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향기 Story
- 스토리
스토리
[만화] 밀가루 속 글루텐(gluten), 먹어? 말아?
<KISTI의 과학향기> 제2214호 2014년 09월 10일
태연, 애호박과 햇감자를 푸짐하게 넣고 끓인 뜨끈 고소한 손칼국수를 보자마자 팔짱을 끼고 고개를 홱 돌린다. 화난 표정과 외로 돌린 고개와는 달리 벌름거리는 콧구멍과 꿀꺽 침이 넘어가는 목젖은 숨길 수가 없다.
“칼국수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애가 웬일이냐?”
“엄마 아빠가 이렇게 무식할 줄이야. 글루텐 프리(gluten free)도 몰라요? 건강과 다이어트를 위한 현대인의 필수 요건, 글루텐 프리!”
“당연히 그건 알지. 근데 왜?”
“밀가루 음식(면, 빵 등)에 들어있는 글루텐이 장질환의 주범이잖아요. 그러니까 글루텐이 없는 음식만 먹어야만 한다고요!”
“그건 글루텐 민감성(gluten sensitivity)인 사람들 얘기지, 넌 아니잖아. 민감성이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글루텐 소화 흡수력이 떨어져요. 그래서 밀가루 음식 속 글루텐이 완전히 소화되지 않은 채, 소장 점막에 남아 면역계를 자극하게 되고, 소화기 질환을 비롯해 자가 면역 질환, 천식, 비염, 두통 등 각종 증상을 앓게 된단다.”
“그것 봐요.”
“글루텐이 몸에 해롭다는 이론이 퍼져나가면서 몇 년 전부터 미국, 유럽 등지에서는 글루텐 프리 식품이 각광을 받고 있어. 미국의 월 스트리트 저널(WSJ)에 따르면 ‘3명 중 한 명의 미국인이 글루텐 섭취를 피하고’ 있을 정도란다. 이런 열풍은 최근 국내로까지 몰려와서 ‘유기농’이나 ‘자연산’이라는 단어와 마찬가지로 ‘글루텐 프리’가 웰빙을 의미하는 새로운 단어로까지 떠오르고 있지.”
“그렇게 잘 알면서, 내 코앞에 이렇게도 비주얼이 훌륭한 칼국수를 들이미신 거예요? 저에게 왜 이런 고통을 주시냐고요! 주여, 유혹에 빠지지 말게 하옵시며…”
“그렇다고 글루텐을 무조건 나쁘게 보면 안 돼. 오랜 역사 동안 인류의 식탁을 아주 행복하게 해 준 게 바로 글루텐이니까. 면이나 빵은 다른 음식과 달리 탱글탱글하면서도 쫄깃한 느낌이 나지? 이 차진 느낌을 만드는 게 글루텐이란다. 밀가루에는 약 70%의 탄수화물과 10% 정도의 단백질이 들어있고, 이 단백질 가운데 80%가 글리아딘(gliadin)과 글루테닌(glutenin)이야. 밀가루에 소량의 물을 넣어 반죽하면 글리아딘과 글루테닌이 만나 뭉치면서 그물 구조를 만드는데 이것이 쫄깃쫄깃한 글루텐이 되는 거지.”
“옴마! 그 맛있는 질감이 글루텐이라고요? 몸에는 나쁠지 몰라도 참말 사랑스럽당!”
“글루텐이 인체에 유해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어요. 요즘엔 글루텐 프리 열풍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거든. 사실 글루텐 유해성이 부각된 것은 ‘셀리악 병(Celiac Disease)’ 때문이란다. 밀가루 음식을 먹었을 때 심각한 장내 염증이 발생하는 병인데, 소장의 융모가 파괴돼 영양 결핍 상태가 되고 심할 경우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무서운 병이지. 밀가루를 주식으로 하는 미국의 경우 전체 인구의 약 1% 정도가 셀리악 병을 앓고 있단다. 하지만 한국, 일본 등 동양권에서는 셀리악병 발병 사례가 거의 없어서 사실, 위험성을 논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야.”
“에잉? 정말요?”
“거기다 최근에는 셀리악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꼭 글루텐은 아니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어요. 지난 2014년 2월에는 미국의 과학 월간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셀리악 병의 원인을 글루텐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칼럼이 실려 화제가 됐단다. 또 ‘월 스트리트 저널’은 2014년 6월 23일 자 기사를 통해 글루텐 프리 식품이 실제로 몸에 좋다는 근거가 희박하며, 글루텐 대신 탄수화물과 당분 함량을 높인 식품이기 때문에 오히려 비만 등의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지.”
“옴마, 글루텐이 정말 나쁜 것만은 아니란 말이에염?”
“글루텐은 글루텐 민감성 혹은 글루텐 알레르기가 있는 일부의 사람들에게는 해로울 수 있단다. 그런 체질은 당연히 피해야겠지. 하지만 민감 체질이 아닌데도 글루텐 프리 유행을 좇아 글루텐의 쫄깃하고 탱탱한 식감을 포기한다면, 억울한 일이 아닐까? 어쩌면 기업들의 상술에 넘어가는 것일 수도 있고 말야.”
태연, 고마움과 감격에 겨운 눈물을 뚝뚝 흘리며 칼국수를 대접 째 들이킨다. 하정우도 무릎 꿇을 진정한 먹방이다.
“엉엉…, 아빠의 과학 상식이 이렇게 고마웠던 적은 예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없을 거예요. 이토록 사랑스러운 국수와 빵을 못 먹게 될까 봐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세요? 저의 근심을 덜어주시고, 저를 글루텐을 아주 잘 소화하는 체질로 낳아주셔서 정말 정말 감사해요, 아빠. 엉엉….”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칼국수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애가 웬일이냐?”
“엄마 아빠가 이렇게 무식할 줄이야. 글루텐 프리(gluten free)도 몰라요? 건강과 다이어트를 위한 현대인의 필수 요건, 글루텐 프리!”
“당연히 그건 알지. 근데 왜?”
“밀가루 음식(면, 빵 등)에 들어있는 글루텐이 장질환의 주범이잖아요. 그러니까 글루텐이 없는 음식만 먹어야만 한다고요!”
“그건 글루텐 민감성(gluten sensitivity)인 사람들 얘기지, 넌 아니잖아. 민감성이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글루텐 소화 흡수력이 떨어져요. 그래서 밀가루 음식 속 글루텐이 완전히 소화되지 않은 채, 소장 점막에 남아 면역계를 자극하게 되고, 소화기 질환을 비롯해 자가 면역 질환, 천식, 비염, 두통 등 각종 증상을 앓게 된단다.”
“그것 봐요.”
“글루텐이 몸에 해롭다는 이론이 퍼져나가면서 몇 년 전부터 미국, 유럽 등지에서는 글루텐 프리 식품이 각광을 받고 있어. 미국의 월 스트리트 저널(WSJ)에 따르면 ‘3명 중 한 명의 미국인이 글루텐 섭취를 피하고’ 있을 정도란다. 이런 열풍은 최근 국내로까지 몰려와서 ‘유기농’이나 ‘자연산’이라는 단어와 마찬가지로 ‘글루텐 프리’가 웰빙을 의미하는 새로운 단어로까지 떠오르고 있지.”
“그렇게 잘 알면서, 내 코앞에 이렇게도 비주얼이 훌륭한 칼국수를 들이미신 거예요? 저에게 왜 이런 고통을 주시냐고요! 주여, 유혹에 빠지지 말게 하옵시며…”
“그렇다고 글루텐을 무조건 나쁘게 보면 안 돼. 오랜 역사 동안 인류의 식탁을 아주 행복하게 해 준 게 바로 글루텐이니까. 면이나 빵은 다른 음식과 달리 탱글탱글하면서도 쫄깃한 느낌이 나지? 이 차진 느낌을 만드는 게 글루텐이란다. 밀가루에는 약 70%의 탄수화물과 10% 정도의 단백질이 들어있고, 이 단백질 가운데 80%가 글리아딘(gliadin)과 글루테닌(glutenin)이야. 밀가루에 소량의 물을 넣어 반죽하면 글리아딘과 글루테닌이 만나 뭉치면서 그물 구조를 만드는데 이것이 쫄깃쫄깃한 글루텐이 되는 거지.”
“옴마! 그 맛있는 질감이 글루텐이라고요? 몸에는 나쁠지 몰라도 참말 사랑스럽당!”
“글루텐이 인체에 유해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어요. 요즘엔 글루텐 프리 열풍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거든. 사실 글루텐 유해성이 부각된 것은 ‘셀리악 병(Celiac Disease)’ 때문이란다. 밀가루 음식을 먹었을 때 심각한 장내 염증이 발생하는 병인데, 소장의 융모가 파괴돼 영양 결핍 상태가 되고 심할 경우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무서운 병이지. 밀가루를 주식으로 하는 미국의 경우 전체 인구의 약 1% 정도가 셀리악 병을 앓고 있단다. 하지만 한국, 일본 등 동양권에서는 셀리악병 발병 사례가 거의 없어서 사실, 위험성을 논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야.”
“에잉? 정말요?”
“거기다 최근에는 셀리악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꼭 글루텐은 아니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어요. 지난 2014년 2월에는 미국의 과학 월간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셀리악 병의 원인을 글루텐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칼럼이 실려 화제가 됐단다. 또 ‘월 스트리트 저널’은 2014년 6월 23일 자 기사를 통해 글루텐 프리 식품이 실제로 몸에 좋다는 근거가 희박하며, 글루텐 대신 탄수화물과 당분 함량을 높인 식품이기 때문에 오히려 비만 등의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지.”
“옴마, 글루텐이 정말 나쁜 것만은 아니란 말이에염?”
“글루텐은 글루텐 민감성 혹은 글루텐 알레르기가 있는 일부의 사람들에게는 해로울 수 있단다. 그런 체질은 당연히 피해야겠지. 하지만 민감 체질이 아닌데도 글루텐 프리 유행을 좇아 글루텐의 쫄깃하고 탱탱한 식감을 포기한다면, 억울한 일이 아닐까? 어쩌면 기업들의 상술에 넘어가는 것일 수도 있고 말야.”
태연, 고마움과 감격에 겨운 눈물을 뚝뚝 흘리며 칼국수를 대접 째 들이킨다. 하정우도 무릎 꿇을 진정한 먹방이다.
“엉엉…, 아빠의 과학 상식이 이렇게 고마웠던 적은 예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없을 거예요. 이토록 사랑스러운 국수와 빵을 못 먹게 될까 봐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세요? 저의 근심을 덜어주시고, 저를 글루텐을 아주 잘 소화하는 체질로 낳아주셔서 정말 정말 감사해요, 아빠. 엉엉….”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추천 콘텐츠
인기 스토리
-
- 저주파 자극기, 계속 써도 괜찮을까?
- 최근 목이나 어깨, 허리 등에 부착해 사용하는 저주파 자극기가 인기다. 물리치료실이 아니라 가정에서 손쉽게 쓸 수 있도록 작고 가벼울 뿐만 아니라 배터리 충전으로 반나절 넘게 작동한다. 게다가 가격도 저렴하다. SNS를 타고 효과가 좋다는 입소문을 퍼지면서 판매량도 늘고 있다. 저주파 자극기는 전기근육자극(Electrical Muscle Stimu...
-
- 우리 얼굴에 벌레가 산다? 모낭충의 비밀스러운 삶
- 썩 유쾌한 얘기는 아니지만, 우리 피부에는 세균 같은 각종 미생물 외에도 작은 진드기가 살고 있다. 바로 모낭충이다. 모낭충은 인간의 피부에 살면서 번식하고, 세대를 이어 간다. 태어난 지 며칠 되지 않은 신생아를 제외한 거의 모든 사람의 피부에 모낭충이 산다. 인간의 피부에 사는 모낭충은 크게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주로 얼굴의 모낭에 사는...
-
- [과학향기 Story] 차 한 잔에 중금속이 줄었다? 찻잎의 숨겨진 능력!
- 하루하루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은 잠을 깨우기 위해 커피를 마신다. 이에 커피 소비량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커피의 소비량은 ‘차(茶)’의 소비량을 뛰어넘지 못했다. 이는 많은 국가에서 차를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카페인 외에도 다양한 성분이 함유돼 있어, 건강을 목적으로 섭취하는 사람들도 다수 존재한다. ...
이 주제의 다른 글
- [과학향기 Story] 차 한 잔에 중금속이 줄었다? 찻잎의 숨겨진 능력!
- [과학향기 Story] 인공지능이 맛보는 위스키의 미래
- [과학향기 Story] 동물도 술을 즐겨 마신다?
- [과학향기 Story] 인류의 탄수화물 사랑, 80만 년 전부터 시작됐다?
- [과학향기 Story] 강의실 천장이 높으면 시험을 망친다?
- [과학향기 Story] 내 안의 화를 날려 버릴 최고의 방법은?
- [과학향기 for Kids] 데이터로 운영하는 미래 농장, 스마트 팜
- [과학향기 for Kids] 중독 부르는 빨간 맛, 먹어도 괜찮을까?
- [과학향기 Story] 블루베리는 원래 ‘파란색’이 아니다?!
- [과학향기 for Kids] 봄꽃, 점점 더 빨리 핀다?
밀가루 음식만 먹으면 소화가 잘 안되거나 문제가 생기기 쉽지만, 신선한 야채나 과일을 같이 충분히 먹어 주면 소화도 잘 되고 별 문제 없습니다. (시중에 파는 과일쥬스는 생과일과 다르다고 봐도 됩니다.)
2014-09-15
답글 0
....여기 제대로 소화 잘 못시키는 1인 추가요,,,,
2014-09-13
답글 0
매번 이슈화되는 문제점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잘못된 정보나 자사상품을 홍보하고 타사상품을 폄하하기 위한 과대광고가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의학적인 부분은 잘못된 정보라고 해도 일반인들이 인식하기가 쉽지 않은데 정확히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정보에 대해 더 많이 알려주세요
2014-09-11
답글 0
글루텐 프리 음식이 어떻게 좋은지, 글루텐이 왜 몸에 유해하다는 것인지 궁금했는데. 속시원하게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자신이 글루텐 민감성인지 알려면 병원에 가서 검사해야 하나요? ^^
2014-09-10
답글 0
잘 보았습니다. 그리고 글루텐이 몸에 그다지 나쁘지 않은 것이란 말과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 서로 상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 각 국민들의 체질에 맞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립니다...!
2014-09-10
답글 0
글루텐은 유단백인 카제인 만큼이나 오래 먹었는데 이제와서 웰빙은 이상하네요
2014-09-10
답글 0
밀가루에 들어 있는 굴루텐 에 대해서 잘 알았습니다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네요 .........
2014-09-09
답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