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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년의 날에 ‘파란 장미’ 선물하세요~
<KISTI의 과학향기> 제1090호 2010년 05월 10일
5월 셋째 주 월요일은 성년의 날이다. 이날에는 만 20세가 된 젊은이에게 장미꽃을 선물하는 풍습이 있다. 흔히 장미꽃의 색깔로 빨간색을 떠올리지만, 장미의 색깔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이번 해에는 좀 특별하게 파란색 장미를 선물해보는 게 어떨까?
파란 장미는 꽃과 식물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도달할 수 없는 불가능의 상징이었다. 장미는 꽃이 아름답고 향기가 진해 기원전 2000년부터 재배되어 오면서 수많은 교잡을 거쳐 그 종류가 1만 5000종이나 된다. 하지만 유독 파란색 장미만은 존재하지 않았는데, 인류는 파란 장미를 만들고자 계속 노력해 왔다.
이에 1945년 파란장미 제1호 ‘그레이 펄’이 등장하고, 1957년에 ‘스털링 실버’, 1964년에 ‘불루 문’이 등장했다. 그러나 이것들은 실제로 연보라색을 띠고 있어 파란색과는 거리가 멀다.
파란 장미를 만드는 일은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 그 이유는 장미에는 파란색을 내는 색소 ‘델피니딘(Delphinidin)’이 전혀 함유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색소 성분으로서 델피니딘이 조금이라도 함유돼 있다면, 비록 꽃의 색깔이 붉은색이라고 해도 교배를 거듭함으로써 델피니딘을 많이 함유하는 계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장미처럼 전혀 델피니딘이 없는 경우에는, 교배를 반복하여도 파란 꽃을 만든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다.
또한 파란 색소를 이루는 효소 중에 ‘플라보노이드3(Flavonoids 3)’과 ‘히드록시라아제5(Hydroxylase 5)’가 있는데, 장미는 아쉽게도 이러한 효소들을 갖고 있지 않다. 그래서 파란색 색소인 델피니딘 합성이 불가능하다. 정확하게 말하면 장미에는 파란 색소가 없는 것이 아니라 파란 색소를 만드는 효소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 즉 ‘청색유전자(Blue Gene)’를 넣어 준다면 파란장미를 만들 수 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원인은 델피니딘이 산도(pH) 6에서 7 정도의 ‘액포(液胞, Vacuole)’속에서 생성된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장미의 액포 속 산도는 4.5에서 5.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장미꽃에는 파란색이 없으며, 대체로 산성 토양에서 자란 꽃은 붉은빛을 띠고, 알칼리성 토양에서 자란 것은 파란색을 띠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많은 과학자들은 파란장미를 개발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2000년대 초반 호주에서는 파란색 카네이션을 개발한 호주의 생명공학회사 ‘플로리진’의 과학자들은 이 기술을 이용해 파란장미 개발도 시작했다.
이들은 다른 꽃에서 파란색 효소의 합성을 이끌어 내는 유전인자를 분리시켜 ‘청색유전자’에 대한 특허를 얻었다. 또 청색유전자를 장미 유전인자에 집어넣어 줌으로써, 청색 유전자를 가진 효소를 배양해 내는 연구를 진행했다. 이미 플라보노이드 내의 파란색 색소를 가진 효소를 몇몇 꽃에서 분리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유장열 박사는 식물세포의 세포벽을 녹인 원형질체에 유전자를 집어넣어 재생시키는 시스템을 확립시켰다. 그리고 여기에 피튜니아의 파란색 유전자를 수입해 집어넣어 보기도 하고, 도라지에서 추출한 파란색 유전자로 장미의 형질을 전환시켜 보는 연구를 하였다. 호주의 유전공학자문위원회(GMAC)에서도 1200개에 이르는 새로운 유전인자를 지닌 파란장미를 만들어낼 계획을 공개하기도 했다.
각국의 연구가 이어졌지만 결국 파란장미 개발에 성공한 나라는 일본이다. 2004년 6월, 일본의 식음료 기업인 산토리홀딩스는 약 20년의 연구 끝에 파란장미 개발에 성공했다. 제비꽃과의 팬지에서 파란색소를 만드는 유전자 ‘블루진(Blue Gene)’을 추출해 장미에 이식한 것이다.
이 장미를 자세히 보면 이전의 파란장미와 마찬가지로 연한 보라색을 띄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완전한 파란장미는 아닌 것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파란장미에 ‘가장 가깝다고’ 인정받는 품종이기에 그 상품가치는 클 수밖에 없다.
산토리홀딩스는 이후 5년 동안 안전성 입증과 국가의 승인과정을 거치고 2009년 11월부터 파란 장미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파란 장미의 가격은 한 송이에 3만원 정도로 일반 장미에 비해 최대 10배까지 비싸다. 산토리홀딩스는 도쿄, 오사카, 아이치 등지의 꽃집에서 판매를 시작해 2011년에는 연간 20만 송이를 판매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파란장미의 꽃말은 ‘불가능’이라고 한다. 불가능이라 생각했던 파란장미. 오랫동안 꿈으로만 여겨졌던 완벽한 파란장미의 실현은 이제 바로 눈앞에 다가왔다!
글 : 과학향기 편집부
※ 2004년 4월 26일자 과학향기 ‘불가능’이라는 이름의 파란장미(글 :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의 일부 내용을 발췌해 재가공했음을 알려드립니다.
파란 장미는 꽃과 식물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도달할 수 없는 불가능의 상징이었다. 장미는 꽃이 아름답고 향기가 진해 기원전 2000년부터 재배되어 오면서 수많은 교잡을 거쳐 그 종류가 1만 5000종이나 된다. 하지만 유독 파란색 장미만은 존재하지 않았는데, 인류는 파란 장미를 만들고자 계속 노력해 왔다.
이에 1945년 파란장미 제1호 ‘그레이 펄’이 등장하고, 1957년에 ‘스털링 실버’, 1964년에 ‘불루 문’이 등장했다. 그러나 이것들은 실제로 연보라색을 띠고 있어 파란색과는 거리가 멀다.
파란 장미를 만드는 일은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 그 이유는 장미에는 파란색을 내는 색소 ‘델피니딘(Delphinidin)’이 전혀 함유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색소 성분으로서 델피니딘이 조금이라도 함유돼 있다면, 비록 꽃의 색깔이 붉은색이라고 해도 교배를 거듭함으로써 델피니딘을 많이 함유하는 계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장미처럼 전혀 델피니딘이 없는 경우에는, 교배를 반복하여도 파란 꽃을 만든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다.
또한 파란 색소를 이루는 효소 중에 ‘플라보노이드3(Flavonoids 3)’과 ‘히드록시라아제5(Hydroxylase 5)’가 있는데, 장미는 아쉽게도 이러한 효소들을 갖고 있지 않다. 그래서 파란색 색소인 델피니딘 합성이 불가능하다. 정확하게 말하면 장미에는 파란 색소가 없는 것이 아니라 파란 색소를 만드는 효소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 즉 ‘청색유전자(Blue Gene)’를 넣어 준다면 파란장미를 만들 수 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원인은 델피니딘이 산도(pH) 6에서 7 정도의 ‘액포(液胞, Vacuole)’속에서 생성된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장미의 액포 속 산도는 4.5에서 5.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장미꽃에는 파란색이 없으며, 대체로 산성 토양에서 자란 꽃은 붉은빛을 띠고, 알칼리성 토양에서 자란 것은 파란색을 띠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많은 과학자들은 파란장미를 개발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2000년대 초반 호주에서는 파란색 카네이션을 개발한 호주의 생명공학회사 ‘플로리진’의 과학자들은 이 기술을 이용해 파란장미 개발도 시작했다.
이들은 다른 꽃에서 파란색 효소의 합성을 이끌어 내는 유전인자를 분리시켜 ‘청색유전자’에 대한 특허를 얻었다. 또 청색유전자를 장미 유전인자에 집어넣어 줌으로써, 청색 유전자를 가진 효소를 배양해 내는 연구를 진행했다. 이미 플라보노이드 내의 파란색 색소를 가진 효소를 몇몇 꽃에서 분리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유장열 박사는 식물세포의 세포벽을 녹인 원형질체에 유전자를 집어넣어 재생시키는 시스템을 확립시켰다. 그리고 여기에 피튜니아의 파란색 유전자를 수입해 집어넣어 보기도 하고, 도라지에서 추출한 파란색 유전자로 장미의 형질을 전환시켜 보는 연구를 하였다. 호주의 유전공학자문위원회(GMAC)에서도 1200개에 이르는 새로운 유전인자를 지닌 파란장미를 만들어낼 계획을 공개하기도 했다.
각국의 연구가 이어졌지만 결국 파란장미 개발에 성공한 나라는 일본이다. 2004년 6월, 일본의 식음료 기업인 산토리홀딩스는 약 20년의 연구 끝에 파란장미 개발에 성공했다. 제비꽃과의 팬지에서 파란색소를 만드는 유전자 ‘블루진(Blue Gene)’을 추출해 장미에 이식한 것이다.
이 장미를 자세히 보면 이전의 파란장미와 마찬가지로 연한 보라색을 띄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완전한 파란장미는 아닌 것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파란장미에 ‘가장 가깝다고’ 인정받는 품종이기에 그 상품가치는 클 수밖에 없다.
산토리홀딩스는 이후 5년 동안 안전성 입증과 국가의 승인과정을 거치고 2009년 11월부터 파란 장미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파란 장미의 가격은 한 송이에 3만원 정도로 일반 장미에 비해 최대 10배까지 비싸다. 산토리홀딩스는 도쿄, 오사카, 아이치 등지의 꽃집에서 판매를 시작해 2011년에는 연간 20만 송이를 판매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파란장미의 꽃말은 ‘불가능’이라고 한다. 불가능이라 생각했던 파란장미. 오랫동안 꿈으로만 여겨졌던 완벽한 파란장미의 실현은 이제 바로 눈앞에 다가왔다!
글 : 과학향기 편집부
※ 2004년 4월 26일자 과학향기 ‘불가능’이라는 이름의 파란장미(글 :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의 일부 내용을 발췌해 재가공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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