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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 소리를 나 혼자 듣는다!?
<KISTI의 과학향기> 제697호 2007년 12월 24일
누구나 좋아하는 소리만 듣고, 싫어하는 소리는 듣지 않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복잡한 현대사회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이런 욕구조차 충족시키기 쉽지 않다. 손님을 끌기 위해 볼륨을 한껏 높인 상점의 스피커 소리, 옆 사람의 이어폰을 통해 새 나오는 음악 소리 같이 듣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들어야 할 때가 많다.
집에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다른 식구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TV, 라디오, 컴퓨터의 볼륨을 작게 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내게 기분 좋은 음악도 타인에게는 듣기 싫은 소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소리를 줄이기 위해 그저 조용조용히 다니는 방법 밖에는 없는 것일까? 여기 소리로 소리를 제어하는 방법이 있다.
얼마 전 한국과학기술원 김양한 교수팀은 특정 개인에게만 소리를 들리게 하는 ‘음향집중형 개인용 음향시스템’(sound focused personal audio system)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소리의 간섭현상을 이용해 다른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고 사용자만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만든 장치다. 귀를 아프게 하는 이어폰이나 헤드셋을 쓰지 않아도 나 혼자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모니터에 일렬로 배치된 9개의 스피커에서 800Hz에서 5kHz의 서로 다른 주파수의 소리를 내게 하여 모니터 정면에 지름 30cm 정도의 청취영역을 만들었다. 김 교수 팀에 의하면 청취영역에서는 나란히 늘어선 9개의 스피커에서 나온 음파가 다른 공간 보다 20dB(데시벨, 소리의 단위) 큰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스피커의 앞부분을 0도부터 180도까지 구분한다면 스피커의 바로 정면에 해당하는 60~120도 사이에서 크게 들리고 다른 각도에서는 매우 작게 들린다. 미국 음향학회(ASA)에 발표된 자료와 각도별로 나는 소리를 듣기 원하면 다음 사이트를 방문해 보자.
소리 들으러 가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이는 소리가 근본적으로 파동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2개 이상의 파동은 서로 섞여 간섭현상이 일어나는데 위상이 같은 파동끼리 만나면 커지고, 위상이 반대인 파동끼리 만나면 작아진다. 커지는 경우를 보강간섭, 작아지는 경우를 상쇄간섭이라고 부른다. 김 교수의 스피커는 청취영역에서만 보강간섭이 일어나고, 다른 장소에서는 상쇄간섭이 일어나도록 만든 것이다.
사실 소리의 간섭현상으로 소리를 제어하려는 시도는 이미 오래 전 시작됐다. 대표적인 시도가 듣기 싫은 소음을 제거하는 능동소음제거(ANC: Active Noise Control) 기술이다. 능동소음제거 기술은 소음과 반대 위상의 소음을 만들어 소음을 없앤다. 이미 1932년 독일의 발명가 루에그에 제안됐으며, 최근 전자제어기술의 발달로 실용화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건축용 돌을 자르는 현장의 근로자는 엄청난 소음에 시달리는데, 석쇄기의 소음을 녹음해 이와 반대되는 위상의 소음을 근로자에게 들려준다. 항공기도 이 기술을 이용해 엔진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소음을 줄인다. 최근에는 고급 승용차에도 엔진이나 바퀴와 지면 사이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제거하기 위해 능동소음제어 기술을 쓴다.
이 기술을 쓰면 방음, 흡음제를 쓰지 않아도 소음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철로나 도로변에 있는 아파트 단지 주변에 설치되는 대규모 방음벽은 비용이 많이 들고 조망권도 해친다. 물론 능동소음제거 기술의 한계도 있다. 발생하는 소음이 불규칙하면 이를 정확하게 계산해 반대 위상의 소음을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다. 잘못하면 보강간섭을 일으켜 오히려 소음을 증가시킬 수도 있다.
능동소음제거 기술처럼 물리적으로 소리가 제거되는 것과 달리 생리적으로 소리가 제거되는 현상도 있다. ‘마스킹효과’(masking effect)는 한 소리에 의해 다른 소리가 가려져 듣지 못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화장실에서 먼저 물을 내리고 소변을 보면 소변보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소음으로 소음을 덮는 것이다.
여러 소리가 섞인 시끄러운 장소에서 듣고 싶은 소리만 골라 듣게 하는 방법도 있다. 사람은 적당한 소음이 있어도 듣고 싶은 소리만 골라 듣는 능력이 있는데 이를 ‘칵테일파티 효과’(cocktail party effect)라고 부른다. 라이브 공연을 할 때 가수의 목소리가 반주나 소음에 묻혀 들리지 않을 때가 있다. 이때 일시적으로 가수가 쓰는 마이크의 볼륨을 크게 증가시킨 뒤 서서히 감소시키면 칵테일파티 효과에 의해 청중들은 가수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소리를 제어하는 것은 역시 소리다. 소리로 소리를 완벽하게 제어하는 것이 가능해지면 층간 소음으로 이웃 간에 다투거나 지하철에서 옆 사람의 음악 소리로 더 이상 불쾌함을 느끼지 않아도 될 것이다. (글 : 최원석 과학칼럼니스트)
집에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다른 식구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TV, 라디오, 컴퓨터의 볼륨을 작게 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내게 기분 좋은 음악도 타인에게는 듣기 싫은 소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소리를 줄이기 위해 그저 조용조용히 다니는 방법 밖에는 없는 것일까? 여기 소리로 소리를 제어하는 방법이 있다.
얼마 전 한국과학기술원 김양한 교수팀은 특정 개인에게만 소리를 들리게 하는 ‘음향집중형 개인용 음향시스템’(sound focused personal audio system)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소리의 간섭현상을 이용해 다른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고 사용자만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만든 장치다. 귀를 아프게 하는 이어폰이나 헤드셋을 쓰지 않아도 나 혼자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모니터에 일렬로 배치된 9개의 스피커에서 800Hz에서 5kHz의 서로 다른 주파수의 소리를 내게 하여 모니터 정면에 지름 30cm 정도의 청취영역을 만들었다. 김 교수 팀에 의하면 청취영역에서는 나란히 늘어선 9개의 스피커에서 나온 음파가 다른 공간 보다 20dB(데시벨, 소리의 단위) 큰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스피커의 앞부분을 0도부터 180도까지 구분한다면 스피커의 바로 정면에 해당하는 60~120도 사이에서 크게 들리고 다른 각도에서는 매우 작게 들린다. 미국 음향학회(ASA)에 발표된 자료와 각도별로 나는 소리를 듣기 원하면 다음 사이트를 방문해 보자.
소리 들으러 가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이는 소리가 근본적으로 파동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2개 이상의 파동은 서로 섞여 간섭현상이 일어나는데 위상이 같은 파동끼리 만나면 커지고, 위상이 반대인 파동끼리 만나면 작아진다. 커지는 경우를 보강간섭, 작아지는 경우를 상쇄간섭이라고 부른다. 김 교수의 스피커는 청취영역에서만 보강간섭이 일어나고, 다른 장소에서는 상쇄간섭이 일어나도록 만든 것이다.
사실 소리의 간섭현상으로 소리를 제어하려는 시도는 이미 오래 전 시작됐다. 대표적인 시도가 듣기 싫은 소음을 제거하는 능동소음제거(ANC: Active Noise Control) 기술이다. 능동소음제거 기술은 소음과 반대 위상의 소음을 만들어 소음을 없앤다. 이미 1932년 독일의 발명가 루에그에 제안됐으며, 최근 전자제어기술의 발달로 실용화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건축용 돌을 자르는 현장의 근로자는 엄청난 소음에 시달리는데, 석쇄기의 소음을 녹음해 이와 반대되는 위상의 소음을 근로자에게 들려준다. 항공기도 이 기술을 이용해 엔진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소음을 줄인다. 최근에는 고급 승용차에도 엔진이나 바퀴와 지면 사이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제거하기 위해 능동소음제어 기술을 쓴다.
이 기술을 쓰면 방음, 흡음제를 쓰지 않아도 소음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철로나 도로변에 있는 아파트 단지 주변에 설치되는 대규모 방음벽은 비용이 많이 들고 조망권도 해친다. 물론 능동소음제거 기술의 한계도 있다. 발생하는 소음이 불규칙하면 이를 정확하게 계산해 반대 위상의 소음을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다. 잘못하면 보강간섭을 일으켜 오히려 소음을 증가시킬 수도 있다.
능동소음제거 기술처럼 물리적으로 소리가 제거되는 것과 달리 생리적으로 소리가 제거되는 현상도 있다. ‘마스킹효과’(masking effect)는 한 소리에 의해 다른 소리가 가려져 듣지 못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화장실에서 먼저 물을 내리고 소변을 보면 소변보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소음으로 소음을 덮는 것이다.
여러 소리가 섞인 시끄러운 장소에서 듣고 싶은 소리만 골라 듣게 하는 방법도 있다. 사람은 적당한 소음이 있어도 듣고 싶은 소리만 골라 듣는 능력이 있는데 이를 ‘칵테일파티 효과’(cocktail party effect)라고 부른다. 라이브 공연을 할 때 가수의 목소리가 반주나 소음에 묻혀 들리지 않을 때가 있다. 이때 일시적으로 가수가 쓰는 마이크의 볼륨을 크게 증가시킨 뒤 서서히 감소시키면 칵테일파티 효과에 의해 청중들은 가수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소리를 제어하는 것은 역시 소리다. 소리로 소리를 완벽하게 제어하는 것이 가능해지면 층간 소음으로 이웃 간에 다투거나 지하철에서 옆 사람의 음악 소리로 더 이상 불쾌함을 느끼지 않아도 될 것이다. (글 : 최원석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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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과 관련된 내용을 텔레비전에서 봤습니다. 정말 신기하더군요. 보면서도 믿을 수 없었는데 대단하더라구요.
2009-04-17
답글 0
관심있는 기술이었는데 자세히 알수 있어서 무척 재밌게 읽었습니다, 잘만 구현되면 응용이 무궁무진한 기술인것 같네요. 좋은글 고맙습니다.
2009-04-07
답글 0
음...만들어진지는 꽤 오래된것 같은...
그런데 시중에선 아직 안보이는게 안타까워요.
2008-01-02
답글 0
이거 옛날부터 몇번봣다는..
2007-12-31
답글 0
빨리 실용화되었으면 좋겠네요 즐거운 음악감상을 사무실에서도 ㅎㅎㅎ
2007-12-27
답글 0
저도 예전에 이런것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정말 실현이 되는 군요~!역시 상상의 끝은 실현이네요^^
2007-12-27
답글 0
좋은 내용이네요...그리고..그림이 너무 재미있어요...혼자 텔미~텔미~ 즐기고 있는데 주위에서는 뭐지? 하는 표정...ㅎㅎ
2007-12-26
답글 0
이거있으면 조용하고좋죠
정말 편리하겠는데요
2007-12-26
답글 0
갑자기 골도전화기가 생각납니다.
보지지 않는 소리를 마음대로 제어하는 기술. 그야말로 21세기형 기술입니다.
2007-12-25
답글 0
저가 오래전에 듣고 싶은 소리만 듣고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없애보려고 시도 해 본적이 있는데 변변한 장비도 하나 없이 오직 테스터 하나에만 의지해서 해보려 했지만 참 어렵더군요
2007-12-24
답글 0
옆방에서 자고 있는 식구들을 위해 소리를 너무 작게해서 별 재미없게 봤던 기억이 나네요! 이어폰도 연결했다가 뺐다가 하니까 불편하고... 저렴하게 상용화되면 꼭 사용해보고 싶네요!
2007-12-24
답글 0
원래 스피커의 지향성은 단점으로 지목되었던 건데, 오히려 더욱 발전시켜서 이런 재미있는 아이템을 만들어 냈군요. 이런 것이 바로 창의력인 것 같아요^^
2007-12-24
답글 0