세포는 크게 원형이나 다각형으로 생긴 세포와 이쑤시개처럼 기다란 세포, 두 가지가 있어요. 원형이나 다각형 모양으로 생긴 세포는 옆으로 크는 세포에요.”
“나전 씨의 튀어나온 배처럼요?”
“크크. 맞아요. 원의 지름이 커질수록 둘레 길이는 2파이(π)배만 커지는 데, 형성층 안쪽과 바깥쪽에 똑같은 개수로 세포가 생겨나면 빈 구멍이 생겨나겠죠? 그래서 보통의 나무는 형성층 안쪽에 4개의 세포를 만들면 바깥쪽에는 2개 정도의 세포를 만들어요. 나무마다 형성층 안쪽과 바깥쪽에 만드는 세포의 비율이 다르기 때문에 나무껍질의 모양도 다르죠.”
“그럼 형성층 안쪽은 세포가 꽉 들어차도 바깥쪽은 빈 곳이 생겨나니까 임신한 엄마의 튼 뱃살처럼 갈라질 수 있겠네요?”
“오! 놀라운 추리력이에요. 목재를 건조할 때 가장 잘 갈라지는 곳이 지름방향인 것도 이 때문이죠. 차력사들이 제아무리 힘이 좋다고 해도 모두 나무 기둥에 평행하게 내리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입니다.”

“그럼 이쑤시개 같은 세포는요?”
“이쑤시개처럼 기다란 세포는 나무가 위로 자라게 만드는 세포에요. 일종의 빨대처럼 위로 쭉쭉 자라나게 만드는 세포인데 위로 뾰족한 부분을 맞대면서 자라나죠. 그러니까 1층부터 집을 지어서 위로 층을 쌓아 올려 가듯이 자라난다고 이해하면 쉬울 거에요.”

“그럼 한번 새겨진 우리의 사랑은 전혀 변하지 않는 거예요?”
“아까 나무도 배가 나온다고 했잖아요? 그럼 당연히 옆으로 기다랗게 변하겠죠? 그래서 하트의 면적이 넓어지는 겁니다.”
“역시 나전 씨는 저의 사랑을 받을 만해요, 쪽~.”

소중 씨에서 달콤한 키스를 받았으니 이번 이벤트는 성공한 듯하다. 하지만 소중 씨는 “사랑도 좋지만 나무를 흉하게 해놓으면 안 되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나전 씨가 나무에 대해서는 많이 알았지만 나무를 사랑하는 마음은 소중 씨가 더 컸다.

“걱정하지 마요. 나무껍질은 대부분 떨어져 없어지기 때문에 칼집을 내지 않는 한 나무에 해가 되는 것은 아니에요.”
“참 다행이에요.”

나전 씨는 나무에 사랑을 새기는 것보다 사람의 마음에 사랑을 새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글 : 서금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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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직
  • 평점   별 5점

나무의 성장에 관한 이야기를 사랑이야기로 알기 쉽게 풀이해 주셨네요. 세포의 종류와 나이테의 생성에 대해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2009-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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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란
  • 평점   별 5점

재미있고 유치한 사랑 이야기를 이렇게 나무에 비교해서 설명해주시니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나무가 자라면서 거기에 쓰인 글씨는 변하겠지만 두분의 마음은 변치 않겠죠?

2009-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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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소중
  • 평점   별 5점

오나전 씨 이름 보고 풉

2008-07-07

답글 0

엄영근
  • 평점   별 5점

온대지역에서의 생장은 초봄에 매우 빠르나 늦여름에 느려지고 가을에는 정지되므로 계절에 따른 생장 상태가 매년 하나의 연륜 형태로 나타나게 됩니다. 정상적인 연륜은 춘재(springwood, early wood)와 추재(summerwood, late wood)로 구성되는 하나의 윤층을 말하는 것으로 온대지역에서는 정상적으로 1년에 단 하나의 윤층이 형성됩니다. 춘재는 따뜻한 봄에서 초여름까지 생장한 조직으로 세포벽이 얇고 횡단면상 지름이 큰데 비하여 추재는 초여름부터 냉랭한 가을까지 생장한 조직으로 세포벽이 두껍고 횡단면상의 지름도 작은 특성을 지니기 때문에 춘재는 연하게 그리고 추재는 진하게 보입니다. 그리고 칼로 수피(bark)에 흠집을 냈다고 하더라도 주피(periderm)의 반복적인 생성과 탈락을 통해 결국 언젠가는 자국이 사라지게 됩니다. 목재의 해부학적 특성(http://www.wpskorea.org/?document_srl=1364)을 참고해 보기 바랍니다.

2008-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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ㄷㄷㄷ
  • 평점   별 4점

너무 어색한 대화...ㄷㄷ 아주그냥 교과서에요;;

2008-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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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금영 기자
  • 평점   별 5점

본문에선 하트를 펜으로 써 넣은 것이므로 하트는 떨어저나갈 것이란 지적은 옳습니다. 하지만 칼로 수피에 흠집을 냈다면 자국이 남겠죠.ㅋㅋ

2008-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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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쯔
  • 평점   별 5점

나이테가 봄과 여름에 생긴다는걸 배우긴 한것 같은데 다시금 알았네요.. 감사합니다.

2008-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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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요 나전씨
  • 평점   별 5점

나무껍질은 대부분 떨어져 없어진다면 하트가 늘어나기 전에 다 떨어지겠네요 ㅋㅋㅋ;

2008-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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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점   별 5점

헉... 대체 누가 말하는건지 알 수가 없어요. 자세히 읽어보면 많이 아는 쪽이 나전씨 인 건 알겠는데, 긴 대화 부분, 대체 누가 말하는 건지 추리해야 하는 황당 그 자체. 저도 공돌이지만 공돌이의 한계? ㅋㅋㅋ. 내용은 잘 봤습니다.

2008-05-02

답글 0

기사단 단장
  • 평점   별 5점

ㅋㅋ. 좋은 내용이군요. 잘 봤습니다^^

2008-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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