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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무지개 빛 내는 공작새의 깃털은 흰색!?
<KISTI의 과학향기> 제529호 2006년 11월 27일
암컷의 마음을 얻기 위해 공작새 수컷은 몸을 파르르 떤다. 단순히 몸만 떠는 것이 아니다. 날개를 부채꼴로 펼쳐 강렬한 메시지를 암컷에게 보낸다. 이때 깃털에 수놓인 색상은 보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하며 암컷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얼핏 보면 공작새 깃털은 파랑, 빨강, 녹색 3가지다. 그러나 공작새 암컷뿐 아니라 사람의 마음까지 사로잡는 비밀은 보이는 각도에 따라 밝게도 보이고 어둡게도 보이는 공작새 깃털의 색상 변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깃털을 분해하면 흰 가루만 남을 뿐 예쁜 색상의 가루는 보이지 않는다. 왜일까?
광자유체집적소자연구단을 이끄는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양승만 교수는 “깃털을 구성하는 나노입자가 ‘오팔구조’를 갖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오팔구조란 하나의 구슬을 여섯 개 구슬이 둘러싸고 그 위에 세 개, 다시 그 위에 한 개씩을 쌓아올린 구조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색을 내는 보석 ‘오팔’이 이런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오팔구조라는 이름이 붙었다. 오팔은 아주 작은 구슬이 뭉쳐져 만들어진 보석인데, 이 구슬의 크기가 제각각이라서 반사시키는 파장이 각각 달라져 다양한 색을 만든다. 공작새의 깃털도 깃털 속에 있는 공기입자의 크기가 서로 달라서 오팔과 같은 성질을 갖고 있다.
똑같은 물체라도 물체를 구성하는 입자의 크기가 달라지거나 입자 사이에 다른 물질이 채워지면 전혀 다른 색상을 나타낼 수 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 흰 구슬도 잘만 줄을 세우면 공작새 깃털처럼 화려한 색을 낼 수 있는 셈이다.

특히 오팔구조를 갖는 물체는 들어온 빛이 구슬과 빈 공간을 반복적으로 통과하면서 빛의 파장을 중첩시키기 때문에 더 뚜렷한 색상을 나타낸다. 이때 중첩되는 빛의 파장이 짧으면 파란색을, 길면 빨강색을 띠며 중간이면 녹색으로 우리 눈에 비친다. 공작새 수컷이 암컷을 향해 온몸을 떠는 것은 단순한 몸짓이 아니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색의 향연으로 상대를 유혹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오팔구조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자신의 자동차 색상이 지루하다면 오팔입자로 된 페인트를 칠해보자. 앞에서 볼 때와 옆에서 볼 때, 뒤에서 볼 때마다 각기 다른 색을 띤 자동차로 변신할 수 있다. 공작새 수컷이 오팔구조를 지닌 깃털로 암컷을 유혹하듯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차를 몰고 온다면 그날의 데이트는 쉽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광자회로를 구성하는 초고속소자도 만들 수 있다. 이 경우는 자연계에서 존재하는 것처럼 다양한 색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똑같은 파장의 빛을 반사시키도록 제어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름 0.1μm의 입자와 그보다 더 작은 나노입자들을 지름 50μm의 물방울에 넣고 물을 증발시키면 스스로 규칙적인 오팔구조를 만든다. 이들 결정은 반도체의 성질을 갖고 있어 ‘나노트랜지스터’의 역할을 한다. 앞으로 손톱만 한 반도체칩에 실타래처럼 엉킨 회로망에서 빛이 전자를 대신하게 될 것이다.
반면 ‘역전된 오팔구조’라는 것도 있다. ‘역전된 오팔구조’란 구슬모양의 입자들이 배열된 빈 공간에 인위적으로 실리콘을 채우고 구슬이 차지하던 공간을 없앤 것이다. 마치 금속조형물을 만들 때 거푸집을 만드는 것처럼 오팔구조의 거푸집을 만드는 것이다. ‘역전된 오팔구조’는 오히려 오팔구조를 갖는 물체보다 훨씬 더 분명한 색상을 표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역전된 오팔구조의 입자와 입자 사이에 공기 대신 액체를 넣으면 수시로 색상을 다르게 만들 수 있다. 가령 굴절률이 1인 물 대신 소금물이나 설탕물을 넣으면 역전된 오팔구조에서 나오는 색이 녹색에서 빨강 또는 파랑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같이 유체를 이용한 광학소자는 단순한 신호를 넘어 다양한 전자정보를 전달할 수 있어 생명과학이나 의료분야까지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양승만 교수팀은 올해 초 ‘원심미세광자유체소자’(Centrifugal Optofluidic Chip)를 개발했다. 지금까지는 헌혈을 할 때 병원균의 침입유무를 알아내려면 며칠을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오팔구조에 특정 병원균이 좋아하는 화학작용기를 붙이면, 그 병원균이 든 물은 굴절율이 달라져 특정한 색을 나타내게 된다. 이 방법으로 어떤 병원균이든 쉽게 식별할 수 있는 것이다.
공작새의 깃털에서 얻은 아이디어가 21세기의 초고집적화를 가져올 광소자의 개발과 신약개발과 예방을 위한 의료분야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자연은 그 자체로 인류의 미래를 위한 보물창고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글 : 서금영 과학전문 기자)
얼핏 보면 공작새 깃털은 파랑, 빨강, 녹색 3가지다. 그러나 공작새 암컷뿐 아니라 사람의 마음까지 사로잡는 비밀은 보이는 각도에 따라 밝게도 보이고 어둡게도 보이는 공작새 깃털의 색상 변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깃털을 분해하면 흰 가루만 남을 뿐 예쁜 색상의 가루는 보이지 않는다. 왜일까?
광자유체집적소자연구단을 이끄는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양승만 교수는 “깃털을 구성하는 나노입자가 ‘오팔구조’를 갖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오팔구조란 하나의 구슬을 여섯 개 구슬이 둘러싸고 그 위에 세 개, 다시 그 위에 한 개씩을 쌓아올린 구조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색을 내는 보석 ‘오팔’이 이런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오팔구조라는 이름이 붙었다. 오팔은 아주 작은 구슬이 뭉쳐져 만들어진 보석인데, 이 구슬의 크기가 제각각이라서 반사시키는 파장이 각각 달라져 다양한 색을 만든다. 공작새의 깃털도 깃털 속에 있는 공기입자의 크기가 서로 달라서 오팔과 같은 성질을 갖고 있다.
똑같은 물체라도 물체를 구성하는 입자의 크기가 달라지거나 입자 사이에 다른 물질이 채워지면 전혀 다른 색상을 나타낼 수 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 흰 구슬도 잘만 줄을 세우면 공작새 깃털처럼 화려한 색을 낼 수 있는 셈이다.

특히 오팔구조를 갖는 물체는 들어온 빛이 구슬과 빈 공간을 반복적으로 통과하면서 빛의 파장을 중첩시키기 때문에 더 뚜렷한 색상을 나타낸다. 이때 중첩되는 빛의 파장이 짧으면 파란색을, 길면 빨강색을 띠며 중간이면 녹색으로 우리 눈에 비친다. 공작새 수컷이 암컷을 향해 온몸을 떠는 것은 단순한 몸짓이 아니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색의 향연으로 상대를 유혹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오팔구조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자신의 자동차 색상이 지루하다면 오팔입자로 된 페인트를 칠해보자. 앞에서 볼 때와 옆에서 볼 때, 뒤에서 볼 때마다 각기 다른 색을 띤 자동차로 변신할 수 있다. 공작새 수컷이 오팔구조를 지닌 깃털로 암컷을 유혹하듯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차를 몰고 온다면 그날의 데이트는 쉽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광자회로를 구성하는 초고속소자도 만들 수 있다. 이 경우는 자연계에서 존재하는 것처럼 다양한 색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똑같은 파장의 빛을 반사시키도록 제어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름 0.1μm의 입자와 그보다 더 작은 나노입자들을 지름 50μm의 물방울에 넣고 물을 증발시키면 스스로 규칙적인 오팔구조를 만든다. 이들 결정은 반도체의 성질을 갖고 있어 ‘나노트랜지스터’의 역할을 한다. 앞으로 손톱만 한 반도체칩에 실타래처럼 엉킨 회로망에서 빛이 전자를 대신하게 될 것이다.
반면 ‘역전된 오팔구조’라는 것도 있다. ‘역전된 오팔구조’란 구슬모양의 입자들이 배열된 빈 공간에 인위적으로 실리콘을 채우고 구슬이 차지하던 공간을 없앤 것이다. 마치 금속조형물을 만들 때 거푸집을 만드는 것처럼 오팔구조의 거푸집을 만드는 것이다. ‘역전된 오팔구조’는 오히려 오팔구조를 갖는 물체보다 훨씬 더 분명한 색상을 표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역전된 오팔구조의 입자와 입자 사이에 공기 대신 액체를 넣으면 수시로 색상을 다르게 만들 수 있다. 가령 굴절률이 1인 물 대신 소금물이나 설탕물을 넣으면 역전된 오팔구조에서 나오는 색이 녹색에서 빨강 또는 파랑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같이 유체를 이용한 광학소자는 단순한 신호를 넘어 다양한 전자정보를 전달할 수 있어 생명과학이나 의료분야까지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양승만 교수팀은 올해 초 ‘원심미세광자유체소자’(Centrifugal Optofluidic Chip)를 개발했다. 지금까지는 헌혈을 할 때 병원균의 침입유무를 알아내려면 며칠을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오팔구조에 특정 병원균이 좋아하는 화학작용기를 붙이면, 그 병원균이 든 물은 굴절율이 달라져 특정한 색을 나타내게 된다. 이 방법으로 어떤 병원균이든 쉽게 식별할 수 있는 것이다.
공작새의 깃털에서 얻은 아이디어가 21세기의 초고집적화를 가져올 광소자의 개발과 신약개발과 예방을 위한 의료분야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자연은 그 자체로 인류의 미래를 위한 보물창고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글 : 서금영 과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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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향기를 통해서 또 하나의 새로운 지식을 얻어가네요 고맙습니다~!^^
2009-04-06
답글 0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니..
좀 아니다 싶은 속담의 적용이군요. ㅎ
2006-12-03
답글 0
재밌네요. ㅋㅋㅋ
오팔구조 페인트로 칠한 자동차면...저같은 사람은 주차하고선 못찾겠네요.ㅋ
2006-11-30
답글 0
오팔구조!! 새로운 사실을 알았습니다.
자연의 어느 것 하나도 소홀히 지어진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하나님의 자연을 창조하고 다스리시는 섭리가.. 다시 한 번... 느껴졌습다.
2006-11-28
답글 0
오팔 구조 때문에 그렇게 보인다니.....
새롭고 신기한 과학 지식을 또 하나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과학자들이 존경스러워요.
2006-11-27
답글 0
저 나비 이름은 뭐죠? 그리고 이런 오팔 구조로 빛색상을 내는 나비는 저기 저 파란색 나비 밖에 없나요?
그리고, 이러한 발견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신약개발로까지 응용해내는 과학자들은 정말 창의력이 뛰어난 것 같아요.
2006-11-27
답글 0
그런데, 대부분의 동물들은 흑백으로 사물을 인식하는 줄 알았는데, 공작새는 사물을 칼라로 볼 수 있나요? 다양한 색깔로 암컷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하니~
2006-11-27
답글 0
오팔 구조, 정말 대단합니다.
저희 차도 그렇게 칠해보고 싶은데,,
흰색도 배열만 잘하면 귀하게 되는군요!
2006-11-27
답글 0
정말 대단하네요 역시 자연을 잘 관찰하면 좋은 것들을 많이 발견하네요
2006-11-27
답글 0
먼저 좋은 의견에 감사합니다.
동물 중에서 조류가 가장 좋은 시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독수리와 같이 상공을 날며 사냥을 하는 육식조류는 1km 상공에서도 작은 토끼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시력이 좋습니다. 물론 색도 구분할 수 있습니다.
색을 구분하지 못하는 동물은 주로 야행성 동물 중에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개과나 고양이과 동물들이 그렇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과학의 숲을 보는 즐거움
KISTI 과학향기
2006-11-27
답글 0
자연에 있는 모든 것(작고 큰 것을 모두 포함하여)들에 대하여 주의깊은 관찰이 필요한 것 같아요.
2006-11-27
답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