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세계 최초의 온실은 바로 조선!!

<KISTI의 과학향기> 제257호   2005년 03월 02일
冬月開花出於人爲子(동월개화출어인위자).

“겨울 달에 핀 꽃은 인위(人爲)에서 나온 것이다.”




성종실록 제13권에 기록된 왕의 전교(傳敎)의 한 부분이다. 때는 1471년 1월의 추운 어느 날, 궁궐에 쓰이는 꽃을 키우는 기관인 장원서(掌苑署)에서 철쭉과의 일종인 영산홍(暎山紅) 한 분(盆)을 임금께 올리자, 왕은 “초목의 꽃과 열매는 천지의 기운을 받는 것으로 각각 그 시기가 있는데, 제때에 핀 것이 아닌 꽃은 인위적인 것으로서 내가 좋아하지 않으니 앞으로는 바치지 말라”고 말씀하신 것이다.겨울에 피운 봄꽃을 좋아하고 말고는 성종 임금의 취향 문제이나, 그 옛날에 어떻게 겨울에 꽃을 피울 수 있었던 지는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조선시대에도 온실이 있었을까? 세계 최초의 온실로 알려져 있는 독일의 온실이 1619년에 지어졌다던데……. 그런데 2001년 발견된 『산가요록(山家要錄)』이란 책이 그 해답을 안겨주었다. 이 책은 15세기 중반 의관(醫官)으로 봉직한 전순의(全循義)가 쓴 생활과학서로서 당시의 농업기술과 함께 술 빚는 법, 음식 조리법, 식품 저장법 등 생활에 관한 많은 정보를 전해주고 있다. 이 가운데 「동절양채(冬節養菜)」편, 즉 ‘겨울에 채소 키우기’ 항목에 당시 온실 건축에 관한 세 줄의 기록이 나온다.



이에 따르면, 남쪽을 제외한 삼면을 진흙과 볏짚으로 쌓은 흙벽돌로 벽을 쌓고, 바닥은 구들로 만들고 그 위에 30센티미터 정도의 배양토를 깔았으며 45°로 경사진 남쪽 면은 창살에 기름먹인 한지(韓紙)를 붙여 막았다. 그렇다면 조선시대 한지온실의 성능은 어느 정도였을까?



온실은 난방, 가습, 채광이라는 세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유럽으로부터 전해진 현대 온실은 난로로 데운 공기를 바람으로 불어넣어 온실 안의 공기 온도를 높이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 방식은 식물에 많은 스트레스를 주면서도 차가운 땅까지는 데우지 못하는 단점을 갖는다. 그래서 최근에는 땅에 난방 파이프를 설치하여 뿌리가 미치는 흙의 온도를 높이는 ‘지중가온방식(地中加溫方式)’이 개발되고 있다.



그런데 조선시대의 온실에는 이미 온돌이 설치되어 흙의 온도를 25℃로 유지할 수 있었다. 온돌은 아침과 저녁으로 두 시간씩 때었는데 이때 아궁이에 가마솥을 얹고 물을 끓였는데 수증기가 온실 안으로 흐르게 하였다. 이로써 실내 온도와 함께 습도를 높일 수가 있었다.



조선이 유럽보다 최소한 170년 이상 앞서서 우수한 온실을 가질 수 있었던 데는 무엇보다도 ‘한지’의 역할이 컸다. 판유리가 없던 시절인 조선의 기술자들은 책 종이와 창호지로 쓰이는 한지에 들기름을 먹여서 채광창으로 이용하였다.



유리나 비닐 온실에는 실내외의 온도차에 따라 새벽에 이슬이 맺힌다. 찬이슬은 오전의 햇볕을 차단하여 실내 온도를 낮추고 식물의 광합성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작물에 그대로 떨어져서 큰 해를 미치게 된다. 하지만 한지 온실에는 이슬이 맺히지 않는다. 들기름은 종이 섬유 사이의 빈 공간을 채워 한지가 방수성을 갖게 한다. 그런데 빗방울과 같이 큰 액체 입자들은 기름 때문에 종이 섬유 사이의 공간을 통해 온실 안으로 들어올 수 없지만 들기름이 종이 섬유 사이의 공간을 완전히 메우는 것이 아니어서 작은 수증기 입자들은 한지를 통해 바깥으로 배출되기 때문이다. 기름먹인 한지는 ‘고어텍스’의 원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온실의 역할을 할 수 있으려면 빛의 투과성이 좋아야 하는데, 한지가 빛을 투과시킬 수 있을까? 한지는 불투명하지만 기름 먹은 한지는 팽팽하게 얇아지면서 반투명해진다. 한지를 구성하는 종이섬유와 그 공간을 채우고 있는 공기의 빛 굴절률은 다르다. 굴절률이 다른 두 물질이 함께 섞여 있으면 빛은 산란되어 반사되게 된다. 그러나 기름의 굴절률은 종이섬유와 비슷하여 산란되는 빛의 양이 적어지므로 빛의 투과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한지 온실에서는 파종 후 3~4주면 채소를 수확할 수 있었으며, 한겨울에도 여름 꽃을 궁궐에 공급할 수 있었다. 한지로 채광창을 만들고 온돌을 이용하여 기온과 습도를 조절했던 조선시대 15세기 온실은 현대 온실보다도 더 과학적이었다는 사실이 실험을 통해 속속 밝혀지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 기술이 후세에 전해지지 않고 슬그머니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다. (글: 이정모-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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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란
  • 평점   별 5점

기름먹인 한지는 ‘고어텍스’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멋지네요 ^^ 조선시대에도 온실이 있어다니 참으로 놀랍네요. 선조들의 지혜가 참으로 대단합니다.

2009-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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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중
  • 평점   별 2점

과학향기를 많이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과학향기의 내용을 복사해서 옮겨 놓아야만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겠다는 본래의 취지를 다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과학향기의 해당 페이지의 주소만을 알려 주거나 링크만 하여도 충분합니다. 따라서 사전 협의없이 무단으로 옮기는 것은 결코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부득이하게 내용을 옮겨야만 ?l 경우에도 누가 작성했는지에 관한 사항도 밝혀야 합니다. 단순히 어느 사이트에 또는 어디에 있는 것을 옮겼다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저작권에는 저작인격권이 있습니다. 과학향기를 몇몇 사이트에 옮기 경우를 보면 저자부분을 지우고 있습니다. 이는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마치 옮긴 사람 자신이 저작을 해서 과학향기에 발표한 내용을 해당 사이트로 옮겼다는 오해를 줄 가능성도 있습니다.

2005-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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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현
  • 평점   별 5점

아~우리나라는 너무 똑똑한데, 때를 못 맞추는구나.

2005-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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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희
  • 평점   별 5점

글쎄 출처를 밝히고 인용하면 괜찮은 것으로 아는데...
그것도 못하게 하면 무엇하러 여기에 올립니까. 무슨 아는 것 많다고 만용하는 것입니까...

2005-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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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숙
  • 평점   별 5점

조선시대에는 원칙적으로 왕족과 관리에게 백성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호사로운 취미생활을 금했다고 합니다. 비용과 노력에 비해 백성의 실생활에는 별 도움이 안될것이라 생각했던 것이 아닐까요? 제 추측일 뿐입니다만 ..... 그래도 기술이 전해지지 않는 건 아쉽네요.

2005-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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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산
  • 평점   별 5점

흠~! 아깝다...

2005-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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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홍균
  • 평점   별 4점

금속 활자와 같이 이것도 국제걱으로 인정 받을수 없는 것인지요, 고려자기와 같이 우리 조상은 왜 후손에게 이런 좋은 것을 전수하기를 기피했는지 안타깝습니다

2005-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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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주
  • 평점   별 3점

남양주에 있는 촬영소에 가면 이런 온실의 모양을 볼 수 있음. 당시의 모습을 재연해 놓은 곳이 있음...

2005-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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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
  • 평점   별 5점

과학향기의 콘텐츠를 무단 배포하지 말라고....... 이해가 안갑니다. 과학향기는 우리 국민들의 과학화에 이바지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가요? 그렇다면 무단이든 아니든 과학향기의 내용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져야 할텐데요? 그게 아니고 이윤을 추구하는 상업이 목적인가요?

2005-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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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박사
  • 평점   별 4점

동의없이는 전재를 못하고, 인쇄를 하니 단 두 쪽짜리밖에 안되는 글이 페이지 하단과 페이지 상단 사이의 내용이 누락 인쇄되고, 전부를 인쇄해서 잘린 부분을 중간에 끼워 넣으면 편집한 것이 되지만 전부를 싣는 것은 마찬가지이므로 전재에 해당하고... 글의 하단 경고문은 오랜만에 보게 되는데 그동안 몇 개 개인 게시판에 올린 것은 저작권법에 따라 처벌받거나 배상하거나 해야 하는가요? 만일 그렇다면 메일서비스 약관 처음에 강력하게 명시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2005-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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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기
  • 평점   별 5점

박병호님 안녕하세요? 과학향기입니다. 박병호님께서 지적해주신 대로 과학향기는 가능하면 많은 독자들에게 읽혀지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과학향기 기사도 법적으로 보호 받는 저작물입니다. 기사 하단에 쓰여진 것은 상업적 도용을 막는 권리표시입니다. 현재 과학향기 기사 이용은 기관명과 출처를 밝히실 경우 자유로이 다른 웹에 게시 가능하도록 하고 있으며, 기타 포털 사이트와 제휴를 맺고 있습니다. 이는 콘텐트를 서비스하는 입장에서 보다 정확한 정보제공과 컨텐트 질을 관리하기 위한 것 입니다.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자주 방문해 주시고, 좋은 의견 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과학의 숲을 보는 즐거움
Kisti의 과학향기

2005-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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